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신이 되어 세상을 창조하는 SCG, '페어리아'

리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37개 |




⊙개발사: ABRAKAM ⊙장르: SCG ⊙플랫폼: PC, iPad ⊙발매일: 2017년 3월 8일

스마트폰도 없던 학창 시절, 나는 트럼프 카드로 하는 게임들이 좋았다. 도둑 잡기, 하트, 원카드, 신경쇠약, 대부호 등, 카드 하나로 즐길 수 있는 게임 방식도 정말 다양했다. 가끔 확실한 규칙을 몰라서 "우리 동네에선 이랬어!"라며 억지를 부리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반가웠다.

시간이 흘러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둘러앉아 트럼프 카드를 가지고 놀 기회는 적어졌지만, 나는 아직도 카드게임을 좋아한다. TCG 장르의 시조인 '매직 더 개더링'부터 블리자드의 '하스스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트리플 트라이어드, 게임 속 미니 게임에서 스탠드얼론 타이틀로 급부상한 '위쳐3'의 궨트, 표절 의혹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진화 시스템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섀도우버스'까지. 제각각 다른 플레이 방식을 가졌지만, 카드게임의 매턴 두근두근하는 승부의 맛은 변함이 없다.

AOS 장르의 게임이나 FPS 장르처럼 특별한 반사신경이나 게임 센스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즐겁게 플레이하는 마음만 가지고 임하면 누구나 프로 선수들의 시합 못지않은 뜨거운 승부를 경험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카드게임 장르가 가진 진짜 매력이다.

오늘은 앞서 언급한 게임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하는 따끈따끈한 신작 카드게임을 소개하려 한다. 바로 스팀에서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는 SCG(전략 카드 게임), '페어리아(Faeria)'다. 카드게임에 전략이 있어 봐야 마나 코스트를 계산하고, 다음 턴에 더 좋은 카드가 손에 들어오길 기도하는 것밖에 더 있겠느냐고 생각했다면, '페어리아'의 독특한 전략성을 통해 딱딱하게 굳어버린 인식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 운에 의존하는 숫자 놀이는 그만, 전략의 재미를 살린 '페어리아'



▲ '페어리아'의 보드. 총 37개의 셀 위에서 전투가 치러진다.

'페어리아'는 SCG(전략 카드 게임)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울 정도로 두드러진 전략성이 특징인 카드게임이다. 한 턴씩 카드를 내어 상대의 본체를 먼저 격파하는 기본적인 틀은 여타 카드게임과 같지만, 카드를 배치하기 위한 지형을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것이 다른 카드 게임과 구분되는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페어리아'의 보드는 총 37개(각 플레이어 오브 2개, 페어리아 4개, 비어있는 지형 31개)의 셀로 이루어져 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31개의 셀은 '바다'로 덮여있기 때문에, 지형을 먼저 배치하지 않으면 아무리 강력한 하수인이 있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

이때 자신의 지형은 화면의 오른쪽 하단에 위치한 '파워 휠(Powerwheel)' 툴을 통해 배치할 수 있다. 지형은 각각 '평지', '호수', '숲', '산', '사막'으로 구분되며, '평지'는 매 턴 2칸, 그 외의 지형은 한 칸씩만 배치할 수 있다. 유저는 매 턴 카드를 사용하는 것 이외에도 보다 전략적으로 지형을 배치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갈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 '페어리아'의 전략은 '파워휠'에서 시작된다



▲ 자원을 채취하기 위해 지형과 하수인을 배치하는 모습

'파워휠'에서는 지형 배치 이외에도 '카드 드로우', '자원+1'의 선택이 가능하다.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나' 개념의 자원이 필요한데, 페어리아에서는 일반적인 TCG의 마나 룰을 사용하지 않는다. 매턴 사용하지 않은 잉여 마나가 사라지고 새로운 마나가 충전되는 대신, 턴마다 일정하게 3개의 자원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지급된 자원은 턴이 지나도 초기화되지 않고 축적되므로, 어떤 타이밍에 하수인을 내야 최고의 효율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플레이 방식이 요구된다.

코스트가 높은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아껴서 축적하거나, 보드 위에 존재하는 자원 '페어리아'를 직접 채취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미네랄 가까이로 SCV를 보내듯, 자신의 하수인을 '페어리아' 주변으로 이동시키면 자원의 채취가 가능한데, 효과적인 자원 채취를 위해 어떤 순서로 지형과 하수인을 배치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게임에 전략적인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 중 하나다.

