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건 60만 원짜리 게임이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

리뷰 | 이현수 기자 | 댓글: 88개 |



⊙개발사: 닌텐도, 모노리스 소프트 ⊙장르: 액션 어드벤처 ⊙플랫폼: 닌텐도 스위치, Wii U
⊙출시: 2017년 3월 3일, 국내 미정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에 대한 위(威)명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터다. 굳이 내가 여기서 이 게임이 얼마나 뛰어나고, 어떤 시스템 디자인이 기가 막히고, 어떤 행위를 할 수 있어서 '환상적이야!'라고 말하는 건 내 시간도, 여러분의 안구 피로도에도 그리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젤다의 전설:브레스 오브 와일드'는 메타 점수가 말해주듯 '재미있고, 좋으며, 시간을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으며, 다른 의미로 오픈 월드의 새 장을 열었으며, 최고의 모험 활극이며, 숨 막히는 걸작'이다.

자, 그럼 왜 우리는 이러한 명작을 사는데 고민을 해야 하는가. 정식 발매가 안 된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발매 지역에 방문하거나 지인에게 부탁을 해야 하며 품귀현상 때문에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므로 비용이 커진다. 그래서 고민하게 된다. 닌텐도 스위치 299달러, 타이틀 60달러. 총 360달러짜리를 굳이 60만 원 가까이 주고 사느냐에 대한 가치 판단 문제다.

사람마다 금전의 사용에서 얻는 즐거움의 가치가 다르기는 하지만,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다. 일단 난 후회하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100% 주관적인 판단이다. 목에 핏발 세우고 항의해도, 울고불고 매달려봐도 소용없다.



▲ 초록 옷 입은 녀석이 젤다냐?



0. 닌텐도 스위치와 '젤다의 전설:'브레스 오브 와일드'의 궁합

사실상 닌텐도 스위치를 사도 지금 현재로써는 '젤다의 전설: 와일드 오브 브레스'말고는 딱히 즐길 거리가 없다. '베요네타2'만 보고 정식발매되지 않은 Wii U를 사고자 했던 때와 같은 상황이다.

다행히도, 작품과 기기의 궁합은 잘 맞는다. 휴대용인지, 거치형인지 모호한 중간자적 그래픽이 '젤다의 전설'의 동화풍 그래픽과 맞물려 깔끔하고 다른 의미로 웅장한 느낌을 전달한다. 잘 어울린다. 다양한 버튼을 쓰임새에 맞게 잘 배치했다.

그 외에도 틸팅을 통한 사격, 퍼즐 등 기기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컨트롤러도 조잡하지 않게 손에 딱 맞으며 컨트롤러를 끼울 때 나는 소리는 상쾌하다. 다만, XBOX 패드나 플레이스테이션 패드에 익숙한 사람은 잡음 부분이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다.

출근길에 게임을 하고 있으면 시선을 많이 받는 부가 효과도 있다. 게임 업체가 많이 모여있는 판교이기에 더욱 체감이 많이 된다. 아마 큰마음 먹고 산 명품 가방을 출근할 때 들고 다니는 여자친구의 마음이 이러하리라. 이해해주기로 했다. 어린이들도 많이 즐기는 콘솔이라 그런지 교훈까지 준다.



▲ 이때가 가장 두근거리지….


1. 상상력을 자극하는 '따다라란'

우리가 지금껏 오픈 월드라고 칭했던 게임, 이를테면 유비소프트식 오픈 월드는 거대한 공간에 잡다한 즐거움을 늘어놓았으며, GTA는 어마어마한 공간에 행동의 제한을 거의 없애 놀라운 자유도라는 찬사를 들어왔다. 그 외에 스카이림같은 RPG의 경우 다양한 상황을 맞물리게 하는 오픈 월드를 선보였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의 오픈 월드는 상기한 게임들과 조금 다르다. 자유도를 제공한다는 게임들, 대부분의 오픈 월드 게임들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 그런 게임은 별로 없었다. 정해진 스크립트가 대단히 많았을 뿐이다.

