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아카데미 주연상급 표정 연기, '마피아'가 돌아왔다

리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10개 |

지금으로부터 약 18년 전, 체코의 일루션 소프트웍스는 마피아를 소재로 한 누아르 게임, '마피아'를 출시했습니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기 속 마피아들의 삶을 그려낸 게임이었는데요. 당시 혼란스러웠던 시대 배경과 그에 어우러지는 영화 같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많은 인기를 구사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을 거슬러 2020년인 현재, 마피아는 행거 13 스튜디오의 손에서 새롭게 리메이크되어 돌아왔습니다. 9월 25일 정식 출시 예정인 '마피아 데피니티브 에디션(이하 마피아)'은 마피아 클래식을 처음부터 완전히 리메이크한 게임입니다.

워낙 오랜 시간이 흐른 게임인 만큼 기존의 낡은 엔진을 버리고 새로운 엔진으로 게임을 재설계하는 진짜 리메이크 말이죠. 원작에 없던 컷씬도 추가하고 대사 스크립트도 손을 대는 등 대격변에 가까운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 원작 마피아의 그래픽과



▲ 리메이크 마피아의 그래픽 차이만 봐도 엄청납니다

게임은 앞서 언급했듯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두고 있습니다. 당시 미국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공황의 시기였습니다. 불안한 경제 때문에 실업률이 25%를 넘었으며, 혼란을 틈타 각종 범죄 조직들이 기승을 부려댔죠.

18년이란 세월을 넘어 다시 등장한 마피아. 강산이 수십번 바뀔 정도의 시간 속에서 명작은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했을까요? 정식 출시 이전 사전 체험판을 통해 메인 스토리 캠페인의 일부 챕터를 먼저 즐겨볼 수 있었습니다. 2020년에 등장한 마피아는 어떤 모습인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1930년대의 미국 박물관에 온 듯한 현실 고증




역사를 배경으로 둔 게임들은 대게 그 시대의 고증을 살리기 위해 많은 힘을 쏟기 마련이죠. 원작의 마피아 역시 1930년대의 미국을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게임이었습니다. 당시의 실업률을 반영하듯 게임 속의 캐릭터들은 취업, 경제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곳곳에서 게임 속 배경을 알 수 있는 뉴스, 잡지, 라디오 등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리메이크된 마피아는 이런 시대적 고증을 더욱 현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NPC들의 복장부터 건물, 길거리의 모습은 그 시절을 게임 속에 그대로 옮긴 듯한 비주얼을 보여줍니다. 도로 중앙에 기찻길이 쭉 이어져 있다거나 중절모를 쓴 중년 남자가 신문지를 들고 다니는 모습은 역사책에서 본 사진의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죠.



▲ 옛날 미국 신문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주점에 있거나 자동차를 운전할 때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역시 이러한 고증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누아르 영화에서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멜로디가 게임 중간중간마다 흘러나오는데, 노래가 정말 좋아서 가만히 듣게 되더군요.

또한, 곳곳에 있는 뉴스와 잡지를 읽어볼 수도 있습니다. 가령 주점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뉴스는 당시 대통령이 금주령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요. 이런 단편적인 요소를 통해 마피아가 왜 밀주를 납입하면서 돈을 벌어들이게 되었는지와 시대적 배경을 게이머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주며, 게임의 몰입도를 올리는 장치이자 업적을 위한 수집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 다양한 수집 물품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몰입도를 높여주는 장치는 비단 보이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플레이어가 타고 다니는 차량과 총기도 당시 시대의 흐름이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사전 체험판에서는 3종의 총기가 등장했는데요. 마피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무기죠. 원형 탄창을 사용하는 기관단총인 토미건과 클래식 샷건, 6발의 탄약이 들어가는 리볼버 등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는 총기보다 더욱 더 다채로웠습니다. 고전 미국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자동차들이 실제 게임 속의 도로를 주행했는데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GTA처럼 강탈해서 타볼 수 있었습니다. 훔친 자동차를 보관할 수 있는 차량 정비소도 있으니 대놓고 자동차 콜렉팅을 즐기라는 느낌이었죠.



