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X일지] 저는 지금 '혼자' 미국 보스턴에 있습니다

칼럼 | 김수진 기자 | 댓글: 3개 |



저는 지금 미국 보스턴에 있습니다. 무려 14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비행기에 실려 날아왔어요. 돌아갈 땐 무려 16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벌써 무릎이, 허리가 걱정될 정도로 긴 시간이네요. 제가 이 멀고 먼 곳까지 온 이유는 하나입니다.

PAX EAST, 페니 아케이드 엑스포, 한국어로 팍스 이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죠. 팍스는 보스턴을 시작으로 시애틀, 멜버른, 필라델피아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되는 거대한 게임쇼에요.

매년 정말 수많은 나라에서 또 수많은 게임쇼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저희 기자들은 그 많고 많은 글로벌 게임쇼 중, 가장 중요하고 또 많이 알려진 이벤트를 골라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갑니다.

하지만 팍스는 저희가 시즌마다 챙기던 게임쇼는 아닙니다. 2018년 4월, 두 명의 기자가 팍스 이스트에 갔다 온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죠. 당장 지금도 같은 미국이지만 정 반대편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는 GDC에는 무려 세 명의 기자가 가 있어요. 저는 혼자인데 말입니다.



▲ '혼자' 쓸쓸히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기자의 입장에서 가장 취재하기 수월한 행사는 당연하지만 새로운 소식들이 공개되고, 주요 게임사의 새로운 게임들을 시연할 수 있고, 인터뷰도 진행할 수 있는 그런 게임쇼입니다. 출장 가기 전 인터뷰 슬롯을 잡고, 시연 슬롯도 잡으면서 취재 계획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행사 말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준비하면서 보니 팍스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분명 미디어 등록 후 다양한 초청 메일이 오긴 했지만,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유명하거나 큰 게임사들은 빠져있어요. 그리고 99%의 초청 메일이 "우리 부스는 여기에 있어, 네가 와준다면 좋을 것 같아. 시간이 되면 와줄래?" 정도의 소개에서 그칩니다.

그래서 팍스에 가기 전, 취재 계획서는 참 간단했습니다. 일단 가서 고민한다가 모토였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텅 빈 계획서를 보고할 순 없으니, 적당히 큰 부스들을 둘러보겠다고 적어낸 뒤 "현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작성"이라는 전제를 달아놨죠. 일단 가서, 눈에 띄는 게임이나 현장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기사를 쓸 생각으로요.

그리고, 그 팍스가 바로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이제 잘 모르겠어요. 분명 한국에서 20일 9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14시간을 날아왔는데, 도착하니 20일 10시더라고요!



▲ 보스턴 컨벤션센터, 일단 입구는 생각보다 어마무시하게 큰 것 같진 않습니다



▲ 무사히 수령한 미디어 배지

어쨌든, 오늘 보스턴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체크인 후 슬슬 걸어서 행사장인 보스턴 컨벤션센터까지 다녀왔습니다. 혼자 왔는데 방향치라서 걱정도 되었고, 미리 미디어 배지를 수령하기 위해서기도 하죠. 매년 두 세번의 해외 출장 경험상, 행사 첫날은 배지 수령에 너무나도 긴 시간이 걸린다는 걸 터득했거든요.

그렇게 한 10분 정도 한국보다 좀 더 쌀쌀한 보스턴의 흐린 회색 하늘을 보며 걸어가다 보니, 저 멀리 보스턴 컨벤션 센터가 보였습니다. 생각보다 아득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크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배지 수령을 위해 로비에 들어서니, E3가 진행되던 LA 컨벤션센터나, 게임스컴이 열리는 쾰른메세에 비하면 그래도 나름 걸어다닐 만한 크기같이 느껴졌어요.

물론 이 생각은 아마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는 내일이 되면 완전히 뒤바뀌겠죠. 아직 여유로움과 조금의 두근거림이 가득한, 취재를 시작하기 전날인 지금과 '해외 출장 모드'가 켜지는 내일은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질 테니까요.



▲ 행사장 근처에 가니 팍스 이스트의 깃발이 여기저기 걸려있습니다

팍스에 다녀왔던 선배 기자들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팍스는 게이머를 위한 행사라는 이야기요. 하지만 직접 체험하지 않는 이상, 제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걸어 다니며 경험하지 않는 이상 도대체 그게 어떤 식의 '다름'일지 확실히 알긴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내일이면 그 '다름'을 알 수 있겠죠. 과연 다른 수많은 게임쇼와 팍스가 명확히 구분되는 부분이 무엇일지, 도대체 게이머들을 위한 게임쇼는 어떤 모습일지 말이에요.

미디어만을 위해 비공개 슬롯을 준비하는 대신, 현장을 찾는 모든 관람객을 위한 오픈 부스에 시간이 되면 놀러 와 달라고 초대하는 게임쇼, 입국 심사장에서도 팍스 이스트에 참여하러 왔다고 하니 바로 알아들을 정도로 거대한 게임쇼, 미국 보스턴에서 펼쳐지는 게이머들을 위한 게임쇼, 팍스 이스트 2024가 현지 시간으로 3월 21일부터 4일에 걸쳐 개최됩니다.

그리고 비록 혼자 왔지만, 열심히 돌아다니며 그 모습을 기사에 담아 가져올 테니 기다려주세요. 정말 열심히 걸어다닐 각오로 발팩까지 가져왔으니까요!



▲ 한창 준비 중인 로비, 내일은 수많은 게이머로 가득 차겠죠?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