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짧고 재밌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 아키에이지 '노르예트 무한대전'

인터뷰 | 허재민,김수진 기자 | 댓글: 19개 |


▲조규석 기획자(좌), 노을 기획자(우)

"딱 플레이를 했을 때 그 시간이 즐거웠으면 되는, 이런 코드가 요즘 통하는 것 아닐까."

송재경 총괄PD는 '요즘 통하는 코드'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짧고, 플레이한 시간이 즐거운 콘텐츠 정도가 적절한 셀링 포인트라고. 재미없더라도 미래의 즐거움을 위해 묵묵히 성장하는 기존 MMORPG의 코드는 낡은 것이 되었고, 이제는 플레이한 시간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히라마 칸드 최후의 날과 동시에 업데이트된 '노르예트 무한대전'은 이러한 고민과 함께 만들어진 콘텐츠다. 기본 5대5로 진행되는 PVE 콘텐츠로, 무투회 콘셉트의 인스턴스 던전이다. 지난 12월 진행된 '아키인의 밤' 행사에서는 팀별로 타임어택으로 성적을 겨루는 노르예트 무한대전 이벤트 매치가 진행되기도 했다.

엑스엘게임즈의 조규석 기획자와 노을 기획자는 이번 노르예트 무한대전 콘텐츠의 개발자로, 시나리오, 맵 제작, NPC 제작 등 다양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좀 더 다양한 전략과 기술을 써볼 수 있도록, 우울한 분위기가 아니라 밝은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도록, 스킵하더라도 조금이라도 기억에 남는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인터뷰에서는 노르예트 무한대전과 그 외 개발 중인 콘텐츠에 많은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르예트 무한전장, 기획부터 통계까지
개발자들이 '진실의 방'으로 갈뻔한 이유는?

작년 12월 진행된 '아키인의 밤' 행사에서 유저들을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소감은 어땠나?

조규석 : 사실 행사를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처음 해보는 자리다 보니. 분위기는 좋았다. PVE인데 PVP처럼 보이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도 처음이고. 사실 RPG는 중계하기 좋은 게임이 아니지 않나. 노르예트 무한대전은 특이하게 e스포츠같은 특징이 있더라.


처음 기획 단계부터 이벤트 매치를 염두에 두고 만든 콘텐츠였나?

노을 : 전혀 아니다. 처음에는 NPC 모델을 고블린같은 외형을 만들려고 했다. 캐릭터가 아니라. 그랬던 만큼 이렇게 e스포츠처럼 활용될 수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매치에서 유저분들이 흥미진진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은 좋았던 것 같다.



▲작년 12월 '아키인의 밤' 행사. 노르예트 이벤트 매치는 조규석 기획자가 직접 해설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경쟁 콘텐츠를 또 만나볼 수 있을까?

조규석 : PVP 콘텐츠도 다른 팀에서 계속 준비 중이다. 그런 콘텐츠들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 예로, 작년 12월부터 진행했던 눈싸움 전장은 사내에서도 상금을 걸고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눈싸움 전장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었던 콘텐츠였던 만큼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이런 경쟁 콘텐츠는 앞으로도 추가될 예정이다.


노르예트 무한대전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노을 : 노르예트 무한대전은 하라마 칸드 최후의 날과 업데이트 날짜가 같았다. 기획단계에서는 히라마 칸드가 먼저 나왔는데, 암울한 콘셉트였다. 이와 반대로 노르예트 무한대전은 매일 하는 콘텐츠니까 밝은 분위기에서 해볼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했다. 사실 아키에이지에서 밝은 분위기의 콘텐츠가 많은 편이 아니라서(웃음).

조규석 : 에아나드 도서관 콘텐츠가 업데이트 됐을 때 아차, 싶었다. 암울한 분위기에서 55레벨까지 성장시켜야 한다니! 그때부터 던전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던 것 같다. 향연의 뜰부터 이후로도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와 밝고 명랑한 분위기의 콘텐츠를 함께 가져가고 싶다.

한편, 현장에서 보충된 내용으로는, 송재경 대표가 아키에이지의 총괄PD로 복귀함에 따라 조금 달라진 방향성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몰입도 있고, 어두운 분위기의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짧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것.

또한, 노르예트 무한대전은 전체적으로 20~30% 유저가 플레이하고 있으며, 아직 성장 중인 에안나 서버의 경우 이보다 조금 낮은 15%로 나타났다.


노르예트 무한대전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어떤 부분에서 좋게 평가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노을 : 먼저 외적으로 말씀드렸던 밝은 분위기나 연출이 좋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말 내가 대전을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라운드를 클리어했을 때 NPC들이 환호하기도 하고.