그러나 젤다의 전설 신작은 진짜 생각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게 될까?' 싶으면 된다. 주위에 어떤 절벽도 다 타고 다닐 수 있다. 정말 모험하듯 수영도 하고 절벽도 탄다. 아이템과 기술을 활용해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장애물은 모두 생각대로 된다.

나무, 상자, 돌, 물 등 오브젝트들도 충실하게 상호작용한다. 그래서 시리즈 전통인 오브젝트 요소들이 상상력의 범위가 더 넓어졌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 풀밭에 불을 지르면 풍하쪽으로 불이 번진다. 또 화염 위에는 상승기류가 생겨서 글라이더를 상승시킬 수도 있다. 슬라임 계열 몬스터는 공격하는 속성에 따라 드롭재료가 변화하기도 한다.

그뿐이랴. 도체인 금속 물질들을 일렬로 늘어놓고 전류를 가하면 도선을 만들 수도 있다. 비가 와서 생긴 웅덩이에 얼음벽을 세워 올라갈 수도 있다. 적이 쏜 화살도 지면에서 뽑아 쓸 수도 있고.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다.

몬스터들의 AI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움직여 더 생동감 넘친다. 몬스터만의 사회가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참, 계란을 온천에 넣으면 삶아진다든지 갖가지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대개 오픈 월드는 보편타당한 정서의 재미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마련인데, 젤다의 전설의 오픈 월드는 조금 과장을 더 해 '정말로 살아있는' 오픈 월드다. 자꾸 뭘 가져와라 누굴 죽여달라라고 틀에 박힌 흥신소식 오픈 월드와 다르다. 지나가는 사람을 때리고 운전하다가 아무 데나 들어가고, 결혼하는 자유도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도였다면, '젤다의 전설'의 자유도는 세상을 품고 있는 자유도다. 그래서 +20만 원 되겠다.



▲ 공명의 화살 10만 개가 뭔 대수랴



▲ 아무런 언급이 없길래 못 타는 줄 알았으나 옆에 가니 탈 수 있다. 생각만 하면 된다.



▲ 모험. 딱 모험하는 맛이다



▲ 거기에 산이 있으니 올라갔을 뿐이다


2. 링크가 이토록 멋있게 싸웠던 적이 있던가

이토록 링크가 멋진 액션을 선사했던 적이 있나 싶다. 스닉 공격이나 크리티컬 히트는 극히 일부분이다. 공중제비로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페리도 한다. 게임 자체의 그래픽이 엄청나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깔끔하고 절제된 이펙트로 타격감을 전달한다. 덕분에 지난 몇 년간 3DS로 즐겨온 전투가 애들 장난으로 보일 정도다.

오픈 월드 답게 전투도 자유도도 굉장히 높다. 폭발물로 폭사시키고 물에 빠트려 화살을 쏜다거나, 혹은 주위의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죽일 수도 있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절벽 위 바위를 몬스터의 군락지로 굴리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특히 전투 중 상대의 무기를 뺏어서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이채롭다. 공격을 통해 상대의 무기를 떨어뜨려 놓고 눈치를 보다 주워서 싸울 수 있다. 화살도 마찬가지. 마상전도 재미있다. 말을 타고 다니면서 사냥하고 넓은 대지와 해변을 구경하다 보면 별거 아닌 풍경에 즐겁다.

비가 내리면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암벽뿐만 아니라 잔디 비탈길도 미끄러워져서 전투 중에 데굴데굴 구르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 모험뿐만 아니라 전투에서도 바뀌는 날씨, 시간에 따라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서 선택지를 늘려준다.

무슨 방법으로 상대할까 궁리하다 보면 비슷한 패턴의 전투를 스스로 지양하게 된다. 몬스터의 낮은 밀도?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10만 원 되겠다.



▲ 빠샤!



▲ 상상하는 모든 방법으로 전투할 수 있다



▲ 파지지지지직



▲ 기존 작품들 생각하고 막 덤볐다가는….



