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질리는데...

리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23개 |



리부트가 된 2013년부터, 툼레이더 시리즈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예약 구매를 했다. 그전 툼레이더 레전드나 언더월드를 재밌게 즐겼기도 했고, 트레일러로 처음 만난 리부트 버전 '툼레이더'가 퍽 마음에 들었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예전 클래식 버전의 툼레이더보다 퍼즐이 좀 더 풀기 수월해졌을 뿐 아니라 활을 사용하는 특유의 액션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리부트 시리즈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툼레이더' 시리즈가 프랜차이즈의 이미지를 갈아엎는 리부트를 진행한 것은 주인공인 라라 크로프트가 세상에 등장한 뒤 약 15년 후였다. 그리고 지난해 '툼레이더' 프랜차이즈가 20주년을 맞이했으니 리부트 이후에도 약 5년이 흐른 셈이다. 이제 젊고 호리호리한 모습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는 라라 크로프트는 신선하다고 말하기엔 꽤 많은 시간을 게이머들과 보냈다. 그리고, 리부트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임 '섀도우 오브 툼레이더'가 지난 14일 정식 출시됐다.

당연히 예약구매를 했고, 디럭스 에디션 이상 구매자는 정식 출시 날짜보다 이틀 먼저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즐겁게 게임을 플레이했다. 정글과 마야 문명을 무대로 한 게임은 어릴 적 즐겨본 영화 '인디아나 존스: 미궁의 사원'(영화 배경은 인도였지만)나 '아포칼립토'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플레이를 시작한 지 중반부터 떠오르는 미묘한 느낌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플레이를 하며 나도 모르게 하품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잦아진 것도.


리부트 시리즈의 마지막, '섀도우 오브 툼레이더'의 첫인상
영화 같은 연출은 그대로, 편의성은 대폭 개선, 하지만...




가장 먼저 '섀도우 오브 툼레이더'를 접할 경우 마주할 수 있는 것은, 두 개의 전작에 비해 편의성을 대폭 확대한 부분이다. 게임 시작에 앞서 난이도를 선택하는 장면에서는 이동과 전투, 그리고 퍼즐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 따라 각기 다른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게 배려한 부분이 가장 눈에 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 이를테면 탐험과 퍼즐을 중점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전투 부분만 난이도를 낮추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설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난이도는 각각 쉬움, 보통, 어려움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게임 화면에 표시되는 부분에 변경이 생기거나 특정 능력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이동 난이도를 어려움으로 하면 플레이어가 벽을 짚거나, 갈고리를 걸 수 있는 부분을 잘 볼 수 있도록 한 흰색 표시가 사라지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주변 사물을 보여주는 '생존 본능'과 같은 능력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또 마을에서 만나는 원주민이 영어 대신 고유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옵션 등이 추가되어 더욱 몰입감 있는 플레이를 지원하는데, 다만 이 경우 라라는 언제나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약간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 이동, 퍼즐 난이도에 따라 여러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밖에 게임 플레이 상 전작보다 다양한 의상이 추가되었으며, 사냥이나 탐험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재료가 일부 간소화됐다. 라라는 숨겨진 무덤을 찾거나 주민들의 의뢰를 해결하는 것으로 의상 조각을 얻을 수 있으며, 재료를 모아 복구하는 것으로 해당 의상을 착용할 수 있다. 과거 한 벌로 된 의상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상의 하의를 따로 입을 수 있고, 또 각 의상마다 다른 능력(예를 들면, 자연 재료 수집 개수 증가 등)이 있어 상황에 따라 다른 의상을 선택해 착용할 수 있다.

탐험과 퍼즐의 비중도 늘어났다. 이는 리부트 버전 '툼레이더' 이후 팬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했던 사항 중 하나로, 게임이 너무 액션에 치우쳐 퍼즐이 너무 없거나, 난도가 낮다는 것이었다. '섀도우 오브 툼레이더'에서는 스스로 찾아 클리어해야 하는 유적 외에도, 메인 스토리 내에서도 길 찾기나, 유적을 통한 퍼즐을 생각보다 많이 만날 수 있었다.



