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바일 게임계의 이단아, 카본아이드 '나이츠폴'

리뷰 | 원동현 기자 | 댓글: 32개 |

사람들은 참 높은 걸 좋아한다. 고정관념을 떠나 거의 중독이다. 그래서 그런지 떨어뜨리는 것 보다 쏘아 올리는 걸 좋아한다. 아무래도 중력을 거스르며 날아가는 모양새가 일종의 승리의 상징처럼 비치는 것 같다. 남 일처럼 말했지만 사실 나도 그렇다.

상승과 높이의 클리셰는 우리 문화 전반에 뿌리 깊이 박혀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위로 향하고,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는 것은 대부분 게임 내의 스트레스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것들이다. 반대로 아래로 향하는 것들은 스트레스 요인 그 자체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놈의 탑, 그놈의 마계.

오늘 소개할 '나이츠폴'은 위에 언급한 클리셰를 있는 힘껏 비틀었다. 떨어진다. 말 그대로 기사들이 쏟아져 내린다. 다만 나쁘지 않다. 그들은 활로를 향해 있는 힘껏 아래로 달려간다.

하늘에서 기사가 비처럼 내려와
- 평범함을 거부하는 색다른 도전 -



▲ 평범함을 거부하는 색다른 도전

色다르다. 처음 '나이츠폴'을 플레이하고 느낀 소감이다. 기존의 모바일 게임과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르다. 첫 스테이지부터 내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RPG일 거로 생각했으나 핀볼이었고, '탄환'을 '쏘아 올릴 것'이라 생각했으나 '기사(Knights)'를 '쏘아 내렸다'.

정말 깜짝 놀랄만한 풍경이었다. 순식간에 수십 아니 수백 명의 기사들이 맵에 쏟아져 내려온다. 그리고 사방팔방으로 칼을 튕기며 오크와 맞부딪히더니 장렬히 전사한다. 그런데, 이 기사들 자세히 보니 이름이 없다. 모두가 몰개성하다.

이 게임이 가장 색다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캐릭터의 몰개성이다.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기사'들은 철저히 자원에 불과하며 애착을 가지게 될 요소가 전무하다. 기존의 수집형 RPG와 대극을 이루는 설정이다. 어떻게 보면 아쉽지만, 이렇기에 살아있다. 애정이 아닌 재미가 느껴진다.

조준하고 쏘고 기도하고
- 실력과 운의 적절한 조화 -

'나이츠폴'은 유저의 실력과 운을 동시에 시험한다. 맵의 구조와 각종 기믹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기사들을 발사하는 게 '나이츠폴'에 필요한 '실력'이다. 다만, 똑같은 힘으로 발사하더라도 물리 엔진의 무작위성 때문에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여기서부턴 '운'이 필요하다.

많은 게이머가 '운'에 좌우되는 요소에 민감하다. 모바일 게임 특유의 '뽑기'에 지치고, '강화'에 지친 탓이 크다. 특히, 북미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RNG(Random Number Generator)라 칭하고 극도로 지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나이츠폴'에 필요한 '운'은 다르다. 놀이의 4대 요소 중 하나인 알레아(Alea : 우연)에 충실한 기분 좋은 럭키 스트라이크다. 파훼법이 발견되면 급격히 흥미가 떨어지게 되는 장르의 특성상 이러한 요소는 환영할만하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게임에 긴장감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 아무 버섯 대잔치

다만, 아직 서비스 초기인 만큼 몇몇 스테이지에서 '운'의 비중이 너무 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너무 많은 기믹이 설치돼 있는 탓에 조준과 관계없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만이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스테이지를 '우연히' 깨게 되는 경우가 반복되면 안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경우, 플레이어의 성취감이 저하되면서 결국 이탈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운'과 '실력'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추는 것이 앞으로 '나이츠폴'의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으로 을 시험하지 않는다
- 가벼운 플레이, 합리적인 BM -



▲ 게임 내 상점 및 스크롤 구매 페이지

'나이츠폴'은 시나리오를 한 번 플레이할 때마다 스크롤이 한 장씩 소모된다. 이 스크롤을 다 쓰게 되면 게임 내 재화인 루비 200개로 5장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게 현금으로 약 2000원가량이다. 쉽게 말해 한 판당 400원 정도 한다는 뜻이다.

굉장히 비싸다고 느꼈다. 기존 모바일 게임과는 너무 차이가 나는 가격이다. 하지만 '나이츠폴'을 플레이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정상 아닌가?"

'나이츠폴'은 돈으로 운을 시험하지 않는다. 그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를 판다. 어릴 적의 오락실과 같다. '나이츠폴' 자체가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다. 여타 게임처럼 작품 속의 상품이 숨어있지 않다.

