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에픽게임즈는 자체 생태계의 꿈을 꾸는가?

기획기사 | 정필권 기자 | 댓글: 20개 |


▲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Tim Sweeney) 대표

지난 12월 4일, 깜짝 공개된 '에픽 게임 스토어'는 현재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둘 만한 사안이었다. 에픽게임즈의 대표인 팀 스위니가 기존의 런처를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것이란 계획과 더불어, '88%의 수익을 개발사에게'라는 파격적인 수익 분배를 앞세웠기 때문이었다.

에픽게임즈는 이로써 올 한해 두 번이나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회사가 됐다. 지난 8월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하면서 구글 플레이가 아닌 독자 배포를 선택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그리고 모바일 시장에서 탈 구글, 탈 플랫폼이라는 화두를 던진 에픽게임즈는 이제 PC 게임과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 전자 소프트웨어 배급) 시장에서도 포트나이트 때와 유사한 물음을 남기기 시작했다.

ESD라는 새로운 개념을 던졌던 스팀의 시작. 그리고 에픽 게임 스토어가 탄생하기까지의 시장 상황 속에서 에픽게임즈는 어떤 가능성을 봤을까?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어떠한 전략으로 시장에 자리 잡고자 했을까.


ESD 시장의 시작, '스팀'
30%란 수수료의 시작

2003년 정식 출시된 '스팀'은 ESD에는 독보적인 위치를 갖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에는 밸브의 게임들, '카운터 스트라이크', '하프라이프' 등의 멀티 플레이에 도움을 주기 위한 툴로 시작을 하여, 2005년 최초의 타사 게임이 등록되면서 본격적인 플랫폼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덩치가 커지면서 유비소프트, EA, 액티비전과 같은 대형 게임사들도 스팀에서 자신들의 게임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최신 게임들이 연달아 스팀으로 출시되었으며, 자사 플랫폼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스팀을 통한 출시와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에도 일부 유플레이와 같은 플랫폼은 스팀에도 동시에 게임을 출시하고 있으며, 자사의 플랫폼을 추가 실행시키는 것으로 게임을 제공 중이다.

현재 대부분의 게임들이 스팀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다양한 게임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한다는 개념은 수많은 유저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요인이 됐다. 유저들의 수가 보장되니, 더 많은 게임이 스팀으로 출시되었고 이는 곧 스팀 내부에서 하나의 생태계가 구성되는 근본적인 조건이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30%를 챙겨가는 스팀의 수수료는 생태계를 구축한 밸브에 대한 비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이제 게이머라면 다들 쓰고 있을 ESD, '스팀'

스팀의 성장과 더불어 게임 유통 구조 또한 변화하기 시작했다. '실물 CD 제작 - 포장 - 판매점 운송 - 진열 및 판매'라는 유통 구조는 '스팀을 통한 구매 - 설치'로 간략화됐다. 재고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었다. 인터넷 환경의 발달로 바로 게임을 구매하고 내려받는 것에 부담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다양한 국가 화폐와 결제 수단을 지원하며 나날이 덩치를 키워나갔다.

2011년 포브스는 PC 게임 다운로드의 50~70% 정도가 스팀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발표했으며, 시장조사 기업 '스크린 다이제스트(Screen Digest)는 2013년 후반에 모든 PC 게임에 대한 유료 결제 중 15%가 스팀을 통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점유율 또한 75%를 차지한다고 분석했으니, 일종의 독과점이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진 셈이다.

방대한 유저 수와 내부의 콘텐츠는 개발사에게 있어서 기회로 작용했다. 매우 많은 유저가 존재하는 만큼, 자사의 게임이 더 많은 유저들에게 노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추천해주는 것은 물론, 얼리 엑세스와 지금은 사라진 스팀 그린라이트 등으로 신규 개발사의 게임이 출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서 스팀은 플랫폼에 기반을 둔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밸브의 수장 게이브 뉴웰을 두고, '연쇄 할인마'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바로 이 생태계가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익히 경험했다시피, 툭하면 진행됐었던 세일을 통해 더 많은 게임이 판매됐고, 개발사의 전체 수익이 올라가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대규모 세일을 진행할수록 판매량이 점차 증가한다는 자료가 공개될 정도였다. 개발사와 유저, 스팀 모두 WIN-WIN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고, 디지털 유통 시장을 확실하게 다져놓았다는 점에서는 스팀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 '할인'은 어느새 스팀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이후
내부의 변화, 외부의 변화

현재 PC 게이머 다수를 보유하고 있고, 스팀 장터, 부가적인 콘솔 등 다양한 방법론을 가진 스팀은 덩치가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몇 가지 진통을 겪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시동했던 제도들에서 꾸준히 잡음이 나왔다. '그린라이트'의 경우 소규모 게임을 대상으로 제도를 진행했으나, 투표 제도의 악용과 무의미한 게임들이 노출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결국 스팀은 해당 제도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리기에 이른다.

