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뭄에 단비 같은 그래서 의미 있는 게임, '애프터 디 엔드'

리뷰 | 정필권 기자 | 댓글: 30개 |



어느 날, 친구가 술자리에서 말했다. "야, 요즘 모바일 게임은 다 거기서 거기아니냐?" 라고. 살짝 감정 섞인, 하지만 핵심을 일부 관통하는 발언을 남겼다. 솔직히, 게임 전문 기자인 스스로가 느끼더라도 최근 모바일 게임들의 시스템 자체는 기존 것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게임마다 독자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 구조나 플레이 방식 같은 부분에서는 비슷한 모습을 보인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어떻게 본다면 이미 모바일 게임의 장르별로 스테레오 타입이라 부를 수 있는 개념들이 자리 잡아, 벗어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모습을 탈피하려는 시도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시장 자체에 변화를 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먼저, 칭찬 하나 - 넥슨 & 네오플의 시도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선행되는 과제는 '상황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인식한 뒤에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있을 때만이 무언가를 바꿔나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인식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는 사람 또는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요즘 모바일 게임은 다 똑같다'는 문제를 앞에 두고서 넥슨과 네오플은 '하나로 완성되는 게임'이라는 답안을 선택했다. 모바일 게임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용되는 뽑기형 상품이 없거나, 유료로 구입한 뒤 계속해서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그것이다. 거대 퍼블리셔이자 개발사라는 위치를 감안해보면, 평소와는 다른. 그간의 부정적인 인식과는 정반대의 선택이었다.



▲ 첫 공개 때에는 '아니 넥슨이 이런걸?' 이라는 반응이기도 했다.

정답이었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유효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 같다. 유저들이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인식과는 반대로, 완성형 상품으로 신작을 출시한다는 것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규모가 있는 회사이기에 부담 없이 실행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는 칭찬받을 만하다.



■ 하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다 - 퍼즐이라는 장르 그대로

시도와는 별개로 게임 자체의 인상은 '퍼즐'이라는 장르 자체에 집중한 모습을 보인다. 비주얼 측면에서 '저니'나 '모뉴먼트 밸리'와의 컨셉 유사성이 지적되었으나, 실제 플레이 시의 느낌으로는 두 게임과의 연관성보다는 퍼즐 자체에만 집중하게 된다.

애프터 디 엔드의 퍼즐 구성은 기본적으로 화면을 돌리고, 스위치를 조작하고, 함정과 적들을 피해서 정해진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모뉴먼트 밸리처럼 착시현상을 이용한다거나 하는 독특한 요소는 거의 없지만, 퍼즐을 풀어내는 재미는 확실히 살렸다. 때문에 '뭔가 특이한 것이 있겠지'하고 무심코 이동하다가는 사망하기 일쑤다.



▲ '특이함'은 없다. 다만 장르에 충실했다.

에피소드의 수는 총 12개이며, 퍼즐의 자체의 난이도는 낮은 편이다. 오브젝트를 이용하는 데에 약간의 고민을 요구하지만, 구조를 생각해 본다면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에피소드10까지 진행하면서 돌이 굴러오던 에피소드만 제외하면 반복해서 사망한 구간이 거의 없었다. 어차피 도전 횟수는 스테이지를 진행하다 보면 20~30회 정도로 쌓이니, 실패에 스트레스도 없는 편이다. 힌트로 목표물이 되는 스위치도 표시해 준다.

화면을 회전하며 퍼즐을 풀어내는 것이 전제되어있으므로, 벽이나 기둥으로 가려져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 이리저리 돌려보는 것이 하나의 재미로 다가온다. 스테이지 곳곳에 숨겨진 조각상을 찾는 요소도 플레이에 집중력을 높이는 요소다. 퍼즐 풀이와 함께 조각상을 모으기 위해서 약간의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은 덤.



▲ 조각상을 모으는 소소한 목표 설정도 괜찮았다.

다만, 낮은 난이도임에도 조작의 불편함과 불친절함으로 인해 게임이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아쉽다. 이동을 하려다가 화면이 돌아간다거나, 반대로 화면을 돌리다가 이동하는 바람에 낙사를 한다던가. 리듬 관련 퍼즐에서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던가 등등 답답한 면이 있다. 이렇게 플레이 시 집중을 저해하는 조작감은 개선해야 할 요소로 남는다.



▲ 회전을 자주 해야되는데, 조작 범위가 약간 겹치기도 한다.



■ 서정적인, 그리고 아름다운 - 음악과 비주얼

자극적인 맛이 없는, 한편으로는 심심한, 정석이라고 부를만한 퍼즐은 음악과 비주얼을 통해서 완성된다. 게임 시작 화면부터 이어폰을 사용한 플레이를 권장하는 데에는 전부 이유가 있었다. 게임 내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유려하고, 때로는 감동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음악이 퍼즐과도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당황한 부분이긴 한데, 위에서 떨어지는 노트를 맞춰야 하는 구간에서는 무음모드로 플레이하다가 한참을 헤매기도 했다. 이후에는 이 리듬 퍼즐로 화음까지 넣어야 하니, 플레이할 때에는 무조건 이어폰을 사용해서 즐기는 것을 추천하는 바다.

유려한 사운드는 자칫하면 심심할 수 있는 플레이에 양념을 쳐준다. 배경음과 효과음, 퍼즐에서 들리는 소리까지 하나하나 신경 쓴 세심함을 느낄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이러한 OST를 모아서 들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그래서 더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한다.



▲ 최종 퍼즐들은 리듬 게임 요소 등 다양한 방식이 사용된다. 이어폰은 필수다.



■ 가뭄에 단비 같은 - 그렇기에 의미 있는

'이블팩토리'부터 시작하여, 최근 들어 보여주는 넥슨과 네오플의 행보는 '애프터 디 엔드'에 이르러 나름의 결과물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출시 1주일도 되지 않아 앱스토어 유료 게임 매출 1위, 구글 유료게임 매출 3위를 달성했던 사실이 이를 어느 정도 증명한다.

집중해서 즐긴다면 6시간여면 엔딩을 볼 수 있는 5천 원짜리 게임. 매출 규모로 따지면 전형적인 BM을 채택한 게임과 비교할 수 없지만, 시도 자체는 존중받기 충분하다. 유저들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확률에 대한 피로감을 벗어던진 것부터, 신경 써서 만든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 스테이지 구성부터 음악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모습이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매출 측면 외에도 '애프터 디 엔드'가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었으면 한다. 그리고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변화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뽑기와 확률로 황폐해진 유저라는 대지에 단비가 될 수 있는 게임으로 남기를 원하고, 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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