▲ 그러니까 기습을 합시다.


3. '젤다의 전설' 아이덴티티, 퍼즐이 재밌다

어마어마한 숫자를 자랑하는 사원이 퍼즐의 산실이다. 전투만을 위한 사원을 제외하고도 그 숫자는 놀랍도록 많다. 각각의 트릭을 파훼하며 얻는 지적인 쾌감은 흥미롭다.

거창하게 지적인 쾌감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는 소소한 퍼즐부터 여러번 생각하도록 꼬아놓은 퍼즐이 균형 있게 맵 전역에 펼쳐져 있다. 또한, 스위치의 특징을 활용한 틸팅 퍼즐도 신선하다. 나는 기기를 돌리면 될 것을 몸을 베베 꼬며 돌려서 사무실에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 5만 원 되겠다.



▲ 쉬운 퍼즐부터



▲ 기기의 특성을 활용한 퍼즐까지 다채롭다.



▲ 퍼즐을 풀고 나면 보물상자 외에도 보상이 있다.


4. 작은 사치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최근 ‘큰 소비’를 통한 행복감보다 ‘작은 사치’ 즉, ‘스몰럭셔리(small luxury)’ 제품으로 만족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몰 럭셔리란 외제차나 고가품 브랜드 의류·핸드백에 큰돈을 쓰기는 어렵지만, 대신 작은 규모의 고급 소비재나 고급 식품을 구매해 비싼 제품을 소비하는 것과 같은 만족감을 얻으려는 현상을 일컫는다.

젤다의 전설에서는 돈에 여유가 있을 때 부드러운 침대에서 이를 행하며 현실 세계의 돈을 아낄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닌텐도 스위치'와 '젤다의 전설'을 구매하며 출혈을 감수하고 있지 않은가.

아. 참 내 집 장만도 가능하다. 신혼 자금 전세 대출, 저축 등 아무리 머리를 짜내봐야 현실에서는 너무나 힘든 내 집 장만을 게임 내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낼 수 있다. '젤다의 전설'을 통해 작은 안식을 찾자. 그래서 + 5만 원 되겠다.



▲ 서울 야경을 바라볼 때 내 집 하나 없어 우울했지만, 게임 내에서는 너른 마당도 있다.



▲ 옷 색에도 신경 쓰는 나란 링크.


5. 퍼즐과는 다른 수수께끼를 푸는 맛이 있다.

대화에 재미가 있다. 상대적으로 기존 3DS용 '젤다의 전설'들 보다 정보를 담은 대사량이 많으며 대부분 말 속에 힌트를 담고 있다.

가령 어느 어느 사원을 십자로 연결했을 때 가운데 있는 그 지점에 퀘스트 목표가 있는 것을 직접 퀴즈를 내는 기초적인 수수께끼부터, 은유적으로 암시적으로 지칭하는 것들을 이해해야지만, 정확하게 위치에 도달할 수 있는 수수께끼도 존재한다.

퍼즐과는 다른 지적인 쾌감이 있다. 다만 이는 정식 발매가 안 된 국내에서 부류에 따라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언어를 알아도 꼬아 내서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는 언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드넓은 필드를 걸어 다니게 하는 '고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더구나 관용어구라면...

그래도 워낙 플레이쓰루 튜토리얼이 아주 잘 되어 있고, 중요한 부분은 파란 글씨, 빨간 글씨로 적어주기 때문에 진행상의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게임의 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

이따금 나오는 드립성 발언과 소소한 언어유희 그리고 수수께끼는 모험에 활기와 미소를 더 해준다. 그래서 +15만 원 되겠다.



▲ 협박을 합시다.