▲ 1930년대의 일반적인 택시와



▲ 오토바이 등 다양한 탈것이 존재합니다



▲ 마피아 본거지에 있는 차고에서 탈것을 살펴보거나 꺼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한편, 자동차는 상당히 리얼한 물리 엔진이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원작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었었죠. 당시 꽤 많은 호불호가 나뉜 시스템이기도 했습니다. 리메이크되면서 이런 부분이 조금 해소될 줄 알았는데, 여전하더군요.

자동차의 속도가 빠를 땐 핸들을 꺾어도 관성의 법칙 때문에 쭉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에 부딪히기 일쑤였고 가뜩이나 복잡한 도로를 주행할 때는 속도 리미트를 걸지 않으면 제대로 된 조종이 어려웠습니다. 옛날 자동차여서 그런지 조향이 영 시원찮더군요.

게임 내에 지원하는 수동 기어 조작을 잘 활용해서 운전을 해야 했으며, 액션 게임의 조종보단 레이싱 시뮬레이션에 더욱 가까운 조작 난이도를 보였습니다. 어려운 만큼 숙련되었을 때의 재미도 있겠지만, 이 부분은 여전히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것으로 보입니다.




■ 18년의 세월을 넘어 재탄생한 그래픽

마피아는 오픈 월드 게임처럼 보이지만,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선형 구조의 게임입니다. 이는 리메이크작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메인 스토리는 챕터별로 구분되며, 주인공인 '토마스 안젤로'의 시점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풀어가게 됩니다.

행거 13 스튜디오는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고쳤지만 스토리는 원형 그대로를 가져왔습니다. 어쩌다 마피아들의 세력 다툼에 끼게 된 토마스가 결국 마피아들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 이야기는 이미 원작을 해본 게이머라면 대략적인 흐름을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새로운 컷씬과 대사 스크립트가 추가되었으니 훨씬 부드러운 이야기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죠.



▲ 살리에리 패밀리의 휘하에서 활동하는 것은 여전합니다

원작의 스토리가 많은 호평을 받았던 만큼 바꾸는 것보다는 살리는 쪽이 추억도 살리고 위험성도 적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토리도 똑같이 선형구조에 다른 시스템도 비슷하다면 원작과 리메이크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과연 추억만 믿고 다시 구매해도 괜찮은 게임일까요?

리메이크 작품이라면 이런 고민을 한 번쯤은 하게 되죠. 단순히 팬심으로 다시 구매해서 즐겨도 되겠지만, 이왕이면 원작에서 경험하지 못한 재미를 새롭게 느꼈으면 하는 거거든요.

기자는 원작의 마피아가 그토록 많은 게이머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가 스토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편의 누아르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충분히 먹힐 수 있다고 보거든요. 행거 13 스튜디오는 스토리를 유지하면서 보는 맛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리메이크를 진행했습니다.




새로운 엔진을 통해 아예 처음부터 마피아의 그래픽을 재구축한 것이죠. 원작과 리메이크작의 그래픽을 비교하면 정말 18년 동안 많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텍스처의 질감은 보다 사실적으로 바뀌었으며, 오브젝트의 디테일은 3D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픽의 변화는 게임의 도입부부터 체감할 수 있습니다. 마치 하늘을 나는 새의 시점에서 도시의 전경을 비추는 장면이 처음에 등장하는데요. 카메라는 배가 정박하는 항구부터 빌딩의 사이를 비추면서 돌아다니며, 이때 보이는 빛에 따른 그림자의 변화와 반사 효과는 최신 게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품질을 보여줍니다.

