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홀연히 나타난 테마파크 왕국의 새로운 적통, '플래닛 코스터'

리뷰 | 이명규 기자 | 댓글: 44개 |



⊙개발사: 프론티어 디벨롭먼트 ⊙장르: 테마파크 시뮬레이터
⊙플랫폼: PC ⊙발매일: 2016년 11월 17일

어릴 적 언제나 최고의 여행지는 바로 놀이공원이었다. 날이면 날마다 부모님이 "어디 놀러 가고 싶니?" 라고 물어보면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것은 인근에서 가장 가깝고 유명한 놀이공원이었다. 정작 그때는 후룸라이드 하나만 타도 기절할 만큼 놀이기구에 약했지만, 그저 놀이공원 안에서 그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꿈의 나라, 환상의 나라 같은 키워드가 주는 그 멋진 동화 속 풍경은 내가 어른이 되어서도 영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이제는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가도 티켓 가격을 보고 망설이는 때가 더 많아질 무렵, 어렸을 적 나를 매료시켰던 놀이공원은 그때의 그 XX월드나 XX랜드 뿐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또 하나의 내 추억 속 테마파크. 바로 여기, 컴퓨터 속 놀이공원이었음을!



게임을 비롯해 창작물에서 흔하게 쓰이는 단어 중 하나로 '정신적 후속작(Spiritual Successor)' 이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를 찬찬히 뜯어보면 사실 조금 이상하다. 후속작이면 후속이지, '정신적'인 후속작은 또 무엇인가?

사실 어떤 창작물이던 한 번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면 시리즈물이 되고 후속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 사회에서 창작물을 만드는 환경은 극도로 고도화, 분업화되어 있고, 시리즈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그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회사, 창작자들의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영화 한 편이 대박을 치면 스튜디오는 이미 3편까지의 계획을 발표해 속편 제작에 들어가고, 게임이 수백만 장 팔려나가면 매 년 같은 시리즈를 내고자 개발 스튜디오를 늘린다. 여기까지는 정말로 익숙하고 당연한 과정이다.




이런 시도들이 모조리 성공한다면 세상은 새로운 것들 만큼이나 수십 편 씩 이어지는 시리즈물로 가득했겠지만, 알다시피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창작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면서도 나름의 명확한 기준이 있고, 제아무리 찬란한 역사를 지닌 시리즈물의 신작이라 하더라도 그런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자연히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프랜차이즈들이 흥하고, 망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특별한 사례가 가끔 발생하니, 바로 어떤 시리즈물의 정식 후속작이 아닌데도, 그 시리즈의 정수를 담고 있는 것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정신적 후속작' 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번에는 이 키워드에 맞춰 한 게임을 조명해보려고 한다. 바로 프론티어 디벨롭먼트가 개발한 '플래닛 코스터'다. 과거 '롤러코스터 타이쿤 3' 부터 시작해 '주 타이쿤', '스크림 라이드' 등 꾸준히 테마파크 시뮬레이터를 놓치지 않았던 이들이 새로운 이름으로 이 장르의 왕좌에 다시 도전했다.






테마파크 시뮬레이터, 그 굴곡의 역사


이 게임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인정할 필요가 있다. 바로 테마파크 시뮬레이터라는 이 좁디좁은 장르가 한때 괴사 직전에 몰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과거 '롤러코스터 타이쿤' 1편부터 3편까지 찬란했던 영광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의 명맥이 잠시 끊기자, 이 장르는 무척이나 조용해졌다.



아! 옛날이여

그도 그럴 것이 불프로그 사에서 개발한 '테마파크'가 최초로 장르를 개척한 이래, 테마파크 시뮬레이터라는 장르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바로 '롤러코스터 타이쿤' 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변변한 경쟁작 하나 없었던 이 독주체제는 2004년 3편을 마지막으로 근 8년간 신작이 나오지 않으면서 침묵의 왕좌가 됐다.

