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사로운 모험가의 이야기, '문라이터'가 준 즐거움과 아쉬움

리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13개 |

공기 같은 존재감을 뽐내곤 하지만 게이머인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는 그들. 상점 주인. 아무리 주변이 파괴되거나 세상이 멸망해가더라도 상점 주인들은 무적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곤 한다. 던전에서 살다시피 한 나보다도 더 다채로운 물건들을 자랑하면서. 도대체 그들은 어디서 그 상품을 공수해오는 것일까.

지난 5월 30일 출시된 '문라이터'는 던전 옆 명당자리에 위치한 상점을 운영하는 주인이 되는 게임이다. 상점을 운영하는 경영 시뮬레이션과 던전을 모험하는 액션 RPG의 조화. 지금까지 무적으로 보였던 상점 주인의 인생은 생각보다 고달팠다. 처음에 내게 조언하는 할아버지도 던전 깊숙이까지 모험을 할 생각은 그만두고 던전에서 얻은 물건들을 팔면서 만족하며 살아가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그게 개인적으로 내 안일한 인생관과 더 어울리기는 했지만, 게임 속에서는 한없이 진취적인 사람이므로 그런 조언 따위는 무시하고 던전의 안쪽으로 파고들어 가...

고자 하였으나.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얼마 전 로그라이크 '위자드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옆자리 W모 기자의 엉성한 컨트롤을 마음껏 비웃으며 '문라이터'에서 내 솜씨를 보여주고자 당당하게 게임을 시작했다. 음? 생각보다 어렵진 않잖아? 금방 깰 수 있겠다. 키보드로 하기는 좀 어렵지만, 패드로 하면 어려운 난이도는 아니네. 내 첫 죽음을 보며 흐뭇하게 바라보는 W모 기자의 시선을 피하며 게임을 껐다. 패드로 다시 만나자.


"주님, 사사로운 모험가가 되는 것을 허락해주세요"
문라이터, 경영 시뮬레이션 + 액션RPG의 조화


'문라이터'의 플레이는 주로 낮에 이루어지는 상점 운영과 밤에 이루어지는 던전 액션이 적절한 비중을 가지고 조화롭게 구성되어있다. 던전을 탐험하고, 적을 처치하고, 파밍을 하고, 보스를 만나고, 길을 찾고. 돌아와서 가격을 책정해 상점문을 열고, 손님들의 반응을 보면서 가격을 조정하고, 돈을 벌어 상점이나 마을에 투자하고, 장비를 사고.

낮에는 상점, 밤에는 던전으로 진행되나 반드시 강제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 마음대로 상점 플레이를 하거나 던전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단, 밤에는 가게를 열 수 없다. 돈이 필요하다면 풀타임으로 근무하면 되는 거고 그렇지 않다면 자유로운 사장님이 되어 원하는 날 잠깐 상점을 운영해도 된다. 초반에는 던전을 돌아다니는 것이 재미있어서 상점 운영을 안 했는데, 다행히도 오래 안 열었다고 손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더라.

던전에서는 한번 죽으면 맨윗줄, 본인이 손에 들고 있었던 아이템 외에 가방 있는 아이템은 전부 사라지므로 적절하게 팬던트를 사용해 돌아올 필요가 있다. 따라서 던전에 임할 때는 아이템 파밍을 위해서일지, 보스까지 클리어하는 것을 목표로 할지를 정하고 들어가게 된다. 중간에 좋은 아이템을 많이 얻었다면 중간에 그냥 포기하고 돌아오기도. 그만큼 캐주얼하게 던전에 임할 수 있다.

▲앗 돌에 꼈... 안돼, 멈춰 그만둬 아악.

