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죽음과 도전에 대한 완벽한 설계, '데드 셀'

리뷰 | 정필권 기자 | 댓글: 38개 |

꽤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단적으로 말하면, '다크소울 + 메트로베니아 + 로그라이크'의 정체성을 가진 인디게임. 게다가 어느덧 한 장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게임들에서 장점만을 가져왔다. 딱 봐도 개발자가 작정하고 개발했음이 느껴졌다. "야. 너 거기 딱 있어봐. 지금 널 잘근잘근 박살 내버릴거니까"하고 말이다.

특징만 본다면야, 이렇게 갑갑하고 끔찍할 것 같은 게임이 따로 없다. 사람 속을 뒤집어 놓는 난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찾아오는 죽음과 우리를 괴롭히는 다양한 스테이지 장치들까지. 진짜로 장점만을 모아놓았다. 문제는, 고통을 즐기는 마조히스트 성향의 게이머들이 많다는 것(기자를 포함해서). 그리고 적당한 수준에서 희망과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뒀다는 점이다.

출시와 동시에 스팀 유저평가 압도적 긍정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이 모두 피학적인 성향인 것도 아니었을 터. 그렇다는 것은 죽음과 고난이 가득한 이 게임의 무언가가 유저들의 시선을 끌어당겼다는 이야기다.



▲ "으앙 쥬금 ㅠ" 자주보고 달콤해질 그 것.


"다크소울의 테이스트" - 죽음에서 배운다


'시리즈 전통 = 유다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내며, 고통과 고난의 상징이 된 '다크소울' 시리즈. 빡빡한 난이도와 조작감, 스트레스를 이겨내며 자신의 성장을 돌아본다는 독특한 정체성을 보여줬다. 고난을 극복하며 오는 카타르시스와 벅찬 감동은 다른 게임이 보여줄 수 없는 다크소울만의 특징이기도 했다.

'데드 셀'은 고난의 극복. 그리고 카타르시스라는 다크소울의 정체성을 자신에게 맞춰 적용했다. 그만큼 어려운 편이고, 처음 보는 적이 어떻게 공격할지를 가늠하는 판단력과 회피 사용이 강제된다. 스테이지 내의 각종 함정도 유저의 신경과 스트레스를 갉아놓기 충분하다.



▲ 반대로 오브젝트를 이용한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하지만 항상 그렇듯,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한 노력과 출구는 마련되어 있다. 그냥 어려운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실력과 노력, 판단이 맞아떨어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다. 그리고 이 점이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소울류 게임에서 '잘 만들었음'을 구분하는 기준도 여기에 있다. 플레이어에게 고난을 극복하는 영웅적인 감정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주위 환경이 절망적일지라도, 하나의 가능성을 부여잡고 승리를 쟁취했을 때의 영웅적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 개발사의 능력이다.



▲ 개발자는 난이도로 우릴 괴롭힌다. 어렵다.

그런 면에서 데드 셀의 디자인은 적절하고 파고들 수 있는 요소들로 구성되어있다. 게임 내에 랜덤 요소가 가득하고 사망 시의 리스크가 크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흥미롭게 볼 만한 부분이다. 끊임없이 죽음을 반복하고 게임의 처음으로 돌아갈수록, 이전의 한계를 극복하는 즐거움은 배가 되니 말이다.


"로그라이크의 테이스트" - 같은 플레이는 없다


고난을 극복하는 플레이어의 영웅적인 과정은 '로그라이크'의 정체성을 통해서 한층 더 빛을 발하게 된다. 한 번 죽음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로그라이크'라는 장르의 특징 때문에 긴 시간 게임을 플레이해도 처음부터 되돌아가야 한다. 화톳불 같은 중간 세이브 지점도 없다. 심지어 맵의 구조는 우리가 죽어나갈 때마다 바뀌고, 스테이지에 배치된 아이템의 종류도 계속해 달라진다. 같은 게 있다면 생각을 따라주지 않는 내 손뿐이다.

게임 플레이 도중 사망한다면? 스킬 업그레이드에 사용하는 자원은 물론이고 보유하던 아이템까지 전부 잃게 된다. 죽음에 대한 리스크는 아주 막대하다. 사망 시에 적당한 패널티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도록 게임을 만들어버렸다.



