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올해 E3는 이걸로 끝났다, '사이버펑크 2077'

리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12개 |





⊙개발사: CD프로젝트 레드 ⊙장르: 액션, RPG ⊙플랫폼: PC, PS4, XBOX one ⊙발매일: 미정

시연이 끝났다. 이걸 기사로 어떻게 풀어야 하나 막막했다.

하나는 분명하다. '사이버펑크 2077(이하 사이버펑크)'에 CD 프로젝트 레드의 모든 개발력이 총동원됐다. 이미 '위쳐3'라는 걸출한 작품을 냈고 그 성공에 기대어 안주할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위쳐3'를 과거의 영광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사이버펑크'는 다른 게임사에서 보기 어려웠던 도전으로 가득했다. 이정도 스케일의 도전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지금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CDPR은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사가 되는 게 목표다. 그리고 '사이버펑크'는 그들을 거기까지 가도록 하는 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무슨 게임 하나 갖고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이왕 오버했으니, 조금만 더 나아가보겠다. 오늘 내가 본 이 게임, '사이버펑크'는 이후 출시될 모든 게임의 라이벌이 될지도 모른다. 그 게임이 어떤 장르든, 어떤 시스템을 보여주든, 적어도 명작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반드시 비교될지도 모르겠다. 시연장을 떠나는데, '사이버펑크'가 내게 말을 걸었다. 너 아직도 E3에서 본 게임들이 기억나냐고.


* '사이버펑크 2077'은 음성 한국어화 되어 출시됩니다. 다만, 정확한 출시일은 미정입니다.
* 개발사의 요청에 따라, 게임플레이 영상 및 사진 촬영이 불가능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1.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 없었던 오픈월드.

'사이버펑크'의 오픈월드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놀라움을 제공했다. 일단,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 전체를 통틀어 사전적 의미의 '사이버펑크'에 가장 가까운 배경을 구현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 그 사이를 거니는 개조인간들, 투박함과 정교함을 동시에 갖춘 인공지능 병기, 하늘을 나는 자가용은 외형적인 요소일 뿐. 사이버펑크 세계관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 음침함을 품은 도시와 첨단 장비가 어우러지면서 나오는 그 특유의 퇴폐미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중국, 일본어 네온사인 간판이 큰 역할을 했고 생각한다. 최고의 사이버펑크 영화이자, 사이버펑크의 시각화에 큰 역할을 한 '블레이드 러너'가 보여준 바로 그 분위기를 완성했다.

두 번째로 언급할 부분은 디테일이다. 그것도 거대한 맵을 통째로 구현한 오픈월드 게임에서 이러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놀랐다. 외신에 따르면, '사이버펑크'의 개발팀 규모는 '위쳐3' 시절과 비교해 약 2배 정도다. 2015년 GOTY 수상작을 만들며 디테일 깎는 노인으로 진화한 최고급 아티스트가 두배나 투입되었으니, 엄청난 디테일을 보여주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사이버펑크'의 디테일은 기대치를 훌쩍 넘어선 모습이었다.





시연 버전의 주무대인 '나이트 시티'는 수많은 시민들이 활동하는 대도시다. 큰 도로는 물론, 골목길이나 건물 안 음식점을 가더라도 각자 다른 성격을 지닌 NPC를 만나게 된다. NPC는 각자의 행동 방식에 따라 움직이며, 플레이어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다채로운 반응을 보였다. "위쳐3 NPC의 알고리즘을 활용했다"는 것이 개발진의 설명이다. 실제 시연버전에서 본 '사이버펑크'의 NPC는 일단 그 숫자도 많을 뿐더러, 저마다 각자의 목적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다. 이런 NPC들은 '위쳐3'에도 있었지만, '사이버펑크' 쪽이 더욱 자연스럽고 풍부한 행동을 보여줬다.

NPC뿐만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오브젝트 역시 세계관에 맞춘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시민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부터 시작해 음료수 뽑아 먹는 자판기, 심지어 길가에 배치된 작은 쓰레기통 하나까지 익숙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보여줬다. 특히,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 사이를 오가는 모노레일은 근미래적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요소.