상점 운영은 아주 간단하다. 아이템 진열대에 가격을 책정해서 올려두면 손님들이 들어와 사가게 되는데, 가격에 따른 반응을 확인하면서 적절한 가격으로 조정하면 된다. 알맞은 가격이라면 웃으며 사갈 것이고, 너무 비싸다면 침울한 표정, 너무 싸다면 휭재했다는 듯 눈을 돈빛(?)으로 반짝이며 웃는다. 돈빛 눈을 보고 있자면 싼값에 매도한 내 물건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재밌지만, 상점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단순하고 반복적이라서 후반으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싼값에?!" 이득을 본 손님의 돈빛 눈...

던전도, 상점도 플레이는 단순하게 구성되어있다. 단순하고 난이도도 어렵지 않지만, 몰입감을 주는 것은 이 두 가지의 다른 플레이 요소가 서로에게 주는 영향에 있다. 예를 들어. 그냥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임했던 것과는 달리 좋은 아이템을 얻었다면 상점을 고려해 도중에 포기하고 던전을 나오기도 하고, 상점에서는 물건을 판매한 돈으로 던전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구매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마음을 먹고 보스 공략에 들어가기도 하고.


'짜증'나는 요소를 배제한 던전
문라이터의 던전 플레이, 지루하지 않고 가볍게, 하지만 얕보다가는...




다섯 번째 문을 열어야 하는 스토리로 진행되는 문라이터. 던전에서는 각 단계를 거쳐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게 되고, 보스 몬스터 자체가 다음 던전으로 가는 열쇠로 작용한다. 맵에는 4가지 던전의 각 보스를 처치하면 목표가 되는 5번째 던전을 해금할 수 있다. 설정부터 맵까지 단순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라이터의 던전 플레이는 '짜증 나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했다는 인상을 준다. 언제든 마을로 복귀할 수 있는 팬던트, 간단한 맵 구성, 가지고 올 수 없는 아이템은 바로바로 처분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던전에서 사망 시 모든 아이템을 잃어버리게 되지만 직접 소지하게 되는 가장 첫 줄의 아이템은 사라지지 않는다. 리스크에 있어서 최후의 보루는 남겨주는 셈이다.



▲희망목록에 만들고 싶은 아이템을 등록하고 필요한 재료는 꼭 맨윗줄에 보관하자

한가지, 문라이터에서 던전 공략을 할 때 가장 성가신 요소는 작은 인벤토리다. 4X5사이즈의 인벤토리에 필요한 것을 모두 구겨 넣어야 한다. 게다가 아이템마다 배치할 수 있는 위치가 정해져 있는 아이템이 있는가하면, 다른 아이템을 파괴하거나 공격을 많이 받으면 파괴되는 등 각기 다른 속성이 정해져 있어서 사실상 보스를 공략하는 것만큼이나 까다로운 것이 인벤토리 정리다.

이를 위해서는 바로바로 물건을 싼값에라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울'이 있다. 상점에서 팔았을 때보다는 훨씬 적은 액수로 처분하게 되지만 부족한 인벤토리 때문에 가지고 갈 수 없을 때 조금이라도 골드를 얻을 수 있도록 한 장치다.

▲물건마다 조건이 붙어있어 적절히 정리해야한다.

문라이터의 모든 장치는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짜증'이 날 수 있는 요소를 완화시켜주고 있다. 물론 그 '짜증'나는 요소들은 게임을 어렵고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이를 배제하는 문라이터의 여러 가지 장치들은 던전 공략의 난이도는 낮아지게 만들지만, 반면 던전과 상점을 번갈아 플레이하는 데 있어서 훨씬 원활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아쉬운 깊이감, 문라이터의 아쉬운 점
아쉬운 깊이감과 어색한 한국어, 반복적인 플레이

한참을 몰입해서 플레이했지만 아쉬운 점은 많았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어색한 번역. 한국어화가 되어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번역어투는 제치고 생각하더라도 문장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 이해가 잘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또한, 캐릭터 성이 살아있지 않고 획일화되어 있는 부분도 아쉬웠던 부분. 할아버지와 아저씨, 아주머니까지 모두 말투가 비슷하다. 게임 플레이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으나 특히 던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토막글에서는 유머러스함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캐릭터 성이 나타나지 않고 번역기를 돌린 듯한 어투는 아쉬웠다.