특히, 도롯가에 고인 물웅덩이에 비친 도시의 풍경은 최신 그래픽 기술인 레이 트레이싱을 떠올리게 할 정도죠. 원작을 플레이해본 게이머라면 어떤 느낌인지 트레일러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 물이나 금속 표면에 반사되는 효과가 일품입니다




빛 효과는 최신 그래픽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빛 효과를 어떻게 주냐에 따라서 같은 그래픽이라도 보다 현실감 있는 표현이 가능하거든요. 사전 체험판의 마지막 챕터는 비가 쏟아지는 어두운 밤, 도시 외곽에 있는 한 농장에서 펼쳐지는 총격전을 담고 있었습니다. 드문드문 자리 잡은 전구가 유일한 불빛이었는데, 총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과 빗줄기에 비치는 빛의 변화는 게임에 한층 더 몰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시해주더군요.

그래픽의 변화는 텍스쳐의 품질과 빛 효과 외에도 스토리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바꿔놨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의 표정 연기가 사실적일수록 더욱 극에 빠져들기 마련입니다. 마피아는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최고의 모셥 캡처와 표정 재현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주연급의 캐릭터들은 배우들의 모션 캡처가 이뤄졌으며, 게임 속의 캐릭터가 마치 살아있는 사람과 같은 표정을 가질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 추가된 컷씬은 물론 기존의 컷씬에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눈을 깜박이는 사소한 행동부터 웃을 때와 화를 낼 때, 힘들어할 때마다 표정에 아주 미세한 변화를 보여주며, 이러한 묘사들이 모여 폴리곤 덩어리에 불과한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 얘들 표정이 진짜 억울해보입니다



■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명작이다

원작과 리메이크된 마피아의 차이는 그래픽에서 시작됩니다. 원작이 워낙 오래전에 만들어진 게임이다 보니 기존의 엔진을 되살리는 것보단 아예 새로운 엔진으로 재구축을 하는 것이 작업하기에 훨씬 용이했을 것입니다.

새로운 엔진을 통해 구축된 마피아의 모습은 최신 게임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줬습니다. 그래픽이 좋아지면서 원작에는 없던 새로운 시스템과 편의성이 추가되었거든요. 특히, 원작에는 미니맵이 없어 차를 탈 때도 매번 지도를 켜야 했지만, 리메이크작에는 미니맵도 추가되고 운전 시 미션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도 표지판 모양으로 세련되게 바뀌었습니다.

향상된 그래픽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은 컷씬이었습니다. 원작에서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불가능했을 각종 카메라 워크와 연출이 리메이크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캐릭터의 세밀한 표정 연기 외에도 카메라의 움직임과 주변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하는 모습은 연출을 건너뛸 생각조차 들게 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겠네요.


사전 체험판은 전투를 펼칠 수 있는 챕터가 한정적이었는데요. 근접전과 총격전 모두 향상된 그래픽의 덕으로 괜찮은 타격감과 이펙트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전투 방식은 원작과 비슷합니다. 웅크리기로 조용히 적들에게 다가간 뒤 기습을 펼치고 엄폐하면서 총으로 적들과 교전하는 것이죠.

이외에도 전투의 감칠맛을 더해주는 다양한 액션씬이 존재했습니다. 차량 추격전과 트럭 뒤에서 달려오는 경찰차를 토미건으로 박살 내는 장면은 정말 통쾌하더군요. 원작과 달리 장전 속도와 반동에 어느 정도 여유를 둬서 이런 특별한 액션씬이 더욱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 전투의 기본은 잠입과 엄폐물을 두고 펼쳐지는 총격전입니다

마피아3의 개발을 담당하면서 노하우를 키운 행거 13 스튜디오는 원작의 감성과 최신 기술을 적절하게 잘 혼합했습니다. 원작의 감성을 잘 이해하고 최대한 현대적으로 바꾸면서 명작을 최신 게임으로 변모시켰습니다.

9월 25일 정식 출시를 앞둔 마피아 데피니티브 에디션입니다.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명작이라는 말이 있죠. 18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온 마피아가 과거의 명성 그대로를 간직한 채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해줄지 출시 당일이 기다려집니다.



▲ 토마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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