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혼종일 줄 알았는데... 잘 만들었잖아? '마리오+래비드 킹덤배틀'

리뷰 | 정필권 기자 | 댓글: 13개 |

"마리오가 총을 쏜다고? 게다가 엑스컴 같은 턴베이스 전략이라고? 그런데 저 이상한 토끼들은 뭐야" '마리오+ 래비드 킹덤배틀'에 대한 소식을 처음으로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은 딱 이거였어요. E3 2017에서 정식으로 트레일러를 공개하기도 전에 이미 정보가 유출됐던데다가 더불어 등장하는 래비드에 영 정감이 안가던 상태였거든요. 마리오가 턴제로 나온 것은처음이 아니지만, 전투적·전략적인 면모와 어울릴지는 미지수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플레이 영상이 공개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마리오 특유의 색감을 살린 것은 물론이고 게임 시스템과 특징 면에서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도저히 정감 갈 것 같지 않던 래비드들도 자꾸 보다 보니 정이 들더라고요.



▲ 웃지마... 정들어

그리고 출시 이후에는 올해 출시된 유비소프트의 게임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올해 초 기대작이었던 '포아너'나 '고스트리콘: 와일드랜드'보다 더 긍정적인 반응과 결과였습니다.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무리수가 아닐까 했던 불안들은 킹덤배틀만의 매력이자 특징으로 마무리됐죠.

뷰에서는 이런 점들을 짚어볼까 합니다. 유비는 왜 래비드를 선택했고, 턴베이스 전략을 어떤 방식으로 변형하고 활용하고자 했는지. 그리고 결과물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리지널 캐릭터를 타사의 캐릭터와 적절하게 섞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두 작품 간의 세계관이 탄탄하고 접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설정이 존재한다면 오히려 쉬운 편일 겁니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네요. 세계관을 활용해서 서로 다른 작품과 캐릭터 간의 접점을 만들고, 이를 게임의 스토리에 녹아내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마리오와 래비드 사이에는 큰 접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일단은 플랫폼이 다르거니와, 닌텐도라는 회사의 마스코트 '마리오'와 레이맨 시리즈의 악역 래비드는 비슷한 특징이 하나도 없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유비소프트는 이질적인 작품들을 한데에 묶어둘 수 있었을까요? 유비는 아주 간단하게 이를 해결했습니다. 세계관이나 캐릭터의 특징 모두와 관계없이 쓸 수 있는 만병통치약을 말이죠.



▲ 정답은? 시공의 폭-풍

비드가 어떻게 태어났고, 어떻게 해서 마리오 세계에 들어오게 되었는가는 이로써 중요하지 않게 됐습니다. 어찌 됐던 래비드는 마리오 왕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마리오와 동료들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 동분서주 모험을 해야 합니다. 사실, 어이가 없을 정도의 뜬금없는 발단이라는 것은 맞는 이야깁니다. 하지만 설정의 세밀함 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려 한 모습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치 "그까짓 설정은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만든 캐릭터들에 집중해"라고 말이죠.

이를 위해서 래비드들의 외관에도 다양한 패러디를 넣었습니다. 그것도 단순 악역이나 쓰러뜨러야 할 적이 아니라, 동료이자 마리오 캐릭터의 특징을 게임 내에 적절히 섞은 형태로요. 동키콩과 래비드를 섞은 보스, 피치 공주와 래비드, 마리오와 래비드를 섞은 동료 등은 나름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유비소프트의 이런 개그 센스는 괜찮구나 싶을 정도입니다.



▲ 래비드와 동키콩을 섞은 래비드콩이라던가.

록, 겉모습은 비호감에 가깝지만 충분한 개성과 바리에이션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래비드라는 캐릭터가 어디든 사용할 수 있고 섞일 수 있으니, 유비소프트로서는 마리오와 크로스오버로 게임을 만들기 적격이었을 겁니다. 만약 레이맨이나 어쌔신크리드와 크로스오버를 했다면? 내용이 예상되는 게임으로 탄생했을지도 모르는 일. 변화무쌍한 래비드라는 캐릭터였기에 이만한 패러디와 완성도, 다양한 적군과 턴제 전략이라는 장르가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 특히, 월드3의 보스가 부르는 오페라에서는 제작진의 센스를 느껴볼 수 있죠.

캐릭터 외의 게임플레이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엑스컴 순한맛". 누군가가 킹덤배틀을 평가하며 남긴 이 문장은 게임의 정체성을 관통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턴제 전략 게임이 있었겠지만, 소대 단위 전투를 진행하고, 은폐·엄폐와 병종 간 특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게임은 엑스컴 시리즈가 대표적이니까요.

그리고 '순한맛'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게임은 캐주얼한 편입니다. 스테이지에 돌입하면서 캐릭터의 체력을 늘릴 수 있는 이지모드를 제공하는 한편, 등장하는 적들에 비해서 캐릭터들이 강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사망해도 한순간에 캐릭터를 잃어버릴 걱정도 없고, 스킬 포인트는 언제든지 리셋해서 재분배할 수도 있죠. 나중에 캐릭터를 얻어도 이전에 획득한 캐릭터와 스킬 포인트가 같기까지 합니다. 번거롭거나 전투 외적으로 난이도를 올리는 요소들을 삭제하고 개선했습니다.



▲ 확실히 간단하고 부담이 없어졌다는 느낌입니다.

