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왜 떴을까?

기획기사 | 박광석 기자 | 댓글: 38개 |



캐주얼 게임의 왕자 넥슨이 모바일 게임 신작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이하 러쉬플러스)'로 다시 한번 그 진가를 증명해냈다. 지난 5월 12일에 정식 출시된 러쉬플러스는 출시 2주 만에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4위,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며 말그대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카트라이더 IP가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진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트라이더 모바일은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라는 똑같은 이름으로 이미 지난 2011년에 출시된 바 있다. 2020년에 새롭게 출시된 러쉬플러스는 기존 작품의 뼈대를 가지고 엔진과 그래픽, 시스템을 완전히 재정비한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러쉬플러스가 써내려가고 있는 이례적인 흥행 성적들을 단순히 전작, 혹은 원작을 기억하고 있는 유저들의 호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다. 카트라이더가 넥슨의 캐주얼 라인업을 대표하는 얼굴마담이라고는 하지만, IP 파워 하나만으로 이러한 성적을 거두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MMORPG가 매출 순위 상위권을 가득 채우고 있는 지금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유독 독보적인 위세를 보이고 있는 러쉬플러스의 인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1. 전세대를 아우르는 친숙한 그 이름, '카트라이더'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PC방에서 '카트라이더'로 음료수 내기 한 번 해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IP의 인지도가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러쉬플러스의 흥행 요인을 논할 때 '카트라이더'가 가진 IP 파워는 결코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게임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물론 '콘텐츠의 재미'에 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신작이 쏟아져나오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이례적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게임을 알리기 위한 홍보와 마케팅이 강조되는 편이다. IP가 가진 인지도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카트라이더는 지난 2004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벌써 16년 이상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장수 게임 IP다. 이젠 게임을 좋아하는 국내 유저 누구나가 알만한 익숙한 이름이 되었고, 이러한 인지도는 자연스레 '러쉬플러스'의 흥행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2. 비주얼은 시작일 뿐, '근본'을 가득 챙긴 모바일 이식


최근 유명 소설 IP를 활용하여 개발 중이던 모바일 게임 개발이 잠정 중단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IP가 가진 힘에만 기댔을 뿐, 원작과는 무관한 내용으로 이질감이 크게 느껴진다는 유저들의 혹평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지도가 높은 IP라도 무조건 게임을 성공으로 이끌 수는 없는 법이다. 러쉬플러스의 흥행은 PC 온라인 게임인 원작 IP는 물론, 게임 플레이의 특징들까지 고스란히 계승한 '근본 있는' 모바일 이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작인 카트라이더는 대표적인 실력 위주의 게임이다. 스피드전은 말 그대로 유저의 컨트롤이 가장 중요하고, 그나마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아이템전 역시 기본적인 주행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절대 1등을 할 수 없다. 방향키와 드리프트키가 조작의 전부이기에 다른 어떤 캐주얼 레이싱 게임들보다 '드리프트'가 중요한데, 러쉬플러스는 이러한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 카트라이더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드리프트'. 차기작 타이틀도 '드리프트'로 결정됐다

일반적으로 PC 게임 원작을 모바일에 이식하면 조작감이 확연히 달라 애를 먹게 되는 일이 다반사인데, 러쉬플러스는 조작 체계가 다름에도 PC판의 주행 느낌을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구현해냈다. 드리프트 버튼을 어떻게 누르냐에 따라 다섯 가지 이상으로 나뉠 정도로 정밀한 원작의 드리프트를 모바일에서 구현해냈기 때문에, PC판 원작을 즐겨 플레이하던 유저들 역시 아무런 위화감 없이 러쉬플러스로 넘어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카트라이더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마리오 카트'의 예를 함께 살펴보자. 마리오 카트 역시 콘솔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모바일 버전을 출시했지만, 모바일판 마리오카트는 원작의 주행감과 사뭇 다른 편이다. 심지어 트랙도 원작에 비해 훨씬 단순화되면서 '마이너 게임', 혹은 '콘솔 시리즈를 즐겨하는 이들이 가볍게 거쳐 가는 게임' 정도의 인식밖에 주지 못했다.