2.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완벽한 '성인' 게임

CDPR을 지금의 위치에 있게 한 '위쳐' 시리즈는 대놓고 성인물을 지향했다. 화면 밖으로까지 끈적함이 느껴졌던 사랑 나눔이 그랬고, 자를 곳 자르고 때릴 곳 확실히 때려주는 전투가 그랬다.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주요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 배경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구별하기엔 애매했다. 대부분 그럴만 한 이유가 있었다. 요컨대, 플레이어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는 분기점이 많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요소들은 성인 게이머들의 환호를 받았고, '위쳐3'를 명작으로 만든 핵심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된다.

'사이버펑크'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성인 지향적이다. 설정은 좀 다르지만, 노출신의 수위도 그렇고, 거침없이 푹푹 찍어주는 전투에서도 진한 청불의 향기가 풍긴다. 전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약물을 복용할수도 있는데, 이걸 마시는 연출과 '쓰으읍' 하는 음향 효과까지도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게롤트가 피로회복제 만들어 마시던 모습과는 천지차이. 또, 게임의 내러티브를 이끄는 퀘스트 역시 전작처럼 선악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몇몇 요소뿐 만 아니라, 게임에서 풍겨오는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본격적인 성인물을 지향한다. '사이버펑크'의 주무대인 '나이트 시티'는 크게 6가지 지역으로 구분되며, 각자 다른 구성원들이 거주하고 있다. 사는 계층이 다른 만큼, 전반적인 분위기에도 차이가 있지만, 어떤 형태이든 간에 특유의 퇴폐미가 무겁게 깔려 있었다. 몇몇 이벤트나 전투씬 외 스토리나 배경 부분에선 크게 성인지향적이지 않았던 전작과 대비되는 요소다.








3. 끝내주는 무기들, 폼나는 전투.

시연장에 온 기자들의 탄성이 쏟아졌던 부분이다.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장면이 연달아 나와서가 아니라, 전투 자체의 연출이 워낙 멋졌던 것이 이유였다. 전투가 마음처럼 진행되지 않자, 즉석에서 총을 개조해 싸우는 장면이 백미. 시연 버전에서는 벽을 쏜 각도에 맞춰 튕기는 탄환을 활용해 은폐한 적을 섬멸하는 장면, 마치 유도탄처럼 적을 추적하는 탄환을 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플레이어가 보유 능력을 조합해 위기를 타개하는 기존 게임에도 많았으나, '사이버펑크'에선 이 부분의 극적인 면이 부각됐다. 이는 전투를 구성하는 시청각적 요소가 크게 강조되었을뿐 만 아니라, 전투 도중 총기 개조와 같은 자잘한 부분에도 풍부한 연출이 녹아들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설명했던 약물은 전투 연출을 극대화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시연 버전에서 특히 많이 사용되었던 약물이 주변 적들과 탄환 속도를 느리게 하는 약물이었는데, 이를 활용해 빠르게 적의 후방으로 침투해 제압하는 플레이가 자주 나왔다. 그냥 달려서 돌아가는 것도 아닌, 슬라이딩 대쉬를 통해 더 스타일리시한 전투를 구현한 점도 눈에 띄는 포인트.

'사이버펑크'의 개조는 총기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도시의 신체 개조 전문가에게 부탁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치명적인 무기로 탈바꿈시킬수도 있다. 팔뚝에 장착한 사이보그 칼날이 대표적인 예로, 이를 활용해 벽을 타거나 공중에서 뛰어내리며 적의 정수리에 찍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플레이가 항상 필수적인 것은 아니며, 보다 높은 자유도와 폼나는 전투를 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로 보는 게 정확하다.





4. 박력과 긴장감, 모두 잡아낸 연출

바로 앞에서 설명한 전투 연출이 아닌, 미션이나 이벤트 컷신을 의미한다. 시연 버전에서 플레이어는 어느 미션을 클리어하고 난 후, 해당 지역 스케빈저의 거친 복수를 맞이하게 된다. 정확히는 자동차를 타다가 스케빈저 습격 이벤트가 발생한 것으로, 당초 계획에는 없었던 적들이 갑자기 등장해 플레이어의 차에 총알 소나기를 퍼부었다. 스케빈저들이 정말 플레이어를 죽일 듯이 운전하기도 했고, 분노의 질주와 매드맥스를 섞어서 보는 듯한 연출 덕분에 한층 더 간담이 서늘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벤트 컷신의 경우 오픈월드 게임이 아닌, 선형적 스토리텔링 게임이 연상될 만큼 풍부한 연출이 더해졌다. 플레이어는 현상금 사냥꾼으로 활동하며 나이트 시티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메가코프,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여러 갱단들과 조금씩 얽혀 들어가게 된다. 메가코프나 갱단이나 모두 어두운 면을 갖고 있는 조직이기에 이야기를 진행할수록 점점 갈등이 깊어지는데, 여기에서 오는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연출에 상당한 공이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만큼 컷신이 많았고, 한 컷신에 투입된 연출도 풍부했다.








