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Ruiner, 누군가의 천국은 반드시 누군가의 지옥이다

게임소개 | 허재민 기자 | 댓글: 12개 |
※ 게임 이미지나 기사 내용 중 잔혹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발사: Reikon Games ⊙장르: 액션 ⊙플랫폼: PC, PS4, Xbox One ⊙발매일: 2017년

위장된 유토피아, 이면에서 끔찍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시스템을 뒤엎고자 하는 불순분자 주인공. 사실 그렇게 특이한 스토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주제임은 틀림없다. 자원이 한정되어있는 세계에서 누군가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 대한 착취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한 번 생각하지만 역시 엔트로피가 이렇게 잔인하다.

'Ruiner'는 이런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탑타운뷰 액션 슈팅 게임이다. 개발사는 Reikon Games. '위처'시리즈와 '다잉라이트', '디스워오브마인', '쉐도우 워리어'의 베테랑 개발자들이 2014년 만든 독립 스튜디오다. 'Ruiner'는 그들의 데뷔작이자, 2015년 1월부터 조용히 개발해온 게임이다. 개발자들의 화려한 타이틀과 익숙하지만 매력적인 세계관. 'Ruiner'는 무슨 게임일까? 설명보다 영상 하나면 감이 오는 법. 먼저 트레일러를 보자.


트레일러를 통해 볼 수 있는 기계화된 세계는 먼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과 연결되어있는 사이버펑크다운 모습을 띠고 있다. 만화 '공각기동대'와 '아키라'의 영향을 받았다고 제작진이 언급한 만큼 발전한 기술과 이면의 권력의 모습을 다룬다. 초능력에 가까운 미래가 아닌,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미래의 모습과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다룬 'Ruiner'. 그의 세계관은 현실감 있어서 더욱 잔혹하다.



■ 누군가의 천국은 반드시 누군가의 지옥이다 - 세계관과 스토리




인간은 어둠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어둠이 닿지 못하는 천국을 만들었다.

'Ruiner'의 세계는 2091년의 사이버 메트로폴리스, 랭콕(Rengkok)이다. 방콕에서 영감을 받은듯한 '랭콕'은 '헤븐'이라는 가상현실 회사가 관리하는 도시로, 일하지 않고 꿈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위대한 도시, 랭콕. 그리고 빛나는 회사, '헤븐'. 랭콕에서는 괴로움 없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저 도시 밑바닥 지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헤븐'은 가상현실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HMD가 아니라 완벽히 세상과 차단된 헬멧을 통해 현실과는 아예 차단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며, 감정까지도 전달하는 미래의 VR이다. 그리고 세계의 이면인 암시장에서 '헤븐'은 밑바닥 사람들을 납치해 그들의 고통을 가함으로써 괴로움, 공포 등의 감정을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게임 프롤로그에서도 말하듯이, 그림자가 없이는 빛도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스토리는 가장 어두운 곳에서 시작된다.



▲이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고통, 죽음과 같은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싶어하는 부유한 사람들은 가상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어요." - 개발자 Stylinski
(다만 누군가는 직접 겪어야 한다는 것은 모르고 있겠지.)

인간이라기보다는 사이보그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리는 '나'는 조금 이상한 소시오패스다.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쓴 헬멧, 한쪽 팔을 잃어서 기계로 대체되어있는 몸. 'Ruiner'의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나'를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얼굴 화면을 볼 수 있다. 대놓고 'Kill You Kill You'라고 얼굴에 광고하고 다니는데 문제가 없는 건진 모르겠다.


분명 좋은 어쌔신은 못될 것 같은 '나'는 납치당한 동생을 구하기 위해 '헤븐'의 보스를 죽인다. 하지만 도구로 이용되었을 뿐이란 것을 깨닫고 해커의 도움을 받아 동생을 찾아 떠나게 된다.



■ 다양하고, 어려워요 - 액션, 그리고 비전투 모드




다소 익숙한 스토리와 세계관이지만 'Ruiner'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하면 아무래도 빠르고 스타일리쉬한 액션에 있을 것이다. 대쉬와 슬로우모션, 그리고 다양한 무기를 통해서 특유의 전투는 특히 배경음악과 더불어 쾌감을 준다. Supergiant Games의 '트랜지스터'나 Dennaton Games의 '핫라인 마이애미'를 떠올리게 하는 전투 모션과 방식.

"처음 생각한 것은 사이버펑크 '핫라인 마이애미'같은걸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게임이 좀 더 발전했지요. 처음 구상했을 때는 좀 더 단순했어요. 하지만 새로운 요소들을 넣어서 전투를 재구성하게 되었습니다." - Stylinski


'Ruiner'는 '차지'와 실드, '대쉬'를 통해서 적에게 다가가 부딪히고, 베고, 돌아오는 액션을 슬로우 모션이라는 조금의 반칙을 통해서 가능하도록 했다. 물론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쓴 것이기도 하지만 헬멧에는 장소를 스캔한다든지 슬로우모션 모드를 활성화하는 신기술이 있기 때문. 이 헬멧 덕분에 오버워치에서 겐지는 잘 못하는 기자도 여기서는 달려나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주변에 떨어져 있는 무기를 주워 다양한 플레이를 하는 것도 묘미. 파이프에서 나노 카타나, 전기 검, 양손 슈퍼 검까지 다양한 근접 무기가 있으며, 대쉬를 적절히 사용해 적에게 붙어서 베고 빠지는 액션이 특히 기대된다. 가벼운 무기는 적을 스턴시킬 수 있는 대신 처치하는 데까지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는 등 무게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총기는 20종 이상이 준비되어있으며, 적들이 드랍하는 것을 주워 이용할수 있다.



