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한 손으로 즐기는 대전 게임 '드래곤볼 레전즈', CBT 단계의 완성도는?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5개 |

반다이남코가 지난 3월 GDC 구글 세션에서 공개한 '드래곤볼 레전즈'는 드래곤볼 IP를 바탕으로 카드 시스템과 대전 액션을 조합한 모바일 대전 게임이다. 한 손으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모토로 한 만큼 세로 화면을 기본적으로 채택했으며, 카드와 게이지 시스템을 조합해서 기술 입력 방식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GDC 구글 세션에서 공개된 체험 버전을 보면, 커맨드를 입력하면 기술이 나간다는 공식을 아츠 카드로 대체했다는 점과, 아츠 카드를 사용하면 게이지가 소모된다는 간단한 룰로 대전 격투 액션을 구현해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게이지가 떨어지면 카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중간 적의 움직임에 따라 공격과 차지, 방어 타이밍을 재는 등 격투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심리전을 심플하게 구현해냈다는 것도 엿볼 수 있었다.



▲ 적이 스킬 준비하길래 야심차게 공격했지만 베니싱 스텝에 걸려들어버렸다

실제로 이번 '드래곤볼 레전즈' CBT를 처음 접했을 때, 학창 시절에 즐겼던 쎄쎄쎄 드래곤볼이 떠올랐다. 쎄쎄쎄 드래곤볼을 기억하는가? 기 모으기-파-막기의 3요소를 조합해 심리 싸움을 벌이던 그 놀이 말이다. 기 모으기를 일정 횟수 이상하면 강력한 공격으로 상대를 이길 수 있고, 보다 많은 기를 소모하는 공격이 기를 적게 사용하는 공격을 이길 수 있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 모아둔 기 1스택을 사용하면서 파를 쏘는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때 허를 찔려서 단순한 파 한 방에 끝나거나, 혹은 막기로 상대방의 기 스택을 소모하게 할 수도 있었다. 이렇듯 쎄쎄쎄 드래곤볼은 약간 유치해보일지 몰라도, 잘 생각해보면 고도의 심리 공방이 오가곤 한 게임이었다.

'드래곤볼 레전즈'의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이와 많이 유사했다. '드래곤볼 레전즈'에는 기본적으로 아츠 카드와 타격, 사격을 포함한 일반 공격-기 모으기-베니싱 스텝이라는 요소들이 있다. 아츠 카드는 게이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용하고 나면 기 모으기가 필수다. 일반 타격은 데미지는 약하고 타수도 적지만, 별도로 코스트를 소모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베니싱 게이지가 찬 상태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화면을 스와이프하면 발동되는 베니싱 스텝은, 일부 공격을 제외한 모든 공격을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이다.

'드래곤볼 레전즈'에서는 이 네 가지를 조합해서 다양한 심리 대결을 펼 수 있었다. 상대방의 아츠 카드 공격이나 라이징 러시를 베니싱 스텝으로 피해서 기를 소모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회피기를 빼려고 일반 공격을 가하는 상대에게 아츠 카드 공격으로 데미지를 입히는 등 압박과 견제, 공격이라는 심리전 양상이 가능했다. 아츠 카드도 각각 특색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아츠 카드를 사용해서 콤보를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요소를 카툰 렌더링 그래픽과 빠른 액션,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듣던 스타일의 효과음으로 원작과 비슷하게 표현한 점은 인상깊었다. 콘솔로 나온 '드래곤볼 파이터즈'에 비하면 심심하지만, 모바일 게임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정도랄까. 기술을 사용하는 중간중간에 넣은 다이나믹한 컷씬은 몰입감을 살려내는 한편, 세로 화면임에도 불편하다거나 시야가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한 것도 인상 깊었다. 뿐만 아니라 스피디하고 박진감있는 연출은 게임을 빠르게 진행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다만 원작의 모든 스킬을 구현한 것이 아니라, 일부 핵심 스킬만 아츠 카드로 구현해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았다. 또 좁은 세로 화면에 이것저것 많이 넣은 탓에 인터페이스가 조금은 난잡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게다가 베니싱 게이지가 잘 안 보이는 것도 개선할 부분이었다.

