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게임쇼의 변화와 향방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코로나19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게임 업계를 변화시켰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게임쇼다. 전 세계 수많은 게임사가 코로나19를 맞아 전면 재택근무로 업무 방식을 변화시켰다. 게임쇼 역시 마찬가지다. 수천, 수만의 참관객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었던 게임쇼 역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이제 업계는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과연 코로나19 이후의 게임쇼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앞으로도 계속 온라인으로 될지 아니면 다시금 오프라인으로 돌아올지 누구도 예단하기 쉽지 않다. 올해 첫 온라인으로 개최된 BIC 2020에서는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누고자 별도의 자리를 마련했다.



소미, 순천향대학교 이정엽 교수,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

올해 코로나 팬데믹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였다. 당장 밖에 나가서 누군가를 만나지도 못하게 됐다. 그런 가운데 게임은 큰 타격이 없어 보였다. 온라인으로 즐기면 됐기에. 하지만 게임쇼는 다르다. 수많은 게임쇼들이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준비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팬데믹을 맞았다. 많은 게임쇼들이 연기를 거듭하다가 끝내 행사를 취소했다.

다행스럽게도 BIC는 이에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BIC는 5월 개최한 비트서밋 가이덴을 주목했다. BIC보다 앞서 개최하고 인디 게임쇼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마침 소미와 박선용 대표 역시 비트서밋 가이덴에 참가한 바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후 2개월 남짓한 사이에 빠른 대응에 나선 비트서밋 가이덴에 참가한 느낌은 어땠을까?

"시간이 촉박했음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한 덕분인지 온라인 전환에 성공한 느낌이었다. 단순히 전시를 하고 끝내는 게 아닌, 게임쇼라는 느낌을 잘 살렸다. 보통 게임쇼에 가면 왁자지껄한 분위기, 그런 게 있지 않나. 디스코드로 서버를 만들고 채널을 일종의 부스처럼 꾸몄는데 사람들이 접속하고 각종 채널 메시지가 뜨는 것들을 보고 온라인이지만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초반에 팬데믹이 터지고 나서 준비할 시간도 없이 이뤄진 행사여서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참여해보니 오프라인 행사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가져오는데 많이 심사숙고했구나 싶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쓰고 있는 디스코드라는 플랫폼을 잘 활용했다고 생각했다. 디스코드의 태그를 이용해 공지사항을 띄운다던지 그런 모습들이 마치 게임쇼 현장에서 즐기는 분위기 속에서 여러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그런 현장감이 느껴졌다"




박선용 대표와 소미만이 그렇게 생각한 아닐 것이다. BIC역시 비트서밋 가이덴을 보면서 온라인 개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급하게 준비했지만, 후발주자들에게는 가능성을 보여준 소중한 행사였다.

물론, 모든 게 완벽했던 건 아니다. 디스코드는 애초에 게임쇼를 위한 플랫폼이 아니었기에 자잘한 문제들도 발생했다. 기본적으로는 채팅을 위한 플랫폼이었기에 메시지 등이 휘발된다는 문제와 더불어 수많은 채널을 일일이 돌아다녀야 했기에 아쉬움을 자아냈다.

여기에 온라인 게임쇼가 가진 태생적인 문제도 있었다. 게임쇼는 단순히 게임을 보여주고 끝나지 않는다. 개발자들과 현장에서 만나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혹은 같은 게임을 즐긴 다른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게임쇼만의 경험이랄 수 있다.

"온라인 게임쇼는 그런 면에서 일방통행적인 면이 있다. 개발자가 게임하는 걸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느낌이랄까. 여기에 게임쇼는 어떤 게임을 해볼지 고르는 과정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도 아쉬움이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게임쇼는 개발자에게 있어서 일종의 콘서트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완성한 게임을 전시하고 함께 즐기는 재미가 있는데, 관람객들을 못 보고 내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지 않나. 온라인 게임쇼가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두 개발자 모두 교류라는 측면에서 비트서밋 가이덴은 아쉬움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 도전을 한 게임쇼도 있다. 어메이즈(A. Maze)와 인디크래프트였다. 두 게임쇼 모두 별도의 클라이언트를 통해 가상 공간에서 게임쇼를 개최했다.

