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재석 디렉터 "기억 속의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되살려내겠다"

인터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19개 |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한재석 디렉터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해봤던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가끔 친구와 수다를 떨다가 생각나면 다시 플레이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추억이 되어버린 게임이다.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와, 오랜만이잖아? 그거 아직도 서비스해?" 라고 반응할 정도.

넥슨의 한재석 디렉터는 2017년부터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운영을 맡은 신임 디렉터로, 직접 자비로 굿즈를 만들기도 하고, 카페에서 직접 유저들과 소통하는 등 적극적으로 유저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가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운영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IP가 가지고 있는 유리함과 이를 이용한 게임의 확장성이다. 이미 기억 속에 당연히 자리 잡고 있는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생활 속에서 익숙하게 접하고, 이를 통해 되살려내겠다는 것.

올해로 17살이 된 '크레이지 아케이드'. 장수하는 게임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들어볼 수 있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아직도 서비스 해?
17살 '크아', 아직도 서비스하냐는 인식과 '초딩게임'이라는 선입견을 바꾸고 싶었다




Q.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서비스 17주년에 접어든 장수 게임이다.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오래도록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정체성을 꾸준하게 유지하면서 운영했다는 점을 꼽고 싶다. 그동안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운영을 맡았던 디렉터들이 잘 쌓아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앞서 쌓아온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축인 팀원들과의 팀워크가 중요하고. 그 팀워크가 잘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동안 잘 서비스해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는 기록되고, 쌓이게 된다. 이렇게 조직이 쌓아온 모든 노하우는 축적된 지식, 거대한 문화가 된다.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오랫동안 서비스하면서 유저들에게 하나의 큰 문화를 만들어왔듯이, 내부에서도 계속해서 지식을 축적해왔다. 이 축적된 문화가 게임이 장수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Q. 그만큼 게임운영을 맡게 되었을 때 부담도 되었을 것 같다.

확실히 처음에는 부담됐었다. 오래된 게임이니까. 당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옛날 게임이라는 느낌을 지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20년 된 맛집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맛은 그대로인데 인테리어가 확 바뀌었을 때, 고객들은 옛날 그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까? 난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시대가 변화한 만큼 그 트랜드에 맞출 필요는 있다.

디렉터로서 바꾸고 싶었던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직도 서비스하고 있어?"라는 인식을 줄이는 것. 두 번째는 '초등학생들이 하는 게임'이라는 선입관을 부수는 것.



▲목표는 "아직도 서비스하고 있어?"라는 인식과 '초등학생들이 하는 게임'이라는 선입관을 부수는 것.

Q. 확실히 오래된 게임이라서 주변에서 '크레이지 아케이드' 이야기를 하면 아직도 서비스하고 있냐고 놀라워하더라.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신다. 결국, 해결할 방법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이미 즐기고 있는 사람들과만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사람들에게도 게임을 이슈화해 알리는 것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굿즈를 제작해 알리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여전히 운영되고 있으며, 예전에 느꼈던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Q. 복귀 유저가 돌아오게 되는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친구들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기억을 공유한 친구들끼리 재밌었던 게임이었지, 하면서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금 플레이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초등학생들을 위한 게임'이라는 선입견에 대한 문제점은 지난 NDC2018 한 강연에서도 언급됐던 부분이다. 그 선입견이 초반 진입경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개선 방안이 이루어졌나.

사실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초등학생들만을 위한 게임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요즘 초등학생들도 다양한 게임을 즐기지 않는가. 게다가 '크레이지 아케이드'에는 오히려 20대 초반 여성 유저들이 많은 편이다. SNS 마케팅을 해봐도 주로 20대 초반 여성들에게서 호응이 많은 편이다. 물론 SNS 특성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그만큼 젊은이들을 위한 이벤트도 시도하고 있다. 작년에 크아왕 뽑기 대회에서 커플대전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때 경품이 커플링이었는데, 정말 호응이 좋았다. PC방에서 남자친구,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많은 호응이 있었던 커플 이벤트

