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디스워오브마인 개발사의 신작! 생존형 시티 빌더 '프로스트 펑크'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20개 |



전쟁의 참혹함과 이면을 그린 게임 '디스워오브마인'이 재미있었다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절대 '그렇다'라고 할 수 없다. 애초에 플레이를 하면 멘탈만 터지고 자괴감만 드는 게임이니까. 기분좋게, 재미있게 플레이했다고는 절대 못 하겠다.

그러면 질문을 바꿔서, "이 게임이 플레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에는 격한 긍정의 의사를 표할 것 같다. "반드시 플레이해볼 것"이라고 하겠다. 소위 말하는 "나만 당할수 없지"의 마인드가 아니고, 진짜 이 게임은 그만큼 교훈적이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임이었으니까. '디스워오브마인'은 나에게는 '재미없는 갓겜'이었다. 가끔씩 감성이 충만해지는 밤이면 해보는 게임이랄까.

그런 11비트 스튜디오의 신작이 나온다길래 엄청 기대를 많이 했었다. 어차피 플레이하면 멘탈이 터져나갈건 뻔하니까, 대체 이번에는 어떤 소재로 자괴감이 들게 할까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이 들었다고 할까? 그걸 이번 PAX에서 직접 풀어볼 수 있을줄은 몰랐다. 그래서 보자마자 달려갔다.

PAX2018 현장에서 11비트 스튜디오의 신작, '프로스트 펑크'는, 플레이어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게 아닌, 간적접으로 영향을 주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의 선택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연결이 된다.


프로스트 펑크는 독특한 '시티 빌더'라고 할 수 있는 일종의 경영 시뮬레이션이다. 다만 플레이어가 경영하게 될 도시는, 혹한의 추위속에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가 모인 극한의 환경이다. 플레이어의 선택과 경영에 따라서 지도자인 플레이어의 운명까지도 결정이 되는 형태다.

기본적으로 도시는 마을의 한 가운데에 있는 증기 발전기에서부터 시작이된다. 차근차근 주변의 자원을 수집하고, 거주구와 치료구, 그리고 식량을 생산하면서 천천히 도시를 발전시키면된다. 기술발전도 빼놓지 않고 진행해서 발전기의 수준을 높이며 계속해서 도시와 인구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도시가 충분히 성장하면 새로 이주할 곳으로 선발대를 보내서 알아보거나 계속해서 확장을 하면 된다.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다. 혹한의 추위속에서 돌발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이런식으로 플레이어는 '시련'을 맞이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여 생존하면 된다. 목표 자체는 정말 간단하다.




하지만, 11비트 스튜디오 게임답게,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중간중간 특별한 '선택'을 강요한다. 일반적인 시티 빌더 게임에서의 이런 '선택', 정책은 도시의 발전과 관계됐거나 대충해도 큰 영향이 없는 편인데, '프로스트 펑크'는 정확히 반대라고 할 수 있다. 11비트 스튜디오는 플레이어에게 생존을 위해 잔혹하고도 어려운 결정을 '강요'한다. 왜냐고? 바로 플레이어가 '지도자'니까.

플레이어의 결정, 즉 선포된 '법'에 따라 도시는 즉시 반응한다. 주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바로 눈에 띄게 나타나면서 빠르게 사건들이 진행된다. 프로스트 펑크는 플레이어의 결정에 따른 결과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플레이어에게 부담을 가한다. 정답은 없지만 자신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 그 '책임'을 강렬하게 물어오는 느낌이다. '법'의 선택과 결과가, 플레이어에게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류의 묘사는 전작인 '디스워오브마인'에서도 존재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작이 '개인'의 감정에 집중한 선택이었다면, 이번에는 '지도자'의 결정으로 한 층 더 무겁고 심오한 판단을 강요한다.

어떻게 보면 바로 액션이 나타나지 않기에 덜 강렬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후폭풍은 감당이 안될 정도로 거세다. 새롭게 세운 법에 의해 어떤 사건이나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이 법과 당신이 옳은 것인지 끊임업이 질문한다. 이쯤되면 모 게임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잊지마라, 선택에는 결과가 따르는 법이다.



아이가 다쳤다...근데 애들을 노동에서 빼자니 문제가 생긴다.

자원 채취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플레이어는 어린 아이도 노동에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이 노동 중에 사고를 당하면 어김없이 "이 정책을 유지하겠습니까?"라고 물어온다. 노동법에 어긋나지만 이걸 취소할 수도 없다. 아이를 빼면 노동이 부족하고, 자원이 모자라 죄다 얼어죽게 생겼으니까. 진퇴양난의 질문은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프로스트 펑크는 이렇게 플레이어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는데, 이 메시지가 정말 철학적이다. '생존'이 걸려있을 경우, 때로는 정의롭고 올바르다고 생각한 결정이 모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는 잔인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런 특징외에도, '프로스트 펑크'는 시티 빌더 자체로도 괜찮은 완성도를 갖췄다고 생각했다. 건물의 수나 발전 테크 트리는 적은 편지만 확실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각 건물들의 용도와 형태가 확실히 구분되고, 혹한의 추위에 버텨낸다는 컨셉에도 잘 맞게 설계되어 있다.

전작에 비해서 훨씬 세밀해진 묘사도 또 다른 몰입요소다. 차가운 눈속을 헤치며 생존하기 위해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나, 도시안에서 배급을 하는 모습 등등 다른 '시티 빌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묘사들도 눈에 많이 띄는 편.

초반에 거주구가 모자랄 경우, 노동자와 집이 없는 노숙자들은 따듯한 발전기 주변에 모여들어 잠을 청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른 시티빌더에서 이런 묘사들이 '재미'였다면 프로스트 펑크에서는 플레이어가 좀 더 신중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또 하나의 장치였다.

사운드 역시 게임의 분위기가 잘 맞아들어서 한 층 더 높은 몰입감을 제공했다. 시연대 주변이 상당히 시끄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짧은시간의 시연이었지만 게임에 정말 잘 집중이 될 정도였으니, 연출과 사운드로도 충분히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프로스트 펑크'는 오는 4월 24일, 스팀 등 각종 플랫폼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는다. 다만, 전작인 '디스워오브마인'을 높게 평가한다면 꼭, 플레이하길 추천한다. 애초에 이 게임은 기분 좋게 끝날 수 없는 게임이니까 재미있었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애매한 것 같다. 물론 당연히 출시되면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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