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게 사람사는 집구석이냐!!" - 하우스 플리퍼 청소 체험기

리뷰 | 양영석,정재훈 기자 | 댓글: 21개 |
사람은 본능적으로 당황하거나,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을 때 외친다. "아니!!!"라고. 불만의 표시라고 할 수 있는 이 본능을, 시작이라는 의미까지 담아 최근에는 '아니시에이팅'이라고 부른다. 모 게임에서는 잘 됐건 못했건 남탓의 시작을 알리는, 전쟁의 선포와 같은 의미로도 쓰인다. 예를 들어 "아니 적 정글러는 탑에서 사는데!!"처럼?



ex) 정당방위성 아니시에이팅. 출처 : LoL 인벤 "빡치는 짤"

이 게임이 딱 그랬다. 시작한 지 3분 만에 내 입에서도 "아니!!!!"라고 튀어나오고 자괴감부터 들었다. 대체 이걸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옆 자리의 라파 기자는 완전히 청소에 심취해있었다. 라파 기자는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해볼 수 있어 재미있다."라면서 빛나는 청소 본능과 인테리어 실력을 발휘하며 순식간에 돈방석에 앉았다.

청소는 어지른 사람의 책임이자 의무다. 어지르는 사람, 청소하는 사람은 결국 같게된다. 그러나 인류는 위대한 자본의 힘에 기대어 '어지르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을 따로 만들 수 있었다. 바로 이 게임, 하우스 플리퍼가 그런 게임이다. 진짜 게임을 시작하면 3분 만에 아니시에이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남의 집, 사연이 있는 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 끔찍함이란 무엇인지 항상 체감할 수 있다.

게임의 플레이 자체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조작은 클릭뿐이고, 필요하면 구매해서 설치하고. 청소 스킬을 업그레이드하며 능숙해진 청소부, 미장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거듭나면 끝. 그리고 물론 돈도 벌고. 플레이 자체는 너무 간단해서 그래서 몇 가지 사연을 소개한다. 끔찍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던 기묘한 경험이다.

※ 스크린샷이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Case 1. "제발 도와주세요, 돈이라면 드리겠어요"
라디에이터 뜯어 팔고 그 돈으로 집세를 낸 집




바츠와프 쉬파라씨의 사연이다. 비교적 초반에 만날 수 있는 사연으로, 학생들에게 집을 임대해 준 사람이다. 임대료를 제때 내지 않아서 집에 찾아갔더니 폭탄을 맞은 것 마냥 개판이었단다. 임대료 제때 안내면 쫓아낸다고 경고했더니 라디에이터를 고물상에 팔아치운 돈으로 임대료를 냈다고? 거기다 집이 완전 박살이 났다는데...



"아니, 이런 @#$%^!"

폭탄을 맞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던 집이다. 세상에, 이렇게 어지를 수 있는 것도 능력인 것 같다. 넘쳐나는 빈 병에 쓰레기 더미, 썩어빠진 박스 더미에 진흙투성이. 이런 집이면 의례 있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도 잔뜩. 사실 진흙이나 얼룩, 이런 건 별생각 없는데... 진짜 저 초대받은 손님이 너무 싫다. 세스코 불러야 되는 거 아냐? 하고 생각해보니까 내가 세스코 직원이랑 비슷한 처지였다..

A ㅏ... 아무튼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은 일단 죄다 청소기로 흡입해버렸다. 이 청소기는 이제 앞으로 못쓸듯한데 계속 쓰더라. 아무튼 개념 없는 학생들이 떼어낸 라디에이터는 다시 사다 붙였고, 맥주병 등 쓰레기들은 다 내다 버렸다. 이러니까 생각보다 괜찮은 집이었다.

끔찍했던 첫 외관과 달리 바츠와프씨의 집은 생각보다 작업이 쉬웠다. 구석구석 숨은 찌든 때와 먼지가 문제였지만 강력한 울트라 대걸레와 함께하니 무서울 게 없더라. 홈쇼핑에서 나오는 청소기구들에 열광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튼 이렇게 무사히 종료. 청소를 하면 언제나 느끼지만, 뿌듯하다. 의뢰인도 기뻐하겠지?



라디에이터도 다 달고, 집도 예뻐졌다. 이제 누가 살아도 될거 같다.


Case 2. "전문적인 청소가 필요해요"
냉장고에 뭘 토해놓은 것 같은 집




로버트 파하씨가 의뢰한 청소. 며칠 전에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구매했다고 하는데, 이 집을 아무도 구매하려고 하지 않았단다. 여기도 어김없이 환영받지 못한 손님들이 살고 있었다. 로버트씨의 말을 빌리자면 마치 냉장고에 뭘 토해놓은 것 같단다. 전문적인 청소가 필요하다고 존경을 담아서 메일을 보냈다.

전문적인 청소부는 존경받아야 한다. 이 게임을 1분만 해봐도 느낄 수 있다.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하기에, 그게 우리 사회에서 3D업종이 더 많은 임금과 대우를 받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아무튼 이 게임하면 그렇게 된다. 그래서 기대를 가지고 로버트씨의 집을 찾았



Aㅏ...또 그분이다...