그린라이트를 통과하여 출시된 게임 중, 한화 1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타이틀이 100개가 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제도의 폐지는 갑작스러운 결과이기도 했다. 게임이라는 콘텐츠와 유저의 관계를 밀접하게 연결하고자 했던 스팀 그린라이트 였으나, 투표가 악용되면서 오히려 유저들의 의견과는 정 반대의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유로 스팀은 인증 단계를 거치는 '스팀 다이렉트'라는 제도를 통해 보완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 5년 넘게 이어졌던 그린라이트는 그렇게 떠나갔다.

스팀 다이렉트 또한 출시의 허들을 낮추고자 했으나,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했다. 더 많은 게임이 스팀으로 출시되면서 스팀은 이제 작은 개발사에게 있어 경쟁의 터전이 됐다. GDC 2018에서 강연을 진행했던 노 모어 로봇(No More Robots)의 마이크 로즈(Mike Rose)는 "스팀은 더이상 오아시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게임 애널리스트로 알려진 대니얼 아흐메드(Daniel Ahmad)가 공개한 표 또한 경쟁이 치열해졌음을 알리고 있다. 2017년 11월경, 대니얼 아흐메드는 17년 한 해 스팀으로 출시된 게임의 수가 6,000개를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공개한 표를 보면, 2014년을 기점으로 스팀에서 출시되는 게임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팀 다이렉트가 진행되면서 '매우 간단하거나' 혹은 '선정적 요소가 대부분인' 게임들은 오히려 증가했다. 개발 환경이 변화하기 시작했음에 이유가 있기도 하거니와, 스팀 다이렉트 과정에서 '허접한' 게임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는 방증일 수 있다. 어찌 됐던, 작년 8월과 올해 초를 비교해보면, 더 많은 게임이 출시됐고 동시에 함량 미달의 게임들이 부쩍 늘어났다.



▲ 대니얼 아흐메드(Daniel Ahmad)가 공개한 표

특히, 선정적인 게임은 '검열' 문제가 물 위로 떠올랐다. 올 한해만 성인 콘텐츠(선정, 폭력 등)를 포함하고 있는 게임의 검색이 중지되거나, 출시 제한이 적용되는 등 적극적인 검열이 이루어졌다. GOG 등 다른 ESD에서 무검열 정책을 펼치는 것과는 반대의 모습이었다. 해당 문제는 9월 이후 새로운 리스트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일단락되었으나, 잡음이 있었던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스팀 측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1일 공지한 수수료 할인책은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반응을 낳았다. 그간 유지했던 30(스팀) : 70(개발사) 수익 분배 비율을 업데이트 이후 세분화하여 개발사에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도록 조정하겠다는 정책이다. 다만, 비율 변경 조건은 게임사의 매출 기준이다.

게임이 1천만 달러(한화 약 112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면, 초과분에 한해 25:75의 비율이 적용되며, 수익이 5천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를 초과하면 역시나 해당 초과분에 대해 20:80의 비율로 수익을 분배한다. 패키지, DLC, 인게임 구매 등에서 많은 판매량을 거둘수록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수익 배분 비율이 개선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어디까지나 초과분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30:70이란 비율은 당시에는 적절한 수준이었을지 모르나, 매우 많은 게임이 나왔다가 사라지는 지금에는 개발사에 더 많은 비율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기도 하다.




외부적으로는 다른 플랫폼의 성장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대형 게임사들의 게임들. 특히, 판매량이 어느 정도 보장되던 게임들이 스팀에 출시하지 않고 자사 플랫폼 독점으로 자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4'는 블리자드 앱 독점으로 자리했고, 베데스다의 신작, '폴아웃 76' 또한 베데스다 런처로 출시됐다.