▲총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기가 있다

적에게 돌진하고 피하고 슬로우 모션을 쓰는 등 다양한 기술을 적절히 써야 한다는 점에서 게임 난이도는 꽤 있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쉽게 죽어버리기도 하므로 PAX East에서 실제로 시연해본 한 사용자는 허탈해하기도 했다고. 이건 개발자들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전투가 없는 '투어리스트 모드'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투 없이 관광객처럼 주변을 탐험하고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 모드다.

"어떤 사람들은 전투를 싫어하고, 어려운 게임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 이유로 게임을 하지 않도록 할 이유가 있나요?" - Stylinski



■ 배경 자체가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도록 - 아트워크




세계관이 보여주는 어두운 느낌을 'Ruiner'의 아트워크는 완전히 재현해낸다. 2091년의 미래인 만큼 최신의 기기문명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그만큼 척박하고 폐허와 같은 배경을 구현해냈다. 주변에 버려진 자동차, 이질적인 드론. 아, 특히 드론은 한국어를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선명하게 들리는 '나는 당신을 죽일 거야'는 오히려 어색해서 소름 돋았다.

'Ruiner'의 배경은 배경 자체가 스토리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탑다운뷰 형식은 물론 스토리를 전달하는데 좋은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배경이 스토리를 전달할만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면? 개발자인 Tomkowicz는 게임플레이와 스토리, 그래픽과 사운드가 모두 중요하며, 도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상되었다고 말했다.



▲배경이 전달하는 분위기와 스토리가 중요

캐릭터 간의 짧은 대화, 아이템을 주우면서 얻는 정보, 그리고 배경 자체가 스토리를 전달하도록 구상된 'Ruiner'. 그만큼 디테일함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런 디테일한 디자인은 그들이 많은 명작게임을 개발해왔던 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Stylinski는 전했다.

"그게 바로 우리가 CD 프로젝트 레드에서 배운 겁니다. 그들은 그냥 중요한 부분들을 잘라내는 게 아니라 일을 더 해버려요. 그들의 방식이 그래요. 다소 미친 짓이고 우리도 게임 개발하는 데 있어서 그런 방식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의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고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 Stylinski

그만큼 배경의 디테일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앞서 말한 '투어리스트 모드'를 개발진이 추가하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배경 곳곳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찾거나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유저가 많았기 때문. 전광판이나 네온사인, 자판기까지 세심한 디자인이 엿보인다.



▲꼼꼼하게 뜯어보는 맛이 있다

주인공이 쓰고 있는 헬멧이나 다양한 캐릭터들도 눈에 띈다. 주인공이 쓰고 있는 헬멧은 슬로우모션 모드를 해주거나 주변을 스캔하는 등 다양한 기능이 있는데, 주인공의 생각을 화면에 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해커가 주인공에게 "그를 죽여, 퍼피!"할때마다 등장하는 강아지 이미지나 적을 죽일 때 'KILL YOU KILL YOU'등의 이미지가 헬멧에 띄워져 있는 것처럼 내가 보는 화면에도 나타난다는 점. '나'의 헬멧을 보면 중간마다 이모티콘이나 이미지가 등장해 비디오아트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네, 네, 멍멍이 갑니다

물론 죽여야 하는 적이긴 하지만 적들의 캐릭터 디자인도 제각각이다. 부랑아 같은 'Creep', 전형적인 악당 같은 '헤븐'의 가드들, 그 외에 고대신화에 나오는 미노타우로스를 닮은 보스들의 사이보그, '사이보그 미노타우로스'. 각각 그들의 디자인 자체가 배경이 그러하듯 자신의 스토리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이보그 미노타우로스



▲'헤븐'의 경호원들



■ Ruiner를 기다리며

Reikon Games는 그동안 그들이 큰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개발해왔던 만큼 현재 작은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힘들다고 전했다.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규모를 생각해서 절충하거나 더욱 해야 하는 일이 배가 되는 것이 당연하니까 말이다.

그만큼 어느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개발자들의 욕심도 게임에서 볼 수 있었다. 분명 아직 출시 전이고 난이도 부분이나 이 게임만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 확실한 정체성을 찾아야 함에도 틀림없다. 정체성 부분에서 그들이 많이 고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이버펑크의 느낌을 한껏 살리기 위해서 주인공의 슬로우모션 스킬이나 대쉬에 이게 초능력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설정을 꼭 고민한 부분을 보면 더욱 그렇다.

2017년 여름 출시라고 전한만큼 출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어떤 부분에서 보완되어 출시될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마지막은 꽤나 섬뜩한 KILL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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