▲ 전작들에 비해 퍼즐의 비중도 커진 편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 외에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는 스토리를 진행하며 적들을 물리치고, 유적을 발굴하고, 무너져 내리는 지형 안에서 무수한 점프 시도를 통해 살아남는 등 두 편의 전작과 매우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 어쩌면 '툼레이더' 시리즈이기 때문에 구조는 동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좁은 곳을 헤집고 나아가는 동작에서부터 돌로 막힌 벽을 부수는 동작, 심지어 함정을 피하거나 하는 사소한 부분에서도 전작의 모션을 그대로 차용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지난 5년간 두 편의 전작을 플레이한 이들은 자칫 초반부터 게임이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기본 시스템이 전작과 똑같다면, 게임은 플레이어가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다른 방면에서 시도를 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가 새롭게 시도한 요소들은 어째서 유저들에게 큰 어필을 줄 수 없었을까.



▲ 그런데 이 지울 수 없는 '지루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정글은 거기 있는데, 굳이 갈 필요가 없다?
제대로 담았다기엔 어딘가 부족했던 '정글' 테마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가 출시되기 전, 여러 개의 트레일러를 통해서는 이번 작품에서 플레이어가 경험하게 될 전투에 대해 상당히 강조한 바 있다. 울창한 밀림을 무대로 온몸에 진흙을 바른 라라가 적을 암살한다든지, 재규어 등 정글에 도사리고 있는 야생동물의 위협과 마주해야 한다든지 말이다.

이와 함께 새롭게 추가된 다양한 암살 기술에 대한 소개도 이뤄졌다.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심어 아군에게 총을 발사하게 만드는 독이나, 나무에 적을 매달아버리는 암살 방법 등이 그 예다. 하지만, 게임을 직접 플레이했을 때 느낀 바로는 그렇게 강조한 정글 테마를 잘 살려냈다고 평가하기 어려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 이 이후 만나기 어려운 재규어

스토리 상 주인공인 라라 크로프트는 이번 모험의 핵심이 되는 유물을 찾기 위해 페루로 향하게 되지만, 아니나 다를까 비행 도중 폭풍을 만나 정글 한가운데 불시착하게 된다. 거기서 스크립트 상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재규어에게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면, 그 뒤로는 사실 크게 정글을 탐험하지 않고도 엔딩까지 도달하는 것이 가능했다.

전작인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와 비교해보자. 당시 플레이어는 탄약이나 자원을 더욱 많이 소지할 수 있도록 주머니를 업그레이드해야 했다. 이때는 마치 유비소프트의 '파크라이3'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 동물들의 가죽을 모아 상위 장비를 만들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에서는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자원이 간소화된 부분도 있고, 게임 내에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동물도 등장하지 않을뿐더러, 대부분의 장비 업그레이드는 상점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금광이나 비취 원석만 잘 캐면 사냥하러 나갈 필요성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또한, 돌기둥을 통해 수수께끼를 푸는 부가 콘텐츠를 잘 활용하면 흰색 카피바라 가죽이나 검은 늑대 가죽 등 희귀 동물로부터 얻는 자원까지도 사냥 없이 입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냥의 비중마저 확연히 떨어졌다. 출시 전부터 정글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강조했지만, 정작 본 게임에서는 정글을 마주할 일이 크게 없다는 소리다.



▲ 암살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놀랍게도(?) 그 비중이 높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글 테마에 맞춰 추가된 전투 요소는 어떨까? 이 또한 애석하게도 게임하는 동안 크게 활용할 일이 없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전투를 크게 강조했던 트레일러에 비해, '섀도우 오브 툼레이더'의 엔딩까지 보는 동안 대규모의 전투를 치러본 적이 손에 꼽는다.

그마저도 암살을 사용할 수 있는 구간이 어느 정도 제약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자고로 암살이란 상대방이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는 정글을 탐험할 때 몇 번 정도 구간을 빼놓고 대부분의 경우 대놓고 라라의 앞길을 막아서는 이들을 향해 총알 세례를 날리는 데 집중한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이후 설명할 '라라의 어두운 모습'을 강조하기 위함이리라.


툼레이더의 '그림자'를 표현하려고 했지만...
공감이 되지 않는 라라의 감정, 그리고 영향력을 잃어버린 숙적 '트리니티'



▲ 자신의 손으로 대재앙을 일으킨 라라 크로프트

정글 테마 다음으로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가 강조했던 것은 스토리라인이다. 특히 리부트 삼부작을 마무리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팬들이 스토리에 거는 기대는 매우 높았으리라. 게임 개발에 지휘봉을 잡은 에이도스 몬트리올은 스토리를 통해 '라라의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유저들의 공감을 살 수 없었던 이유는 왜일까.