그런 상황에, 팬들은 당연히 새로운 게임에 목말라 있었다. 당연히도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작품 역시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의 신작이었다. 3편 이후부터 개발을 주도한 퍼블리셔 아타리 또한 그런 유저들의 구매 욕구를 알고 있었고, 그리고 2012년을 시작으로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을 3개나 출시하지만, 슬픈 사실은 하나같이 차라리 안 나오는 편이 나은 게임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3D', '롤러코스터 타이쿤 4 모바일', '롤러코스터 타이쿤 월드'... 이 세 작품은 하나같이 모두 재앙이었다. 게임의 그래픽, 시스템, 최적화, 콘텐츠 등등 무엇 하나 문제가 아닌 부분이 없었다. 팬들은 이 후속작들이 '롤러코스터 타이쿤 2'의 무덤에 침을 뱉는 모습을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봐야 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아로새기며 다시 '롤러코스터 타이쿤 2'를 켤 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플래닛 코스터'가 나타났다. 알고 보니 3편의 개발사가 개발한,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테마파크 시뮬레이터의 적장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랜 기간 그 왕위를 찬탈한 후속작들을 지켜보며 칼을 갈아온 햄릿 같은 게임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플래닛 코스터'와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 3편의 차이는 무엇일까? 팬들이 전자는 환영하면서도 후자에는 경련을 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그 차이일 텐데 말이다.






궁극의 샌드박스로 등극한 새로운 왕


테마파크 시뮬레이터를 비롯해, 이런 건설, 경영 장르의 게임들은 곧잘 그 퍼포먼스를 무시당하곤 한다. 사실 요즘 나오는 액션 게임들처럼 엄청난 그래픽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팬들이라면 알고 있다. 이 장르가 컴퓨터의 CPU를 괴롭히는 데는 천재적인 게임들이란 것을.



보기만 해도 왠지 믿음이 가는 깔끔한 메뉴 화면

'플래닛 코스터'의 첫 번째 장점은 바로 탄탄한 기본기다. 이전의 테마파크 시뮬레이터들에 비해 훨씬 깔끔하고 가장 진일보한 그래픽을 가졌으면서도 납득할만한 최적화를 보여준다. 수많은 방문객들과 제각각의 어트렉션, 가게들을 시뮬레이팅 해야하는 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프로세스가 무척이나 많은 장르 특성상 언제나 그동안 출시된 게임들은 이런 최적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나 앞서 말했던 2012년 이후의 3대 '롤러코스터 타이쿤' 들은 심각할 정도로 수준이 낮은 그래픽, 메모리 누수나 병목 현상이 의심되는 발적화 등 게임 플레이 자체를 힘들게 했다.

당장 '플래닛 코스터'의 권장 사양은 절대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CPU의 점유율이 높은 이 장르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그래픽 옵션 타협 만으로도 안정적인 프레임을 확보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칭찬할만하다. 안정적인 코어 분배와 다양한 사양의 컴퓨터를 포괄하는 그래픽 옵션의 여유는 '시뮬레이터'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플래닛 코스터'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어느 두 가지 요소의 융합으로 인해 발생한다. 그 두 가지는 바로 '에디팅 툴' 과 '스팀 워크샵' 이다. 특히 이 에디팅 툴은 '플래닛 코스터' 내에서도 최고의 완성도를 보이는데, 근본적으로 '플래닛 코스터'가 그동안의 테마파크 시뮬레이터와 달리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 툴에서 파생되는 무궁무진한 커스터마이징 옵션 때문이다.

물론, 테마파크라는 특성상 그동안의 모든 게임들은 간단한 부분이라도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필수로 넣어두었고, '플래닛 코스터' 역시 다양한 오브제를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테마파크를 커스터마이징 한다는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플래닛 코스터'는 돋보기라도 들이댄 듯 그런 테마파크를 구성하는 오브젝트 자체도 커스터마이징을 가능케 함으로서, 진정 길가에 배치된 돌 하나부터 롤러코스터까지 모두 유저가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게 해놓았다.

지형은 말 그대로 찰흙을 가지고 놀듯 어느 방향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고, 오브제는 끼리끼리 자유롭게 붙였다 떼었다, 모든 방향과 모든 높이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롤러코스터의 트랙으로 가면, 굉장히 높은 자유도를 가지면서도 쉽게 새로운 트랙을 만들어낼 수 있는 툴의 편의성에 감탄하게 된다. 마치 부품의 가짓수에 제한이 없는 무한한 레고 블럭을 가지고 노는 느낌이랄까? 아니, 그보다 훨씬 자유롭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그만큼 진일보한 '플래닛 코스터'의 에디팅 툴 덕분이다. 단언컨대, '플래닛 코스터'의 에디팅 툴은 2016년 출시 게임 중에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한다. 개인적으로는 어지간한 시뮬레이터 게임이라면 이 툴을 그대로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 정도다.



