[체험기] IP 기반 모바일 게임은 이래야 한다, '일곱 개의 대죄'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72개 |

퍼니파우가 개발하고 넷마블이 서비스를 진행하는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이하 일곱 개의 대죄)'는 동명의 만화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RPG다. 작년 NTP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지난 3월 5일부터 일본 및 국내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처음 개발 버전 영상이 공개됐을 때 반응은 반신반의에 가까웠다. 애니메이션급으로 구현해낸 캐릭터들과 배경은 눈길을 끌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역동적인데다가 1:1이 아닌 다 대 다 양상도 빈번하게 벌어지는 원작의 전투를 턴제 형식으로 어떻게 담아낼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그 역동적인 모습을 세로 화면으로 다 담아낼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더군다나 개발 영상이었기 때문에 사운드가 전부 입혀지지 않아서 일부 유저들은 당시에 불안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5월 9일부터 일본에서 진행된 '일곱 개의 대죄' CBT 버전을 플레이하면서 이런 불안감은 기대로 바뀌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들이 있었을지라도, IP 게임으로서의 요소와 일반 게임으로서의 기본기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바일 화면에 고스란히 담긴 원작의 세계
연출과 그래픽, 구도, 시퀀스로 세로 화면에서도 원작을 훌륭히 소화해내다


'애니메이션 같다'는 말은 서브컬쳐 게임 외에도 만화나 애니메이션 IP 기반 게임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다.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연출이 애니메이션처럼 눈길을 끌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원작의 그 느낌을 살렸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발 영상이 공개됐을 당시부터 '일곱 개의 대죄'는 그래픽으로는 분명히 그 조건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공개되지 않은 점들 때문에 다소 불안했지만, 이번 CBT에서는 그런 우려를 해소하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 게임 플레이만 진행했을 때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퀘스트 진행 중에 로딩창에 뜨는 애니메이션 작화 CG와 게임 속 장면을 비교했을 때는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모델링이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서 구현이 됐고, 인물의 구도나 배치도 애니메이션 속 그 장면에 충실하게 재현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싱크로가 맞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이미 알고 있는 장면이라서 스킵할 수도 있었지만, "이 장면은 어떻게 연출했을까?" 기대가 되는 나머지 끝까지 그 씬을 지켜보게 했다고 할까.



▲ UI만 끄면 실제 플레이 화면과 컷씬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다

통상 애니메이션의 화면 비율과는 맞지 않는 세로 화면을 채택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본다는 그 느낌을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렇지만 '일곱 개의 대죄'는 폭이 좁아진 대신 포커스가 가기 쉬운 세로 화면의 이점을 활용한 씬과 시퀀스 배치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낸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각 씬에서 캐릭터를 중심에 두고 클로즈업을 적극 활용해서 몰입도를 높였다. 그 때문에 화면에 일부 생략되어버린 것들이 있지만, 그런 것들이 미처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씬의 시퀀스가 잘 갖춰져 있었다.

개발 단계에서는 공개되지 않아 일부에서는 불안해했던 사운드도 완벽에 가깝게 구현됐다. 풀 더빙은 아니지만 카지 유우키, 유우키 아오이, 쿠노 미사키 등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출현했던 성우들이 그대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원작의 그 느낌을 충실히 살려냈다. 양방언, 오카베 케이이치 등 유명 음악 감독들이 참여하면서 퀄리티는 보장됐지만, 감독들 특유의 음색이 강해지거나, 혹은 각자가 작업한 파트 간 충돌이 있지 않을까 우려도 됐었다. 그러나 직접 게임 속에서 들은 사운드는 원작의 느낌과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을 보였다.


