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옛 와우저가 접한, "당신은 어느 쪽에 충성을 바치겠습니까?"

리뷰 | 이현수 기자 | 댓글: 170개 |
옛 MMORPG 팬들에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유독 각별한 게임일 것이다. 부인 잔소리에 게임과 담을 쌓고 지내는 이들도 군대 무용담에 버금가는 ‘와우 무용담’을 지나가는 밤이 아쉬울 정도로 쏟아내며 추억을 곱씹는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30대가 으레 그렇듯 삶에 치이고, 가정에 치이고, 회사에 치이다 보니 예전처럼 게임을 할 시간도 열정도 사라진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인데 뭐랄까. 서로 마음은 확인했으나 다가가지 못하는 상황이랄까. 확장팩이 발표될 때마다, 메이저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결제하고 채 몇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와우 한국 광고들이 그토록 많은 인기를 끄는지도 모르겠다.

오늘(2일) 와우는 클래식 서버의 개념 발표와 함께 새로운 확장팩 ‘격전의 아제로스’를 발표했다. 왕년 ‘와우저’의 가슴에 불을 지른 클래식을 가슴에 품고, 전초전 격인 ‘격전의 아제로스’를 플레이하며 복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격전의 아제로스
드디어 전면으로 나온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대립, 새로운 추가 종족


'격전의 아제로스'에서는 군단에서 안두인 린과 실바나스 윈드러너라는 새 우두머리를 얻은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대립 구도가 시작된다.

호드는 텔드랏실을 불태우고, 얼라이언스는 로데론으로 진격하게 된다. 이와 함께 지역과 자원을 차지하고 진영의 생존을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격전의 아제로스’에서는 4개의 종족을 포함한, 총 6개의 플레이 가능한 동맹 종족을 플레이할 수 있다. 공허엘프, 빛벼림 드레나이, 검은 무쇠 드워프가 얼라이언스 진영에, 나이트본, 높은 산 타우렌, 잔달라 트롤이 호드에 각각 합류했다. 플레이어는 이제 총 6개의 플레이 가능한 동맹 종족 중 하나가 되어 아제로스를 탐험할 수 있게 됐다. 각 종족을 잠금 해제할 수 있으며 120레벨까지 올리면 고유의 유산 방어구 세트도 얻을 수 있다.

플레이어블 버전에서는 LightForged(빛벼림 드레나이)와 Highmountain(높은 산 타우렌)을 플레이할 수 있다. 높은 산 타우렌은 Zo’bal Ruins에서 시작하고 빛벼림 드레나이는 Fallhaven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캐릭터 레벨은 110.



▲ 빛벼림 드레나이와 높은 산 타우렌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거울을 보는 듯한 동질감에 이끌려 항상 호드만 했던 나는 처음으로 얼라이언스를 선택했다. 빛벼림 드레나이는 전사와 사냥꾼, 마법사, 성기사, 그리고 사제를 선택할 수 있다. 광역 신성공격을 할 수 있는 Light’s Judgment(빛의 심판)라는 종족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종족 이름답게 Forge of Light(빛의 모루)를 통해 모루를 소환할 수도 있다.

높은 산 타우렌은 종족 특성은 인상적이었다. 전사, 드루이드, 사냥꾼, 수도사, 주술사 전사 등으로 플레이 가능한 이들은 Bull Rush(황소 돌진)를 사용하는데 이름 그대로 소처럼 돌진해 들어간다. Waste Not, Want not(낭비하지 마라, 원하지도 마라)이라는 스킬은 고기와 생선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종족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게임을 시작하면 언제나 그렇듯 NPC에게 말을 걸면 뭐를 몇 개 가져와라 어디가서 무엇을 해라 등의 퀘스트를 부여한다.

사실, 와우라는 게임이 오랜 시간 동안 잘 연마되어 왔기 때문에 그래픽을 포함한 외적 요인이나 시스템 등의 내적 요인은 크게 바뀐 게 없다. 소소한 업그레이드를 통한 개선 등이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확장팩은 완전히 두 세력 간의 갈등이 전면에 대두했다는 점이다. 나와 같은 옛 사용자들도 충분히 환영할 만한 요소다. 실제로 오프닝 이벤트 때 ‘포 더 호드’라는 외침에 컨벤션 센터가 무너지는 줄 알았다. 반대로 안두인 린에 외침에 얼라이언스 진영 사용자들도 호드의 외침을 덮으려는 듯 크게 외쳤다. 그만큼 지난 확장팩들이 채워주지 못한 진영 간의 원초적 갈등에 대한 갈증을 잘 잡은 것 같다.

MMORPG의 특성상 잔달라나 쿨티라스의 모든 콘텐츠를 일일이 해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게임 디렉터가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 Island Expeditions(군도 탐험)와 Warfront(격전지) 등 기대되는 새로운 콘텐츠는 모두 진영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 잔달라와 쿨 티라스 모두 강력한 해상 억제력을 가지고 있다.

군도탐험은 미지의 섬을 찾기 위해 세 명의 플레이어가 협동을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상대 진영을 만나 싸움을 펼친다. 또한, 워크래프트3를 연상케 하는 격전지 역시 그 기반에는 군도탐험에서 갈등을 통해 획득한 자원이 있다.

와우같은 MMORPG에서 진영 시스템의 중요성은 크게 중요한 요소이다. 그간 와우는 이를 좀 소홀히 해온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공동의 적에 대항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옛 사용자들이 생각하는 와우는 타렌밀농장과 가시덤불 골짜기에서 펼쳐졌던 아무런 보상도 이득도 없는 전쟁 아니겠는가.