6. 인생은 목표를 위해 매진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니까

우리 링크는 젤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앞서 기술했듯 할 게 너무너무 많은 나머지 원래 목표를 잊은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볼링으로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된 스포츠 도박사가 되기도 하며 풍경과 사물 사진을 찍으러 마치 고산자 김정호가 된 양 온갖 필드를 돌아다닌다. 구하라는 공주는 안 구하고 옷을 염색하기도 하며, 좋은 말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래도 결국에는 공주를 구해낸다. 오픈 월드 게임은 곧 인생의 축소판이다. 우리도 조금 천천히 돌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파이널판타지15에서 등장하는 망국의 왕자와 그 친구들도 그랬다. 그래서 +5,000원.



▲ 뭐 급하긴 한데….


7. 가늠이 안 되는 플레이 타임과 진짜 엔딩

시리즈 최고의 볼륨이라 확언할 수 있지만, 이 말이 곧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의 메인 시나리오 길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브 퀘스트나 즐길 거리를 제외한다면 메인 스토리 자체는 전작과 비교해서 크게 길어지지는 않은 편이다.

외국의 포럼에서도 심심찮게 플레이 타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것저것 조금 맛보면서 플레이하면 40시간이면 엔딩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생각보다 볼륨이 적은 것 같다'라고 반문할 수 도 있겠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메인 시나리오만 즐기고 끝낼 게임은 아니다. 서브 퀘스트, 모험, 잡다한 요소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널리고 널린 것이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의 본 모습이다'

또, 일명 '진엔딩'이라 불리는 '진짜 엔딩'의 존재로 더 즐길 수도 있다. "하이랄의 용사! 링크! 절 기억하고 있나요?" 이후가 더 감동이다. 그래서 +5만 원 되겠다.



▲ 어느 정도의 틀은 있지만, 서브퀘스트 자체가 반복된다는 생각은 잘 안 든다.


7. 네임 플레이트가 나오는 필드 보스

필드 보스는 기존 보스들에게만 허락되던 보스 이름 그래픽을 가지고 나타난다. 뭐랄까. 길거리를 걸어가다가 만나는 이상형 같다. 시도해봐서 성공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더 실력을 키워서 후일을 도모하면 된다. 밀집도가 떨어져서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필드에 좋은 환기 요소다. 미니맵에 핀을 남기면 나중에 찾아오기도 편하다. 단기적인 목표를 제시해준다.

필드 보스만큼 초반에 강력한 존재가 있는데 바로 온도다. 더운 곳과 추운 곳을 아무 준비 없이 들어가면 게임이 갑자기 '생존 게임'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요소는 2,000원 되겠다.



▲ 네임 플레이트는 필드 보스에 대한 일종의 예의랄까….


8. 마지막은, 역대급으로 예쁜 조라족 미파.

미파가 참 예쁘다. 역대 '젤다의 전설'에서 조라족이 이렇게 예쁘게 나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미파가 게임 내에서 무슨 기억을 말해주는지 적으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따로 언급은 하지 않겠다. 인간이 아닌 캐릭터에 떨리다니…. 심장아 나대지 마! 그래서 +3,000원.



▲ 심장아 나대지 마♡


9. 그래서 해외에 가서 웃돈까지 주고 살 가치가 있는가?

사람의 성정을 두 분류로 철책선 치듯 딱 자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아기자기함과 소소한 즐거움을 낙으로 사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지출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는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이 있던 프랜차이즈는 물론이고 오픈 월드 장르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요즘 게임의 다양한 선, 악 관계와 혼돈의 장에서 벗어나 게임 본연의 스토리를 읊조리듯 들려주는 방식은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이후 최고의 자유도를 선사하는 토대가 됐다.

다만, 신작의 대단한 소식에 혹해서 '한 번 해볼까?'하는 사용자는 시간을 좀 두고 관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게임 치고 호흡이 느린 편이기 때문이다. 또한, '열쇠를 구해서 새 아이템을 구하고 그 아이템으로 다음 퍼즐과 보스를 공략하는 게 젤다의 전설'이라고 생각하는 오랜 팬들에게는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 사고 난 다음에 후회하지 말자.

▲ GDC 2016, 모스콘 센터 앞에서 '젤다의 전설' BGM을 아카펠라로 연주하고 있는 스태프들



▲ 아 이건 사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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