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 세상 테니스 게임이 아니다, '마리오 테니스 에이스'

리뷰 | 정필권 기자 | 댓글: 8개 |

왜, 만화를 보면 그런 장면들이 나오잖아요. 테니스공을 날렸는데 하늘이 갈라지고, 공룡이 나오고. 공에 맞은 땅도 죄다 갈라지는 그런 전개들. 스매시 한 방에 시간을 느리게 만들거나, 공을 여러 개로 만드는 등 온갖 특수 능력들이 등장합니다. 그럼에도 테니스가 소재기에, 제목이 '테니스의 왕자'인 것이겠죠.

일단 소재가 테니스라는 점만을 보자면, '마리오 테니스 에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내용물은 일반적인 테니스 게임과는 궤를 달리하죠. 샤라포바나 정현 처럼 실제 선수들을 조작해서 플레이하는 게임도 아니고, 경기장의 재질, 현실과 같은 움직임에 중점을 두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건 전통적인 테니스 게임이라고 보다는 격투 게임에 가깝습니다. 필살기가 있고 게이지를 모아야 하고 공방을 주고받는 일련의 과정 전부가 격투 게임의 문법을 고스란히 따릅니다. 룰 자체는 테니스의 것과 같지만, 시스템의 일면을 따지면 격투 게임의 호흡이 녹아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 잠깐만 해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거 테니스 게임이 아닌데?"하고요.


이건 왜 격투 게임으로 불러야 하는가
시스템 전반을 보면 답이 나온다.

'마리오 테니스'가 격투 게임처럼 느껴지는 것은, 공방 전반의 흐름이 일반적인 테니스 게임과는 다르므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테니스 게임과 이번 타이틀을 비교해보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기도 하죠. 지금까지의 테니스 게임은 크게 다섯 가지 요소로 공방(랠리)을 이어갑니다.

로브, 슬라이스, 드롭샷, 플랫, 톱스핀까지 다섯 개의 구질이 있고, 이를 상대의 빈틈으로 때려넣어 점수를 따내는 과정이 플레이의 전반적인 과정이 됩니다. 상대가 움직여도 라켓이 닿을 수 없는 위치, 상대가 생각지도 못한 위치를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그곳에 공을 날리는 것이 승리의 조건이 됩니다.



▲ 치기 어려운 곳으로 공을 때려 넣는다. 기본은 같습니다.

이 방식만으로도 나름대로 긴장감을 줄 수는 있겠지만, 반대로 게임의 리듬은 단순해지기 마련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구질의 한계가 명확하고, 크기가 한정된 코트 내에서는 움직임이 생각할 수 있는 만큼만 나오게 되죠. 실제 경기에서는 빠른 공을 따라가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볼거리지만, 게임으로 보자면 이만큼 단순한 플레이도 없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움직임, 예상되는 전략, 단조로운 리듬의 랠리를 보여주니까요. 그렇기에 잘 만든 테니스 게임이 적은 편입니다. 테니스는 매력적인 스포츠지만, 게임으로 만들었을 때에는 너무 심심한 플레이가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게임으로 만들기는 긴박감이 부족한 스포츠인 셈인데, 마리오 테니스는 이러한 단점을 '가속'과 '조준 샷' 그리고 '테크니컬 샷'이라는 세 가지 시스템으로 보완합니다. 가속은 말 그대로 빠른 샷에 대응하기 위해서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조준 샷은 일종의 필살기인데, 원하는 위치에 공을 빠른 속도로 내려치는 시스템입니다. 조준 샷이 공격을 위한 기술이라면, 가속은 방어를 위한 기술인 셈이죠.



▲ 조준 샷과 가속이 게임을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가속은 주로 스매시나 조준 샷에 대응하기 위해서 사용하게 되는데, 플레이어는 느려진 시간 동안 상대의 공을 치기 위해 매우 집중하게 됩니다. 조준 샷을 쳐내는 타이밍을 놓치면 라켓에 대미지를 입게 되고, 라켓이 부러지는 순간, 게임은 아예 몰수패가 되어버립니다.

자, 일종의 필살기와 이를 방어하는 시스템. 그리고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축적되는 게이지까지. 테니스의 탈을 쓴 격투 게임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이런 이유입니다. 규칙적인 리듬으로 게이지를 쌓다가, 조준 샷과 가속이 끼어들면서 게임은 전보다 긴장감이 넘치게 됩니다. 생각할 수 없는 타이밍에 조준 샷이 날아오고, 이를 가속으로 방어하는 흐름이 이어집니다.



▲ 조준 샷으로 때리고, 가속으로 막는 공방의 흐름.

멀티플레이 기준으로 딱 1세트짜리 경기들이 주를 이루므로, 짧은 시간에 수많은 공방과 조준 샷, 가속이 이어집니다. 게다가 라켓이 부러지면 게임에서 지게 된다는 것도 중요한 시스템입니다. 조준 샷을 사용할 때, 상대에게 날려보내 내구도를 깎을 것인지, 아니면 안전하게 득점을 할 것인지 선택하게 하거든요. 이외에도 게이지를 계속 쌓아뒀다가 스페셜 샷으로 상대의 라켓을 한 번에 부러뜨릴 수도 있습니다. 격투 게임으로 따지면 한 번에 게임을 이길 수 있는 즉살기와 비슷한 시스템이죠.