MMORPG는 영화나 만화와 같은 다른 문화 콘텐츠와 달리 완성품으로 나올 수 없는 상품이다. ‘바람의 나라’나 ‘울티마 온라인’ 역시 아직 호흡을 내쉬고 있는 이유는 MMORPG가 가지는 이런 시스템적 특징 때문일 것이다. 수요자에게 콘텐츠를 공급해줌과 동시에 생산물은 수요자에 욕구에 맞추어 지속적이고 유기적으로 변할 수 있다. 설령 오랜 시간동안 구조화되고 정형화되어도 수요자가 생산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게임을 즐기며 틀 안에서 변화를 꾀할 수도 있고 종국에는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실제로 훌륭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와우같은 경우도 게임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게임을 하는 사용자보다 오히려 개인의 내적 동기와 목표에 따라 플레이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사용자의 행동 자체가 개별적인 게임 활동의 가치 및 목표가 된다는 뜻이며 이는 집단 구성에서 기인한다. 당연히 기저에는 ‘갈등’에서 용솟음치는 에너지가 있다.

집단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가지고 있는 일종의 버릇이다. 작게는 가정에서 크게는 국가까지 집단의 개념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표명하고 타인에 의해 자신의 존재가 인식되기를 원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서 발현한다. 이는 게임이 지속해서 생명력을 얻는 원천이 되게 한다.




게임 초기 단계에서부터 대립 관계에 놓음으로써 소속 진영의 사용자와 집단에 애착이 생기며 공통의 적이 있다는 소속의식을 함양한다.

집단 구성을 통해 캐릭터에 본인을 투영하기 시작하면 캐릭터의 의무에 충실하게 되는데, 길드나 다른 사용자를 통해 자신의 위치가 결정되고 해야 할 것들이 부여된다. 예를 들어 진영 간의 전쟁에서 부여받은 임무를 위해 행동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는 몰입도를 높여주고 게임의 접근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게임 내에서 형성된 인맥이 크게 발전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 않은가.

즉 와우는 진영 간의 극한 대립을 다시 선택하면서 동기부여를 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시연장 내 기자들끼리도 서로 ‘장난 섞인 극심한 디스’를 펼치면서 게임을 하는 이유가 다른 게 아니다. 블리자드의 문구 ‘어느 쪽에 충성을 바치겠습니까’가 괜히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이외에도 새로운 콘텐츠로 티탄의 힘을 방어구에 주입할 수 있게 됐다. ‘아제로스의 심장’이라는 목걸이는 마그니를 통해 얻는 목걸이로, Azerite (아제라이트)라는 자원을 이용하여 목걸이의 레벨을 올리고 방어구를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유물 무기 등으로 가뜩이나 복잡해져서 복귀를 망설이게 되는 아제 게이머들에게 아제라이트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새로운 힘과 특성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해줬다.

다만, 와우가 외형으로 하는 게임은 아니라지만, 요즘같이 고품질 그래픽과 엄청난 타격감으로 중무장한 게임들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와우의 타격감과 그래픽은 정말이지 고집이 있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 같다. 워낙에 오래된 게임이라 뒤엎는 게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푹찍’으로 대변되는 그 시절 그 느낌은 추억 보정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그래도 매 확장팩을 지나오며 아주, 아주, 아주 세밀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은 팬 보이들에게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오래된 와우저는 복귀를 생각했다
진영 간 대립에서 나오는 나만의 내러티브와 새로운 탐험이 기대된다

앞서 언급했듯 MMORPG처럼 많은 플레이 타임을 요구하는 게임은 직장인이 하기 쉽지 않다. 환경이 잘 갖추어진 시연을 하면서도 모든 콘텐츠를 플레이 해보지 못했다. 굉장히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그냥 통했다’라는 말로 설명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열정과 깊은 관심이 있어도 하기 힘든 게임인데, 공동의 적에 대항한다는 세계는 뭔가 김이 빠진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손을 잡다니!"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옛 사용자에게는 상당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블리자드의 최근 행보 중의 하나인 ‘기존 게임플레이의 점진적 진화’는 이번 확장팩에서도 알게 모르게 드러났다. 분명 방대한 콘텐츠 혹은 반복적인 콘텐츠에 지쳐 떨어져 나가게 할지언정 아무 생각 없이 끝단 디자인을 늘려놓은 것 같지는 않았다.

워낙 오래 이어져 내려온 게임이라 틀 자체가 확장성이 부족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꾸준히 변해온 모습은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고, 매 확장팩마다 복귀를 고민하면서 정액권을 질렀다가 게임을 하지 않은 나 같은 게이머의 마음을 동하게 하였다. ‘격전의 아제로스’ 발표보다 클래식 발표에 더 환호했던 나 같은 게이머의 마음을 동하게 하였다.

아마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원초적인 충돌이 나를 이끌었던 거 같다. 그렇다. 와우는 확실히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싸워야 제맛이다. 게다가 나를 이끄는 사람이 여왕님이라면 그녀의 뒷모습만 보고도 따라갈 준비가 되어있다.

그 옛날 언더시티 하수구에서 여왕님을 지키기 위해 골백번을 죽었던 옛 사용자라면 그때 그 감성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 확장팩을 잡아봐도 괜찮을 것 같다.


블리즈컨2017 특별취재팀(=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오의덕, 김지연, 양영석, 이현수, 장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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