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최고의 아시아 판타지를 꿈꾼다' 클랜즈: 달의 그림자

게임소개 | 원동현 기자 | 댓글: 8개 |



무협, 그건 분명 내 인생의 첫 번째 판타지였다. 어릴 적, 길을 걸으면서 혹은 교실에서 말도 안 되는 수많은 판타지를 꿈꿔봤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하늘을 딛고 걷는 허공답보를 쓸 수 있지는 않을지, 어쩌면 내일 즈음 내 무술의 재능이 개화하진 않을지. 물론 그런 일은 없었다. 참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나뿐만 아니라 당시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분명 무협을 꿈꿨다.

시간이 조금 흘러, PC 통신을 조금씩 배우게 됐을 때 즈음, 머드게임이란 것이 날 찾아왔다. 사실 정말 별것 아니었다. 그저 내가 행동을 취하면 그 결과를 밑에 텍스트로 보여주는 원시적인 형태의 게임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협의 탈을 쓰니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아무런 시각적 효과도 없이 무협 기술 이름들이 열거될 뿐인데, 마치 실제 무협지의 세계로 빠져든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달의 통신비는 폭발했다.



▲ 우리나라 최초의 머드게임 '단군의 땅'

이후, 수많은 무협 온라인 게임이 출시됐다. 머드 게임과는 달리 멋진 그래픽과 BGM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그 영광은 길지 않았다. ‘리니지’와 ‘뮤’를 필두로 한 서양 판타지가 대세로 치고 올라오면서 무협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동안 무협 게임은 빛을 보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무협은 소위 ‘아재 문화’로, 서양 판타지는 ‘젊은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문화가 양분화된 뒤 '젊은 무협 게임'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모바일 게임에서는 특히나 그랬다.

오늘 소개할 '클랜즈: 달의 그림자(이하 '클랜즈')'는 앞서 말한 인식을 깨부순 게임이다. 중국에서 건너온 정통 무협 게임이면서 젊은 감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기존 무협 팬에게는 정통 무협의 감성을, 그리고 무협을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에겐 신선한 충격을 전해줄 '클랜즈', 인벤에서 그 역사와 특유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 10년이 넘게 사랑받아온 IP ‘검협정연’

'클랜즈'는 생각보다 역사가 깊은 게임이다. 2001년 중국에서 출시된 ARPG '검협정연외전:월영전설’이 그 시초다. 당시, 수준 높은 그래픽과 완성도 높은 스토리로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후에 수많은 작품으로 리메이크된 바가 있다.



▲ 2001년 출시된 '검협정연외전: 월영전설'의 '양영풍'과 '나란진'

게임의 주인공은 기존 작품과는 달리 본인의 별도 캐릭터로 작품의 세계관에 투입된다. 본인의 문파에 따른 스토리에 기초해 제 3자로서 양영풍과 나란진의 이야기를 지켜보게 된다.

그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순박한 시골 처녀 나란진과 아버지의 뜻을 이어 천하제일을 꿈꾸는 양영풍, 이 둘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되는 '클랜즈'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다. 사람의 운명을 다루고, 나라와 문파의 흥망성쇠를 논한다. 플레이어는 또 하나의 인물이 되어 그 흐름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클랜즈'는 그 흐름을 '모바일'스러운면서도 '모바일'스럽지 않게 담아냈다.

사실, 무협은 의외로 인간드라마다. 각종 무공의 화려함에 가려져 그 스토리가 크게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클랜즈'는 드라마가 살아있다. 10년이 넘도록 중국이 가장 사랑한 무협 이야기인 만큼, 그 내공은 결코 가볍지 않다.


■ 당신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줄 비주얼

화려함, 그리고 강함. 무협이란 장르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클랜즈'는 확실히 그 기본에 충실하다. 캐릭터 선택화면부터 ‘내가 바로 정통 무협이다!’라고 당당히 외치는 것 같다. 적당히 알기 어려운 한자는 알파와 오메가 사이의 베타쯤 된다.

▲ 무당파

본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곳곳에 무협으로서의 정체성과 비주얼을 살려주는 포인트가 살아있는걸 발견할 수 있다. 퀘스트 동선 곳곳에는 게임 플레이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경공 포인트가 숨겨져
있다. 이를 통해 맵을 조금 더 쾌적하고, 리듬감 있게 종횡무진할 수 있다.


물론, 전투 역시 무협의 왕도를 보여주고 있다. 경공을 통한 회피와 문파별 특징을 살린 무공을 통해 제법 손맛 있는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게임 내 주요 인물들을 파트너로 영입하여 같이 PVE를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스토리 상의 주인공 양영풍도 영입 가능하다.

이외에도 전반적인 맵 디자인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이 보인다. 실제로 플레이 초반에 진입하게 되는 '진양'의 경우 상당히 세밀하게 디자인된 당시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밀한 스토리 라인과 어우러져 게임 몰입감을 한층 살려주는 요소다.


■ 상생, 경쟁 그리고 어울림



▲ 문파 별 상생과 상극

문파라는 건 참 특이한 단어다. ‘직업’과도 다르고, ‘길드’와도 다르다. 캐릭터의 정체성이자 소속이고, 그에 따라 흐름이 바뀐다.

자기가 고른 문파에 따라 캐릭터는 무공을 배우게 되고, 타 문파와 경쟁을 펼치게 된다. 쉽게 말해서 모종의 강한 소속감이 생겨난다. 이미 시작부터 개인이 아닌 ‘단체’로 출발하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클랜즈'는 유달리 협동 콘텐츠가 많다. 단순하게는 1:1 PVP 콘텐츠인 무신전부터 단체 PVP인 백호당까지 끊임없이 사람과 부딪히게 된다.




그렇다고 타 플레이어와 치고박고 싸우기만 하는 건 아니다. ‘호의적인’ 시스템도 분명 있다. 자기보다 강한 플레이어를 ‘스승’으로 둘 수도 있고, 자신의 집에 타 플레이어를 초대해 이런저런 이벤트를 즐길 수도 있다.

'클랜즈'는 확실히 경쟁과 상생을 통한 ‘어울림’을 추구한 게임이다.


■ '클랜즈'를 기다리며

'클랜즈'는 굉장히 정통적이면서도 동시에 이질적이다. 무협이란 장르의 기본에 충실하고, 모바일 RPG로서 딱히 빠지는 부분이 없다. 하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면 지금까지 플레이해온 국내 게임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시작부터 큰 흐름의 스토리에 빠져들어 가는 그 느낌과 플레이어 간의 상호작용을 크게 강조하는 모습은 사실 조금 낯설었다. 조금 놀랄 만큼 텍스트량이 많고, 스토리 진행을 위한 연출에 큰 공을 들인 것이 보인다. 꽤 오래동안 잊고 있었던 스토리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느낀 순간이었다.

'최고의 아시아 판타지'를 표방하는 '클랜즈'가 과연 국내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아직 알 도리는 없다. 하지만, 최근 '소녀전선'을 비롯하여 많은 중국 게임들이 국내 게임업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만큼, '클랜즈'가 국내 무협 모바일 게임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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