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크로스파이어X '고전적인, 혹은 고루한'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22개 |
PC 없이 Xbox 콘솔 독점 출시라는 꽤 이례적인 형태로 선보인 크로스파이어X. 국내 개발사의 콘솔 게임에 대한 도전이 줄곧 이어지고 있는 만큼 비교적 미진한 Xbox의 보급 상황에도 꽤 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그 관심은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로도 이어졌다. 게임 패스 데이원 합류에 기록상으로는 여러 족적을 남긴 크로스파이어 IP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 등도 그 기대를 이어가는 이유였다.

하지만 크로스파이어X에 대한 기대는 아쉬움으로 더 짖게 물든 모양새다. 국산 게임인 만큼 좋은 모습을 더 크게 보여주려는 곳도 많았다. 하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 내에서는 완성되지 못한, 혹은 미진한 만듦새가 눈에 더 밟혔다.




게임명: 크로스파이어X
장르명: FPS
출시일: 2022. 02. 10.
개발사: 레메디 / 스마일게이트
서비스: 스마일게이트
플랫폼: XBO / XSX|S

관련 링크: '크로스파이어X' 오픈크리틱 페이지


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 크로스파이어X가 택한 투트랙(Two-track) 전략은 꽤 그럴듯했다.

콘솔 멀티플레이 FPS의 경우 세부적인 장르의 차이는 있겠지만,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는 F2P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크로스파이어X 역시 이러한 모델을 따랐다. 다만, Xbox 콘솔 보급이 활발한 서구권에서는 그 이름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약점이 있었고. 그 문제를 해결해줄 게 레메디라는 검증된 개발사였다.

레메디는 맥스페인을 시작으로 앨런웨이크, 컨트롤 등 미드나 글 잔뜩 담긴 그래픽 노블 보는 듯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연출을 자랑해 왔다. 그리고 그 이름값은 크로스파이어에 대해 잘 모르는 콘솔 게이머들을 끌어들일 만했다. 협업 가능한 카드 중 꽤 매력적인 이름 중 하나였을 거다.



▲ 자신들만의 연출 기법을 레이트레이싱 적용한 엔진으로 풀어낸 레메디, 이미지는 신작인 컨트롤

그렇게 싱글 플레이로 게임의 세계관에 플레이어를 녹아들게 만들고 이어서 멀티플레이로 끌어들인다면 완벽한 성공. 아쉽게도 어느 한 쪽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와도 할 말은 있을 법하다. 싱글플레이만 매력적이라면 패드 쥔 이국의 게이머들에게 크로스파이어라는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다. 반대로 멀티플레이가 낫다면 꾸준한 유저 플레이와 그에 따른 이득을 챙길 수 있는 라이브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다.

그렇게 언리얼 엔진으로 만들어진 멀티플레이와 퀀텀브레이크부터 사용된 레메디 고유의 게임 엔진, 노스라이트로 만든 싱글플레이가 하나의 타이틀로 묶인 크로스파이어X가 만들어졌다.

이 전략이 성공만 했다면 콘솔 슈터로서는 꽤 인상적인 게임이 될 뻔했다.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며 밀리터리 슈터 콜오브듀티와 히어로 슈터인 오버워치를 품었다. 일찌감치 합류한 이드 소프트웨어는 올드스쿨의 표본인 둠이 있고 헤일로라는 SF 슈터도 있고. 여기에 콘솔로도 많은 팬을 확보한 레인보우 식스 시즈에 파밍과 성장으로 오랜 기간 팬들을 잡아둘 수 있는 루트 슈터가 다수 개발되고 있기도 하다.




흔히 카운터 스트라이크로 대표되는 클래식한 택티컬 슈터라는 독보적 장르의 콘솔 팬을 품을 수 있었다는 건데 현실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못했다. 그건, 준비한 두 가지 패 모두 상태가 좋다고만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싱글플레이

넉넉하게 너덧 시간이면 결말을 볼 수 있는 크로스파이어X의 캠페인은 꽤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오퍼레이션 카탈리스트와 오퍼레이션 스펙터 두 개로 나뉜 캠페인은 각각 게임의 주요 세력인 글로벌 리스크와 블랙리스트 시점에서 한 번씩 게임의 이야기를 따라가도록 만들었다.