결국 '페어리아'는 빠르게 자신의 진영을 넓히기 위한 '지형 배치', 더 다양한 카드를 내기 위한 '자원 확보'를 함께 생각하는 것으로, 그저 코스트 순서대로 카드를 내는 단조로운 플레이에서 탈피한 새로운 방식의 카드 게임을 창조했다.



▲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원은 물론, 일정 수의 지형이 요구되기도 한다



▲ 지형 배치에 따라 초반부터 명치를 노릴 수도, 자원을 선점해 후반을 볼 수도 있다


■ 입맛대로 즐기자! '페어리아'의 모드

'페어리아'에서 유저는 '솔로', '배틀', '판도라'의 세 가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배틀'은 자신의 덱으로 다른 유저와 대결하는 일반적인 형태로, 아무런 페널티가 없는 '캐주얼' 모드와 승패에 따라 등급이 변동하는 '랭크' 모드로 나뉜다. 대부분의 카드게임 장르가 그렇듯, 랭크 모드에서 승리하여 등급을 올리는 것이 주된 재미라고 할 수 있지만, '페어리아'의 '솔로'와 '판도라'는 배틀과는 또 다른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 '페어리아'의 세 가지 모드



▲ 카드 배틀의 진짜 재미, '인성질'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페어리아'의 솔로 콘텐츠는 AI와 대결하는 일반적인 미션과 특수한 형태의 전장과 규칙이 적용되는 '에픽', 주어진 턴 안에 문제를 풀어 승리해야 하는 '퍼즐' 모드가 존재하며, 클리어 시 카드 팩이나 골드 등 다양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처음 '페어리아'를 시작해서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면, 일단 솔로 콘텐츠를 플레이해보자. 게임의 대략적인 룰을 파악할 수 있는 튜토리얼 역할은 물론, 단 몇 번의 움직임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묘수풀이'의 재미도 느낄 수 있어 누구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클리어 보상으로 얻은 카드 팩으로 높은 등급의 카드를 노려보는 재미는 덤이다.



▲ 한 번에 상대방 신을 제거하려면? 갈수록 고난이도의 퍼즐이 등장한다

페어리아의 리미티드 포맷인 '판도라'는 일반 배틀과는 또 다른 형태로 진행된다. 5개씩 등장하는 카드 중에 한 장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총 30장의 카드를 골라 덱을 완성해야 하며, 여기에 '판도라' 모드에서만 등장하는 강력한 위력의 '보물 카드' 3장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판도라 모드에서는 각 유저의 덱에 '판도라 샤드'라는 특수한 카드가 함께 섞이는데, 이 카드가 5장 뽑히면 미리 선택해둔 보물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판도라 모드'가 시작된다. '판도라 모드'에 진입하면 보드 위의 자원 우물에서는 더이상 자원을 채취할 수 없고, 대신 각 유저가 매 턴마다 6개의 자원을 얻게 된다. 판도라 모드의 보물카드는 한장 한장이 게임의 판도를 뒤엎을 만큼 큰 영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패색이 짙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짜릿한 일발 역전을 연출할 수 있다.



▲ 판도라의 보물카드는 전부 사기급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 명치가 터질 일만 남은 절망적인 상황, 보물카드가 일발 역전을 만들었다


■ '페어리아', 새로운 맛을 찾는 유저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기존의 카드게임과 차별화되는 '페어리아'의 특색과 다양한 장점들을 나열했지만, 물론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한판 한판이 다른 카드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이다. 악의적인 의도로 시간을 끌어 게임을 루즈하게 만들지 않더라도, 지형을 배치하고 자원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전략의 재미를 충분히 느끼기 위해서는 마땅히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10분 정도의 빠른 시간 안에 승패가 갈리는 기존의 카드게임에 익숙해진 유저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 이 정도로 길어지면 최소한 2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외에도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고, 아직 iPad를 제외한 모바일 환경에서는 플레이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페어리아'는 이러한 아쉬운 점을 전부 덮어둘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카드게임이다. 평소에 카드게임 장르를 좋아했지만 밸런스 불균형으로 정형화된 랭크게임과 '운7, 기도3'에 의존하는 게임 플레이에 지친 유저가 있다면, 꼭 한번 '페어리아'를 플레이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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