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의 던전은 안녕하십니까?" 로드 오브 던전

리뷰 | 장호준 기자 | 댓글: 169개 |




⊙개발사: 이케이게임즈 ⊙장르: 경영 시뮬레이션
⊙플랫폼: 안드로이드, iOS ⊙출시: 2017년 3월 9일



던전을 경영하는 게임이라고 하면 90년대 PC 게임의 역작 '던전 키퍼'나 매니악한 패러디로 가득했던 PSP 게임 '용사 주제에 건방지다'가 떠오른다. 혹자들은 지상 최강의 약혼녀를 만족시키기 위해 둥지를 만들어야 했던 한 드래곤의 이야기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위의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플레이어가 악의 수장이 되어 몰려오는 모험가들을 퇴치하기 위해 던전을 설계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케이게임즈가 지난 3월에 출시한 '로드 오브 던전'은 유저가 던전의 관리자가 된다는 옛 게임들의 설정을 이어받은 게임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게임의 목표는 던전에 침입한 모험가들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던전을 확장하고 몬스터를 알맞게 배치해 모험가들이 쾌적하게 던전을 돌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모험가들이 더 많이 찾아오고, 플레이어는 그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번다. 마치 '롤러코스터 타이쿤' 같은 게임에서 관리하던 놀이공원이 던전으로 바뀐 느낌이다.

휴대전화에 게임을 설치하고 몇 시간, 어느새 기자는 정신없이 지역을 탐색하고 던전을 확장하고 있었다. 무엇이 반복 작업을 질리지 않게 만들었을까? 그 해답은 게임의 시스템에 있다고 파악했다. 게임의 요소들이 절묘하게 상호작용하며 유저로 하여금 계속해서 다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유저가 탐색과 던전 확장을 반복하면서도 온갖 변수를 신경 쓰느라 반복 작업이라 느낄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 이 게임의 목표는 간단하다. 던전에 모험가들을 끌어들여 떼돈을 버는 것이다.



다양한 선택지를 만드는 탐색 작업



짧은 인트로가 끝나면 마을과 텅 빈 던전 하나로 시작하게 된다. 탐색 활동을 통해 아이템이나 던전 등을 발견할 수 있으므로, 탐색은 모든 생산과 수입 확보의 기본이 된다. 탐색을 통해 발견한 아이템으로 동료를 성장시키고 던전을 확장하는 과정은 문명 시리즈 등 소위 '4X 게임'이라 불리는 장르의 특성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게임은 탐색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함으로써 유저에게 여러 영역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일례로 탐색을 통해 몬스터를 발견한 경우 '포획하기'와 '인사하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몬스터를 포획할 경우 던전에 배치하거나 전투에 활용할 수 있고, 몬스터에게 인사를 할 경우 아이템을 받고 지역의 친밀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지역의 친밀도가 높아야 고급 재료 아이템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기에 만나는 몬스터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 초기의 탐색 범위는 한 화면에 확인 가능할 정도로 좁다.





▲ 이쯤 되면 지역 관리에 애로사항이 꽃피기 시작한다.



탐색 기능 자체는 반복된 작업이지만, 탐색 결과가 제시하는 다양한 변수는 유저들에게 더 나은 탐색 방법을 고민하게 만든다. 다만 탐색을 처리하는 다양한 옵션이 도입된다면 선택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탐색을 완료한 동료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같은 지역을 재탐색하거나 탐색을 중단하는 것뿐이다. 동료 한 명에게 탐색 지역을 순차적으로 부과하거나 능력치가 충분한 동료로 미탐색 지역을 자동으로 탐색하는 선택지가 추가된다면 더 효율적인 탐색 방법을 고안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작위 상승 후 열리는 탐색보고서 기능을 활용하면 결과를 일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을 이용하는 경우 무조건 같은 지역으로 재탐색을 보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탐사가 필요한 경우 중지시키고 다시 보내야 한다. 탐색보고서를 이용할 때 지역별로 재탐색 여부를 선택하는 기능이 있다면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탐색보고서는 확실히 일손을 덜어주지만 아직 할 일은 많다.