아직도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가 처음 공개됐을 때 트레일러의 한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트레일러에서는 멜 깁슨 감독의 영화 '아포칼립토'에서나 봤을 법한 남미 고대 문명의 인신공양 의식 장소에서 라라 크로프트가 제물로 바쳐진 인물을 구하기 위해 제사장을 공격한다. 이윽고 의식을 보고 있던 관중들의 안색이 변하며, 라라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영상이 마무리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명 개발자들이 조명하고자 했던 것이 그동안의 살생을 참회하는 '라라 크로프트'의 모습일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이러한 기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이 되었지만.



▲ 컷신으로 복잡한 감정을 묘사하고자 했지만,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번 작품 초반부에서 주인공 라라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대재앙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되고 만다. 전작부터 쫓아온 비밀 결사의 수장 트리니티는 줄곧 라라에게 "이 모든 게 너 때문이다"라고 외치고, 라라는 이를 부인하면서도 이따금씩 괴로운 표정을 보인다. 대재앙을 수습하기 위한 라라의 여정은 곧 이 게임의 핵심인 셈이다.

그러나, 정작 실제 게임 플레이 안에서 이러한 배경 스토리가 녹아들어 간 부분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벤트가 발생하는 컷신에서 라라는 자신이 불러온 재앙에 마을 사람 대부분이 수장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잡혀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인간 백정이 되었다가도 이내 자신이 저지른 결과를 보고 후회하는 등 다채로운 장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들은 그저 컷신 속 이야기일 뿐이기에, 게임 플레이 상 어떤 변화도 없이 꾸준히 살인을 저질러야 했던(?) 플레이어들은 라라 크로프트의 이러한 감정 변화에 큰 공감을 느끼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 마지막이라고 정체도 밝혀진 트리니티, 그런데 어째 좀...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는 리부트 트릴로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껏 라라의 적수로 등장한 비밀결사 '트리니티'의 진정한 정체가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 부분에서도 무언가 아쉬운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리부트 버전 '툼레이더' 시리즈에서 '트리니티'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존재한,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힘을 탐하는 비밀 결사 단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어쌔신크리드 세계관의 템플러나, 18세기 초 영국에서 조직된 프리메이슨처럼 말이다. 이러한 비밀결사 단체들이 어떠한 영향력이 나타내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들이 공개돼선 안 된다. 흑막은 사람들에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심어주고, 나아가 이들의 비밀을 밝히려는 흥미 또한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는 게임 극초반에 바로 이 '트리니티' 단체를 이끄는 수장을 등장시켜 버렸다. 그는 고대 문명을 간직한 비밀의 도시 '파이티티' 출신으로, 파이티티에서는 아마루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속세에서는 몽고메리 박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 인물의 정체가 밝혀진 순간, 트리니티는 로마 시대부터 존재한 유서 깊은 비밀 결사라는 초반 설정에 비해 약간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다.

공감이 잘 되지 않는 주인공의 감정선과 영향력을 잃어버린 숙적, 이 두 가지 결점은 플레이어 입장에서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의 스토리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기 충분했다.



▲ 이번에도 "그 여자가 우릴 다 죽일거야"는 변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질리기 마련
리부트 이후 세 번, 또다시 고착된 모습을 보여준 '툼레이더'




그렇다고 해서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가 아주 못 할 정도의 게임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높은 평가를 받았던 전작의 요소들은 아주 기가 막히게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엔딩을 볼 때까지는 나름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출시 전부터 내세운 두 가지 요소 모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전작에 비해 메타크리틱 점수가 10여 점 밖에 하락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많은 팬들은 분명 라라에게 더 많은 옷을 입힐 수 있다는 것 말고도, 어딘가 한층 더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플레이 요소에서 이렇다 할 혁신이 없었다면, 적어도 처음 강조했던 '라라의 어두운 모습'을 더욱 공감 가는 형태로 전달했어야 할 터다. 그렇게 리부트 트릴로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는 또다시 과거 클래식 툼레이더가 겪었던 게임플레이의 고착화를 그대로 답습한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다. 첫 리부트 버전 '툼레이더'가 호평을 받고 5년, 조금 더 달라진 모습을 기대했던 유저들에게 '섀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가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리부트 시리즈의 막을 내린 '툼레이더'의 후속편이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만에 하나 그때가 온다면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던 2013년처럼 또 한 번의 혁신을 보여주기를 희망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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