어쨌든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드래곤볼 레전즈'는 원작에 충실한 대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플레이 화면을 벗어나서 본 '드래곤볼 레전즈'는 평범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바일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을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드래곤볼 레전즈'에는 그간 출시된 모바일 게임에 흔히 있는 캐릭터 뽑기와 수련, 강화 콘텐츠, 전투력 표시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자신의 캐릭터를 잘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PVE 중심의 수집형 RPG라고 보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아니었다. 수집형 RPG는 자신이 흔히 말하는 애정캐나, 혹은 강캐를 얻어서 반복적으로 콘텐츠를 소화해서 더욱 더 강하게 만들고, 스토리를 클리어해나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드래곤볼 레전즈'의 요소를 엄밀히 따져보면, 수집형 RPG에 가까운 구성이었다.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스테이터스나, 아츠 카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게임에서 얻은 재화를 통해서 이들을 강화시켜나가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설정은 드래곤볼 원작과 유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놀랄 일은 아니었다. 드래곤볼 자체도 수련을 통해 캐릭터들이 강해지는데다가, 전투력 수치화를 시도한 대표적인 작품이 드래곤볼이 아니던가.

생각해보면 원작에서도 종종 압도적인 전투력 차이에 놀라고, 속절없이 당하는 모습도 몇 번 나오기도 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러나 결국엔 무기 없이 맨손으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원작처럼, 아이템이나 그런 것 없이 자신의 실력만을 겨루는 게임을 기대하던 유저에겐 실망감을 줄 수 밖에 없는 구성이기도 했다.

오리지널 캐릭터 '샬럿'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스토리 모드는 너무도 적게 열렸기 때문에, 평가를 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원작 스토리를 재현하는 라데츠 이벤트가 준비된 만큼, 정식 출시 후에도 원작의 또 다른 스토리를 재현하는 이벤트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었다.

PVP의 경우 점검 때문에 CBT가 시작된 이후에도 4시간 가량 점검이 별도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전세계 유저들과 매칭이 가능하게끔 시도를 하는 만큼,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CBT 유저 매칭 풀이 적어서 전투력 차이가 나는 상대들과 붙게 된 점은 아쉬웠다. 앞서 말했듯, 전투력 차이가 크게 나면 실력으로 커버하기 어려운 구도였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플레이하면 타이밍과 심리 싸움으로 전투력 차이를 어느 정도 극복해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만 단위는 어렵지만, 몇 천 정도의 전투력 격차는 운영에 따라서 충분히 역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 내에서도 원작처럼 쉴 틈 없이 공방이 오가지만, 앞서 말한 쎄쎄쎄 드래곤볼처럼 '드래곤볼 레전즈'에서는 공격 후에 쉬어가야 하는 타이밍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타이밍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공방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나름의 묘미였다. 또한 중간중간 맞부딪히는 상황에서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나 타이밍을 잡는 센스에 따라서 승패가 갈리고는 했다. 이러한 점들을 통해서 단순히 캐릭터의 성장 차이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게임 센스와 실력을 겨루는 PVP 게임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라이징 러시라는 좋은 일발역전 수단도 있다. 빗나가면 눈물나지만......

현 CBT 단계에서 드래곤볼 레전즈를 평가하자면, '완공하지 않았다' 정도가 맞겠다. 게임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췄지만, 이 부분을 뒷받침할 매칭 시스템이나 서버는 아직 불완전했다. 매칭에서 유저 간 전투력 차이는 들쭉날쭉했고, 외국 유저와의 매칭에서는 렉으로 인한 입력 지연 현상도 있었다. 심지어 중간중간 화면이 멈추는 상황도 있었다. 일부 유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BM의 경우, 아직 점검 중이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었다.



▲ 상점은 점검 중이고, 아직 구현되지 않은 콘텐츠들도 있다

다만 한 가지, '싸우는 맛'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드래곤볼 레전즈'는 생각보다 충실한 게임이었다. 공방과 회피, 타이밍, 심리전이라는 요소를 다양한 시스템 속에 잘 녹여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장 시스템의 경우 캐릭터 간 압도적 전투력 차이를 만들어내게 될 것 같은 우려가 있긴 하다. 다만 이 부분은 앞으로 매칭 시스템을 통해 비슷한 전투력의 유저끼리 매칭을 한다면 어느 정도 보완될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특히나 글로벌 원 서버로 운영하는 만큼, 정식 서비스에서는 흔히 말하는 토끼 공듀들 외에도 세계의 다양한 유저층과 매칭을 할 여지는 충분하다. 과연 정식 서비스에서 '드래곤볼 레전즈'가 어떤 양상을 보일지, 한 번 지켜볼 필요는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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