길바닥의 이끼 하나도 버릴 수 없는 게임



탐색뿐만 아니라 게임 곳곳에서 다양한 변수를 제시함으로써 유저의 관심과 선택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게임에서 자동으로 진행되는 요소는 탐색보고 나열과 전투 진행 등의 몇 가지 영역에 한정되어 있다. 마을을 확장해 수입을 확보한다는 단순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확장에 필요한 아이템이나, 아이템 확보에 필요한 동료 등 여러 요소를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 설정은 기본 설정에서 자동 진행을 택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의 흐름과 역행하는 듯하다. 이 게임은 자동 진행을 최소화하는 대신 유저가 다방면의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유도한다. 그러므로 전투 위주로 진행하겠다는 식의 선택지는 불가능에 가깝다. 골드와 재료 아이템이 없으면 작위 상승이나 동료의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한 동료로 전투하고 싶다면 마을 시설을 관리하여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

탐색, 전투, 시설 확장 등의 요소는 각각 떼어 놓고 보면 반복적 노동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특정한 종류의 작업을 무의미하게 반복한다는 느낌보다 진행이 막힐 때 다른 영역의 문제를 고민해 볼 여지를 제공한다. 탐색을 반복하여 아이템이 나오지 않을 경우 경매장 등 아이템을 얻을 다른 방법을 물색할 수 있다. 강력한 몬스터가 진행을 막을 때는 동료를 성장시키거나 몬스터를 포획해 전력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할 수도 있다.

게임에서 관리할 수 있는 요소들에는 온갖 변수가 있기에 유저는 어느 영역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가령 점령한 던전을 운영할 때도 무작정 몬스터를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몬스터의 속성, 몬스터들 간의 관계 및 매일 자정마다 변하는 몬스터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마을 안의 건물 또한 몬스터에게 이끌리는 방문자들이 어떤 건물을 이용하는지를 확인한 뒤 수요에 맞게 지어야 한다.




▲ 던전의 등급과 속성에 걸맞은 몬스터들을 넣지 못하면 수입이 줄어든다.





▲ 인기가 떨어질 듯한 던전의 예시.





▲ 마을 수익 상승을 위해서는 방문자들의 시설 수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동료 획득 경로를 열어 놓음으로써 높은 등급이 나올 때까지 캐시 아이템으로 뽑기를 반복하는 획일화된 운영에서 탈피했다는 점 또한 높게 살 만하다. 동료를 획득하는 방법에는 문스톤을 이용한 영입 이외에도 술집을 통한 고용이나 합성을 통한 다음 등급의 동료 확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뽑기를 통해 마스터 등급의 동료를 확보하는 것만이 동료 모집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양한 게임 진행 방식이 열려 있는 셈이다.

동료 육성 과정에서도 유저의 고민을 이끌어내는 여러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유저는 전투뿐만 아니라 탐색과 배치를 담당하는 동료들의 성장을 고려해야 한다. 동료의 승급과 레벨업에는 상당한 양의 골드와 아이템이 소모되므로, 탐색과 배치를 통해 자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강한 동료를 확보할 수 없다. 이는 유저들이 효율적인 성장 방안을 탐색하고 대안을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정리하자면, 게임에서 제공하는 요소들은 짜임새 있게 얽혀 있기에 유저로 하여금 게임 속 사소한 요소들도 소홀히 취급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일례로 동료들이 승급하는 시점에서,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모았던 하급 아이템들이 승급용 재료로 등장한다. 이렇게 모은 아이템들을 대량으로 이용해야 할 때가 주기적으로 생기기에, 유저는 하급 아이템들이라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 이런 식으로 키워야 할 동료가 한둘이 아니다.





▲ 마스터 등급에 집착하지 않아도, 성장시킬 동료는 많다.



승패에 관계없이 참여를 유도하는 멀티 콘텐츠



작위가 상승할수록 랭킹전, 연합, 차원의 틈, 차원 큐브 등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콘텐츠들이 열린다. 다른 RPG의 PvP, 보스 레이드, 시련의 탑 등을 연상시키는 콘텐츠들이라 특별할 게 없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는 유저들이 실력에 관계없이 이러한 콘텐츠들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보였다.

