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딱 예상했던 만큼만 발전했다, '파크라이5'

리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50개 |




개인적으로 파크라이 시리즈는 3편부터 시작이라고 봅니다. 꾹꾹 우려먹는 유비소프트 특유의 오픈월드 시스템이 이 작품에서 완성됐고, 파크라이 시리즈 특유의 쨍한 배경+광기 넘치는 분위기도 여기서부터 시작됐죠. 오픈월드 액션 게임이 대부분 그렇듯 그냥 맘대로 돌아다니면서 다 때려 부수는 건 같지만, 여기에 제법 몰입도 있는 스토리와 연출을 가미했습니다. 덕분에 블록버스터 영화를 맘대로 갖고 노는 느낌이었죠. 저는 좋았어요. 액션도 좋고, 그래픽도 좋고, 스토리나 캐릭터 연기도 다 좋았고, 게임 전체의 분위기를 끌고 가는 악역 '바스'가 나와서 1점 더 줍니다.

2년 후 등장한 '파크라이4'도 재밌었어요. 그런데 딱 3편의 후속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좀 좋아진 그래픽, 좋아진 연출. 그게 끝이었어요. 전작이 워낙 잘 나와서 여기에 살만 좀 더 붙이고 배경 바꾼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보장했지만, 문제는 너무 안전하게 갔다는 거죠. 딱 기대치만큼 재밌었고, 팬들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요소는 전혀 없는 그런 게임.

그래서 이번 '파크라이5'를 더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도 딱 전작만큼 발전했다면 둘 중 하나라고 봐야죠. 개발팀이 정말 모험하는 걸 싫어하거나, 뭘 해도 잘 안 되는 매너리즘에 빠졌거나. 시리즈 팬 입장에서 보면 둘 다 좋은 방향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더 궁금했어요. 게임은 재밌어야 하니까 그건 기본적으로 챙기는 거고, 얼마나 색다른 재미를 보여주는지 말이죠.

그러던 중 지난 24일, '파크라이5' 콘솔판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인트라게임즈에서 사전 시연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약 4시간 정도 게임을 체험했고, 제가 확인한 부분을 지금부터 풀어보려고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4시간만 플레이했습니다. 체험시간이 짧았던 만큼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라기보다는, 눈에 띄는 부분 위주로 작성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더 현실적인 배경 +1점
그래서 더 광기 넘치는 분위기 +2점

3편 배경이 동남아 어딘가로 추정되는 외딴 섬, 4편 배경이 히말라야산맥 어딘가로 추정되는 왕국이었잖아요. 모두 파크라이 시리즈 특유의 광활한 자연을 표현하는 데는 적절했지만,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반면, 이번 '파크라이5'는 미국 몬태나주 어딘가 위치한 호프 카운티가 배경입니다. 대다수 우리나라 게이머 입장에서 본다면 안 가본데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좀 익숙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 봤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오는 체감 차가 큽니다. 게임의 요소 하나하나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져요. 미국 본토에 정부조차도 손을 못 쓸 만큼 완전무장한 사이비종교 집단이 있다는 설정 자체는 무리수에 가깝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깡촌이기에 지역 종교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설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덕분에 앞서 말한 것처럼, 그나마 좀 익숙한 장소가 배경이다 보니 전작들보다도 한결 축축해진 광기가 완성되었죠.

이런 분위기는 오프닝부터 가득합니다. 주인공은 호프 카운티의 새내기 보안관보로, 지역 보안관과 연방 보안관 등과 함께 사이비 종교의 수장인 조셉 시드를 체포하러 갑니다. 의외로 조셉은 별다른 저항 없이 손목에 수갑을 차고(주변에 엽총을 든 추종자들이 가득하기에 이미 분위기는 험악합니다) 헬기에 오르죠. 헬기에 시동을 걸고 날아오르려는 이때, 광신도들이 조셉이 탄 헬기에 맨몸으로 달라붙고, 로터까지 올라간 한 신도에 의해 얼마 못 가 추락하게 됩니다. 부서진 헬기 안에서 그가 하는 말이 또 백미예요. '그러게 신이 날 못 데려가게 할 거라고 말했잖아'

호프 카운티에서 조셉 시드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자, 그가 3편의 바스나 4편의 페이건 민과는 또 다른 광기와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지요. 어쨌든 이건 확실합니다. 이번 작품 역시 상식이 안 통하는 장소가 배경이라는 것.






