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는 아니지만 재미는 확실하다!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 체험기

리뷰 | 김강욱 기자 | 댓글: 4개 |


사실 예전부터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몰려드는 경비병을 모조리 죽이고 (그것도 엄청 요란하게) 허겁지겁 숨으며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라고 자기세뇌하는걸 즐겼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번 작품인 오세이에서는 아예 시연 단계에서부터 대규모 전투를 대세웠다. 어쌔신크리드가 무쌍을 만났다고 표현할 수 있다. 게임스컴 현장에서 시연하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머리 속을 떠돌았다. 과연 이 작품이 '어쌔신'크리드인걸까.

어쌔신크리드는 자기 레퍼런스가 많다. 타산지석도, 온고지신도, 취사선택도 가능하다.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어쌔신크리드의 집대성이다. 각 시리즈에서 좋은 점을 취해 만든 작품이다. 물론 전 세계 미인들의 가장 아름다운 부위만 따서 조합한 얼굴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아니듯 백점 만점을 주기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적어도 그 얼굴을 보고 못생겼다는 말은 안 하지 않나.

두 명의 캐릭터는 전작 오리진에서 그나마 구색을 갖추기 위해 사용한 흰색 거적데기조차 쓰지 않는다.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탁 트인 전장에서 아군과 함께 전투를 벌인다. 이걸 과연 '암살자'라고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부호는 호쾌한 전투와 함께 사라진다. 일단 전투가 재밌다. 전투에 몰입할 수 있다. 그거면 되는 것 아닌가.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는 오리진의 전투와 블랙플래그의 해상전을 적절히 조합했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전투에 공격으로 게이지를 쌓아 스킬이나 액션을 사용했다. 본작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어쌔신크리드의 맛이 사라졌다 말하겠지만, 새로운 시스템이 가져오는 오디세이만의 맛이 있다. 패링이 없어 아쉽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적절한 타이밍에 무빙과 구르기로 적의 공격을 피하며 싸워야 하기에 전투의 긴장감은 전작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스파르타 킥. 영화 '300'에서 주인공 레오니다스가 페르시아 사신을 구덩이로 떨어뜨릴 때의 느낌 그대로 발을 쭉 뻗어 적을 차버린다. 그야말로 호쾌함의 정석이다. 에너지를 모아(!) 주변 적을 날려버리는 기술도, 방패를 빼앗은 후 차버리는 기술도 암살자의 그것과는 맞지 않지만 그리스의 전장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해상전은 블랙플래그를 떠올리면 쉽다. 지금까지도 굉장한 호평을 받고 있는 시스템이기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 달라진 점은 대포가 활로 바뀐 정도랄까. 배의 방향과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며 상대방 배를 격침하고, 배로 건너가 백병전을 벌이는 시스템 역시 동일하다. 요약하자면, 블랙플래그에서 느꼈던 재미 그 이상을 느낄 수 있다.

오리진에서 보여준 화려한 그래픽과 지역 구성도 건재하다. 워낙 고증에 철저한 시리즈에 가능한 일이다. 고대 그리스를 재현하기 위해 들인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결과로 밝고 화사하며 정교한 그리스가 만들어졌다. 아무것도 안하고 돌아다니기만 해도 즐거울 정도다. 분위기로 따지면 위쳐3 확장팩 블러드 앤 와인과 비슷하다. 오히려 오디세이가 위쳐3에 비해 더 꽉 차고 치밀해진 느낌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비소프트의 기술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암살 플레이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없진 않겠지만 그 부분은 워낙 자신있는 부분이기에 다시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걸지도 모른다. 은밀하게 숨기는 암살검 대신 작은 창을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다소 걱정되긴 하지만, 어차피 목격자만 없으면 암살인건 어느 시리즈던 마찬가지 아닐까. 시리즈 그대로만 나와줘도 평타는 칠 수 있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없을까봐 걱정되긴 한다)

아직 보지 못한 스토리를 제외하고, 오디세이는 그래픽, 전투, 사운드 등 모든 면에서 AAA급 게임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짧은 시연시간이었지만 나를 비롯해 그 자리에서 시연한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후드조차 벗어버리고 양지에서 활약하는 장군을 어쌔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 스토리를 진행해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시연 버전의 주인공은 암살자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유비소프트가 게임의 흥행을 위해 억지로 어쌔신크리드라는 이름을 붙인걸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것 또한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리즈 게임에는 고유의 정체성이 있다. 어쌔신크리드의 정체성은 잠행과 암살이었다. 적어도 초반에는 그랬다. 우스개소리로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실수한 플레이를 포장하기 위해 만든 말일 뿐 정석은 아무도 눈치 못챌 정도의 잠입과 암살이었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암살 자체가 가벼워지고 쉬워졌다. 유비소프트는 어쌔신크리드 시리즈를 정통 잠입 암살 게임보다는 다소 캐주얼한 게임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전작인 오리진은 주인공을 전사로 내세우며 암살단의 기원을 말한다는 이유로 암살보다는 전투의 비중을 높였다. 시스템을 승계하면서 스토리를 통해 정신적인 후계자를 자처했다. 명분이 있었다. 오디세이는 공개된 이야기 중에서는 암살단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나오지 않았다. 오리진에서 기존 암살단의 기원은 밝혀졌다. 어쩌면 오디세이를 시작으로 새로운 암살단의 이야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오디세이는 유비소프트가 가고자 하는 어쌔신크리드의 새로운 길일지도 모른다.

이번 작품은 '어쌔신'이 아닌 '어쌔신크리드'를 계승한다. 시리즈의 좋은 점만을 모아 만든 게임이니 자격은 충분하다. 솔직히 말해서 어쌔신크리드라는 이름을 떼고 봐도 굉장한 수작이다. 굳이 전작의 이름에 기댈 필요가 없다. 그래서 질문의 답이 뭐냐고? 어쌔신이든, 어쌔신이 아니든 상관없다. 그만큼 재밌으니까. 그거면 되는것 아닌가.







8월 21일 개최되는 게임스컴(GAMESCOM) 최신 소식은 독일 현지에 나가 있는 정필권, 김강욱, 석준규 기자가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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