5. 여러 번 정주행해도 항상 새롭게! 다양한 분기점.

'사이버펑크'는 전작 '위쳐3' 못지 않게 풍부한 선택지로 가득하다. 만약 2~3회차 플레이를 생각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사이버펑크'의 선택지가 더 많지 않을까 예상한다. '사이버펑크'의 플레이어 캐릭터는 '위쳐'의 게롤트처럼 고정되지 않았다. 성별과 외모, 평소 성격과 자라 온 성장 배경 및 트라우마까지도 설정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미션에서 만나는 선택지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어떤 기술과 능력치를 습득했는지에 대한 여부도 임무 수행 과정에 변화를 만든다. 갱단 보스를 제거하고 시연 막바지에 이르자, 빠르게 안전한 곳으로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냥 정면으로 돌파하기에는 너무 많은 적들이 배치된 상황. 플레이어는 조금 동떨어진 적군 한명을 습격해 목 뒤에 있는 플러그에 데이터 전송 잭을 꽂았다. 그러자 곧바로 그 적군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가 화면에 등장했다.

갱단 아지트의 전체 구조, 몇 층에 어떤 적이 얼마나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고, 곧바로 해킹을 시도하여 인간형 갱단들의 무기가 동작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후 엔지니어링 스킬을 이용해 잠겨진 문을 열고 무사히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진은 "이 미션을 시작하기 전, 해킹 스킬이 더 높았다면 인간형 뿐만 아니라 사이보그형 적군도 무방비 상태로 만들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좀 더 광범위하게 본다면, 전투 전반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캐릭터 클래스를 꼽을 수 있다. 시연 버전의 캐릭터는 빠른 이동과 민첩성이 강조된 넷러너로, 쉴새없이 약물을 마셔가면서 적 사이사이를 공략하며 싸웠지만, 이외에도 육중하고 방어적인 클래스도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탱커형 캐릭터를 사용하면 마치 터미네이터로 게임을 즐기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개발진의 설명이다.








6. 올해 E3의 진정한 히든 보스

올해 E3는 개막 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앤섬', '더 디비전2',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등 다 언급하기 어려울 만큼 대작이 몰려 있었고, 실제 부스에서 전해지는 열기 역시 뜨거웠다. 하지만, 별도 시연존에서 만난 '사이버펑크'는 이러한 대작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세계관을 포함한 게임의 디테일 및 전투 연출에서는 얼마나 많은 개발진이 땀을 쏟아가며 만들고 있는지 눈에 보일 정도.

UI나 세부 시스템 면에서 아직 100% 완성된 상태가 아니기에, '이 게임, 무조건 뜹니다'라고 확답할 순 없다. '위쳐3'보다 스케일이 큰 게임이기도 하거니와, CDPR 입장에서도 완벽한 도전인 슈팅 시스템이 핵심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는 2015년에 공개된 '위쳐3'의 최종 데모가 어떤 모습인지 보았고, 이와 큰 차이 없이 출시까지 이뤄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CDPR은 다음 작품을 만들수록 눈에 띄는 발전을 보여줬고, 어중간하게 만들 바에야 차라리 엎고 새로 만들고 만다는 특유의 고집도 '궨트: 더 카드 게임'을 통해 드러낸 바 있다.

아직은 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큰 암초를 만나지 않고 무사히 완성까지 도달한다면... 어쩌면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을 멋진 게임이 또 하나 탄생하는 게 아닐까 예상해본다.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E3가 진행됩니다.박태학, 박광석, 김수진 기자가 현지에서 인터뷰, 체험기, 포토 등 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E3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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