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디지털 치료제'될 수 있을까

게임뉴스 | 박광석 기자 | 댓글: 7개 |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조승래 의원실이 공동주최하는 '디지털 치료제 연구조사 결과 발표 및 토론회'가 금일(23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됐다. 행사의 모든 순서는 인기협 네이버 TV 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방식의 건강관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게임 및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의 성장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의 '디지털 치료제(DTx) 연구조사 결과'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발표 이후에는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장병희 교수가 좌장을 맡아, 과기정통부 생명기술과 이병희 과장, 식약처 첨단의료기기과 강영규 팀장, 콘텐츠진흥원 박혁태 팀장, 보험 연구원 김규동 연구실장, 주식회사 에임메드의 신재원 대표, 법무법인 디라이트 조원희 대표변호사가 패널로 참석하여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 활용 촉진에 관한 각 계의 입장을 발표했다.


'디지털 치료제(DTx)'란?
디지털 기술이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는 '치료 약물'로 사용된다




행사의 첫 순서로 중앙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가 강단에 올라 '디지털 치료제'란 무엇인지 소개하는 내용의 발표를 진행했다.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과 치료제의 합성어로, 디지털 기술을 치료 약물로써 활용하는, 이른바 '디지털 알약'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디지털 치료제로 정의되려면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는 고도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독립적 사용이 가능하며, 치료를 위해 다른 약, 기계와 혼용이 가능',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거쳐 효능, 사용 목적, 위험도 검증을 거침'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만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실제 약물의 정의와 대부분 같다. 다만 화학적 재료가 아닌, 디지털 재료가 주 원료가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헬스케어'와 디지털 치료제가 어떻게 다른 건지 혼동이 생길 수 있다. 한덕현 교수는 헬스케어라는 큰 범주 안에 디지털 치료제가 포함되는 것이며, 같은 디지털 헬스 분류 속에서도 엄밀히 구분하면 원격 의료나 원격 진료와도 별개의 범주에 두고 봐야 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또한, 디지털 치료제는 SaMD, 즉 하드웨어 없이 의료기기의 목적을 수행하는, 하나 이상의 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기능성 게임들이 디지털 치료제로 함께 주목받고 있다. 사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알고리즘 자체가 의료 행위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한덕현 교수의 주장이다. 눈앞에 나타난 포켓몬에 몬스터볼을 던지듯 '변수'에 대응하는 것이 게임의 방식이 되곤 하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환자가 아픔을 겪는 원인을 찾고, 증상을 치료하는 의료 행위와 매우 닮아있다.

실제로 게임의 요소와 원리를 게임이 아닌 영역에 활용하는, 즉 '게임화' 측면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미국 FDA를 통해 ADHD 치료제로 등록된 Akili의 'EVO'부터 약물 중독자들의 치료용으로 활용되는 Pear의 'reSET' 등이 대표적이다.

한덕현 교수는 이외에도 유방암 환자들에게 약의 효능과 부작용, 그리고 부작용을 멈출 수 있는 활동을 가르치는 '알라부', 강박증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힛 더 치킨' 등의 작품을 소개하며 몇몇 게임은 실제 약물치료와 같은 수준의 치료 효과를 입증한 바가 있다고 덧붙여 소개했다.

다만 여전히 팽배해있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고, 게임으로 치료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더하기 위해 앞으로도 일반 대중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의 최근 국내외 동향을 소개했다. 현재 국내외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2조 6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 연평균 2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2026년에는 약 11조 8천억 원 규모의 시장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 학계 지원 77%로, 대부분 ADHD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현병, 우울증, 양극성 장애 치료를 위한 파일럿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이 막 공포된 상태다.

그는 앞으로 대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디지털 치료제 도입 관련 규정을 체계화하고, 처방 기준을 확립하여 보험 적용 기준을 분명히하는 것은 물론, 보안이 중요한 의료 정보의 안정성에 대한 관리 기준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디지털 치료제' 어떻게 활용될까?
과기부, 식약처, 콘진원 등 기관별 활용 촉진 방향 공개




주제발표가 끝나고, 여섯 명의 패널들이 참여하는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패널토론에서는 각 기관별로 '디지털 치료제' 활용 촉진을 위해 저마다 어떤 계획을 준비 중인지 들어볼 수 있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 치료제' 관련 R&D 투자 추진, 총 580억 원 규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의 조아람 사무관은 국내외에서 디지털 치료제가 뜨겁게 떠오르는 분야임에도 해외와 비교했을 때 기술 격차가 현저히 벌어져 있다며, R&D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과기부는 오는 7월부터 시작하여 두 개 분야에 R&D를 추진할 예정이다. 첫 번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두된 코로나 블루 등 정서 장애 및 정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R&D 과제로, 오는 7월에 착수한다. 통합 치료 플랫폼 개발이 목표이며, 총 280억 원 규모로 오는 25년까지 4년간 진행된다.

두 번째는 자폐 아동의 문제 증상 치료 목적으로 활용할 디지털 치료제 관련 사업이다. 현재 자폐 아동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소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고, 치료소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그리고 24시간 내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문제이기에 '디지털 치료제'와 같은 대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함께 기획 단계를 진행 중이며, 오는 22년부터 25년까지 3년간 약 300억 원 규모로 진행된다.