"클라이언트를 활용해 가상 공간에서 게임쇼를 개최하는건 장단점이 명확하다. 일단 유지보수를 잘하면 더 많이 게임쇼를 열 수 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함께 즐기는 그런 게임쇼의 느낌을 줄 수 있다. 근데 인디크래프트는 좀 아쉬웠던 게 일단 너무 무거웠고 그 안에서 게임을 해볼 수 있는 게 없었다. 소통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놓친 것 같았다"

가상 현실을 이용하지 않고도 소통을 강화한 인디 게임쇼도 물론 있었다. 올해 게임스컴에서 인디 아레나 부스는 별도의 클라이언트를 제공, 가상 현실과 기존의 방식을 절충하는 안을 내놓았다. 개발자가 자신의 부스를 꾸밀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발자들에게 있어서도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그렇다면 앞선 게임쇼들을 참고한 BIC는 어떨까? 기본적으로 BIC는 가상 공간과 웹페이지를 통해 전시작들을 소개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택했다. 올해 각종 인디 게임쇼에 참가한 소미와 박선용 대표는 이번 BIC의 선택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BIC는 웹 서비스 관점의 게임쇼라고 느껴졌다. 야심한 기획을 한 셈인데, 솔직히 말해 BIC 사무국이나 운용주체가 오프라인 게임쇼만 열어봤지 웹 서비스 게임쇼를 해본 적은 없지 않나. 그런 면에서 경험 부족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가장 아쉬운 점을 굳이 하나 꼽자면 티켓을 구매해야 전시작 리스트를 볼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일단 어떤 게임들이 전시되는지 알아야 티켓을 사고 싶지 않을까?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수정할 수 있다면 수정해주길 바란다"

"선용님이 더 세게 얘기해줘야 얘기하기 편한데(웃음). 인디케이드와 겹치다 보니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BIC는 뭐랄까 휑하다. 인디케이드 트위터를 보면 5~10분 간격으로 각종 정보가 올라온다. 50개 게임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걸 왜 선정했고 플레이 방식은 이렇고 곧 플레이 방송을 할 거다, 24시간 내내 한다. 그런데 지금 BIC 트위터를 들어가 보면 올라오는 정보가 없다. 그냥 이벤트 공지 정도?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같다"

"게임쇼는 밖에서도 알 수 있게 떠들썩해야 한다. 트위터 같은 SNS가 그런 면에서 떠들썩한 분위기를 알리기 가장 좋은 요소인 만큼, 이를 잘 활용했으면 한다"



■ 질의응답

Q. 국내에도 여러 인디 게임 페스티벌이나 공모전이 열리고 있는데 해외 게임쇼처럼 특징 있는 행사가 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보이나.

소미 : 전시작 선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웃 오브 인덱스는 실험성을 중심으로 선정하지 않나. 그렇기에 많지는 않지만, 독창적인 게임이 많이 나온다. 그런 면에서 BIC 역시 선별에 좀 더 공을 들여줬으면 좋겠다. 단순히 많은 게임을 전시하는 게 아닌 색깔이 있는 게임이 나왔으면 싶다.

한편으로는 온라인인 만큼, 좀 더 쉽게 준비하고 만날 수 있지 않나. 게임을 모아서 1년에 한 번 여는 것도 좋지만, 시리즈화해서 여러 번 개최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박선용 : 개인적으로는 BIC의 방대한 규모는 지킬 가치가 있다고 본다. BIC의 특징 중 하나로 아시아 국가의 수많은 인디 게임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온갖 게임이 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방대한 규모 자체가 BIC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우리나라는 너무 흥행성에 얽매여있는 면이 있다. 온라인으로 개최하면서 소규모로 진행하는 것도 가능해진 만큼, 소규모 행사를 지원해주는 형태로 진화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Q.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에도 온라인 형태의 게임쇼가 계속 지속될 거라고 보나.

박선용 : 물론이다. 많은 게임쇼가 이미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온라인, 오프라인 어느 쪽이 낫다거나 그런 얘기가 아니다. 온라인의 장점도 알게 된 거다. 비단 게임쇼만의 변화가 아니다. 마케팅도 그렇지 않나. 예전에는 대형 미디어를 통해 마케팅을 했는데 요즘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다. 가능성을 발견한 거다. 게임쇼 역시 그런 면에서 다양하게 전개될 것 같다.

소미 : 앞으로 더 흥하면 흥했지 없어질 것 같진 않다. 최소한 오프라인과 병행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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