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새로운 도전, 6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다 - '호라이즌 제로 던'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38개 |



'킬 존' 시리즈로 이름을 제대로 알린 게릴라 게임즈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오픈월드 RPG, '호라이즌 제로 던'. 게임 쇼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수많은 영상과 스크린샷, 그리고 개발자들의 멘트가 있어서 2017년 초에 이만큼 잘 알려지고 기대치가 높은 게임이 드물 정도였다. 그리고 PS4 Pro에 맞춰 나온 압도적인 그래픽 퀄리티는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으니...

하지만 아무래도 전작의 선례가 있어서인지 다들 걱정하는 눈초리가 많았다. 이거도 용두사미 되는 거 아니냐고, 게릴라니까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리뷰를 쓰려고 플레이하는 내내 어깨가 무거웠다. 이 리뷰 하나에 수많은 이들의 즐거움이 실망감이 될 수도, 혹은 실망감이 즐거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 게임을 정말 오래도록 플레이 해보고 심사숙고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걱정이 컸는데, 오히려 플레이를 하니까 마음이 가뿐해졌다.

액션은 확실하고, 오픈월드 샌드박스의 기본엔 충실한 게임. '호라이즌 제로 던'은 게릴라 게임즈가 몰두한 6년의 결실이 제대로 보이는 게임이었다. 개인적으로 자유로운 오픈월드 샌드박스 형식의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도, 호라이즌 제로 던은 열 시간이 넘도록 패드에서 손을 놓을 줄 몰랐다. 주변 기자들이 그러더라. "오픈월드 흥미 없고 안 좋아하는 데도 그 정도면 갓-게임 아닙니까?"라고. ...생각해보니 그러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크린샷 및 영상은, 일반 PS4 환경에서 촬영되었습니다.

기본기는 탄탄한 게릴라식 오픈월드
훌륭한 연출과 흥미로운 스토리. 미려한 그래픽으로 몰입감↑



이거 어디서 봤는데...사자왕이라던가...

메인 스토리를 수행하면서 추가로 서브 스토리를 보고, 그리고 이 세계를 탐험하고. 게릴라 게임즈가 정말 해냈다고 할 만큼 '호라이즌 제로 던'은 깔끔한 오픈월드를 구현했다. 거대한 맵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길을 개척해나가면서 탐험을 하고, 메인 스토리와 서브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아갈 수 있다.

중간중간 연출로 풀어나가는 스토리는 나름의 몰입력이 있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하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향후의 미래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주인공 '에일로이'가 대립하는 상대에게 감정을 드러낼 것인지, 적의를 드러낼 것인지. 아니면 꾀를 써서 더 좋은 선택지를 찾아낼 것인지, 선택은 플레이어의 몫이며 이에 따른 결과도 향후 스토리에 영향을 끼친다. 물론 전체적인 메인 스토리의 '큰 틀'이 변하는 건 아니지만 세부적인 대화의 변화가 눈에 띈다.



플레이어가 어떻게 감정을 표현할 지 선택할수도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제작과 아이템 튜닝에 관련된 부분. 전투에 집중된 제작 시스템과 아이템 튜닝이 오히려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 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생존' 그 자체가 아닌 생존을 위한 '전투'에 집중한 오픈월드 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수준. 아, 하나 더 꼽자면 NPC들이 좀 비슷하게 생겼다는 점? 그래도 주요 NPC라던가 중요한 역할을 주는, 혹은 비밀이 있을 법한 친구들은 개성 있게 생겼다. 부족마다 비슷한 친구들은 있지만 부족이 다른 NPC들은 대부분 생김새부터 억양까지 다 달라서 지루할 수 있는 단순 진행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무엇보다도 미려한 그래픽으로 어우러지는 연출의 효과는, 경탄할 정도로 훌륭하다. PS4 Pro에서는 거의 시네마틱급의 그래픽을 보여주는데, 프레임 드랍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전투와 연출이 자연스럽다. 일반 PS4도 충분히 미려한 그래픽을 보여주며 광원효과가 정말 멋들어진다. 미려한 그래픽이 어떻게 유저들에게 몰입감을 주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짜낸 연출.

덧붙여 이 과정에서 '에일로이'의 다양한 심정 변화와 대화를 듣게 되고, 플레이어의 뇌리 속에는 자연스럽게 '에일로이'라는 강인한 사냥꾼이 남게 된다. 갈색 머리의 강인한 여사냥꾼하면 무의식적으로 "유 노 낫띵 존스노우"밖에 생각이 안 났는데, 드디어 새로운 '에일로이'라는 캐릭터가 생겨서 무엇보다도 기쁘다.