출시 이후 흥행 여부를 떠나서, 스팀을 벗어나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자신들이 개발하거나 지원책을 통해 출시한 게임을 서비스하는 '유플레이', '베데스다 런처' 등에 이어서 디스코드가 '디스코드 스토어'등을 런칭하며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그리고 12월 첫째 주, 에픽게임즈가 '에픽 게임 스토어'를 갑작스레 공개하며 올해 플랫폼 전쟁의 클라이맥스를 찍었다.


압도적인 수수료의 ESD '에픽 게임 스토어'
수수료 12%라는 강력한 무기 + α

에픽게임즈가 갑작스레 공개한 '에픽 게임 스토어'는 88:12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들었다. 더불어 최근 몇 년간 게임 엔진을 이용한 소규모 개발이 증가한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보조적인 장치들도 갖췄다. 에픽 게임 스토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12%라는 파격에 가까운 수수료다.

시장에 뿌리를 내린 ESD가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30%가 아닌 12%라는 수수료는 충분히 메리트를 가질 수 있다. 게다가 언리얼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서 한 수를 더 둘 수 있게 됐다. 현재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게임을 개발할 경우 받고 있는 로열티를 '에픽 게임 스토어'에 출시 시 면제해준다는 정책이다. 이는 엔진을 보유하지 못한 개발사에 매우 커다란 이익이 된다.

12% 수수료를 주는 데에 엔진에 따른 제한은 없다. 즉, 어떤 엔진을 사용해서 개발하든 간에 에픽 게임 스토어에서는 수익 88%가 개발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중순에는 언리얼 엔진 마켓 플레이스의 수익 배분률을 12%로 인하한 바 있으니, 그것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가 말한 것처럼 "공정한 경제성을 지는 스토어, 플레이어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스토어"를 목표로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따라서 에픽 게임 스토어는 다른 스토어들이 가지고 있던 권한을 개발사에게 이양한다. 뉴스피드는 물론, 스토어가 노출 게임과 정보를 제한 및 결정하는 행위도 지양한다. 모든 뉴스피드는 개발자가 입력 및 수정을 할 수 있으며, 교차 마케팅과 유료 광고 등도 사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불어, 새로운 플랫폼이기에 다른 게임과의 경쟁도 상대적으로 적다.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어 정보의 홍수와 같은 스팀보다는 아직 게임이 적은 플랫폼으로 가는 것이 상대적으로 이득일 수 있다. 자신의 게임이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판매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기종이 다르기는 하지만, 2017년 3월 출시한 닌텐도 스위치로 많은 인디 게임이 이식됐고 유의미한 판매량을 거뒀다는 점을 생각하면, 에픽 게임 스토어로 입점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해, 이미 스팀에 게임을 출시했다면, 에픽 게임 스토어로 추가적인 출시를 하는 것은 손해를 볼 것이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무기 '독점'
이름있는 인디 개발사의 이탈




파격적인 수수료, 신규 플랫폼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첫걸음을 내딛는 에픽 게임 스토어는 공개 당시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스토어에 사람들을 모객하기 위한 타이틀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포트나이트'의 성공으로 에픽 게임 런처로의 유입은 될 수 있었겠으나, 정작 스토어 내부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게임들이 부족했다.

에픽게임즈는 이를 독점작이라는 형태로 가져간다. 그것도 매우 공격적인 형태로 말이다. 첫 공개 당시에는 구체적인 라인업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 12월 7일 '더 게임 어워드'를 기점으로 나온 에픽 게임 스토어의 라인업을 보자. 인디 게임으로 분류되는 장르에서는 충격적일 만한 독점작들이 여럿 존재한다.

인디 게임으로는 큰 성공을 거뒀던 '슈퍼 미트 보이'의 후속작 '슈퍼 미트 보이 포레버'는 에픽 게임즈 독점으로 2020년 4월 출시될 예정이며, PS 독점작으로 게이머와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저니' 또한 독점으로 제공된다. 저니의 경우, 최초로 PC로 이식되는 것인데다 아직 다른 플랫폼으로의 출시가 공표되지 않은 상태다.

'염소 시뮬레이터'로 컬트적인 인기를 얻은 커피 스테인 스튜디오의 신작, '새티스팩토리(SATISFACTORY)'도 에픽 게임 스토어 런칭작으로 합류했다. 새티스팩토리는 에픽 게임 스토어 독점작으로 나오는 것이 확정되면서 당초 스팀에 올라왔던 제품 페이지는 삭제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베스천과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신작 '헤이드(Hades)'는 에픽 게임 스토어에서 앞서 해보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개발사의 이름 또는 전작만 들어도 관심을 둘만 한 독점작들은 게이머들에게 있어 에픽 게임 스토어를 이용할 만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최소한의 완성도를 보장하는, 소위 '개발사의 이름만으로 믿고 플레이하는' 게임들을 내세우면서 이용자들을 모을 수 있는 최소한의 무기를 갖췄다.

