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디젤펑크 스킨 '아이언 하베스트'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27개 |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이것만큼 흥미로운 소재도 또 없다. 만약 관우가 죽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제갈량이 장수했다면 삼국지의 흐름은 어떻게 됐을까? 혹은 나치가 패망하지 않고 그대로 유럽을 지배했다면? 아마 기존의 역사와는 다르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기존의 역사와는 다른 식으로 진행됐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일련의 장르를 흔히들 대체역사물이라고 정의한다.

온갖 미디어를 통해 구축된 이러한 대체역사물은 당연히 게임과도 연관이 깊다. 당장 울펜슈타인 시리즈만 봐도 나치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대체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메트로 시리즈나 폴아웃 시리즈처럼 핵전쟁 이후를 다룬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 역시 그 세계관을 파고들다 보면 '핵전쟁 이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하는 대체역사라는 걸 알 수 있다.

킹 아트 게임즈의 '아이언 하베스트 1920+(이하 아이언 하베스트)' 역시 이러한 대체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다. 1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1920년대 가상의 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니콜라 테슬라가 개발한 보행병기가 전차를 대신해 전장을 지배하는 독특한 세계관을 자랑한다.



▲ 보행병기가 전장의 주역으로 활동하는 세계관

오랜만에 등장한 신작 RTS인데다가 디젤펑크를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물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이언 하베스트'는 등장과 동시에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었다. 킥스타터 펀딩도 단 이틀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을 정도다.

그랬던 '아이언 하베스트'가 지난 9월 1일, 마침내 정식 출시됐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이언 하베스트'였기에 바로 다운받고 게임을 즐겼다. 과연, 뭇 게이머들의 가슴을 뛰게 했을 '아이언 하베스트'는 과연 그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까? 이제부터 그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아이언 하베스트'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하기에 앞서 어떤 스타일의 RTS인지 먼저 얘기해볼까 한다. RPG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게 아니듯 RTS라고 해도 다 같지 않다. 저마다의 특징이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스타크래프트 스타일과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스타일로 구분하고자 한다.

스타크래프트 스타일은 자원 채집과 빌드, 그리고 컨트롤이 접목된 것으로, 어떻게 보면 가장 정석적인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스타일은 특유의 속도감과 컨트롤로 인한 화려한 전투가 특징이다. 정석적인 스타일이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수많은 RTS가 이러한 스타일이었다.




두 번째인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스타일은 가장 사실적인 전투 시스템을 자랑한다. 기관총으로는 전차에 상처하나 낼 수 없으며, 보병은 기관총 세례에 순식간에 사라지기 일쑤다. 단순히 다양한 유닛을 뽑고 조작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전술도 생각해야 하는 그런 방식이다.

'아이언 하베스트'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기하기에 앞서 이러한 RTS 스타일을 얘기한 이유로는, '아이언 하베스트'의 전투 시스템은 여러모로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유닛은 분대로 구분되며, 자원은 채집하는 방식이 아니라 점령하는 방식이고 전투를 통해 유닛을 성장시킬 수 있다. 사실상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를 거의 그대로 가져와서 익숙한 게이머라면 5분도 안 돼서 바로 적응할 수 있을 정도다.



▲ 컴오히를 해본 게이머라면 바로 적응할 수 있을 정도다

유닛이 성장하고 분대 단위로 조작하는 게임이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만의 고유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아이언 하베스트'는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를 빼다 박았다. 무기 시스템 역시 거의 똑같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에서는 적 척탄병이나 대전차병을 쓰러뜨리고 떨어뜨린 수류탄이나 야포, 혹은 무반동총 등을 아군이 쓰는 것도 가능했다. 이렇게 무기를 장착하면 일반보병에서 척탄병이나 포병 등으로 전직했는데, 이는 '아이언 하베스트'역시 마찬가지다. 조금의 차이도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병종 간 밸런스도 거의 똑같은 편이다. 저격수는 보병에 유리하고 중기관총이 불을 뿜으면 그대로 보병들이 제압당해 바닥에 납작 엎드리기 일쑤다. 여기에 더해 기갑에 해당하는 보행병기는 경장갑 유닛을 제외하면 기관총으로는 제대로 대미지를 줄 수 없어 수류탄이나 야포, 혹은 보행병기로 상대해야 한다는 점 역시 빼다 박았다.




'아이언 하베스트'를 하면서 느껴지는 가장 큰 아쉬움은 여기에 기인한다. 분명 게임은 꽤 재미있다. 컨트롤 싸움이 아닌 진지를 구축하고 적을 상대해야 하거나 은엄폐를 하는 등 전략이 좀 더 요구되는 편이기에 재빠른 컨트롤은 자신 없지만, RTS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퀄리티도 나쁘지 않고.

다만 이 모든 게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스타일이란 게 문제다. 자원 채집 방식, 빌드, 컨트롤 대부분이 똑같다. 영웅 유닛이 존재한다는 점을 나름의 차별점으로 내세울 수도 있겠으나,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는 수준이기에 색다른 신작을 기대한 게이머에게 있어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아이언 하베스트'가 그저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를 따라 하기만 한 게임이란 건 아니다. '아이언 하베스트'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의 RTS에서 캠페인은 튜토리얼의 성격을 겸하고 있어서 다소 소홀히 하는 데 반해, '아이언 하베스트'는 여느 게임 못지않게 공을 들인 게 특징이다.

단순히 보행병기가 등장하는 세계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이런 보행병기가 등장하게 됐는지와 더불어 폴라니아 공화국, 루스비에트 연방, 작센 제국 각각의 시선으로 스토리를 진행함으로써 게이머들이 '아이언 하베스트'의 세계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대체역사물이라는 장르적 관점에서 게임을 접한 게이머에게 있어서도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단순히 RTS를 즐기는 게 아닌, 대체역사물로서 '아이언 하베스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RTS도 좋아하고 대체역사물도 좋아한다면 말할 필요도 없다. 적어도 괜히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 캠페인만 놓고 본다면 그래도 꽤나 만족스러운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결론을 내리자면 '아이언 하베스트'는 재미있으나 좀 아쉬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만듦새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묵직하면서도 투박한 보행병기의 디자인은 정말 그 시대에 있었을 법한 모습으로 잘 녹아들어 있고 가상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 역시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썩 자연스럽다. 여기에 니콜라 테슬라가 만든 회사 '공장'을 중심으로 각국이 뒤엉키는 스토리 역시 꽤 흥미롭다. RTS가 아닌 다른 장르로서도 충분히 먹힐만하다.

그러나 신작으로서의 새로움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아쉬움이 뒤따른다. 가장 큰 아쉬움은 앞서 줄곧 언급한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의 그림자다. 영웅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새로움을 더하고자 했으나 크게 새롭지 않다. 보행병기들 역시 매력적인 건 사실이나 실상은 다른 게임의 전차 등을 대체하는 요소여서 버라이어티한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와 큰 차이가 없다고 불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런 류의 RTS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아이언 하베스트'는 만족스러운 선택지일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나온 RTS 신작이며, 만듦새 자체는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아이언 하베스트'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게임이다. 기반이 튼튼하면 그 위에 새로운 건물을 더 지을 수 있다. '아이언 하베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기반이 튼튼한 만큼, 여기에 새로운 걸 더 추가해도 충분해 보인다. 그러니 이제 DLC를 기대해 보자. 원작 보드 게임인 '사이쓰'에는 무려 9개의 세력이 등장하지 않던가. 하나둘 세력을 추가하고 좀 더 '아이언 하베스트'만의 특색을 갖추게 되면,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라는 거대한 그림자에서 벗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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