물론, 아이템과 영웅을 뽑는 유료 아이템 휠이 존재한다. 하지만, 주 콘텐츠인 시나리오 모드와는 상관이 없을뿐더러 철저히 콘텐츠가 분리되어 있다. 개인의 욕심을 분출할 장소는 아예 별도로 마련하고, '나이츠폴'의 핵심 콘텐츠 속에는 순수한 고집만을 담아냈다.

스토리 텔링
- 스토리를 게임 속에 녹여내야 스토리지 -



▲ 혼자 폐가로 잠입하는 미션... 6번째에 간신히 성공했다

대다수 게임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 스토리에 따라 게임은 세계관을 갖추고, 캐릭터를 만들며 방향성을 확립한다. 이 구색이 잘 갖춰줘야 플레이어는 비로소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되고, 게임은 생명력을 얻는다.

하지만 최근 대다수의 모바일 게임은 스토리와 게임플레이 간의 간극이 심하다. 스토리 따로, 게임 플레이 따로 논다. 아직 만나지도 않은 적군이 아군이 되어 싸우는 건 예삿일이고, 가끔은 대체 왜 싸우는지조차 모르겠다.

'나이츠폴'은 스테이지 속에 스토리를 녹여냈다. '전투->스토리->전투->스토리'의 연속이 아니라, 전투 속에 핵심 스토리가 자연스레 녹아있다. 민병대가 성에 진입하기 위해 장치를 돌려 문을 열고, 혼자 싸우고 있는 제국의 장군을 구출하기 위해 용감히 돌격하기도 한다.

스토리 상의 흐름이 스테이지 속에 그대로 투영되기에 몰입도가 생기고 목적이 보인다. 별거 아닌 거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중요하다. 120개나 되는 스테이지가 스토리에 맞춰 살아 움직인다는 것은 제작진의 욕심과 철학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나이츠폴'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좋은 에너지가 한가득 느껴지는 게임이다. 그러나 분명 완벽하진 않다. 앞서 말했듯이 레벨 디자인 부분에서도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콘텐츠 간의 유기성도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레벨 디자인의 경우 유저들에게 아주 치명적으로 와닿을 수 있다. 카본 아이드 측은 직접 이 게임을 '액션 퍼즐', '전장 퍼즐'이라고 설명했다. 앞의 수식어를 떠나 어찌 됐든 퍼즐이라면, 철저하고 세밀한 레벨 디자인은 필수적이다. '운'이 아니라 '실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운'에 의존해야 클리어할 수 있는 건 퍼즐이 아니다. 도박이지.

가장 심각하다고 느낀 문제는 콘텐츠 간의 유기성이었다. '나이츠폴'에는 총 3개의 모드가 있다. 가장 핵심 콘텐츠인 '시나리오 모드', 수성전을 펼치며 유저들과 점수대결을 펼치는 '디펜스 모드', 그리고 핀볼 본연의 재미에 충실한 '스코어 모드'. 이 3개의 모드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부분이 거의 아니 아예 없다.

디펜스 모드의 경우, 아이템 휠과 시나리오에서 얻은 영웅들을 활용하여 몰려오는 오크 무리를 상대하게 된다. 하지만, 매력적이지 않다. 디펜스 모드를 위해 영웅을 수집하고 레벨업 시켜야 할 의미를 찾기가 힘들고, 영웅 유닛 자체도 다소 뜬금없다. 수집할 의미도 매력도 찾지 못했다. 왜 플레이해야 하고, 왜 영웅 유닛을 뽑아야 하는가?

게임 전체에 이렇게 맥락이 없는 요소들이 산발해 있다. 이러한 단점들이 안 좋은 의미로 겹치고 겹쳐 전반적으로 게임이 산만한 느낌이 든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건 좋지만, 콘텐츠를 이용할 동기마저 부여하지 않았다. 신선한 콘텐츠들을 준비했지만, 콘텐츠 간의 유기성이 존재하지 않아 어리둥절할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이 존재함에도 나는 '나이츠폴'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극심한 정체를 겪고 있는 현 모바일 게임 시장에 아주 신선한 바람을 끌고 와줬다. 돈으로 운을 시험하지 않고, 스토리가 게임에 잘 녹아들어 있으며, 게임 자체가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이런 게임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은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몇 년째 정체 현상만을 보이던 시장 속에서 새롭고 신선한 싹들이 움트고 있다. '나이츠 폴'도 그 새싹 중의 하나다. 마냥 좋게 보기엔 갈 길이 멀었지만, 그 의미를 부정하고 싶진 않다. 그래, 적어도 알레아(Alea : 우연)와 돈을 엮어놓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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