스팀 워크샵엔 벌써 수만 개의 창작물이 올라와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스팀 워크샵은 이 출중한 툴의 능력에 날개를 달아주게 되는데,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필요한 건물이나 부품이 생기면 이를 찾고자 스팀 워크샵을 바로 검색할 수 있고, 또 반대로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마음에 든다면 바로 워크샵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게임을 하고 있으면, 마치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같이 테마파크를 만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중세 유럽 풍의 파크를 만들고 싶은데, 성은 엄두가 나지 않지만 집이나 주점만큼은 그럴싸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면, 자신이 만든 마을을 공유하고, 다른 유저가 만든 수많은 성 모델 중 하나를 따와 사용하면 된다.

기존에도 스팀 워크샵을 적극 활용한 게임들은 많았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스팀 워크샵에 들어갈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기본 게임 외의 도구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플래닛 코스터'에서는 게임을 하면서 에디팅 툴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모든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을 내 게임에 적용하는데도 제한이 없다. 그렇게 가져와 쓸 때 조금씩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내가 바로 고쳐서 사용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시나리오는 거들 뿐

UGC(User Generated Contents)의 측면에서 볼 때, '플래닛 코스터'는 그야말로 한계가 없는 셈이다. 지금도 수많은 건설가들이 날밤을 새우며 멋진 건물과 테마파크를 만들어내고 있고, 우리는 그것들을 이용하고, 또 한 수 거들고 있다. 괜히 이 게임의 주력 모드 이름이 '샌드박스(SandBox)'인 것이 아니다. 완벽히 그 의미에 부합하는 게임인 셈이다.






무엇이 정신적 후속작을 정의하는가

사실 '플래닛 코스터'가 가진 장점은 무척 강력하지만, 단점도 극명하다. 테마파크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평범하고, 돈을 빌리거나, 광고를 하거나, 우대 티켓을 팔거나, 고용인을 교육하고 임금을 조절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부족하지 않을 만큼이긴 하지만 뭔가 구조적인 면에서 심층적으로 파고들기는 어렵다. 또한 이 게임의 재미는 거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에디팅 툴에 몰려있음에도 그 에디팅 툴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의 숙련이 필요하다. 만약 이 문제가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플레이어라면, '플래닛 코스터'는 자신에게 크게 의미 있는 게임이 아닐 것이다.



절 찾으셨나요?

사실 최근에 다른 장르에서 이런 '롤러코스터 타이쿤'-'플래닛 코스터'과 유사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정신적 후속작'이 있었다. 바로 지난해 출시된 '시티즈 스카이라인' 이다. 현재 시티빌더 장르의 유일한 적장자로서 대우받고 있는 이 게임은(심시티4는 후속작 같은거 없어!), 2013년 출시된 '심시티' 리부트 버전에 대단한 분노를 가지고 있던 플레이어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플래닛 코스터' 역시, 시리즈의 적통(?)이라 할 수 있는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지기 시작하면서 개발 단계에서부터 더욱 그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한 게임이다.

게임 작품의 외부적인 환경이 놀랍게도 닮아있는 두 게임 '플래닛 코스터' 와 '시티즈 스카이라인'. 이 두 게임이 특정 장르의 적자이자 정신적 후속작으로 취급받는 것이 이런 게임 외적인 요소 덕이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단적으로 만약 '심시티(2013)'나 '롤러코스터 타이쿤 월드'가 굉장한 퀄리티의 명작으로 출시되었다면 다른 이 두 게임은 그저 사생아 취급을 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단, 한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아무리 '정신적 후속작'이라 하더라도 그 어떤 진일보한 면이나 자신만의 특색이 없이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팬과 개발자를 모두를 통틀어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직 전작의 복사본에 불과하다면 그 게임은 구입할 가치가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새로운 시도만 하느라 기본기가 제대로 갖춰지지도 않았다면 구입한 돈이 아까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두 가지 정신적 후속작은 비록 각각의 장르의 유일한 적자 자리를 승계 받으면서, 동시에 같은 전략을 취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먼저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기존 '심시티' 시리즈의 핵심 특징 중 하나였던 '디테일 속의 디테일'을 타협한 작품이었다. 시 전체의 예산안에서 일개 초등학교 하나의 예산과 학생 수, 스쿨 버스 수 까지 조정할 수 있었던 '심시티'의 정통을 상당히 희생하고, 대신 숫자에 의한 조율보다는 시각적인 효과를 활용한 직관적 설계, 특히나 각종 교통 연계 시스템을 특화 시켰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까. 이는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열가지 요소를 대충 구현 해내는 것보다는 한두가지를 아주 잘 구현해낸 것이 보다 '재미있는 게임'이 되기 알맞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아이고 우린 이제 죽었어 ㅠㅠ

