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절실함 속에 탄생한 '데빌북'

인터뷰 | 강민우 기자 | 댓글: 48개 |



대작 마케팅을 위해 수십억 원을 투자하는 국내 모바일시장에서 중소 게임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뒤가 없는 일부 해외 업체에서는 '선정성' 광고로 유저들을 현혹하긴 합니다. 하지만, 미래를 도모해야 하는 국내 업체들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아니죠. 개발사 스타터에서 최근 출시한 '데빌북'은 공개 초기 손으로 스케치한 느낌의 2D 셀애니메이션 그래픽을 선보여 화제가 되었던 게임이었습니다. 뻔한 3D그래픽 보단 확실히 이게 낫죠. 다음 스텝은 게임에 대한 내실 다지기인데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열심히 게임을 다듬고 있는 스타터 권상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절실함 속에 탄생한 '데빌북'
일본 출시 이후 큰 위기감, 생존을 위해서라도 과금 모델 개편






◆ 스타터 권상구 대표(GM 빵봉투)

출시 소감을 먼저 듣고 싶습니다. 어떤 개발사 대표님은 애 낳는 심정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 4년 동안 데빌북이라는 타이틀 하나만 개발했지만 유저분들께서 만족 할만한 게임을 만들 수 있을 지 늘 마음졸이면서 개발을 하다가 출시를 한 것이라 그런지 시원섭섭한 느낌입니다.

드디어 출시를 해서 유저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시원한 부분이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들을 개발하고 싶었던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플레이 해 주셔서 굉장히 기쁩니다.



국내 출시에 앞서 일본이라는 큰 시장에 먼저 출시 했는데 많은 교훈을 얻었을 것 같습니다

= 이렇게 말씀드리면 유저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매출이 안나오면 게임이 잘되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종종 일본 기사를 번역해서 소식을 알고 계신 분들이 계시지만 첫달에 30만 다운로드 이상 달성할 정도로 반응은 좋았습니다만 그에 비해서 매출이 너무 낮았습니다. 과금을 적게 하고도 게임을 즐기는데 문제가 없도록 하자는 마인드로 만들었는데 그게 과해서 저희가 먹고 살기 힘들정도로 만들어 버린거죠. 유료 게임이 아니라면 먹고 살기 위한 부분은 고려해서 상품을 구성하는게 중요하다는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과거 '탭탭 데빌북' 시절에 진행한 인터뷰를 찾아봤는데요. 지금 버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출시까지 많이 고민했거나 타협했던 콘텐츠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 가장 힘들었던 것은 3개의 캐릭터가 팀을 이루고 오픈월드에서 전투하는 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었습니다. 팀을 구성하여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위,바위,보 속성을 추가했습니다. 골고루 성장할 수 있도록 캐릭터 별로 직업을 부여했구요.

팀을 성장 시키기 위한 노력이 캐릭터를 하나만 키우는 게임과 비슷할 수 있도록 보상 벨런스를 잡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난이도와 반복 플레이의 시간을 결정하는 요소인 만큼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먹고 살만큼 매출을 내기 위한 타협점도 필요했습니다.





지금 개발팀에서 최우선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 다수의 플레이어가 즐기기 가장 좋은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협동 플레이 만큼이나 경쟁 컨텐츠가 필요하더라구요. CBT에 잠시 추가했던 PK 시스템을 잘 다듬어서 라이브에 출시하는 것과 길드가 경쟁할 수 있는 컨텐츠 역시 구상중입니다. 여건이 된다면 개발인원을 조금 더 확보해서 하우징 시스템을 넣어보는 것도 개인적인 욕심입니다.


권상구 대표, 홍보 어려웠는데 찾아와준 유저들에게 감사
데빌북, 다음 콘텐츠로 신대륙 준비 중...느리지만 차근 차근 업데이트 하겠다




출시 초기에 리세라마 이야기도 많이 나왔고 3명이 한팀이라 캐릭터가 많아도 높은 등급 캐릭터를 먼저 키울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소위 말하는 애정캐를 키우게 되더라도 나중에 충분히 써먹을 수 있을까요?

= 기본적으로는 모든 캐릭터들을 성장시키면 각자의 역할을 조금씩 가지도록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향후 각종 컨텐츠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캐릭터들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필드 전투가 중심이라 필드 사냥에 좋은 효율을 보이는 캐릭터들이 선택받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모든 캐릭터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벨런스와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콘텐츠 수급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 앞에서 말씀드린 경쟁을 위한 시스템을 우선 준비할 예정입니다. 그 외에 신규 대륙이 준비 중입니다. 데빌북을 즐겨보신 분들은 이제 다들 아시겠지만 그래픽 스타일이 이미지 한장한장 다 그려서 만들어내는 게임이다보니 몬스터 역시도 굉장히 수고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금방 신대륙 업데이트가 된다고는 약속을 드리기 힘들지만 사이사이 신규 시스템을 준비하면서 대륙을 준비해나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소한 불만들이 좀 있는데요. 예를 들어 UI가 전체적으로 작아서 클릭할때 실수가 나오거나 아이템 레벨업을 할때 필터가 매번 리셋되어 다시 작은 글씨를 클릭할때 불편하더군요.