그에 반해 러쉬플러스는 원작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조작감은 물론, 원작에 등장했던 고유의 트랙들 역시 아무런 타협 없이 그대로 반영했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편의성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된 점까지 고려하면, 러쉬플러스는 그야말로 '원작을 초월한 작품'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3. 탄탄한 기본기 갖췄다, 모바일 게임의 기본은 '최적화'




세 번째 이유는 모바일 게임으로서의 기본기를 놓치지 않은 높은 완성도에 있다. 러쉬플러스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현재 시장에 출시되어있는 모바일 캐주얼 게임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들은 PC·콘솔 게임 못지 않은 화려한 비주얼로 시선을 끌곤 하지만, 살펴보면 게임 플레이에 요구되는 시스템 권장 사양이 너무 높아서 설치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러쉬플러스는 원작을 아득히 뛰어넘는 깔끔한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구동부터 시작해서 게임 내에 있는 모든 로딩이 매우 짧은 편이고, 전체적인 최적화도 흠잡을 데가 없는 수준이기에 출시된 지 2년이 훌쩍 지난 스마트폰에서도 쾌적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모바일 게임이 유저 풀을 넓히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최적화인데, 이 부분에서 러쉬플러스는 충분한 합격점을 받았다.


4. 원작을 몰라도 일단 들어와! 초보 유저 배려한 낮은 진입장벽




앞에서도 한번 언급했던 것처럼 카트라이더는 대대로 실력주의 게임이었고, 오랜 서비스 기간에 걸맞게 '고인물'로 분류되는 유저들도 많다. 변수가 발생하기 어려운 스피드전에서는 초보 유저가 아무리 용을 쓰고 발악을 해도 고수 유저들을 이길 수 없는 구조다.

만약 모바일에서도 이러한 구조를 그대로 이어갔다면, 아마 초보 유저들은 원작에서 넘어온 고인물 유저들로 인해 순식간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러쉬플러스를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노력해도 고수 유저들을 따라잡을 수 없고, 이기기는커녕 결승점에조차 들어갈 수 없는 레이싱 게임을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다행인건 러쉬플러스 개발팀이 이러한 부분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고, 게임 내에서 초보 유저들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주목할 점은 러쉬플러스가 고수 유저들과의 격차를 좁히는 방법으로 카트나 캐릭터의 스탯이 아닌, '컨트롤'을 강조했다는 부분에 있다.

러쉬플러스는 초보 유저들을 위해 대놓고 빠른 차를 공짜로 퍼주는 방식 대신, 초보자가 충분히 연습을 해서 컨트롤 실력을 키우고, 어떻게든 골인 지점까지 주행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게임 내 연습장은 러쉬플러스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주행 조작을 익히도록 하는데 최적화되어있고, 이름만 들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끌기', '숏드리프트', '커팅 게이지', '역방향 게이지'와 같은 정밀한 기술들 역시 게임 내에 마련된 동영상 강의를 보며 스스로 활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외에도 온전히 유저의 컨트롤 실력으로만 승부가 갈리는 스피드전에서는 '라이센스' 개념을 도입하여 비슷한 실력을 가진 유저들끼리만 매칭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라이센스는 일정 수준 이상의 주행 테크닉을 익힌 유저들에게 지급되는 일종의 자격증 제도로, 더 높은 단계의 라이센스를 받기 위해서는 유저가 직접 라이센스 테스트에 응시, 합격해야만 한다. 라이센스 테스트의 난이도는 단계에 따라 확연하게 갈리기 때문에 초보와 고수 유저들을 구분해주는 좋은 척도가 되고 있다.

러쉬플러스는 이처럼 잘 꾸며진 연습장 시스템과 체계적인 라이센스 개념으로 초보 유저들에게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를 잡는 방식을 알려주었고, 이러한 노력은 곧 러쉬플러스의 흥행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발판이 되었다.