랭킹전의 경우 참여하기만 하면 승패에 관계없이 원정 티켓을 하나 얻을 수 있다. 참여만으로도 일정 수준의 혜택이 보장되는 셈이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등급 이상에서 패배할 경우 강등되거나 작위가 하락하는 경우도 생기기에 긴장감 또한 더해준다. 연합을 통해 진행되는 보스 공략의 경우 정해진 시간 동안 약간이라도 보스에게 타격을 가하면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기에 참여하는 편이 더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남작 4급부터 활용 가능한 협회는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설립 조건이 개방되고 설립 성공 시 혜택을 주는 서비스이다. 온갖 기상천외한 도전과제들을 볼 수 있으므로 반복된 던전 건설과 몬스터 포획에 질린 유저들에게 추천할 만한 콘텐츠이다. 개인적으로 과거의 PC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이걸 어떻게 깨?'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도전 과제들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 보스를 한 대라도 때리면 보상을 얻을 수 있다.





▲ 때로 랭킹전에서 강등환을 맞기도 한다.





▲ 한때 어느 인물의 코 부분을 열심히 클릭해 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과제이다.



도감 기능은 유용하지만 접근 방식의 개선 필요



게임을 진행하며 확인해야 할 변수가 많기에, 각종 영역의 정보를 정리한 도감이 유용하게 쓰인다. 게임에서는 우측 상단의 메뉴에 동료, 아이템, 몬스터, 던전 정보가 수록된 네 종류의 도감을 제공한다. 유용한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도감에도 검색창이 없어 오로지 슬라이드로 필요한 항목을 찾아야 한다. 특히 아이템 도감의 경우 수록된 항목의 가짓수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검색 항목이 추가된다면 더욱 수월하게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도감별로 필터가 도입되어 있지 않아 필요한 항목을 찾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동료 도감의 경우 전투, 배치, 생산 구분의 하위에 해당하는 직업별 필터가 갖춰지지 않아 특정한 역할을 맡은 동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장착 아이템의 경우도 도감 내에서 전투, 탐색, 배치용 장착 아이템을 구분할 수 있는 필터가 없어 필요한 아이템을 찾기 쉽지 않다. 경매장에 도입된 분류, 등급 필터와 유사한 형식의 필터가 도입된다면 접근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페이스의 짜임에서도 아쉬운 면이 있다. 일례로 던전에 몬스터를 배치할 때는 몬스터가 서로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확인하여 '쾌적'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몬스터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속성에 대한 정보는 도감에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정보를 보기 위해서는 몬스터 배치 창을 닫고 다시 도감을 열어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몬스터 배치를 비롯한 여러 관리 항목에서 도감에 실린 정보를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어느 세월에 필요한 걸 찾지?





▲ 경매장의 아이템 구분은 비교적 체계를 갖추고 있다.



손이 많이 가지만 좀처럼 끄기 힘들다



로드 오브 던전은 RPG와 경영 시뮬레이션의 요소를 간략화하여 적절히 섞은 듯한 게임이다. 탐색과 시설물 확장을 반복하는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유저가 게임 진행 중 발생하는 각종 변수를 신경 쓰게 함으로써 반복 작업의 지루함을 줄이고 있다. 전투 및 내정 요소가 조화롭게 잘 짜여 있기에 유저는 어느 하나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 가진 장벽은 게임이 제공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미리 전략을 짜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장르 특유의 장벽을 걱정하는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도 있다. 게임을 시작할 때는 탐색 시간이 적고 동료의 성장 비용이 낮기에 수월한 진행이 가능하다. 산업이나 고급 던전 등의 콘텐츠는 게임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열리므로 처음부터 모든 요소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운영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상위 던전 같은 고급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 진행이 더 힘들어진다.

로드 오브 던전에서는 처음부터 완벽한 마을 경영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게임을 진행하며 확장된 던전과 마을을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무작정 작위를 높이고 시설물을 확장하는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이 높지 않고 RPG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찾는 유저들에게 이 게임을 추천한다. 종료 전에 탐색보고서를 확인하다가 게임을 끄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힘든 작업을 마무리하고 수익보고서를 확인하는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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