조규석 : 전투에 대해서는 기존의 인던과 달리 CC기가 통하는 보스가 등장한다. 기존에는 단순히 데미지 값이 큰 기술들 위주로 전투가 이루어졌는데, 노르예트 무한대전에서는 모든 CC기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CC가 통하는 몬스터가 등장해 전략을 구상해볼 수 있는 인던이 된 것 같다.

또한, 5대5 전장 느낌으로 만들어져 한 라운드마다 몰입감 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 보스몬스터를 먼저 잡을 것인지, 그 외 몬스터를 먼저 처치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하고, 그동안 사용되지 않았던 기술들도 다시금 조명됐다.




▲"밝은 분위기의 콘텐츠로 만들고자 했다"

앞으로도 그동안 등한시되었던 스킬들이 더욱 조명될 기회가 있을까?

조규석 : 이전에 철벽 기술이 개편되면서 계승자 기술 중 방패 휘두르기로 적의 cc기를 끊으면서 탱킹할 수 있게 됐는데, 타수가 느리지만 강력한 공격을 하는 몬스터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다. 다음에는 이 부분을 활용할 수 있는 몬스터를 만들어보고 싶다.


현재 노르예트 무한대전의 난이도는 적당하다고 판단하나?

조규석 : 테스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유저들이 너무 빨리 클리어하면 진실의 방으로 끌려간다'는 말이었다. 첫날부터 끌려갈 뻔 했다(웃음). 유저들은 항상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업데이트 날 저녁쯤에 깨질 줄 알았는데, 점심 먹기 전에 클리어 되더라. 그렇게 진실의 방에 가게 되고...

지금 통계를 보면 난이도는 적정한 편이다. 앞서 플레이하는 유저가 30%정도 인데, 그중 40층을 깬 유저는 15%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예전부터 내부에서 밸런스를 잡을 때 기준으로 하는 게 있다. 사내 테스트에서 아슬아슬하게 깨지 못할 정도의 난이도면 적당하더라. 게임 많이 하는 사람들로 모아놓고 테스트하는데도 그렇다.



장비 레벨에 따라서 체감이 달라지는 만큼 많은 유저가 즐길 수 있는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조규석 : 너무 몬스터가 세서 깨지 못하게 되면 또 문제니까. PVE 콘텐츠는, 우리는 어쨌거나 져야 하는 콘텐츠다. 하지만 잘 져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WOW처럼 시즌제 게임과는 또 다른 문제다. 시즌마다 강한 요소가 있고 그에 어울리는 몬스터를 만들면 되는데. 우리는 낮은 레벨의 유저부터 아주 강력한 유저까지 모두 함께 플레이하는 상태에서 적정한 레벨을 맞추어야 한다.

이전에 아란제비아는 너무 어려워서 클리어한 유저가 많지 않았다. 공들여 만든 콘텐츠인데 즐기는 유저가 소수라는 건 우리에게도 득이 안된다.





가장 까다롭다고 생각하는 라운드나 보스가 있다면?

조규석 : 34라운드에 등장하는 졸개 몬스터의 특징이, 생명력이 낮아지면 관에 들어가는데, 아군이 모두 관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불사상태가 된다. 따라서 한 번에 모아놓고 동시에 죽여야 할 필요가 있는데, 유저 반응을 보면 이 부분이 조금 까다롭다는 평가가 있었다.

또한, 20라운드에 등장하는 왕세자 이산. 치유 장판 밖으로 끌어내서 처치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유저들의 첫 장벽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르예트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치유 능력이 있어서 치유 감소기를 잘 걸어주는 유저가 딜을 많이 하는 유저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파티 구성에 따라서 공략 효율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유리한 조합이 있다면?

조규석 : 광역 공격이 되는 마법사가 인기가 좋다. 흑마법사가 가장 많이 기용되고 있고. 반면 원거리 딜러가 할 게 없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이전까지 대부분 단일 캐릭터를 상대하면서 장판 패턴의 공격을 피해 딜을 넣는 콘텐츠였다면, 이번에는 제한시간 내 5마리를 잡아야 하니까. 그만큼 단일 타겟 원거리 딜러가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이후 추가될 라운드에서 활약해볼 수 있을까?

조규석 : 노르예트 무한대전의 상위단계는 원거리 딜러나 탱커가 활약할 수 있는 몬스터로 구성해보고 싶다. 앞으로 10단계 보스는 두 종류로 구상 중인데, 그중 하나는 유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만든 몬스터다. 두 번째 몬스터는 비밀인데, 연출이 볼만할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웃음).

업데이트는 4월 즈음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토리,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앞으로의 PVE 콘텐츠는 어떻게?