Q. 그런 선입견이 생기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무래도 예전과 달라진 게 없는 알록달록한 외관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일단 변경할 계획은 없다.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아이덴티티는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파란 배경, 알록달록한 UI가 다소 유치하게 다가올 순 있지만, 동시에 '크레이지 아케이드'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요새 트랜드에 맞춰 블랙 앤 화이트라던가 심플한 모습으로 바꿔버릴 수는 없다는 말이다.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부분이라서, 좀 더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추가하는 데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기본 룰은 그대로 가져가되 다른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하자는 것이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업데이트 방향성이다. 최근 추가된 대형 맵, 보물찾기 이벤트가 그 예다.


Q. 보물찾기 맵은 한눈에 맵을 볼 수 있었던 기존 맵과는 달리 부분만 볼 수 있어 불편해하는 유저도 있었을 것 같다.

분명 불편한 부분은 있다. 미니맵에 대한 부분도 자주 언급되고 있고. 기획단계에서도 방향을 가르쳐줄지, 다양한 부분에서 논의가 있었다. 이와 같은 모습으로 출시하게 된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친구와 함께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많다. 보물찾기 맵에서는 각자 볼 수 있는 맵의 부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서로 적을 발견하면 알려주고, 부르는 등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PC방에서 친구와 왁자지껄하게 즐기는, 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기획 의도였다. 물론 불편함에 대한 피드백이 많이 나온다면 개선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잘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업데이트 된 '보물찾기 모드'

Q. 앞으로 예정된 업데이트 및 이벤트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업데이트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지만, 언제나 신규 콘텐츠,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벤트로는 크아왕 대회를 준비 중이다. 오프라인에서 게임을 즐기고, 만나고, 이야기해볼 수 있는 자리로, 내년 초로 준비할 예정이다. 9월에는 메이플스토리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준비되어있다.


Q. 앞으로의 업데이트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 캐주얼 게임인 만큼 새로운 콘텐츠로 확장하기도 까다로울 것 같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게임플레이의 핵심은 적을 물풍선으로 가둬놓고 처치하면 내가 이긴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흔들지 말아야 한다. 간단한 게임 플레이기 때문에 누구든 오랜만에 복귀해도 자연스럽게 스페이스 바를 누르며 플레이할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게임 모드나 플레이를 차용할 수는 있겠지만, 게임이 자칫 어려워져 부담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업데이트는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가지고 있는 기본 특징을 더욱 강력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한, 시스템적인 부분에 대한 개선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게임 업데이트에는 유저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포함한 업데이트와 내부적인 기반을 개선하는 업데이트가 있다. 업데이트했는데 체감되는 변화가 없으면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내부 기반을 개선하는 작업은 자주 뒤로 미뤄지는 편이다. 하지만 이게 쌓이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유저 소통'
SNS 활동에서부터 직접 디렉터-유저 간 소통까지




Q. 카페 '크아인'에서 유저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적인 소통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어떤 의도에서 직접적인 소통을 하기로 결정했는지, 그리고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처음에는 GM과의 대화로 제안되었던 사항이었다. 하지만 과연 GM이 유저가 원하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지, 그 답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유저와 직접 소통하는 것은 어렵다. 일단 간단하게 업무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웃음). 다른 업무를 하면서도 유저들의 의견을 하나씩 다 읽어보고 어떻게 답변할지 팀과 상의해야 한다. 나만의 판단은 아니니까. 게다가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도 많이 올라온다. 대부분이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것에 대한 내용인데, 가령 해상도 조절은 왜 안 되는지, 아이디 변경은 안되는지 등등이 있다. 요즘 게임에서는 사실 당연하고 쉽게 이루어지는 문제들인데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오래된 게임이다 보니 안되는 부분이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답변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 디렉터로서 책임이 있는 만큼 유저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명해야 하며, 유저들의 궁금증이 해결될 수 있다면 대답하기 어렵다고 해도 답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재석 디렉터는 '디렉터가 말한다'를 통해 유저들과 직접 소통하기도 했다

Q. 확실히 오래된 게임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불만이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작년에 다시 플레이하고 싶어서 켰다가 아이디 찾는데 한참 걸렸다.

