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 네이선이 없어도 재밌잖아?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25개 |

장장 9년에 걸쳐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을 지탱해 온 언차티드 시리즈가 작년 5월 10일 출시한 '언차티드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이하 언차티드4)'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막을 내려서 그랬을까요. 많은 게이머들이 시리즈의 끝을 아쉬워했습니다. 너티독으로서는 박수칠 때 떠난다는 게 뭔지 보여준 거였지만, 게이머들은 좀 더 네이선과 함께 모험을 떠나고 싶었으니까요.

그런 게이머들의 심정을 너티독 역시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차티드4' 출시 전부터 스토리 DLC를 추가한다고 밝혀왔으니까요. 그리고 마침내 8월 22일, 진정한 의미로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이 출시됐습니다.

주인공은 2편에서 활약한 클로에 프레이저와 4편의 메인 악역인 쇼어라인의 수장으로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준 나딘 로스. 사실 주인공들이 공개될 때만 해도 우려 섞인 마음도 있었습니다. 언차티드 시리즈하면 네이선 드레이크고 네이선 드레이크하면 언차티드 시리즈였으니까요. 그런데 웬걸 꼭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네이선의 빈 자리는 클로에와 나딘이 빈틈없이 메꿨고 탐험의 재미 역시 여전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시리즈의 정수를 집대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데요.

언차티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은 과연 시리즈 팬들을 만족시킬 최후의 유산이 될 수 있을까요? 클로에, 나딘과 함께하는 모험의 여정에 다시금 몸을 내맡겨 봤습니다.


클로에 & 나딘 네이선이 없어도 충분해!
"2인조 여주인공. 네이선의 빈자리를 느낄 틈이 없다"



▲ 클로에와 나딘. 그녀들은 어떤 모험의 여정을 보여줄까?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이 전작들과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은 뭐니 뭐니 해도 주인공이 전면 교체된 점입니다.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네이선이 모험을 끝마쳤기 때문이었을까요. 이번 작품에서는 클로에와 나딘 2인조 여주인공 체재로 개편됐습니다.

사실 처음 주인공이 교체된 걸 알았을 때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이 공개되기 전만 해도 샘이나 설리처럼 네이선과 가까운 인물들이 주인공이 될 줄 알았거든요. 거기에 클로에와 나딘 2명의 주인공이 네이선의 빈 자리를 과연 메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 아실 거예요. 네이선이 어떤 캐릭터인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아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끊임없이 환기하던 캐릭터죠.



▲ 그 기분 나도 잘 알지...

하지만 클로에와 나딘은? 클로에는 진중하다곤 할 수 없었지만, 네이선처럼 유쾌한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나딘은 전작의 악역인 쇼어라인의 수장으로 융통성없이 딱딱하기까지 하죠. 그래서 시종일관 진중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물론, 게임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생각은 씻은 듯 사라졌지만요.

네이선에 비해 둘 다 진중한 편이지만 둘의 성격 역시 차이가 있습니다. 클로에는 나딘에 비해 훨씬 유쾌하며 가볍고 나딘은 PMC 출신답게 딱딱하고 직선적이죠. 함정을 앞에 두고 클로에는 함정을 해체하려고 하는 성격이라면 나딘은 함정을 그대로 부숴버린달까요. 이런 성격 차이로 인해 의외로 유쾌한 장면들이 연출되곤 합니다.



▲ 니가 창문을 부수면 옆에서 문을 따고 있던 난 뭐가 되니...

거기에 이야기의 포커스가 클로에와 나딘에게 옮겨진 점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좋든 싫든 언차티드 시리즈는 네이선 드레이크의 행보에 집중해왔습니다. 하지만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에서는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해왔던 클로에와 나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렇게 이야기의 포커스가 옮겨가면 보통 어색할 만한데도 너티독은 클로에와 나딘의 이야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유쾌할 때와 진지할 때의 완급 조절에 대해서는 시리즈를 4편까지 이어온 만큼, 도가 텄을 정도죠.

때로는 갈등에 빠지기도 하지만 적이었던 나딘이 클로에와 함께하는 이유에서부터 클로에가 가네샤의 황금 상아를 쫓는 이유까지 작위적이지 않고 그럴듯하게 포장해 게임을 시작한 지 오래지 않아 그녀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무늬만 오픈 필드는 가라! 서고츠 산맥
"전작에선 느낄 수 없었던 진정한 모험이 기다린다"

주인공의 교체와 함께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에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바로 거대한 필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부분입니다. 언차티드 시리즈 같은 선형적 구조의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자유도가 적다는 부분입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결국 갈 수 있는 길은 하나 뿐인 거죠. 물론 그렇다고 선형적 구조가 오픈 필드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오픈 필드, 선형적 구조 각각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다른 만큼,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선형 구조는 자유도를 제약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모험이 핵심 테마인 언차티드 시리즈로서는 스토리와 연출에 힘을 실으면서도 아쉬웠던 걸까요. '언차티드4'에서는 광대한 마다가스카르 스테이지를 만듦으로써 제한적이나마 오픈 필드의 느낌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마다가스카르 스테이지는 지금까지의 시리즈에서 본 적 없는 압도적 개방감을 자랑합니다. 다만 한가지 간과한 점이 있었으니, 굳이 탐험할 필요가 없다는 거였죠.




구석구석 탐험해도 보물을 모으든 안 모으든 게임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습니다. 굳이 게임 외적으로 보자면 트로피 정도. 그렇기에 '언차티드4'의 마다가스카르 스테이지는 광활하지만, 오픈 필드로서는 아쉬움이 느껴지게 했습니다. 그렇지만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은 달랐습니다. 그 아쉬움을 양분 삼아 서고츠 산맥을 만들어냈습니다.

비록 제한적인 오픈 필드고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진행을 강제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전작과는 달리 버려지는 공간 없이 넓은 필드를 아낌없이 사용했다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전작에선 느끼기 힘들었던 탐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명확한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는 만큼, 시시때때로 지도를 펼치며 울창한 서고츠 산맥 이곳저곳을 누벼야 합니다.



▲ 내가 지금 어디 있었더라...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은 그동안 너티독이 쌓아 올린 기술력과 연출을 집대성한 게임이랄 수 있습니다. 물론 완벽한 오픈 필드를 구현한 것도 아니고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 역시 기존 시리즈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은 아쉽지만, 너티독으로서는 시리즈의 특징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움을 주기 위한 최선의 수를 낸 셈이죠.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롭지만 익숙한, 그렇기에 반가운 시리즈 최후의 유산"




솔직히 말해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은 전작과 비교해 크게 새로울 게 없는 게임입니다. 좀 박하게 평가한 걸 수도 있지만, 딱 기대한 그대로를 보여주거든요. 퍼즐을 풀고 암벽을 건너뛰면 곧이어 적을 만나 전투를 펼칩니다. 뭐, 그게 나쁘단 건 아니에요. 워낙 기본기가 탄탄했던 만큼,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거기에 독립형 게임이라서 본편이 없어도 되고 가격도 39,800원밖에 안 해서 흔히 풀 프라이스라고 하는 60달러(약 6만 원)에 비해 저렴한 가격 역시 큰 장점입니다. 네이선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적어도 돈값은 하거든요. 시리즈의 전통이랄 수 있는 영화 같은 연출과 스토리텔링 역시 그대로고요.

결과적으로 말해 시리즈의 팬들에게 주는 최후의 유산이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올해로 10주년이 되는 언차티드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언차티드: 잃어버린 유산'. 언차티드 시리즈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지금, 가네샤의 황금 상아를 찾는 그녀들의 여정에 동참하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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