러운 확률, 눈뜬장님, !감나빗으로 대표되는 스트레스 요소도 없습니다. 킹덤배틀의 확률은 딱 세 개뿐이거든요. 0%, 50%, 100%. 거짓이 없는 확률이고, 상태이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격은 확정으로 피격됩니다. 쉽고 스트레스 요소가 적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전략적 판단이 도외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공격에 전략적인 가치를 고민하게 된다고 할까요? 스트레스는 적되, 전략과 전술의 깊이는 충분합니다.

공격을 피하려고 사용하는 엄폐물 또한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파괴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인즉슨, 적중 확률이 0%인 공격이라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엄폐물 뒤에 있는 적이라도 공격을 퍼부으면 파괴되니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별다른 트리를 타지 않더라도 모든 캐릭터가 엄폐물 파괴가 가능하니 활용도는 더욱 늘어납니다. 일부 엄폐물은 아예 공격을 맞고 폭발하는 등 공격 시에도 활용됩니다.



▲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지금 엄폐물을 파괴해서 ...

'마리오'하면 떠오르는 점프, 파이프를 이용한 이동을 전략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지형의 고저차를 무시하는 특징은 조금은 협소한 '킹덤배틀'의 전장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듭니다. 높이 있는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 우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점프를 통해 이동하고 공격하는 등 전략적인 활용도도 충분합니다.

마리오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전혀 다른 장르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킹덤배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요소이기도 하고, 게임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준 예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게임의 분위기는 가볍게 유지하면서도 캐릭터의 정체성을 살렸고, 전략적인 활용도를 부여한 것을 보면, 개발진이 가지는 마리오에 대한 이해도와 애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 킹덤배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요소를 꼽자면, '점프'라고 대답할게요

덤배틀은 마리오의 특징을 전투에 살린 것과 더불어서 3D 마리오 시리즈가 보여줬던 탐험 요소를 본격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그저 전투만으로 게임이 꽉 채워진 것이 아니라, '월드 탐험 - 스테이지 전투 진행'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분리되었습니다.

플레이어는 월드 곳곳에 있는 퍼즐을 해결하고 새로운 무기와 스킬 포인트를 얻게 되고, 스테이지를 진행하다보면 새로운 무기가 하나씩 해금 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더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곳곳에 숨겨진 보상 상자들을 찾아야하는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탐험하며 코인을 모을 수 있고, 유비소프트의 전매특허처럼 자리 잡은 수집요소(3D 모델이라던가 OST나 배경화면) 등도 여기저기 배치했습니다.






▲ 탐험과 전투 사이에 수집요소를 넣어둔 형태.

으로 보여주는 깨알 같은 요소들도 있습니다. 앞에서 캐릭터에 집중했다고 말씀드렸듯, 마리오와 래비드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틈틈이 잘 끼워 넣었습니다. 래비드들의 말썽으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왕국에는 기묘한 구조물들이 들어서게 됐습니다. 그리고 유비소프트는 이런 설정을 반영하여 월드 곳곳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오브젝트를 배치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이끼가 낀 변기 안에 러버덕이 있다거나, 사각 트렁크가 바람에 휘날리는데 그 안에 래비드가 들어있다거나 이런 식입니다. 이런 오브젝트들은 유저들로 하여금 놓치지 말라는 듯이 잘 보이는 위치에 배치해두고, 관측 포인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심혈을 기울였으니 꼭 봐줘!"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 이 토끼들이 귀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이미 유비소프트에게 적응된 셈

제한 하드코어함 대신, 부드러움을 선택한 '킹덤배틀'은 턴제전략이라는 장르 속에서 마리오와 래비드의 매력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정형화된 마리오의 정체성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돋보이고, 워낙 정신이 없는 래비드들은 마리오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패러디를 선보이는 것으로 결과물이 도출됐습니다.

'끄악끄악깍'과 '렛츠-고' '유-후'만 연발하는 대사 속에서 충분한 흡입력을 갖춘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킹덤배틀 제작을 총괄한 데이비드 솔리아니(Davide Soliani)의 열정으로 게임이 제작됐기 때문입니다. 닌텐도 게임, 마리오에 대한 열정으로 제작을 시작하여, 마리오와 루이지의 모델링과 애니메이션을 직접 제작했고 심지어 3주 만에 플레이 가능한 프로토타입 데모를 개발하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그의 열정과 기획이 게임 속에 녹아들었습니다.

팬의 입장에서 제작했기 때문에 마리오 시리즈의 팬들을 이해시키는 동시에, 턴제 전략이라는 장르에서도 마리오가 활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입니다. 스토리의 흡입력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캐릭터의 매력과 전투의 재미는 훌륭한 수준으로 마감됐습니다.



▲ E3에서 미야모토 시게루가 자신을 언급하자 감동에 울음을 터뜨렸던 솔리아니.

에 박힌 통념을 따르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 '킹덤배틀'. 솔리아니의 열정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평가와 완성도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공개 시의 "이거 잘못하면 혼종이 나오는 것 아닌가?"하는 불안감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기우였음을 알렸고요. 그리고 하드코어함을 버리더라도 게임에 깊이를 부여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또한 접점이 없는 두 캐릭터를 크로스오버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기준점을 세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리오라는 역사 있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와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과하지 않게 양립하려 했습니다. 데이비드 솔리아니의 열정과 겸손에서 태어난 '킹덤배틀'을 응원하며, 이 게임의 유비소프트의 훌륭한 레퍼런스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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