로그인 부분은 '크레이지 아케이드'만의 문제라고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내부적으로는 할 수 있는 부분에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디 찾는 방법에 대한 메뉴얼을 카툰방식으로 쉽게 전달하고 SNS 로그인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개선하고 있다. 사실 '크레이지 아케이드'에는 게임 아이디의 종류가 정말 많은데 장기적으로 정리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Q. 직접적인 소통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어떤가?

유저들에게 어떤 부분은 해결하기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될 것, 장기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것 등으로 나눠서 설명해주는데, 유저들이 잘 이해해주는 편이다. 궁금증이 해소된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는 것 같다. 또한, 좋은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유저도 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반응이 좋다. 요즘에는 '한재석 디렉터님 화이팅'하고 올라오기도 한다. 뿌듯했다(웃음). 옹호해주는 댓글도 자주 보이더라. 우리로서는 어떤 문제든 우리의 잘못일 수 있는 만큼 비판적인 댓글을 수용하고 있다.


게임을 하지 않아도 경험은 지속될 수 있다
기억 속의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되살려내겠다




Q. 장수 게임의 비결로 '유저 소통'을 꼽았다. 오래된 게임을 운영하는 데 있어 그 외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

이제는 PC 기반의 시대가 아니다. 예전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이제는 유저가 PC 앞에 앉아 게임을 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게임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에 대한 접근이 쉬워야 한다. 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했다. 모바일을 통해 게임에 대해 소식을 듣고,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Q. 좀 더 다방면에서 게임을 접할 기회를 만들겠다는 말인가?

이슈를 계속해서 만들고 싶다. '크레이지 아케이드'에 뭐가 생겼다는 소식보다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무엇과 무엇을 했다는 것이 더 힘이 있는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게임팀의 목표 1순위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맞고, 지금까지 그래 왔다. 하지만 이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게임들이 이제 게임의 영역을 넘어서고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도 좋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기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많은 노력을 들여 그 이상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재미있는 게임 모드를 만들어서 홍보하면 게이머에 한정된, 일정한 경계 안에서의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다. 게이머로 한정되지 않고 그 외의 부분과 연결한다면, 그 폭을 더욱 확장시킬 수 있다.


Q. 정확히 어떤 활동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작년에 진행했던 에티오피아 식수 지원과 같은 사회공헌 이벤트를 말하는 건가?

사회공헌 부분도 좋은 시도 중의 하나다.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소통이다.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널에서 이야기되고, 우연히 접하게 된 사람이 유입되고. 예를 들어 넥슨 사옥 1층에 있는 '크레이지 아케이드' 조형물을 보자. 만약 비즈니스 차 방문한 손님이 사옥을 방문했을 때, 조형물이 없다면 그냥 사무실에 왔다가 다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조형물이 있기 때문에 다시금 게임을 떠올리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주고자 한다.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다운받고, 플레이하는 것은 게임 안의 경험이다. 우리는 그 밖의 생활 속에서 그 경험을 지속시켜주고 싶다.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게임에 대한 경험은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굿즈를 통해 자연스럽게 게임을 떠올리는 것 또한 생활 속에 녹아든 게임 경험이다.

Q. '크레이지 아케이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방식인 것 같다.

맞는 말이다.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아닌 다른 게임이라면 좀 어려웠을 거다. 많은 유저들이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는 게임이니까. 유리한 입장이다. 그만큼 언젠가 더 잘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 기억 속에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존재하고 있고, 우리의 일은 그 기억을 다시금 되살리는 것이니까.


Q.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20주년까지 가고 싶다. 그땐 크게 이벤트를 해보고 싶다(웃음). 그리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아직도 서비스하고 있다고 생존 신고할 필요없이 당연하게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으로 알아줬으면 좋겠고(웃음). 무엇보다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크레이지 아케이드'가 오래도록 서비스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유저들이 있었기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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