아니 진짜 너무 무섭다. 가끔 사람들은 끔찍하거나 징그러운 것을 보면 몸이 뒤틀리면서 거부하는 걸 봤는데, 이게 딱 그랬다. 하필 또 밤이라서 문을 열고 헤드라이트를 딱 켰는데, 눈에 제일 먼저 저게 들어오더라. 진짜 끔찍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실제로 내가 쓰레기를 치우는 게 아닌데도, 그분들이 서식하는 주변에 마우스를 올리기도 싫더라. 청소기로 그분들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도, 기분은 대단히 불쾌해져 간다. 그냥 이렇게 보면 별로니까, 여러분도 공감할 수 있도록 생생한 화면을 GIF로 담아서 단락 하단에 첨부한다. 보기 싫은 분은 후다닥 넘겨주시길.

아무튼 이 빌어먹을 생물체들을 제거하고 나니 청소는 한결 쉬웠다. 이 부분이 이 게임의 약간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청소 자체는 쉽다. 그런데 그 이후의 과정에서 뭔가 사람을 자극한다. 조금 어긋난 가구의 배치라던가...그냥 지나칠 수 있는데 넘어가기 좀 아쉽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조금씩 더 청소를 하게 되더라. 아무튼 로버트씨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몰아냈고, 집도 이제 누가 와서 살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뿌-듯!

진짜 때려칠까 고민했다.



Case 3.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 사는 집"
리모델링 도전! 그런데 손님들이 있다...



대충 사진만 봐도 더러워보였는데...

이번에는 큰맘 먹고 내가 집을 구매해서, 청소하고 꾸민 뒤 다시 팔아보기로 했다. 가진 자산은 약 7만 정도... 이것저것 물품도 사고 그러려면 꽤 돈이 들것 같아서 적당히 5만 달러 내의 집을 수소문했다. 근데... 여기도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거주하신단다.



이쯤되면 그냥 "ㅋㅋㅋ"밖에 할말이 안나온다

"아니...초대하지 않았으면 오지 좀 말라고..."

집도 상당히 넓고, 좋은 조건이라 버리긴 아쉬웠다. 그래서 다시 끔찍한 그분들을 몰아내러 출발했다. 끔찍한 몰골이긴 하지만 역시 넓은 집. 이제 몇 차례 그분들과 전쟁을 하고 났더니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힘들다. 제일 먼저 그분들을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집을 제거한 후 마저 공정을 이어갔다.

근데 이 집은 좀 하자가 컸다. 벽 보수도 필요했고, 쓸모없는 벽들을 허물었다. 워낙에 넓은 집이라 화장실이 한 개인 게 흠이긴 했지만...새로 화장실을 꾸미기엔 호스가 부족한 상황. 그래서 그냥 방을 두 개 넓게 만들기로 하고 시공했다. 이쯤 되니까 이게 내가 집을 청소하러 온 건지 인테리어를 하러 온 건지 헷갈린다.




가구도 뚝딱뚝딱 배치하고, 화장실은 퀴퀴한 타일은 다 치우고 새로 깔끔한 타일들을 싹 깔았다. 그리고 이상한 버릇이지만 벽지 도색은 두 가지로 처리한다. 그렇게 예쁜 집이 하나 또 뚝딱 만들어지더라. 얼마나 변했는지는 과거와 현재 샷을 보여주는 게 나을 것 같다. 다들 마음에 들었는지, 조금씩 불만은 가지더라도 쑥쑥 경매가가 올라갔다. 대략 이 집은 9만 달러에 넘겼다. 시공비+구매비를 제외하면 약 4만 달러의 수익이 남은 셈. 캬, 이거 장사되겠는걸?



이 집이.....



이렇게 예쁘게 변했다!!!


"게임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기에 재미있는 것"
다음 집은 얼마나 더 더러울까 하는 기대감




이런 불타버린 집도, 당신의 손길로 부활할 수 있다. 러브하우스...?

매번 아니시에이팅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끝나고 나니 뭔가 참 보람찼다. 라파 기자가 "게임은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기에 재미있는 것"이라며, 이 게임이 바로 그런 게임이라서 매우 높게 평가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었다. 일단 저렇게 어지를 자신도 없고, 저렇게 치울 자신도 없다. 그러나 청소를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심지어 묘한 카타르시스라고 할 수 있는 기분도 든다. 정말 더럽고 끔찍한 집이라고 해서 걱정이라는 이름의 기대를 하고 들어갔는데 막상 보니 생각보다 깔끔하더라. 대충 쓰레기만 있고 바퀴벌레도 없고. 벽까지 다 보수하고 인테리어를 새로 해버릴 수 있는 시점에서, 다음 집은 얼마나 더 더러울까 하는 기대감이 들기도 한다.

귀신도 더러워서 안 살 것 같은 쓰레기 같은 집을, 몇십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아 치울 수 있도록 깔끔하게 만든다. 이 쓰레기 소굴이라는 비극적 상황을 내가 스스로 이겨낸다. 이건 정말 문학적으로도 대단한 카타르시스고, 이 게임을 통해 당신이 느낄 수 있다.

하우스 플리퍼는 진짜 중독성이 대단한 게임이라고 느꼈다. 특히나 하우징, 혹은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다면 적극 추천한다. 방을 새로 만들 수도 있고 화장실도 늘릴 수 있고. 경매를 진행하면서 내가 뭐가 부족했는지 다시 체크해볼 수도 있다.

한가지 단점은, 이렇게 열심히 집 청소를 하고 예쁜 집을 보다가 현실의 집을 보면... 좀 실망할 수 있다는 점이랄까?



홀라당 타버린집을 꾸며서, 내 사무실로 쓰고 있다. 다음은 어딜 청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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