특히 스펙터의 경우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가 그럴 듯하게 짜여있다. 노스라이트 엔진의 장기인 어둡고 뿌연 안갯속에서 뻗어져 나오는 빛줄기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어둡고 인공조명이 곳곳을 빛내는 배경을 그리며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도 페이스를 올리며 이야기가 꽤 급박하게 끝나는 단점은 있지만, 멀티 플레이에서도 소개되는 투명화 슈트인 스펙터에 대한 이야기와 그걸 입고 펼치는 새로운 액션은 크로스파이어X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흥미로운 구간으로 꼽힐 만하다.



▲ 시각적인 부분에서 장점이 드러나는 두 번째 캠페인 오퍼레이션 스펙터

그런데 이 오퍼레이션 스펙터는 Xbox 게임 패스에 기본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크로스파이어X에 대한 관심으로 미리 플레이해보기도 전에 미리 구입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게임 패스 유저라면 무료로 제공되는 멀티플레이, 혹은 기본 제공되는 캠페인인 오퍼레이션 카탈리스트를 먼저 플레이하게 된다. 실제로 이야기도 순차적으로 플레이하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어 두 캠페인 모두 가지고 있어도 카탈리스트 먼저 즐길 테고 말이다.

이 첫 캠페인은 더 나은 캠페인인 스펙터를 플레이할 의욕을 크게 떨어트려 버린다. 비교적 근미래의 기술과 외형을 가진 스펙터와 달리 카탈리스트는 현대 밀리터리 기반에 개방된 시가전을 중심으로 꽤 많은 이야기가 다뤄진다.

이 구간은 주인공 홀을 중심으로 저격수와 중무기병의 시점을 오가며 게임이 진행되는데 헬기에서 건물로 뛰어들기, 저격수의 공격이 빗발치는 시가전, 주요 인물의 납치와 고문, 저격수의 도움, 건물 폭발 등 밀리터리 FPS에서 수없이 봤을 장면을 도입부 1시간 만에 쉴새 없이 쏟아낸다. 그렇다고 등장인물의 매력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어설픈 캐릭터 묘사는 손발이 말려드는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오브젝트 디테일도 꽤 떨어지는 편인데 정작 캠페인 내에서의 프레임은 썩 안정적이지 못하다. 최적화는 부족하지만, 눈에 보이는 연출만큼은 최고 수준이던 노스라이트 엔진도 이번에는 빛이 바랜 느낌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빛'만 발한 게 전부다. 여러 장점 중 오직 빛 발산에 따른 레이트레이싱만 남았는데 아무리 빛 효과가 좋아도 1인칭 게임에서 떨어지는 디테일에 낮은 프레임은 꽤 머리를 어지럽힌다. 레이트레이싱 지원에도 해상도 조정을 통해 60프레임을 유지하고 옵션에 따라 120프레임을 지원하는 차세대 콘솔 기반 밀리터리 슈터와 비교하면 그 아쉬움은 더 커진다.

컨트롤러를 든 손은 덜덜 떨리는데 조준 시 시점은 AI의 수호자가 내 손가락을 한 번 더 밀어버린 듯 조금만 움직여도 훅훅 돌아가 버린다. 조준 지원 가속도는 약간 움직일 때는 조금씩 세밀하게 거리를 맞추고 먼 거리 이동에서는 빠르게 움직여 순간적인 반응이 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거의 불가능하다.

약간의 조준 지원 옵션이 있기는 하지만, 이게 기본 옵션에서는 빠져있고 첫 조준에서 근처에 적을 담아내지 못하면 또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기에 컨트롤러 옵션 조작은 거의 필수다. 그렇다고 조준 가속도가 완벽히 잡히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제대로 히트됐어야 할 공격도 먹혀버리는 경우도 있다.