▲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

이로인해 데드 셀의 게임 플레이는 사소한 조작 하나가 생사를 가르게 된다. 실수를 통해서 패턴을 깨우치거나 익숙해진다는 개념보다, 죽음을 맞이하며 플레이어의 실력을 늘리는 것이 해결책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거듭되는 반복플레이를 로그라이크의 방식을 차용하여 보완했다.

만약, 패턴을 익히는 것이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이었다면, 죽음의 리스크가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스테이지 구조부터 아이템 배치, 아이템의 옵션까지 무작위로 구성되는 시스템 덕분에 죽음은 모험해야 하는, 도전할 만한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데드 셀의 디자인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유가 이것이다. 매우 큰 리스크를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내면서도 반복 플레이에 깊이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 무작위 배치는 파밍의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메트로베니아 테이스트" - 던전의 탐험


메트로이드와 악마성 시리즈에서 출발한 '메트로베니아' 장르는 거대한 맵을 탐험하고, 숨겨진 아이템과 능력들을 모아나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던전 탐색과 액션에 방점을 두는 만큼, 유저들의 모험심과 탐구심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를 충분히 갖춰둬야만 비로소 '메트로베니아'라는 타이틀을 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데드 셀이 보여주는 메트로베니아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자주 찾아오는 죽음. 그리고 모든 것이 무작위로 결정되는 시스템이기에 탐험의 중요성이 더욱 드러난다. 죽음으로 대부분이 초기화되더라도, 설계도와 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한 능력만큼은 남겨두는 것도 플레이어들이 탐험을 즐기라는 의도다.

죽을 때마다 모든 것이 달라지는 이 게임이기에, 스테이지 곳곳의 장치들을 최대한 탐험하고, 아이템과 금화를 파밍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그리고 당연히 파밍 과정에서 던전의 곳곳을 탐험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 새로운 능력을 얻으면, 죽어서도 활용할 곳이 생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요소들을 넣어놓은 것도 탐험을 위한 배치다. 강제적이지는 않지만, 발견과 탐험에 의한 보상을 마련하여 풀어나가고자 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열리지 않는 문이라던가, 난데없이 보너스 스테이지로 진입하는 포탈 같은 숨겨진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무작위로 환경이 재설정 되기에 항상 같은 곳에 같은 오브젝트가 위치하는 어설픔도 없다. 로그라이크에 충실한 만큼, 숨겨진 요소들도 무작위로 결정된다. 아직 개발 중인 얼리엑세스 상태임을 고려하면, 어느 하나 허투루 넘어간 요소들이 없다.



▲ 숨겨진 미니게임, 다양한 장치들이 스테이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얼리엑세스지만" - 가능성은 충분하다


죽음에 대한 도전과 무작위로 말미암은 재미, 숨겨진 요소와 시스템은 얼리엑세스 이상의 퀄리티로 마감됐다. 부족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태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보여줬다 하겠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발암 요소들을 섞어내면서도 도전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를 해뒀다는 점이다.

죽음으로 인한 큰 리스크는 로그라이크의 무작위성으로 스트레스를 희석하고, 메트로베니아의 탐험 요소를 넣음으로써 파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했다. 타격감이나 이펙트, 성장 요소들까지 충실하게 갖춰뒀으므로 반복을 거듭하면서도 흥미로움을 잃지 않는다.



▲ 시원시원한 타격감 때문에 지루하지가 않다.

그렇기에 '데드 셀'은 얼리엑세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그저 흘려보내긴 아쉬운 게임이라 평하고 싶다. 시원시원한 플레이와 더불어, 각 장르의 장점을 한데 버무린 만큼 확실한 정체성을 보여줬다. 자칫하면 위험했을 수 있던 도전은 게임의 완성도로 마감됐다.

몬스터 패턴이나 콘텐츠 볼륨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분명한 것은 게임의 기본적인 틀이 정확하게 잡혀있다는 것. 그리고 추가적인 개발을 통해서 완성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로그바니아'라는 복합장르의 태동. 그 속에서 '데드 셀'은 어떤 결과물을 거두게 될 것인가. 기대하며 지켜볼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 새로운 복합장르의 등장. 얼리엑세스지만 미래는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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