배경이 익숙하니 더 생생해진 '광기'


그래픽? 전작보다 '조금' 더 좋습니다
게임플레이? 이것도 전작보다 '조금' 더 좋아요

파크라이는 3편의 대성공 이후 '어쌔신 크리드', '와치독스' 등과 함께 유비소프트의 핵심 시리즈로 성장했습니다. 유비소프트의 블록버스터 게임들이 다 그렇듯, 이번 작품 역시 자사의 어떤 작품에도 밀리지 않을 만큼 뛰어난 그래픽 퀄리티를 보여줬어요. 수풀이나 나무 디테일은 말할 것도 없고, 인물과 동물, 탈것 묘사까지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사진을 옆에 놓고 뭐가 실사냐 맞추라고 할 정도의 레벨은 아니지만, 오픈월드 액션 게임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최상급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장점은 '파크라이3'부터 있었던 겁니다. 3편도 당시 기준으로 매우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줬고, 4편이나 프라이멀은 지금 출시한다고 해도 그래픽 좋은 게임으로 분류될 수준입니다. 즉, '파크라이5'의 그래픽은 매우 뛰어난 게 사실이나, 전작과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차가 나는 건 아니에요.

게임플레이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3편의 아쉬운 점을 다듬은 게 4편이라면, 이번 '파크라이5'는 4편의 좋았던 시스템은 그대로 가되, 몇몇 요소를 추가하거나 변경한 정도입니다. 비행기 추가로 본격적인 공중전이 가능해진 점, 지역 보스 시스템, 다양해진 근접 무기가 대표적인 발전 요소지만, 1.적진을 쳐들어가 쑥대밭을 만들고 2.그 지역을 해방하면서 3.조금씩 최종 보스를 압박해간다는 시리즈 전통의 규칙은 그대로입니다. 비선형 스토리를 채용했다고 하나, 이건 외전인 프라이멀에서도 볼 수 있었죠.

물론, 이런 유비소프트식 오픈월드 시스템을 좋아하는 유저도 많습니다. 패키지 게임이란 걸 고려하면 특별한 단점이 없는 구조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전 작품들의 훌륭한 시스템을 싹 다 갈아엎었음에도 여전히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비교하면 미미한 변화입니다. 모든 개발사가 닌텐도처럼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건 아니고 이게 잘못이란 건 더더욱 아닙니다만, 뭔가 새로운 게임을 보고 싶어 하는 유저들에겐 살짝 아쉬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유비소프트가 시스템 변화에 있어 모험 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아, 전망대 올라가서 인근 지역 밝히는 시스템이 없어진 건 환영입니다. 전작 많이 해본 유저라면, 일단 전망대 다 찍고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라 사실 큰 의미가 없었거든요.






맵 시스템은 꽤 많이 변했습니다


의외로 손맛 좋은 낚시 퀄리티
그 외에도 할 거리 넘치는 호프 카운티

전작과 비교해 할 거리가 확 늘어났다고는 하나, 시연 시간이 짧아 실제로 해본 것은 낚시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꼼꼼한 게 제법 괜찮은 결과물이었어요. 기본적으로 릴낚시인데, 줄 감는 느낌부터 갓 잡은 월척의 퍼덕임까지... 왠만한 낚시 전문 게임 못지않게 손맛이 좋습니다. 잡은 물고기의 크기도 볼 수 있어 수집 및 도전욕을 자극하는 요소도 되고요.