더불어, 인터뷰를 통해 팀 스위니 대표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2019년에는 2주에 1개 정도 무료 게임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료 게임을 출시하기 위한 투자도 현재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이득을 제공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에픽 게임 스토어의 미래는?
넘어가야 하는 요소들

세부적인 내용이 공개될수록, 에픽 게임 스토어는 파격적인 수수료만을 앞세운 것이 아니라 내실을 갖춰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포트나이트'에서 쌓아온 여러 결제 수단, 환불 시스템과 노하우를 에픽 게임 스토어에서 활용하며, 수작 인디 게임을 독점 제공하는 것을 필두로 내실을 한층 더 갖추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개발자들은 물론이고 이용자 면에서도 충분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은 존재한다.

현재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플랫폼의 파편화 문제다. 스팀이 최초로 호응을 받았던 이유는 '관리의 용이함' 이었다. 이리저리 나뉘어있던 패키지를 하나의 라이브러리에서 관리하고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 이용자들에게 장점이 됐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각 게임사에서 관리하는 런처,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이용자들은 관리의 불편함을 걱정하고 있다.

신작들이 각 회사의 플랫폼으로만 출시될 경우, 게임 관리는 계속해서 파편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스팀', '유플레이', '베데스다 런처', '블리자드 앱', 'GoG', '오리진'등 몇 개의 프로그램을 나누어 게임을 구입 및 실행하는 번거로움이 늘어난다. 이는 해당 스토어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는 굵직한 독점작 또는 지속적인 접속을 유도할 수 있는 타이틀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일단 포트나이트가 있긴 하다.

그러나 에픽 게임 스토어에는 아직 '포트나이트'를 제외하면 정식 서비스되는 킬러 타이틀이 부재한 상황이다. 인디 독점작으로는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파라곤'은 개발이 완전히 중지된 상태고, '언리얼 토너먼트' 또한 개발이 보류된 것이 공지되면서, 포트나이트 외에도 이용자를 플랫폼으로 유입시킬 만한 메인 스트림 타이틀이 필요해 보인다.

이외에도 이용자 간의 커뮤니티보다는 개발자 위주로 운영될 예정이라는 점도 고민할 만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개발자에게 분명한 이득이 될 수 있는 것은 맞으나, 이용자들이 에픽 스토어에서 얼마나 상주할지는 알 수 없다. 에픽 게임 스토어는 현재 포럼과 같은 커뮤니티를 개설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으며, 문의나 커뮤니티 등은 현재 자리 잡은 페이스북, 디스코드와 같은 별도 플랫폼과 연동되어 서비스될 예정이다.


'탈'을 넘어서 생태계 구축으로
에픽게임즈는 생태계의 꿈을 꾸는가

에픽게임즈가 내려놓은 한 수는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30%라는 비율로 가져가던 수수료를 12%까지 낮추는 파격적인 결정은 새로운 생태계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어 보인다. 더불어, 포트나이트로 촉발된 탈 구글 추세까지 고려하면 노리고 있는 지점은 분명하다. '탈 플랫폼'을 시작으로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생태계를 꾸리는 것이다.

포트나이트로 촉발된 탈 구글 현상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에픽게임즈는 금일(11일) 모든 국가 앱스토어에서 인피니티 블레이드 트릴로지를 삭제하며, 탈 플랫폼이라는 목적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줬다. 공식 발표에서는 이번 제거 이유를 "앞으로 인피니티 블레이드에 대한 개발 지원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깊게 생각해보면 스토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iOS 삭제를 두고, 혹자는 PC 출시를 예상하기도 했다.

따라서 에픽 게임 스토어는 단순히 12% 수수료를 앞세운 스팀의 대항마라는 것에 의미를 둘 것이 아니다. PC와 Mac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와 같은 오픈 마켓으로의 진출도 앞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시작된 에픽게임즈의 탈 플랫폼. 그리고 생태계 구축을 위한 플랫폼화. 언리얼 엔진이라는 개발적 기반과 포트나이트라는 타이틀은 새로운 기준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이후 에픽게임즈의 행보에 주목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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