결과적으로 마리오 테니스는 테니스 게임치고는 깊이 있는 플레이를 지원합니다. 랠리를 통해 게이지를 쌓기에 테니스 게임으로서의 정체성도 확보했고, 변칙적인 조준 샷과 가속으로 격투 게임과 같이 파고들 수 있는 전략과 깊이를 제공했습니다. 캐릭터마다 능력치도 다르니, 캐릭터에 따라서 구속이나 사용 전략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요.



▲ 라켓을 부술 때의 쾌감은 참 좋습니다.


빠요엔들의 대전 매치, 성장에는 부족한 싱글 플레이
세상은 넓고 괴물은 많다. 하지만 연습은?

하는 맛은 있게 시스템을 마련한 마리오 테니스. 하지만 대전 액션으로 게임을 바라보면 문제가 약간 있습니다. 게임은 대전 장르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른 플레이어들과 만날 수 있는 인터넷 매치가 큰 비중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1개월마다 진행되는 토너먼트를 통해서 새로운 캐릭터와 복장을 해금할 수 있는 등, 사람들을 유입할 수 있는 요인들도 갖춰뒀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매칭 시스템이 발목을 잡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저 같은 경우 멀티 플레이를 하면서 첫 승리를 따내기까지 약 10회 정도의 패배를 겪었습니다. 나름 그래도 싱글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였는데도요.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서 실력이 크게 갈리는 시스템인 만큼, 초보자와 숙련자의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이는 곧, 피지컬이 중요한 게임이라는 이야깁니다.

게다가 매칭 시스템의 기준이 모호해서 점수 차이가 몇십 배, 심하면 몇백 배 나는 사이버 망령과 매칭을 시켜주기도 합니다. 네. 질 수밖에 없죠.



▲ 지더라도 점수가 쌓이기는 하는데, 솔직히 100배 넘는 차이는 심하잖아요...

순간적인 판단력이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기에, 플레이어의 실력이 갈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스크린 샷에서 볼 수 있듯이, 초보자를 위한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시피 합니다. 세계는 넓고, 괴물 같은 실력을 갖추고 있는 유저들도 많겠죠. 그렇기에 더더욱 입문자를 위한 어느 정도의 안전장치는 필요합니다. 등급에 따른 매칭 시스템이 준비가 돼야 했습니다.

아직 프리 시즌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게임이 주는 재미와는 별개로 승리의 기쁨을 얻을 수 없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로컬 멀티 플레이도 있고 CPU를 넣어서 토너먼트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혼자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한계가 오기 마련이니까요.

아니면 스토리 모드에서 충분한 숙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싱글 플레이의 볼륨은 조금 부족한 편입니다. 스토리야 테니스 만능주의로 시작해서, 테니스 만능주의로 끝나는 모습이고, 게임의 시스템을 소개하고 사용하게 하는 정도에만 그칩니다.



▲ 부푼 맘으로 멀티를 돌렸는데, 날 기다리는 것은...

그리고 스테이지 구조가 멀티 플레이에서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캐릭터와 CPU 간의 경기는 멀티 플레이와는 또 다른 구조거든요. 폭탄이나 가운데 기둥이 있는 등 일반적인 테니스 코트와는 다른 모습이고, 멀티 플레이의 일반적인 테니스 코트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결국, 싱글에서 배운 걸 모두 멀티 플레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흐름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지나 보스전은 난이도가 있어서 도전 욕구를 자극하기는 합니다만, 대결 스테이지는 숫자로만 따지면 몇 개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라켓을 얻기 위한 미니게임들이 차지하는데, 이건 일종의 도전과제 같은 느낌이라서 대결 스테이지보다 난이도가 있고요.



▲ 보스전보다 어려운 미니게임이 잔뜩!

그렇다고 못 만들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멀티 플레이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난이도도 적당히 높아서 연습하기는 좋거든요. 그런데 멀티 플레이에서 이 연습에서 배운 경험이 잘 통하지를 않습니다. 만나는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요.

아마 대결을 좋아하지 않는 플레이어는 로컬 대전, 접대용 게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다만, 스윙 모드의 인식이 실제 움직임과는 조금 달라서, 여기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차라리 패드로 한다면 접대용으로는 좋기는 합니다.


잘 만든 게임임은 분명하다.
보는 맛도 좋고 시스템도 좋다. 문제는 멀티 플레이.

마리오 테니스는 잘 만든 게임임에는 분명합니다. 코트가 한눈에 들어오고,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는 랠리도 보는 맛이 있게 만들었죠. 여기에 라켓의 내구도, 가속과 조준 샷 같은 별도의 시스템은 단조로울 수 있는 테니스의 리듬에 활력을 부여합니다. 한 경기는 짧고 밀도 있게 진행되므로, 하는 것뿐만 아니라 옆에서 보는 것도 재미를 줄 수 있죠.



▲ 별도 연출이 나오는 스페셜 샷도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반면,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멀티 플레이는 약간의 수정이 필요합니다. 대전 격투의 문법을 차용했다면 그에 맞는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그걸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약육강식을 넘어, 넘치는 빠요엔들이 초보자들을 맞이하는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매칭 시스템을 조금 더 손봤더라면, 전반적인 평가가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총평하자면, 마리오 테니스 에이스는 최근 출시된 테니스 게임들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꽤 완성도 있는 형태로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격투 게임의 시스템을 섞으면서 독특한 테니스 경기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이고요.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닌텐도가 준비한 '마리오 테니스 에이스'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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