별 기대 안 했던 콘텐츠가 의외로 큰 만족감을 주니, 다른 콘텐츠도 기대가 됩니다. 인트라게임즈에 따르면, 특정 동물의 서식지에 가서 사냥하거나, 윙수트를 사용해 하늘을 날고, 새로운 차량을 살 수 있는 차고지 등 다양한 요소를 이번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시리즈 최초로 커스터마이징이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창의력을 뽐낼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3편 주인공은 제이슨 브로디, 4편 주인공은 에이제이 가일이었는데, 이번 5편의 주인공은 그냥 새내기 보안관보입니다. 이름이 따로 없어요. '파크라이5'는 전체 스토리를 코옵으로 즐길 수 있기에, 좀 더 자연스러운 설정이 필요해서 결정한 것 같습니다.

뭐, 시리즈 최초로 커스터마이징이 들어간 건 신선한데, 커스터마이징 방식은 그리 신선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많이 봐 온 선택형 커스터마이즈인데다, 가짓수 자체도 많지 않습니다. 전 원래 남자 캐릭터만 해서 큰 상관 없는데, 옆 사람이 만드는 걸 보니 뭘 어떻게 해도 '미소녀'는 안 나오더라고요.



전 괜찮습니다. 항상 흑인 남캐만 만드니까요.


육해공을 아우르는 전투. 나무랄 데 없어요
든든한 용병과 함께라면 어떤 적도 두렵지 않아요

전투는 확실히 더 재밌습니다. 총 쏠 때 느낌이라던가 적들의 AI도 나무랄 데 없어요. 전투 시작 시 울려 퍼지는 컨트리풍 음악도 분위기를 띄우는 데 일조하고요. 탈것 종류가 전작 대비해 훨씬 늘어나서 말 그대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수준이 됐고,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즐기면 그 재미가 극대화됩니다. 이게 어떤 의미냐면, 게임 BJ들이 하기에도 딱 알맞은 게임이 됐다는 거예요.

코옵 따위 관심 없다, 난 혼자서 다 죽일 거다 하는 유저들은 용병을 고용하면 됩니다. 용병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데 돌격형부터 저격수, 비행기 조종사, 심지어 개나 곰까지 준비되어 있어요. 내가 전투에 돌입하면 곧바로 함께 싸우며, 전장의 특정 장소로 먼저 보내 시선을 끌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적들보다는 훨씬 잘 싸우나 무리하게 적진으로 밀어 넣으면 바로 누워버린다는 거, 기억하셔야 합니다.






어떤 용병이든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외모로 판단하지 마세요


진작 좀 넣지! '파크라이 아케이드'
플랫폼 '파크라이'의 가능성을 엿보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선보인 '파크라이 아케이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유비소프트의 비전을 엿볼 수 있는 시스템이니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스팀의 유저 창작마당, 혹은 개리모드의 파크라이 버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파크라이 맵 에디터와 9,000개 이상의 오브젝트를 공개하고, 유저가 직접 모드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건데요. 이 오브젝트가 백미입니다. 파크라이4, 프라이멀뿐 만 아니라, 와치독스, 어쌔신크리드 시리즈의 오브젝트도 포함되어 있어요. 즉, 파크라이라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모드도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말이 '파크라이 아케이드'지, 그냥 '유비소프트 아케이드'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캠페인 에디터, 스타크래프트2의 갤럭시 맵 에디터와 비슷하지만, 자사 내 작품들의 오브젝트까지도 정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성은 더 높아 보입니다. 이후 DLC 출시나 업데이트 등 꾸준한 운영이 뒷받침되고, 관련 커뮤니티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진다면 '파크라이5'의 수명도 기대치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파크라이 아케이드' 소개 영상 (한글자막)


*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촬영한 '파크라이5'의 한정판 제품 사진을 공개합니다. 조셉 시드 피규어도 그렇지만, 특히 저 사슴뿔 장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조셉 시드 피규어가 동봉된 '파더 에디션'. 참고로 피규어는 1개만 줍니다



무난한 디테일을 보여줍니다



손에 들고 있는 책의 글씨까지 보이네요



호프 카운티, 몬태나 콜렉터 케이스에 동봉된 사슴뿔 트로피. 엄청나게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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