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동심으로 돌아가는 한 시간 짜리 모험, '캡틴 스피릿'

리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1개 |



⊙개발사: 돈노드 엔터테인먼트 ⊙장르: 어드벤처
⊙플랫폼:
PC, PS4, XBOX ONE ⊙발매일: 2018년 6월 26일

2015년 1월 출시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스토리텔링 어드벤처 개발사로서 돈노드 엔터테인먼트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리게 된 프랜차이즈가 됐다. 초능력을 다루는 주인공을 활용하면서도 사이버 불링이나 청소년의 자살 등 다소 무거운 이슈를 스토리에 녹여내기도 했으며, 후반 에피소드에 가서는 깜짝 놀랄 반전도 선보이며 신규 IP임에도 많은 팬들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다른 개발사인 덱 나인에서 전작의 여주인공 클로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격 타이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비포 더 스톰'을 출시했다. 원작만큼의 호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사건 전 클로이의 지난 날을 그려내면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의 세계관을 한층 더 확장해냈다.

그리고 오는 9월 27일에는 원작 개발사인 돈노드가 제작한 후속작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돈노드는 지난 E3 기간에 '캡틴 스피릿(원제: The Awesome Adventure of Captain Spirit)을 공개했으며, 6월 26일부터 스팀을 통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새로운 캐릭터로 선보이는 '도입부격' 게임
주제도, 주인공도 밝혀지지 않은 후속작의 힌트가 담겨있다?



▲ 9월 중 선보일 후속작을 위한 도입부 성격의 '캡틴 스피릿'

'캡틴 스피릿'의 스토리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세계관을 공유하며, 첫 번째 작품의 사건이 일어나고 3년 뒤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해당 시간대는 후속작인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와 동일한 형태가 될 것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이기도 하다.

오는 9월 첫 번째 에피소드 발매를 예고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밝혀진 바가 거의 없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는 티저 영상이나 '캡틴 스피릿' 공개 당시 개발자 인터뷰 정도인데, 돈노드의 라울 바벳(Raoul Barbet)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캡틴 스피릿이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의 도입부 격인 작품이며, 본편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크리스'라는 인물의 어린 시절을 조명해 2편이 어떤 세계관을 갖게 되는지 미리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아직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에 전작의 인물들이 등장할지, 어떤 장소를 배경으로 할지 등 알려진 것은 없지만, 티저 영상과 예약 구매 특전을 통해 플레이어 캐릭터의 백팩을 꾸밀 수 있는 것을 보면, 어떤 식으로든 '백팩'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캡틴 스피릿'의 주인공인 크리스 또한 등장할 예정이다.

어찌 됐든,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에 대한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은 지금, 가장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캡틴 스피릿'을 플레이하는 것이 거의 전부인 셈이다. 이런 도입부적인 성격을 가진 게임인 덕분에(?) '캡틴 스피릿'은 출시 당일부터 완전 무료로 스팀에서 즐길 수 있다. 플레이타임은 게임을 빠르게 즐긴다면 약 한 시간 내외. 후속작에 대한 더 많은 힌트를 찾아보고 싶다면 그 이상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예약 특전에서 '캡틴 스피릿'속 마스코트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다


한정된 공간이 상상력의 힘과 만날 때
크리스에겐 집안일조차 '신나는 모험'이 된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방 안에서 장난감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크리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여느 또래와 마찬가지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이 아이가 바로 작품의 주인공인 '캡틴 스피릿'이다. 크리스의 상상 속 슈퍼히어로인 캡틴 스피릿은 생각한 대로 사물을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자이며,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지나치는 법이 없다.

장난감 놀이를 마친 크리스는 크레용과 종이를 집어 캡틴 스피릿의 코스튬을 그리기 시작한다. 플레이어는 이때 일련의 선택지를 고르며 크리스의 상상 속 슈퍼 히어로의 모습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가면을 쓸지, 아니면 헬멧을 쓸지, 컬러풀한 의상일지, 아니면 어두운 계통의 의상일지 등을 선택하면 이후 크리스가 캡틴 스피릿의 복장을 갖추는 데 영향을 주게 된다.

코스튬을 다 그린 뒤에는 방을 둘러본다. 정리가 안 된 침대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 장난감들을 하나씩 조사하면서 크리스와 함께 동심의 세계로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가끔 마주하게 되는 노란색 테두리의 선택지는 크리스가 가진 '캡틴 스피릿'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망토를 뒤집어 쓰고 슈퍼맨이 되거나, 초능력을 사용(하려고 노력)해 본 적이 있지 않나? 크리스 또한 상상력의 힘을 발휘해 시답잖은 일(예를 들면 TV를 트는 일)도 나름 재밌게 해 나가게 된다.



▲ 방에서 나오자마자 동심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듯하지만



▲ 크리스는 상상력의 힘으로 긍정적인 면모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러한 동심의 세계는 아침밥을 먹으러 나오라는 아버지의 고함소리와 함께 금이 가고 만다. 바로 나갈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달라고 선택지를 통해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 방문을 열고 나선 순간 다채로웠던 색상은 흐려지고, 차갑고 어두운 현실이 크리스를 맞이한다.