5.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 '페이 투 윈' 부담 덜어낸 과금 모델




일반 유저들이 경쟁 요소가 있는 모바일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우려하는 것이 '페이 투 윈'에 대한 부분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시간을 쏟아 부어도 현질로 무장한 '헤비 과금러'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면, 게임에 투자한 시간 대비 성취감이 반감되는 것은 물론, 게임을 지속해야 될 이유마저 송두리째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러쉬플러스같은 레이싱 게임에서 '페이 투 윈'이 발생한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꾸준히 드리프트 기술을 연마하여 고수 유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까지 실력을 키웠는데, 새롭게 출시된 고가의 신형 카트가 유저의 실력적인 부분을 모두 압살할 정도로 월등한 성능을 보여준다면? 초반에는 고가의 카트를 구매하여 어떻게든 승리를 쟁취하려는 유저들도 보이겠지만, 결국은 대부분의 유저가 '결국 돈으로 귀결되는 현질 게임'이라고 손가락질하며 등을 돌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의 러쉬플러스는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과금 요소가 적고, 무과금 유저도 온전히 게임을 만끽할 수 있을 정도로 과금 부담이 낮은 편이다. 최고 성능의 레전드 등급 카트를 소유하려면 어느 정도의 과금이 필요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카트를 무과금 유저도 게임 내 재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함께 구성했으며, 카트를 강화하는 개념 역시 한계치가 명확하다.





6. 경쟁 말고도 할 일은 많다, '마이룸' 등 커뮤니티 요소 탑재




레이싱 게임이라 하면 다른 유저들과의 쫓고 쫓기는 치열한 경쟁의 재미가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러쉬플러스에는 싱글 플레이어를 위한 시나리오 모드와 커뮤니티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마이룸' 시스템과 보이스 채팅 등, 경쟁 외에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함께 마련되어 있다.

시나리오 모드는 다오, 배찌, 로두마니와 같은 카트라이더의 주역 캐릭터들이 상황에 맞게 움직이는 모습과 성우 더빙을 감상할 수 있고, 스토리 분량도 꽤 풍부한 편이다. 클리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들도 쏠쏠하기에, 경쟁 콘텐츠가 익숙하지 않은 초보 유저들이 러쉬플러스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재화 수급을 위한 성장용 콘텐츠로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마이룸은 본인의 입맛대로 꾸민 공간에 친구를 초청하고, 함께 미니게임을 즐기는 등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정원 딸린 집 형태의 소셜 공간이다. 이는 원작에서는 없었던 데다가 없다고 한들 크게 문제 될 것도 없는 추가 콘텐츠에 불과하지만, 단순히 곁다리로 치부하기에는 꼼꼼하게 구현된 디테일이 눈에 띈다. 마이룸을 꾸밀 수 있는 꾸미기 아이템은 게임 내 재화인 K코인으로만 구매할 수 있기에, 꾸미기 콘텐츠를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이벤트와 시나리오, 일일 퀘스트 등의 게임 플레이를 장려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경쟁자 없는 '러쉬플러스'의 독주, 모바일 시장에 새 바람 불러올까?




넥슨은 현재 러쉬플러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오는 31일에는 유명 연예인과 유튜브 크리에이터, 그리고 카트라이더 프로 무대에서 활약 중인 유영혁, 문호준 선수가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펼치는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슈퍼 매치'가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29일에는 유명 의류 브랜드인 슬로우애시드와 함께 카트라이더 콜라보레이션 의류를 출시하기도 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한 3D 카툰 방식의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캐릭터, 완성도 있는 콘텐츠, 여기에 넥슨의 공격적인 마케팅까지 더해진 러쉬플러스는 현재 일간 최대 이용자 수 357만 명,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화려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MMORPG가 매출 상위권을 꽉 잡고 있는 RPG 주류의 시장에서 캐주얼 레이싱 장르의 게임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0위 권 내에 있는 레이싱 게임은 러쉬플러스가 유일하므로, 한동안 그 어떤 경쟁자 없이 독주를 이어나갈 러쉬플러스의 향후 성과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