소나기 속에서 톨넥의 강제 전환. 저기 저 빗방울 보이십니까?



다른 부족을 만나면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그와중에 눈송이도 놓치지 않고...


완성도 높은, 긴장감 넘치는 기계 사냥의 묘미
사냥할 것인가, 사냥당할 것인가. 전투는 정말 재밌다!



플레이 영상에서도 자주 나왔던 소우투스.

가장 재미있게 느껴졌던 부분이 바로 전투. 기계가 마치 동물처럼 움직여서 정말로 '사냥'을 충실히 재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초반에 만나는 초식형 기계 생물들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이후 재규어와 비슷한 '소우투스'를 사냥한 다음부터 만나는 중상급 포식자(?)급 이상 맹수들과의 전투는 긴장을 많이 해야 한다.

계획 없이 전투를 진행했다간 그대로 다굴당해 물어 뜯기거나 밟혀 죽기 십상이라, 말 그대로 사냥을 '계획'해야 한다. 적의 개체 수와 활동 반경을 포커스로 확인하고, 주변에 이용할 지형지물이 있는지 체크하고. 트랩을 사용한다면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 와이어로 적을 고정한 이후 어떻게 딜을 할 것인지. 어떤 무기와 전략을 쓸 것인지 치밀하게 계획하고 한 번에 사냥감을 몰아쳐야 된다. 전투가 시작되면 쉴새없이 바쁘게 무기를 바꿔가면서 딜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주변 상황을 놓치기 일쑤다. 간혹 주변에 다른 생물들이 애드되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부품 분리'. 기계 생물들은 각자 특유의 부품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 부품을 공격해서 파괴하면 부상을 입은 것처럼 특정 공격들이 봉쇄되기도 한다. 상위 맹수들 사냥에서는 필수적으로 숙지해야 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버팔로'와 비슷한 '트램플러'라는 개체는 불에 내성이 있으며 불속성의 공격을 자주 하며 들이 받기도 한다. 하지만 투구의 뿔을 제거하면 들이 받기 공격을 할 수 없고, 뒷다리 사이에 있는 흉측한 기름 주머니 같은 유방에 특정 공격을 가하면 폭발이 일어나 주변에 대미지를 주고, 불속성의 공격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기계 맹수들의 약점, 속성을 파악하는 건 필수다. 안그러면 내가 사냥감이 된다.

스톰버드 이상의 크고 강력한 개체들을 상대할 때는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다. 대형 맹수들의 공격이 너무 강하고 반경도 넓어서 어쩔 수 없이 활동 반경이 넓어져야 해서 몹 애드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필드에는 단순히 적 생물체만 있는 게 아니라 도적단 같은 시정잡배들도 사냥을 방해하곤 한다. 충격적인 건 이 시정잡배들의 대미지도 무시 못할 수준이라는 것. 스톰버드를 거의 다 사냥해서 마무리 일격을 남겨 놓고 도적단 깡패에게 뒤통수를 후려 맞았더니 스톰버드 강하 공격만큼 피가 까져서 너무 놀랐었다. 대체 뭘 먹고 살면 이리 강인한 깡패가 된단 말인가.

전투 한 번 한 번의 긴장이 크다보니 아무래도 피로도도 조금 높은 편이다. 에일로이의 전투 기술들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무기를 튜닝, 세팅해서 꾸준히 파밍을 한다고 쳐도 비행하는 맹금류들은 너무 빨라서 맞추기도 쉽지 않아 정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기껏 트램플러 세 마리를 다 사냥했더니 하늘에서 스톰버드가 내려오고, 옆에서는 타조와 악어들이 덮치고...수풀 속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온 소우투스때문에 패드를 몇 차례 집어던졌다. 전투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싶다면 '쉬움' 난이로도 플레이하는 걸 추천. 보통부터는 전투 난이도가 조금 빡빡하다.

아무튼, '호라이즌 제로 던'의 전투는 정말로 '사냥'에 집중하고 철저히 몰입할 수 있도록 잘 설계했다. 늘어나는 무기의 수만큼 대응해야 할 적들도 많아지고, 다수의 적이 있다면 어떻게 차근차근 수를 줄여나갈지 계획을 하게 된다. 모든 정보는 포커스에 담겨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서, 말 그대로 사냥을 '계획'하고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 난이도 있는 스토리 전투는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만큼 세이브가 포인트가 널럴하기에, 맘놓고 도전하면 된다.

날씨와 밤낮에 의해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잘 들어가 있다. 모래바람이나 우천, 눈으로 인해서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좀 더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며, 마찬가지로 적들도 에일로이를 찾는데 시간이 걸려서 좀 더 움직일 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에일로이는 '포커스'가 있어서 전투에서 항상 유리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부품분리는 몬스터헌터의 부위파괴를 생각하게 한다. 짜릿한 건 동일!