= UI의 크기가 지금보다는 컸으나 크기가 크게 들어가게 되니 게임화면을 많이 가리게 되어서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깔끔한 UI가 만들어 졌는데요. 많이 사용하는 버튼의 크기와 잘 사용되지 않는 버튼의 크기를 조금씩 조정해서 편의를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고민해 보겠습니다. 팀 UI 디자이너가 작은것을 많이 걱정했었는데 최근 나오는 MMORPG들이 PC게임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작은 UI가 많아서 방심했습니다.


자동 게임이지만 게임내 채팅이 굉장히 활발해서 놀랐습니다. 매그로식 글은 거의 없고 일상 채팅이 꽤 올라오더군요. 특별히 커뮤니티를 활성화 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을까요?

= 아직 특별한 홍보나 활동을 하지 않아서 별다른 노력을 쏟은 부분은 없습니다. 그리고 홍보를 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지만 보도자료가 나간 것 만으로 벌써 1만 다운로드 이상이 발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계십니다. 게다가 비속어 필터에 너무 쓸데 없는 부분까지 적용이 되어 있다는 부분 때문에 대화가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계셔서 비속어라고 하기 애매한 부분까지는 조금씩 완화 해 나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팅이 활발한 것은 데빌북의 독특한 그래픽 스타일의 게임이라는 특징이 많은 분들께 매력적으로 다가간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과거에 했던 게임을 떠올리면 접속해 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추억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고 계신듯 합니다. 그리고 파티 플레이를 할 때 어려운 컨텐츠를 해결할 수 있다보니 파티를 모집하기 위한 요청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그러면서 대화가 많이 이루어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가 미숙하게 준비한 요소들 때문에 많이 혼나고 있기도 합니다.





고레벨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캐릭터 강화의 필요성이 높아지는데 등급을 올리기 위한 영혼석 수급은 생각보다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 당장 사용하지 않는 캐릭터의 영혼석을 교환할 수 있는 수수께끼 영혼석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리고 길드에 가입하면 소량이지만 매일 캐릭터의 영혼석을 지원받을 수도 있습니다. 매일 광고를 보고 받을 수 있는 영혼석과 함께 꾸준히 모으다보면 캐릭터 등급을 올릴 수 있는 영혼석을 모을 수 있습니다. 게임 내 몇 안되는 매출 포인트다보니 만족스러울 정도의 영혼석을 모으기는 힘들지만 천천히 모아나간다면 캐릭터의 획득부터 승급까지 무과금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초기에 앱플레이어로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많은데 지원되지 않은 곳이 많아 불편하게 생각하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 CBT에서 정상적으로 동작하던 앱플레이어가 무슨 이유로 갑자기 동작을 안하게 되어서 저희도 당황했습니다. 구글 로그인이 제대로 안되는 문제였고 관련 라이브러리 업데이트를 통해서 해결했습니다. 지금은 문제없이 접속이 가능합니다.


런칭 시점에 서버 점검도 자주 이루어졌고, 불편한 점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 런칭 초기에는 아직 홍보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인데 엄청나게 많은 분들께서 데빌북을 찾아주셔서 준비한 서버가 부족했습니다. 유저분들께 죄송하지만 서버 증설을 위해 몇차례 점검이 있었습니다.

그 뒤에는 버그와 운영 상의 문제였습니다. 유저분들은 당연하게도 개발자들처럼 딱 의도한대로만 플레이를 하지 않으셨고, 그 중에는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는 부분들 또한 일어났습니다. 그러한 부분들을 빠르게 수정하고 형평성 문제가 최소화 되도록 하기 위해서 몇차례 점검이 진행되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버그가 많아 많은 꾸중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로 인해 신규서버를 요구하시는 유저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신규 서버는 실수할 때 오픈하는게 아니라 사용자가 많아져서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생한 동료들과 함께 해준 유저들 감사..."더 노력하겠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느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해서 더 나은 데빌북이 되겠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정말 어렵게 한국 출시까지 무사히 마쳤습니다. 아 자리를 빌어 고생한 팀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어가는 과정을 함께 해 주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휘발유 냄새나는 사무실에서 두통을 겪으며 개발을 하고, 추운 화장실에서 덜덜 떨며 볼일을 보기도 하고, 해외에 나가 다리가 퉁퉁 붓도록 돌아다니며 홍보도하고, 돈이 없어서 월급도 제대로 못받아가던 시간을 거쳐서 많은 고생을 하게 만들어서 미안합니다. 데빌북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앞으로는 조금은 덜 고생하고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데빌북을 즐겨주고 계신 유저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데빌북을 즐겨주고 계신 모험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엄청난 대작 게임은 아니지만 정성들여 한땀한땀 만든 게임을 칭찬해 주시고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느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해서 더 나은 데빌북이 되어 계속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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