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진짜 VR 게임의 맛, 쬐끔만 보여주마! '로보 리콜'

게임소개 | 정재훈,김상균 기자 | 댓글: 12개 |



에픽게임스는 지난 목요일(20일), 논현동에 위치한 사옥에서 오큘러스 터치 전용, VR FPS 게임 '로보 리콜(Robo Recall)' 시연 행사를 마련했다.

에픽게임스에서 처음 출시한 VR 게임이자, 오큘러스 커넥트 2에서 선보였던 VR 데모 게임 ‘블릿 트레인(Bullet Train)’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로보 리콜’은 언리얼 엔진 4가 보여줄 수 있는 그래픽과 퍼포먼스의 한계를 더욱 끌어올렸다.

새로운 오큘러스 터치 컨트롤러에 맞춰 개발된 입력방식을 통해 신선한 액션과 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 초당 프레임 수 90을 보여주는 것이 ‘로보 리콜’의 특징이다.

에픽게임스는 내년 초 오큘러스 스토어를 통해 출시할 예정이며, 오큘러스 리프트 소유자는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로보 리콜'은 어떤 게임인가?

살인 로봇 군대가 로보레디(Roboready) 고객센터 서비스에 들이닥친다. 당신은 평범한 기술 엔지니어에서 이제 막, 로봇 리콜러(recaller)로 승진했다. 다른 길은 없다. 시스템 불량으로 살육 기계가 된 로봇을 처리해야만, 당신도 생존한다.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당신의 사격 실력과 무기뿐...

▲ '로보 리콜' 튜토리얼 영상

플레이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음성 안내와 함께 간단한 조작방법을 익힐 수 있다. 기본 이동은 텔레포트로 전작에 비해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다. 원하는 장소로 언제든지 이동 가능하며 텔레포트 전 시야 방향 또한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미리 조작할 수 있다.


'오큘러스 터치'를 100프로 활용한 게임플레이

'로보 리콜'은 컨트롤러 '오큘러스 터치' 기능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엄지에 위치한 아날로그 스틱을 활용해 자유로운 텔레포트가 가능하며, 검지에 위치한 사격 버튼은 마치 실제로 총을 발사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중지 버튼은 사물은 집거나 던질 때 사용된다. 이 또한 모션 트래킹 시스템이 반영돼 가상현실에서 현실감 있는 사물이동이 가능했다. 조작에 능숙해지면 물건을 이용한 저글링이 가능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적을 처리할 수 있다.



▲ '오큘러스 터치' 예판 시작, 12월 6일에 정식 출시 된다.

오큘러스 터치 외형을 보면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편안함 그립감과 낯설지 않은 조작 방법으로 금세 적응할 수 있다. 특히 손가락 움직임을 인지하는 센서는 가상현실 손이 내 손인 마냥 현실감을 불어 넣어준다. *콘스텔레이션 트래킹(Constellation Tracking)을 통해 게임상에서의 손을 이용한 사물 이동이 더욱 정밀하게 묘사되었다. 이는 플레이어가 가상현실에서 이질감 없이 자유도 높은 다양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콘스텔레이션 트래킹(Constellation Tracking): 위치 추적용 장치를 이용해 사용자의 위치와 모션을 분석하여 가상현실에 반영하는 시스템.



▲ 그립감이 좋다



▲ 에픽게임스에 셋팅된 오큘러스 VR세트





긴장해! 리콜러님 오셨다.

▲ '로보 리콜' 플레이 영상


보다 자유로워진 이동, '오큘러스' 이동 시스템의 궁극

앞선 시연자들의 긴장 어린 땀으로 젖은 헤드셋. 뭔가 찝찝하지만 물릴 수도 없으니 머리에 쓰고 앞을 바라봤다. 익숙한 언리얼 엔진의 로고와 함께 등장하는 게임 화면. '로보 리콜'의 도입부는 전작인 '불릿 트레인'과 같이 간단한 튜토리얼로 이뤄져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로보 리콜의 이동 시스템이다. '바이브'처럼 자유로운 이동이 힘든(물론 바이브도 제한된 영역 안에서만 가능하지만) 오큘러스의 특성상, '공간 이동'을 기반으로 하는 이동 시스템은 사실 강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뿅 하고 이동해 제자리에서 싸움을 즐기고, 또 뿅 하고 날아가 싸움을 반복하는 시스템. 어떻게 보면 좁은 공간에서 불편함 없는 게임 환경을 만들기 위한 편법이라 볼 수도 있지만, '로보 리콜'의 이동 시스템은 이동 그 자체에서 그치지 않고 '시간 둔화'라는 속성을 부여해 전투 과정에서도 전략적으로 써먹을 수 있다. 세심한 디테일 마음에 든다.