그럼 전투 외의 부분에 대해서, 연출이나 스토리 부분에서는 어떤 부분을 고민했는지 궁금하다.

노을 : 노르예트 무한대전은 보스 회전별로 출전 시나리오가 있다. 그 부분을 표현해주고 있어서 비고 노르예트의 대사나 그 외 캐릭터들의 대사를 통해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다. 재미있는 시나리오였는데, 표현 부분에서는 조금 미흡했던 것 같아서 계속 고민 중인 부분이다.

조규석 : 사실 매일 반복하는 콘텐츠인 만큼 스토리 몰입감을 주기는 어렵다. 아무리 재밌어도 여러 번 반복하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니까. 노르예트의 시나리오는 '그냥 생략하게 되더라도 반복을 통해서 이야기를 눈치챌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로 구성됐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대충 어떤 내용인지 감을 잡을 수 있도록.


이전 송재경 총괄PD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내러티브에 좀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실무자로서 체감되는지.

조규석 : 방법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우리가 계획한 것과 유저가 실제 플레이할 때 느껴지는 것은 다르니까. 반복하는 콘텐츠에는 기억해야 할 요소들을 담고, 감동적인 경험은 메인 퀘스트에서 전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스토리 설정이 잘 짜여지는 것만큼 어떻게 전달되는가도 중요하다. 특히 싱글플레이 게임과 멀티플레이 게임은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히라마 업데이트는 전체적인 스토리 줄기를 오래전부터 짜왔던 업데이트로 서부, 최후의 날, 그리고 동부로 확장해나갔다. 이전까지 아키에이지 업데이트 중에서 몇 달에 걸쳐 하나의 테마를 풀어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확실히 텍스트보다는 맵의 디자인과 분위기와 같은 보여지는 요소로 스토리를 전달해야 하는 부분도 중요할 것 같다.

노을 : 노르예트 무한대전은 실시간 연출과 분위기, 몬스터와 싸울 때 나오는 대사를 적극 활용했다. 축제 같은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나무로만 만들어진 간이식 의자, 꽃가루가 흩날리는 축제 분위기 등.

조규석 : 메인 스토리에서 만났던 등장인물들이 관중석과 같은 곳에서 섞여 등장하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몬스터나 주변 인물들이 스토리와 연관된 대사를 말하고, 다시금 오래전 잊었던, 스킵했던 스토리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자 했다.




개선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노을 : 현재 콘텐츠의 제한시간이 한 시간인데 이에 대한 UI를 추가하지 못했다. 비고 노르예트의 진행대사로 '30분 남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전달되는데, 좀 더 시간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조규석 : 발견된 지 조금 지난 버근데, 어떤 특정 라운드를 클리어하고 나면 더는 몬스터를 부를 수 없는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버그가 없도록 수정하고 있다.


그 외 만들어보고 싶은 콘텐츠나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조규석 : 노르예트 무한대전의 경우 라운드를 추가하는 것 외에는 예정된 바가 없다. 그외에는 PVE 콘텐츠를 몇 가지 고려하고 있다. 여럿이 하는 콘텐츠 외에도 혼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고려 중인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안의 범위에서 즐길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빠르게 업데이트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사실 작년 상반기 나는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기간에 '프로스트 펑크'라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 플레이하면서 눈물이 나오는 게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우울하지만 극복했을 때 감동적인 게임.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엑스엘게임즈로 돌아가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돌아왔다.


엑스엘게임즈로 돌아왔을 때는 느낌이 어땠나?

조규석 : 하반기 초에 돌아와 히라마 칸드 최후의 날의 스토리를 보니, 동굴로 대피하는 내용을 담고 있더라. 아키에이지에 이런 스토리도 있었구나, 어떻게 이렇게 내가 원했던 것들이 준비되어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홀린 것 같았다.

사실 유저들에게 충분히 감동을 전달했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진중한 분위기보다는 와글와글한 분위기로 플레이 되더라. 확실히 싱글플레이 게임과는 다르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유저들이 그렇게 즐긴다면 억지로 푸시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방향성을 들어보고 싶다.

노을 : 현재 종족 퀘스트와 메인 퀘스트에 대한 폴리싱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심리스에서도 메인퀘만 하면 종족의 스토리를 알 수 있게끔 만들어보고 있다. 앞으로는 이쪽에 집중할 것 같다.

조규석 : 4월에 노르예트 무한대전의 신규 몬스터를 추가하고, 앞서 말한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인던 콘텐츠 작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기존 인던처럼 전 단계를 클리어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는 방식이 아니라, 제한된 시간 동안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장비 레벨이 높든 안 높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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