▲ 오버워치도 콘솔로 했는데... 처음에는 아날로그 스틱이 고장난 줄 알았다

이런 불합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게 컴뱃 브레이커와 체력 회복이다. 게이지가 가득 차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컴뱃 브레이커는 게임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 보다 쉽게 조준해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다. 체력 시스템은 별도의 수치가 아니라 일정 피해 이상을 입으면 화면이 무채색으로 바뀌다 사망하는 방식이다. 잠시 공격받지 않으면 이 체력이 회복되는데 상처 재생하는 울버린처럼 정말 아주 잠시만 공격을 받지 않으면 체력이 완전히 차오른다. 이건 한창 전투 중일 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연스럽게 게임 플레이는 엄폐물 뒤에서 적의 공격을 피해 조작 어려운 조준 사격하는 방식보다는 둠슬레이어처럼 일단 적 사이로 뛰어들고 지향사격으로 때려 갈기는 식의 플레이가 효과적이다. 어차피 빗발치는 총알 운 좋게 안 맞으면 체력도 금세 차오르고 또 위험하다 싶으면 컴뱃 브레이커로 느리게 만들면 그만이다. 엄폐물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플레이어의 총구 방향으로 뛰어다니는 적들의 인공지능 덕에 적 맞추기 어렵지 않은 편이니 현실성을 추구하는 밀리터리 슈터와 몸딴딴 슈터 사이에서의 인지 부조화를 일으키는 게 보통이다.



▲ 빈사 상태에서도 잠깐만 쉬면 풀피가 되는 기적의 재생력

새로울 것 없이 어디서 봤을법한,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질 낮음은 결국 그나마 나은 캠페인, 스펙터로 플레이어를 이끌지 못하고 멀티플레이로 손을 옮기게 한다.



아찔함이 밀려오는 멀티플레이

앞서 말했듯 멀티플레이는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 싱글플레이와는 완벽히 다른 비주얼을 선보인다. 명암대비가 또렷해 눅눅하고 어두운 이미지에서 강점을 드러낸 것과 달리 보다 쨍하고, 적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형태다. 다만, 이쪽도 그래픽이 훌륭하다고 만은 할 수 없는데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성처럼 고전적인 그래픽으로 가다듬어진 모양새다. 아마 2000년대 후반 게임을 고해상도 모드나 이전세대 콘솔로 리마스터한 듯하다고 표현하면 비교적 정확할까?

그래픽 충실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나름의 맛과 목적은 살려냈다. 클래식 FPS. 그러니까 카운터 스트라이크로 대표되는 비교적 가볍고, 별다른 능력보다는 간단한 전략이 중심이 되는 게임의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클래식 모드로 불리는 기본 게임에서는 달리기도 없고 스코프가 달린 스나이퍼 라이플 종류 외에는 줌은 물론 조준 사격이 불가능하다. 무기도 게임 시작 전 세팅해 둔 것 중 하나를 스폰마다 미리 선택하는 식이다. 그래서 여러 특수 능력이나 적 처치에 따른 퍽을 통해 상대를 앞서 가는 플레이보다는 상황판단이나 사격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ADS, 달리기 없이 무력과 상황 판단이 중요한 클래식 모드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Xbox 서비스를 종료하고 마땅히 성공한 클래식 FPS가 없었던 만큼 그걸 기대한 플레이어에겐 그간 가려움을 긁어낼 게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칼 든 투명인간과 일반 무기를 든 팀 간의 대결인 스펙터 모드나 좀비 모드와 유사하게 괴물이 날뛰는 나노모드 등에는 플레이어가 거의 없는 반면, C4 설치하는 폭파모드나 팀데스모드는 준수하게 게임이 매칭됐다.

다만 유저 타깃층이 그러하고, 또 그게 통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지금까지는 부족한 점도 눈에 띈다.

기존 크로스파이어의 특징인 큰 총기반동이 크로스파이어X에도 이어진다. 상대 몸 한가운데에 두고 패드 트리거로 총알을 퍼부으면 여기저기 튀는 반동에 탄창 하나를 다 비워도 멀쩡히 걸어와 내 머리에 탄을 박아넣는 적을 보는 일이 잦다. 별다른 조준 지원 없이 패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만큼 이러한 사격 반동은 플레이어간의 실력 격차를 낸다는 의미도 있지만, 진입 장벽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면 모던 모드는 게임 시작 시 속도나 체력, 탄약 회복 등 정해진 포인트 안에서 캐릭터를 강화시키고 플레이 도중 얻는 경험치를 통해 여러 특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인게임 플레이도 캠페인처럼 무기별 줌이 가능하고 달리기도 적용된다.