수집형 턴제 RPG로서도 충실한 기본기
수집 요소와 카운팅, 합기 등 다양한 전략 요소로 기본기를 갖추다


흔히 만화,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게임은 캐릭터에 의존하는 수준을 넘어서 '캐릭터만 보고 한다'라는 자조 섞인 말을 듣기도 한다. 실제로 만화나 애니메이션 IP 게임을 살펴보면 IP의 핵심이 되는 캐릭터와 세계관을 구현하는 데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에서는 장르의 문법과 캐릭터, 세계관이 충돌하면 해당 장르의 문법을 포기하더라도 캐릭터나 세계관쪽을 우선 구현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에 게임 속 문법 때문에 원작의 설정을 다소 다르게 적용했다가 팬들에게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일곱 개의 대죄'는 원작을 수집형 턴제 RPG로 녹여낸 작품이다. 개발 영상을 통해 이 사실이 공개되자, 일부에서는 원작에서는 1:1이 아니라 '합기' 등 서로 협력해서 적들과 싸우는 양상이 많은데, 이를 어떤 식으로 묘사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스킬의 연출은 이후 추가로 공개된 자료들을 통해서 원작에 맞게 묘사된 것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 전투방식이 원작처럼 역동적인 전투 경험을 팬들에게 줄 수 있을지 확신을 주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CBT에서 실제로 접한 '일곱 개의 대죄'의 전투 시스템은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었다. 연출은 말할 것도 없고, TCG의 요소와 퍼즐의 요소를 더하면서 턴제 RPG의 전략성을 한 층 더 강화시켰다. '일곱 개의 대죄'에서는 각 캐릭터들의 스킬 커맨드는 TCG 게임처럼 카드로 구현이 되어있고, 자신의 턴에 그 스킬들이 랜덤으로 배치된다. 동일한 스킬 카드가 옆에 있으면 합쳐지면서 해당 스킬이 강화되는데, 해당 턴에 낼 수 있는 카드 수를 한 장 줄이는 대신 스킬 카드의 위치를 바꿔서 이런 효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 TCG 방식의 턴제에, 상대방이 어떤 종류의 카드를 쓰는지 보고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스킬을 많이 발동할수록 빨리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각 캐릭터별 상성 시스템 등이 결합되면서 '일곱 개의 대죄'만의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했다. 또한 다음 턴에 적이 어떤 종류의 스킬을 활용할지 머리 위에 아이콘으로 뜨는데, 이를 카운팅하면 더욱 원활하게 전투를 할 수 있었다.



▲ 적의 스킬 카드 구성도 확인할 수 있다. 숙지하면 아이콘만 보고도 적 스킬을 카운팅할 수 있다

원작의 특징인 '합기' 또한 수집형 턴제 RPG에 맞게끔 가공이 되어서 적용됐다. 메인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뿐만 아니라 출전한 캐릭터들의 스탯을 올려주는 인연 캐릭터 시스템을 채택하고, 인연 캐릭터와의 조합에 따라서 합기를 활용할 수 있게끔 헀다. 예를 들어 멜리오다스를 메인 캐릭터로 하고, 멜리오다스의 인연 캐릭터로 다이앤으로 지정하면 멜리오다스의 필살기가 합기인 '메탈 크래시'로 변경이 되는 식이다.



▲ 인연 캐릭터와의 조합에 따라 필살기가 합기로 변경된다.

일부 수집형 RPG에서는 각각 다른 버전 혹은 다른 의상의 동일 캐릭터를 별도의 캐릭터로 인식하고 엔트리를 편성할 수 있지만, '일곱 개의 대죄'에서는 일부 제한이 있었다. 다른 의상을 입었어도 하단 카테고리가 똑같으면 엔트리 편성 시에 중복으로 취급하는 식이었다. 따라서 이를 고려해서 엔트리를 편성하고 캐릭터를 육성할 필요도 있었다.

다른 버전의 동일 캐릭터들까지 포함하면 CBT 버전에서 참전한 캐릭터는 53명 정도로 수집형 RPG치고는 많지 않고, 일부 캐릭터들은 다른 버전이 4개 이상 되는 경우도 있어 엔트리 편성에는 꽤 신경을 써야 했다. 또한 이 조건은 친구 캐릭터를 엔트리에 넣을 때도 적용되기 때문에 한층 더 까다로웠다.