과기부 조아람 사무관은 식약처 등 다양한 부처와 적극 협력하여 빠르게 상용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R&D를 동시에 추진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디지털 치료기기' 관련 임상시험 더욱 늘어날 것"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강영규 팀장은 식약처가 지난 8월, 디지털 치료제를 '디지털 치료기기'로 명명하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규제기관의 입장에서 '디지털 치료제'라는 명칭은 의약품으로 혼동될 수 있으니, 디지털 치료기기로 정확한 정의 개념을 잡아 의료기기와 같은 제도 아래에서 규제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식약처가 바라보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주요 관점은 '기준이 과학적으로, 임상적인 근거가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쌓인 상태에서, 환자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정성과 유해성을 입증해야만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를 받은 제품은 하나도 없다. 식약처의 승인이 필요한데, 현재 승인받은 제품은 둘로, 두 제품 모두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강영규 팀장은 앞으로는 부처별로 디지털 치료기기와 관련된 사업들이 계속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가이드라인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여 더 효과적인 제품이 빠르게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식약처의 주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 활성화 위한 정책적 투자 필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의 박혁태 팀장은 게임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강구할 때라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에 게임이 활용되면 게임이 가지는 재미와 동기부여 요소로 거부감을 완화시키고,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물론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법적 제도적 규제를 완화하고, 일반인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그는 게임 업계에서도 디지털 치료제에 관한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으나, 실제로 개발을 하면 의료 쪽 인맥과 연결되기도 어렵고, 어렵게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지속적으로 개발을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치료제의 개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정부 정책이 없다면 계속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문체부와 콘진원은 올해 디지털 치료제로서의 게임 연구를 추진한다. 박혁태 팀장은 게임계와 의료계, 법조계 구성원의 설문조사를 통해 개발 수요와 긍정, 부정 의견을 수렴하고, 자세히 연구해둔다면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개발 초기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활성화되는 데 필요한 네 가지 조건을 공개했다. 첫 번째는 '정부 차원의 장기간의 지원'이다. 개발되더라도 임상시험 단계부터 최종 승인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까지도 걸리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은 필수불가결하다. 대부분의 정부 지원들은 길어도 3년에서 4년으로 끝나므로, 기존 정책을 벗어난,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장기 정책이 요구된다.

두 번째는 게임 개발자들이 의료계 전문가들과 쉽게 접촉하고, 관련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양자간의 커뮤니티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는 것, 이어서 세 번째는 서로 작업하는 공간이 다르고 활동 영역도 다른 두 집단이 함께 모여 작업할 수 있도록 '공동 작업실'의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게임 개발자들이 온전히 디지털 치료제 관련 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돕는 '저작권 등 법률 문제와 관련된 컨설팅 지원'이다.

박혁태 팀장은 연구를 시작으로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검토 중이라며, 콘진원 역시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 보급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이야기했다.


◆ 보험연구원 김규동 실장, "다양한 활용처 찾아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우선"




디지털 치료제 정식 도입에 관건이 되는 쟁점 중 하나가 '보험'이다.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보급을 확산하려면, 우선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보험연구원 김규동 실장의 설명이다.

공적건강보험 대상으로 디지털 건강 앱을 포함한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국가의 경우엔 철저한 안정성, 기능성 품질 테스트 절차를 거치고 있다. 약 1년간의 테스트를 통해 치료 효과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공적건강보험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방식이다.

그는 국내에서도 공적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엄격한 기준이 제시되고 있으므로, 사회 경제적으로 기존 치료제보다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비급여 항목이 포함된 민영의료보험을 통해 먼저 입증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들로부터 충분한 치료 효과가 입증된다면, 추후 보급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김규동 실장은 끝으로 식약처 승인을 받기 위한 중간 단계 느낌으로, 건강관리서비스나 고령자 소외문제에도 디지털 치료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활용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주식회사 에임메드 신재원 대표,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할 열쇠될 것 "




이날 행사에서는 실제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에임메드의 신재원 대표도 개발자로서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는 디지털 치료제가 융합적인 기술이기에, 많은 관계기관의 협력이 필요한 신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치료제를 전통적인 방식대로 의사가 처방할수도 있고, 처방전 없이 일반 의약품처럼 구입할수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장에 진입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보험의 역할이며,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인 지원이 갖춰진다면 개발사들도 더욱 활력을 얻게 될 것이라는 것이 신재원 대표의 주장이다.

이어서 그는 디지털 치료제는 일반 화학 약품과 다르게 일단 시장에 진입하기만 한다면 사용되는 과정에서 꾸준히 객관적인 지표를 쌓고, 새로운 가능성을 일궈낼 수 있다며 "의료 시스템에 남아있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안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 법무법인 디라이트 조원희 대표 변호사, "국내뿐만이 아닌, 해외시장까지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




마지막으로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조원희 변호사가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된 기준 설정을 사전에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각계부처의 협력을 통해 적극 행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모습은 상당히 고무적이나, 어떤 형식으로 시장에서 사용될 것인지 기준 설정을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리라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의 빠른 활성화를 위해 기준을 낮춘다거나, 혹은 의학적인 부분보다 기능성만 강조하다보면 오히려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다. 그는 올해 안에 우리나라에서 승인을 받은 디지털 치료제가 공개될 전망인데,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사용될 수 있을지 역시 함께 판가름날 것이므로, 항상 해외 동향이나 해외 절차를 같이 보면서 전체 글로벌 시장을 리드한다는 관점에서 활성화를 꾀해야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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