▲ 모던 모드는 캠페인 조작과 유사해 일반적인 밀리터리 슈터와 비교할 수 있다

이야기만 들으면 꽤 그럴싸하지만, 캠페인에서 이어지는 어설픈 모션과 조준 시 조작 문제는 플레이에 대한 의욕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거점 점령에서는 모은 포인트를 사용해 부기맨이라는 용병으로 변화할 수 있는데 6배의 체력에 연사력이 끝내주는 5,000발 짜리 무기를 들고 전장에 나선다. 이 상태로 적을 죽이면 일반 상태처럼 포인트를 얻는데 여기서 잘만 플레이하면 포인트 차이를 벌리고 게임에 심한 불균형을 가져오기도 한다.



▲ 일기무쌍을 가능하게 만드는 부기맨. 결국, 패치를 통해 치유와 부기맨 중 포인트 쌓기가 사라질 예정이다

또 세부적인 하위 장르로서의 특징이 남아있다지만, 슈터라는 큰 틀에서 보면 헤일로나 콜오브듀티, 배틀필드, 레인보우 식스 시즈처럼 크로스파이어X의 모던 모드를 대체할 팀 대전 기반 FPS는 콘솔에도 얼마든지 있다.

클래식 모드라는 한정된 게임 모드. 폭파나 팀데스 모두 하나씩만 존재하는 맵. 새로울 것 없이 단점도 더러 눈에 보이는 고전적이 멀티플레이가 쟁쟁한 유명 IP를 뚫고 Xbox 유저들에게 얼마나 사랑받을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모바일로 무게추가 넘어간 국내 게임 시장에서 대형 플랫폼홀더와 손을 잡고 개발한 콘솔 게임에 대한 성공은 관계자는 물론 게이머라면 누구든 바란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나름의 전략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혹평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사실 크로스파이어X에 대한 평가는 과도한 기대에 부풀린 감이 있을 수 있다. 싱글플레이가 풀프라이스 게임도 아니고 F2P 기반 멀티플레이는 나름 확실한 타깃을 가졌다. 하지만 프로모션이나 방향성이 어쨌든 E3 브리핑에서는 필 스펜서 MS 게이밍 CEO가 Xbox 독점 게임으로 협업을 꽤 크게 홍보했다. 중국 유저를 기반으로 최고 매출 기록을 새로 쓴 프랜차이즈라는 점도 게임의 이름을 처음 접한 유저들의 관심을 샀다. 여기에 게임패스 데이원 합류도 컸다.




더욱이 레메디의 이름값이 걸린 싱글플레이의 완성도와 별개로 결국에는 라이브 서비스가 중심이 되는 게임이라면 비슷한 여타 게임 대신 크로스파이어X를 플레이하게 만들 무언가도 확실해야 했다. 그걸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컷을 테고 말이다.

다행인 점은 커뮤니티 반응에 개발진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점들을 나열해 개선 방향을 공유하는 공지도 올라왔고 SNS를 통한 대응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경우 한 번 유저를 잃으면 그걸 되돌리는 건 쉽지 않다. 크로스파이어X가 팬들의 마음의 마음을 돌릴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는 의미다.
  • 짧지만 준수한 싱글플레이 캠페인 2부
  • 세계관 확장 가능성을 연 이야기
  • 그간 없던 콘솔 클래식 슈터 타깃의 멀티
  • 기대 이하의 그래픽 퀄리티와 프레임 문제
  • 패드 조작에 어울리지 않은 컨트롤
  • 실망스러운 캠페인 스토리와 캐릭터 묘사
  • 어설픈 캐릭터 모션과 사운드
  • 출시 후에도 부족한 멀티 콘텐츠

리뷰 플랫폼: Xbox (출시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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