▲ 캐릭터 편성에는 여러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엔트리를 짜야 한다

큰 틀은 기존의 수집형 RPG의 왕도를 따르는 만큼, 캐릭터 육성 자체는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자동 반복 시스템을 채용했으며, 필살기 및 합기 연출 스킵을 지원하는 등 기존 방식의 수집형 RPG를 즐기는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모습도 보였다.



삼박자가 다 갖춰진 '일곱 개의 대죄'
원작에 충실하고, 연출과 모델링 퀄리티도 높고, 게임으로서 기본기도 갖췄다


만화, 애니메이션 IP의 모바일 게임은 그간 꾸준히 출시됐지만, 원작 팬의 요구와 게임성 둘 다 충족시켜주는 작품은 드물었다. 심지어 개발 기간과 서비스 기간이 짧은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급히 생산한 이른바 '양산형'에다가 겉에만 그 IP를 입힌 것 같은 조악한 게임도 종종 등장했다. 이런 게임들 때문에 IP 기반 모바일 게임에 대한 유저의 평가는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일곱 개의 대죄'가 처음 발표되고, 개발 영상으로 면모가 공개되는 중에도 반신반의의 평가는 가시지 않았다.

우려와 기대가 반반 섞인 와중에 모습을 드러낸 '일곱 개의 대죄'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만든 IP 게임의 기준점을 세웠다고 볼 수 있겠다. 아직 CBT 단계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모자란 부분이 없었다. IP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요소들과, 게임으로서의 기본기 모두 다 갖췄기 때문이다. 원작의 느낌을 훌륭히 살려낸 그래픽, 연출, 컷씬, 성우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여기에 수집형 RPG의 스테이지식 퀘스트 동선을 도입하면서도 원작의 요소들을 가미하고, 다소 불편하지만 월드맵 방식의 구성을 채택하면서 한 층 더 그 느낌을 살렸다. 그 외에도 캐릭터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AR 모드 지원 등, 캐릭터와의 교감을 원하는 팬층의 니즈도 충족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 '돼지의 모자' 주점의 일상과 전투 양쪽 모두 조명했다

전투 시스템도 TCG의 요소와 턴제 RPG를 접목하고, 원작 특유의 '합기' 시스템과 인연 시스템, 엔트리 제약 조건 등으로 전투의 전략적인 재미를 구현해냈다. 그러면서도 수집형 RPG의 왕도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유저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게끔 했다. 튜토리얼도 게임을 시작하기 전 추가 다운로드 화면에서 시작하는 등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도 엿보였다.



▲ 다운로드를 기다리는 동안 초반부 스토리를 즐기고, 튜토리얼도 마치게끔 세팅했다

멀티플레이 콘텐츠가 있는 수집형 RPG에서는 종종 PVP, 섬멸전에서 캐릭터 밸런스나 메타 같은 것을 따지고 때로는 그것이 큰 이슈가 되고는 한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그런 경향이 큰 만큼, 국내 서비스가 될 때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 우려도 됐다. 테스트 단계에서는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이 부분은 정식 서비스 단계에서 흔히 터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아직 테스트 단계인 '일곱 개의 대죄'에서 언급하기엔 조금 성급했다. 그런 멀티플레이 요소를 빼고 보더라도, '일곱 개의 대죄'는 테스트 단계인 지금도 스토리 게임이자 캐릭터 게임으로도 퀄리티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는, 잘 만들어진 게임에 티끌 하나 묻으면 그게 더 잘 보이기 때문이리라.

'일곱 개의 대죄', 원작의 팬이면 출시하자마자 바로 할 가치가 있다. 원작을 보지 않았더라도 괜찮다. 플레이하면서 원작의 내용을 충분히 알아갈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개중에 스토리는 무조건 스킵하는 유저들도 있겠지만 이 게임은 한 번 스킵을 하지 않고 지켜보길 권한다. 원작 팬이라면 어떻게 연출해냈을까 확인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원작을 몰랐던 유저라면 아마 입문을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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