스톰버드 사냥중에 몰아친 모래폭풍. 제대로 안보여서 결국 5분정도 피하기만 했다.


그래서 풀 프라이스의 가치가 있는가?
충분한 플레이타임, 괜찮은 최적화. 미려한 그래픽과 거의 없는 로딩, 신비로운 스토리. 이정도면?




호라이즌 제로 던의 세계관은 어찌 보면 '포스트 아포칼립스'다. 눈부신 인류의 고대 문명이 멸망하고, 웅장한 자연을 기계 생물들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들이 생존하는 이야기. 세계관과 독특한 설정이 잘 녹아든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유저들은 이 기상천외한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과 진실을 '에일로이'로서 경험하며 해답을 찾아나가게 된다. 자신은 누구인지, 그리고 이 세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시 말해 '호라이즌 제로 던'은 생존을 위한 '전투'에 초점을 맞춘 오픈월드 액션 RPG라고 할 수 있다. 이점은 정말 충실히 게임속에 잘 구현이 되어 있으며, 여기에 더불어 적절한 사이드(서브) 퀘스트로 좀 더 세계에 대해서 탐구하고자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도전과제와 보상을 마련해놓았다.




플레이 타임도 충분한 것 같다. 개발자가 말했던 대로, 평균 50~60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이면 약 7~80%를 끝낼 수 있을 듯하다. 사냥하다 자주 사망하긴 했지만, 약 23시간을 넘게 플레이하면서 40% 정도밖에 아직 세계를 열지 못하고 메인 스토리도 이제야 절반을 지나 핵심적인 사건에 제대로 진입한 느낌. 스토리의 내용 대해서는, 여러분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기 위해 절대적으로 언급을 삼가겠다.

개인적으로 대충 60~70시간 정도면 더 이상 할게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이미 그 정도면 충분히 즐겼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이후에 유저들이 직접 도전해 볼만한 과제도 좀 남아있다. 사이드 퀘스트들 중에서는 제한 시간 내에 완수해야 하는 '챌린지 미션' 형태도 있었고, 아직 사냥해보지 못한 거대한 개체들이 많았기 때문. 그리고 음성 기록이나 홀로그램 영상 기록 등 유저들이 찾으며 수집해야 할 요소들도 꽤 있는 편이다. 전투에 집중한 오픈월드라지만, 나름 컬렉션 요소도 적절히 챙겼다고 할까.

앞서 말한 제작이 좀 부족한 점 외에도 단점이 있긴 하다. UX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투에 필요한 필수 아이템 몇 개가 한 번에 안 사져서 조금 불편한 것과 잡 아이템이 많은데 가방이 상당히 좁아서 꾸준히 가방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점. 야생동물들을 재료로 해서 가방을 늘리는 현실성 높은 디테일은 좋은데, 야생동물들은 많지만 '잘 안 보인다'. 기계 사냥을 하다 보면 야생 동물들을 놓치는 경우가 잦은 편. 그래서 초반부터 야생 동물 사냥에 조금은 신경을 써 줘야 한다. 아, 그리고 가끔 맹수들의 AI 오류가 나는건지, 간혹 멍청한 행동을 할 때도 있다. 잽싸게 사냥하도록 하자.

자, 그래서 이 게임은 '풀 프라이스'에 상응하는 즐거움을 제공하는가?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그렇다고 본다. 적어도 2~30시간은 누구나 몰입해서 즐길 수 있을 거라고 보고, 더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상의 플레이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플레이하다 긴장이 풀려서 지치는 경우는 있어도, 답답하거나 심심하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게릴라 게임즈는 그동안 여러 차례 게임을 내왔지만, 받는 기대와 공개하는 영상에 비해 게임의 평가는 썩 좋지는 않거나 극과 극으로 갈렸다(킬 존2를 제외하고). 호라이즌 제로 던 역시 훌륭한 영상이 수차례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전작의 사례를 들어 함부로 믿지 말자고 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호라이즌 제로 던'만큼은 정말로 달랐다. 백지에서 시작한 게릴라 게임즈가, 6년을 달려온 결실이 제대로 담겨있는, 기대한 만큼 보답하 훌륭한 퀄리티를 뽑아낸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당분간은 이 거대한 기계 맹수들을 사냥하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을 것 같다.



농락하면서 표범 한무리를 잡았더니....



옆에서 타조가 덤빈다. 아이고!!! 숨 좀 돌리자!!



타조를 물리치니 이번엔 악어가 덮쳤다. 야생은 정말 무서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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