또한, 서문에서 언급했다시피 조작이 불편하다는 점이 있다. 마우스를 전혀 지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게임 시작부터 키보드만을 사용해야 한다. 대각선 이동과 공격이 불가능해 처음에 게임을 시작했을 때에는 난이도를 위해 일부러 이렇게 설정한 것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마이너한 요소를 제치고 문라이터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으라면 깊이감이 없다는 것이다. 게임 플레이의 단순함은 차라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좀 더 다양한 패턴과 요소들로 가득한 던전이였더라면, 상점 경영에서는 더욱 복잡한 시장 경제와 손님들과의 인터렉션이 있었다면, 등 아쉬운 요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보다도 게임의 전개에 깊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왔다.

게임 플레이가 단순하더라도 경영과 액션 RPG가 함께 진행되는 만큼 게임에 몰입하는 데에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마을의 외관과 주인공의 장비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 외에는 게임 속 세계가 변화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스토리가 전개되고 주인공이 성장하고, 마을이 복원되는 모습을 기대했던 만큼 이 부분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치 고작 스테이지1을 끝낸 것 같은데 게임이 끝나버린 기분.

게임이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은 다른 게임 플레이 요소를 단순한 반복적인 행동으로 만들어버린다. 물건의 시세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좀 더 마을이 진화하고 이에 적응하고, 던전의 모습도 변화하는 모습을 담았더라면 좀 더 완성된 게임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만이 남았다. 단순한 게임이 나쁜 것은 아니나 허무한 게임이 재미있을 수는 없으니까.


문라이터, 기본 골격이 만들어진 게임
간단하고 단순한 문라이터. 이 게임이 주는 몰입감과 아쉬움




문라이터는 흥미로운 설정을 가진 게임이다. 낮에는 상점 주인으로서, 그리고 밤에는 모험가로서 두 가지 요소를 함께 플레이하게 된다. 모험가들을 상대로 하는 상점주인이었다가 스스로 모험가가 되기도 하면서 부드러운 도트 그래픽으로 구현된 세상 속의 주민이 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문라이터는 기본 골격만이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인상을 준다. 게임 설정과 구성은 되어있으나 세밀한 레벨 디자인이나 플레이 요소가 부족하다. '짜증'나는 요소가 배제된 것은 유저에게 편의성을 준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너무 많은 요소들을 쳐내버린다. 던전을 공략하고,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고, 이를 판매하고. 이 순환 구조는 분명 게임에 몰입하게 해준다. 하지만 게임의 플레이를 통해 '성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게임 플레이 후에 허무함만을 남겼다.




어떤 게임이나 플레이를 하면서 우리는 '성장'한다. 성장하는 요소는 게임 캐릭터일 수도 있고, 게임 속 세상일 수도 있고, 스토리의 전개일 수도 있으며, 이 모든 것일 때도 있다. 유저가 원하는 성장은 단순히 데미지나 외형의 변화만은 아닐 것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왜 강력해지는지, 주인공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게임 스토리는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경험하는 것.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이자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문라이터를 깊이감 없는 게임이라고 평가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몰입해서 플레이했다. 기본 골격만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지만 그 구성만큼은 흥미롭게 짜여져있었다. 그랬던 만큼 엔딩 이후에 그 허무함이 더 크기도 했다. 좀 더 다양한 요소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설정과 구성이 재밌게 만들어진 만큼 문라이터에게 필요한 것은 볼륨이라고 생각한다. 장황한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게임이 전개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는 것. 게임의 단순함이라는 단점은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확장시켜나가면 될 문제니까. 앞으로의 업데이트를 통해 각 콘텐츠의 디테일을 살리고 하나하나 깊이 있게 다룬다면 정말 시간 모르고 플레이할 만한 게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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