크리스는 아버지와 둘이서 살아가고 있다. 거실을 잠깐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어머니와의 이별이 이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아버지인 찰스 또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지만, 결국 주말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 신세가 됐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기 위해 트리를 사러 가자던 아버지는 다시 위스키를 들고 좋아하는 농구 게임을 시청하러 가버린다.



▲ 게임은 약 한 시간 분량의 일거리만을 제공한다

그때부터 게임은 크리스가 남은 토요일 아침을 집안에서 보내는 것에 집중한다. 기본적으로는 노트에 적혀 있는 할 일을 모두 다 하는, 조금은 '방탈출' 스타일의 목표를 가졌지만, 그것 말고도 집안에는 조사하거나, 상호작용할 거리로 가득하다.

이 중에는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돌리고, 쓰레기를 버리는 등 집안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상상력의 힘을 가진 크리스에게는 이들 하나하나가 모험이다. 그냥 설거지를 할 수도 있지만, 초능력을 사용해 '파워 설거지'를 할 수도 있고, 그냥 보일러를 켜는 것이 아니라 '워터 이터'라는 이름의 거대 괴수와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여러 퀘스트가 있고 물리쳐야 할 괴물이 있다. 크리스의 입장에서 이 게임은 '방탈출'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작고 사소한 오픈월드 RPG인 셈이다.



▲ 상상력과 함께라면, 집안일도 얼마든지 모험이 된다


여전히 간직한 돈노드 특유의 어두움
그 속에서 완성되는 10살 소년 '캡틴 스피릿'의 캐릭터




'캡틴 스피릿'의 스토리텔링은 돈노드의 전작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와 꽤나 흡사한 방식을 보인다. 전반적인 배경 지식을 고리타분하게 설명하지 않고, 대사도 얼마 없다. 이것저것 물건을 조사하는 동안 크리스는 10살 짜리 아이가 생각할 만한 혼잣말로 대상을 설명해줄 뿐이다. 아버지의 노트북을 엿보거나, 옷장에 숨겨둔 서류 뭉치를 통해 전체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모두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이 찾아낼 몫으로 남겨두었다.

아무리 밝음을 잃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10살 크리스에게 아버지와 단둘이 함께하는 삶은 극복하기 쉽지 않은 현실처럼 보인다. 아침밥을 먹는 장면에서는 어렴풋이 크리스의 왼쪽 팔에 등 멍 자국에 대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이때 플레이어는 아버지의 말투와 행동을 통해 그가 술에 취해 크리스를 학대했던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자에 자식을 학대하는, 완전한 악역으로 등장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또한 아내와 사별하고,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은 각자 조의를 표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했던가, 한때 유망했던 농구선수는 지금 다니던 직장에서도 해고됐고, 술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한다. 크리스가 집안을 조사해 나가는 동안 플레이어는 이런저런 단서들을 통해 크리스의 아버지 또한 현실 속 많은 아버지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차곡차곡 채워나가다 보면, 자신만의 상상 속에 한껏 빠져 모험을 하는 크리스에게서 헤어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모습 또한 만나볼 수 있다. 몰래 들어간 아버지 방에 놓여 있는 어머니의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생전 가족에 대한 만화를 그리기 좋아했던 어머니의 짤막한 만화를 발견하는 것으로 말이다.

이렇게 집안 곳곳을 뒤지면서 가족의 즐거웠던 지난날과 어머니의 흔적들을 발견하다 보면, 우리는 크리스가 상상 속 괴물을 무찌르고 기뻐하는 모습부터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까지도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돈노드는 한두 시간 분량의 게임 진행을 통해 어두운 집안 분위기 속에서도 상상 속 친구들과 함께 밝음을 잃지 않는 10살짜리 소년의 모습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본편이 될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 또한 전작과 같거나 비슷한 정도의 어두움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처음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가 출시되었을 때를 돌아보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에피소드 후반으로 달려가며 그토록 어두운 사건과 마주치리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후속작을 기대하는 팬을 위한 작고 소중한 선물
'캡틴 스피릿'은 다음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어쨌거나, '캡틴 스피릿'은 무료로 공개된 예고편일 뿐. 게임 자체로 큰 감명을 받거나 하는 것은 힘들다는 뜻이다. 다만, 본편인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를 기대하도록 하는 본분의 역할에는 충실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상상력과 긍정의 아이콘인 '크리스'는 전작의 주인공 맥스와 클로이에 이어 팬들의 사랑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본편에 등장할 크리스는 지금과 같이 상상력을 잃지 않은 '캡틴 스피릿'의 모습일까, 아니면 현실에 눈을 뜨고 보통 나이보다 더 일찍 사춘기를 맞이하게 될까. 개인적으로는 전자였으면 좋겠지만, 아니라도 그 전개는 꼭 보고 싶은 마음이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를 감명 깊게 플레이한 유저라면, 분명 '캡틴 스피릿'도 마찬가지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무료이기 때문에 돈 한 푼 안들이고도 9월에 다가올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2'의 힌트를 찾아볼 수도 있다. 그야말로 '팬을 위해 준비된 작은 선물'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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