반면, '플래닛 코스터'가 찬사를 받는 이유는 무궁무진한 커스터마이징 요소와 디테일을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는 섬세한 장난감으로서의 면이다. 지형은 천국에서 지옥까지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고, 건물은 한 칸짜리 변소에서 맵 절반을 차지하는 성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시스템적으로 체크되어 비록 미적 관점을 완벽히 반영하지는 못해도 유저의 창작 행위를 칭찬해준다. '샌드박스(Sandbox)' 라는 단어 그 자체에 걸맞은 게임이라고 할까. '플래닛 코스터'는 이런 스스로 제작하는 콘텐츠에 굉장히 특화되어 있는 게임이다.

이는 두 가지 시뮬레이터 장르가 가지는 핵심 요소, 특히나 유저들이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차이점을 잘 짚어내었고, 또 거기에 잘 집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티 빌더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시스템을 완성' 하는 것이다. 도시는 거대한 하나의 시스템이자 그 아래에 다양한 세부 시스템을 거느리고 있다.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이 중에서 몇 가지 세부 시스템을 간략화하거나 희생하는 대신, 교통, 물동량 시스템 등을 굉장히 세밀하고 중점적으로 다룸으로써 이 장르의 팬들이 가진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끝내주는 창작물들이 워크샵에 올라오고 있다

그렇다면 테마파크 시뮬레이터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뭘까? 모든 플레이어가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목표는 바로 '끝내주게 멋진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꿈과 희망을 품고 나들이를 가던 그 테마파크처럼, 환상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놀이거리로 가득 찬 그런 환상의 나라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리고 '플래닛 코스터'는 그 부분에 있어 거의 완벽한 에디팅 툴을 가지고 있다. 중세 판타지가 가득 묻어나는 성, 서부개척시대의 마을, 얼어붙은 북국의 크리스마스 마을 등,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느 정도의 미적 감각, 툴에 대한 숙지, 그리고 충분한, 정말 충분히 넉넉한 시간만 있다면 말이다.

결론은, '롤러코스터 타이쿤'의 후계자로서 '플래닛 코스터'는 완전히 전작을 똑같이 답습한 물건이 아닌, 오히려 자신의 강점을 알고 이를 극대화한 케이스에 가깝다는 것이다. 매니지먼트나 툴에 대한 접근성 등 몇몇 부분은 희생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강점은 미칠 듯이 강화시켰다. 덕분에 그만큼 부족한 부분은 가격에서의 절충으로 납득이 가능해진다. 비록 모든 면에서 완벽하진 않지만, 약간의 부족함도 '45달러? 이 정도 가격에 이 퀄리티면 괜찮은거 아냐?' 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전통과 일신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


사실 '정신적 후속작' 이라는 단어는 뼈가 있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일 년에도 수백 작품이 쏟아지는 현 게임계의 명실상부한 주류라 할 수 있는 액션 게임들은 함부로 이 단어를 붙이지 않는다. 서로 간에 너무나 많은 유사성을 이미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티 빌더, 테마파크 시뮬레이터,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등에서 유독 이런 단어를 각별하게 여기는 현상은 그만큼 전체 작품 수도 무척이나 작거니와, 이 장르 전체를 섭렵했던 '왕도'를 걸은 게임조차도 결국 살아남지 못할 만큼 작은 파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적 후속작'은 비디오 게임에서도 발전의 흐름, 시류가 있음을 증명해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마치 예술의 사조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특정 작품의 테이스트, 그리고 그 장르가 가진 게임성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는 것에 사람들이 열광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단어는 또한 아무리 고정 팬층, 마니아가 많은 장르라 하더라도 계속해서 진화해나가지 않으면 도태되고 무너지기 마련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과거의 그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일보와 발전이 없다면 아무리 새로운 게임이라 해도 플레이어들에게는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플래닛 코스터'는 그 전통과 일신을 모두 낚아챔으로써 테마파크 시뮬레이터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했다.


꿈의 나라, 환상의 나라. 요즘 기자는 직접 만들어놓은 테마파크를 1배속, 저녁 시간으로 고정한 채 맥주 한 잔과 함께 구경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마치 피곤한 일과를 마치고 집무실 발코니에 앉아 자신의 테마파크를 내려다보는 사장님처럼. 근 십여 년 만에 맛보는 이 기분을 알고 있는 게이머라면, 자신의 추억이 현대의 기술을 만나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이다. 떠나자, 환상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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