물론 전작인 '불릿 트레인'도 공간 이동을 이용해 전장을 넘나드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그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불릿 트레인에는 몇몇 '지점'이 존재했다.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는 그 지점에만 이동할 수 있었으며, 지점 근처에서 만들어지는 무기로 싸우는 식이었다. 하지만 로보 리콜의 움직임은 더 이상 특정 지점에 구애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곳, 원하는 방향으로 아무렇게나 이동할 수 있고, 무기는 양 허벅지의 홀스터에서 꺼낼 수 있는 권총과 등 뒤에서 멋들어지게 뽑을 수 있는 산탄총으로 해결한다. 정 없으면 적이 떨어뜨린 무기를 주워서 써도 된다.



▲ 붙잡고 쏘고 박살 내고, 딱 이 느낌


■ 어떻게 처리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로보 리콜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게임 진행의 '다양성'이다. 사실 게임의 시스템 자체는 이동과 슈팅으로 이뤄진 건 슈팅 게임에 가깝지만, 'VR'이라는 환경을 극대화한 개발진의 노력은 이 단순한 시스템에서 다양한 진행 방식을 만들어냈다.

일단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어지간한 슈퍼 히어로를 찜쪄먹는 강력한 완력을 보여준다. 상대 로봇을 붙잡아 조각조각 뜯어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 머리를 뜯어내 적에게 던지거나, 팔다리를 뜯어내 즉석에서 근접 무기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솔직히 안될 줄 알았는데 휘둘러 보니 맞고 터지더라. (그 와중 동료 기자는 현실에서 진행 중인 내 휘두름을 피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 감칠맛 나는 해체 작업

물론 잡아서 조각조각 뜯기만 하라고 잡는 기능을 만들어 둔 것은 아니다. 어찌 됐건 내 손에 잡힌 적은 인질이기 때문에 훌륭한 방패로 사용할 수 있고, 음흉한 악당처럼 인질로 잡은 로봇을 다른 손에 쥔 총으로 쏴버릴 수도 있다. 더 거친 플레이를 원한다면 양손에 모두 로봇을 쥔 채 사정없이 박치기를 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사물을 쥐고, 던질 수 있는 게임 디자인과 이동 시스템은 로보 리콜의 플레이를 다양화하는 근본이다. 앞서 말한 '이동 시 시간 둔화'와 연계해 날아다니는 총알을 잡아 다시 돌려보낼 수도 있고, 적의 뒤로 숨어들어 등을 뜯어내는 냉혹한 로봇 킬러가 될 수도 있다. 게임은 하나지만, 플레이하는 방법은 수천, 수만 가지가 된다. 방법은?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그것이 바로 방법이다.



▲ 선생님 잠깐 제 말좀...

'로보 리콜'이 하나의 게임으로서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십수년 전과 달리 이제 게임은 단순한 놀잇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보 리콜'은 하나의 게임 이전에, 다른 의미로서의 가치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에픽 관계자는 '로보 리콜'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VR 게임을 어떻게 만들수 있는지 길을 보여주는 레퍼런스'. 그 말을 듣고 나서, 그보다 더 알맞는 표현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로보 리콜'은 말 그대로 '레퍼런스'다. VR로 게임을 만들때, 어떤 모습의 게임이 나올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샘플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는 VR 개발자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시험이다. 어디까지나 로보 리콜은 오큘러스의 기능과 가능성을 선보이는 표본에 가까운 작품이니까.

10분 간의 짧은 경험이었지만, 너무나 강렬했다. 근 몇년 간 이렇게 몰입해서 게임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PS VR 발매 이후, VR 게임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그 평가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오랜 시간 즐길수 없는 구조적 한계, 그리고 잦은 멀미까지. 황금빛 비단이 깔린듯 보였던 VR의 길은 생각 외로 촘촘히 돋힌 가시를 뚫고 가야 하는 가시밭길이다. '로보 리콜'은 길을 제시했다. 어떻게 하면 VR다운 VR 게임을 만들 것인가. '로보 리콜'은 개발자들에게 이정표이자, 동시에 기준이 되기에 충분하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