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국산 MMORPG의 미래 될까?' 로스트아크, 일주일 해봤습니다

리뷰 | 박태학,문원빈 기자 | 댓글: 166개 |
▲ 로스트아크 2차 CBT 공식 트레일러


'로스트아크'가 지난 9월 15일 2차 CBT를 시작한 뒤로 약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국내 어떤 게임사에게도 밀리지 않는 자금력을 가진 스마일게이트에서 총력을 쏟아부어 개발 중인 MMORPG로, 2014년에 첫 공개된 이후 꾸준히 높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죠.

작년 8월 말에 '로스트아크'의 1차 CBT를 해보고 체험기를 쓸 때 저는 이렇게 총평했습니다. 기대치만큼 뛰어난 기본기를 가졌지만, 말 그대로 기본기만 보여줬다고. 다음 CBT 때 기본기 이상의 무언가를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고. 즉,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라는 의미입니다.

도우가 쫄깃한 건 이미 확인했으니 이제 토핑을 맛볼 시간인데요. 일주일간 '로스트아크'의 이곳 저곳을 살펴보고, 가감없이 적어봤습니다.






■ 수준급의 디테일은 여전합니다.

1차 CBT 체험기 때도 그래픽 좋다고 칭찬했거든요. 그 이후로 약 1년이 지났는데, 지금 시점에서 봐도 '로스트아크'의 그래픽은 여전히 좋습니다. 물론, 현세대 PC/콘솔 게임들과 비교해서 압도적이라는 건 아니고, 쿼터뷰 핵앤슬래쉬 RPG를 기준으로요. 이 장르에서는 가장 디테일한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전 '그래픽이 좋다'는 표현을 쓸 때, 크게 두 가지를 봅니다. 하나는 텍스쳐나 이펙트 퀄리티 및 전체적인 색감. 나머지 하나는 오브젝트의 적절한 배치에서 느껴지는 '풍부함'입니다. '로스트아크'는 최신 모바일 게임들도 곧잘 쓰는 '언리얼엔진 4'가 아닌, '언리얼엔진 3'로 만들어졌어요. 그럼 아무리 좋아도 결국 한계가 있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구세대 엔진이기는 하나 오랜 연식 만큼이나 많이 연구되기도 했고, 개발팀의 축적된 노하우 덕분에 최신 버전 못지 않은 풍부한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로스트아크'의 그래픽을 이야기할 때 꼭 언급해야할 것이 배경 디테일입니다. 기존의 공식을 살짝 비틀었고, 덕분에 풍부하면서도 꼼꼼한 판타지 세계를 구현했습니다. 마법사 초반 튜토리얼 부분의 신전 배경을 예로 들어볼게요. 판타지에서 '신전' 하면 잡티 하나 없는 말끔함은 기본에다, 어디선가 본 듯한 화려한 장식으로 가득한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로스트아크'의 신전은 화려함보다는 현실적인 디테일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계단 사이사이에 이끼가 끼어 있고, 여기저기 이가 빠지고 금이 간 기둥들을 보면, '저런 곳까지 손을 댔네?'라는 생각이 들죠. 치밀한 오브젝트 구성에서부터 개발자의 정성이 보인다고 할까요.

전 이번 테스트에서 마법사 계열을 집중적으로 해봤는데요. 특히, '아르카나'의 화려하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이펙트가 마음에 들었고, 원거리 캐릭터임에도 타격감이 잘 전달되었습니다. 얘는 카드를 쓰는 클래스인데, 카드 특유의 촤라락 하는 소리 있잖아요. 그걸 아주 찰지게 잘 표현했습니다. 타격감 만드는 데 효과음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데, 이걸 아주 잘 잡아냈다는 거죠.

그래픽만 좋고 연출이 부족하면 그냥 요란한 빈수레로 끝나겠지만, 1차 CBT 때와 마찬가지로... 아니, 연출력은 한층 더 강화된 모습입니다. 초반 튜토리얼의 연출력은 이미 검증이 끝났잖아요. 제가 작년에 '로스트아크' 처음 해보고 가장 걱정했던 게, '이 강렬한 연출을 게임 중후반부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이번 2차 CBT의 메인 던전인 '크라테르의 심장'이 후반부 콘텐츠인데, 연출 수준이 튜토리얼 못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어요. 이 연출이라는 게 그냥 컷씬으로 땡이 아니라, 스테이지가 유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이를 유저가 직접 체감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인상에 남았습니다.

다만, 특정 던전이나 튜토리얼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연출은 그냥 그랬어요. 사냥의 중심이자, 유저들이 가장 오래 있을 '필드'엔 극적인 연출같은 거 없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필드까지 연출을 넣으면, 전체적인 게임 밸런스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당연히 이해되는 부분입니다만, 강렬한 튜토리얼을 지나온 직후라 그런지 뭔가 허전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로스트아크'의 외형은 제 기준에서 매우 좋은 편이었고, 우리나라 게임들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봤던 '마감도' 면에서도 특별히 흠 잡을 데가 없었어요. 그냥, 연출 좋은 데가 '너무' 좋으니까 반대급부로 평범한 구간이 부각되는 정도죠.






▲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래픽



■ 커스터마이징이 확 좋아졌어요. 세부 조정도 추가됐고요.

자신의 분신을 만드는 작업이라 볼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은 RPG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걸 잘 만들면 똑같은 마네킹이 걸어다니는 상황을 피할 수 있죠. 그리고 이걸 잘 만든 게임들은 대부분 '여성' 유저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 만들어지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로스트아크'의 1차 CBT가 열렸을 때, 커스터마이징이 너무 한정적이라 개성을 살릴 수 없었다는 모험가의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런 피드백 덕분인지 2차 CBT에선, 만들 때부터 캐릭터의 얼굴을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세부 조정' 기능이 추가됐어요.

저도 RPG 게임을 할 때 커스터마이징을 가장 신경 쓰기 때문에 시간 좀 썼는데요. 1차 CBT에서는 샘플로 지정된 색상을 고르거나 피부와 머리 윤기 그리고 장식 정도만 조절할 수 있었다면, 2차 CBT에서는 눈, 코, 입의 크기와 위치까지도 바꿀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거죠! 지구인의 형태를 벗어난 캐릭터를 만드는 기본 조건이잖아요.

또한, 색상을 지정할 때도 샘플이 아닌 직접 RGB 값을 확인하면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윤기와 색의 강도를 조절하면 같은 색상이라도 다른 느낌이 나죠. 특히, 동공 종류와 홍체의 색상까지 조정할 수 있는 것을 보면서 '사소한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이런 디테일은 쿼터뷰 시점 RPG에서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그래도 다 만들고 나서 오는 만족감이 다르죠. '나는 감정을 잃어버린 붉은 눈의 사냥꾼... 인간 따위... 후훗' 이런 거 할 수 있으니까.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1차 CBT보다 캐릭터 가짓수는 많아지겠지만, 색상 지정할 때 RGB 값을 직접 입력하지 못하는 건 이해가 안 됐어요. 또, 홍체 색까지 바꿀 수 있게 해놨으면서... 왜 키와 특정 신체 부위의 크기를 조정하는 기능은 없는 걸까요. '캐릭터의 개성을 완벽하게 살리기엔 아직 부족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기본 외형, 얼굴, 눈, 피부 기본 설정



▲ 눈, 눈썹, 광대, 턱 세부 설정

▲ 전사 클래스 커스터마이징 영상



■ 이번에 마법사 계열이 추가됐는데요. '아르카나'는 진짜 멋있습니다.

2차 CBT에서 새롭게 선보인 '아르카나'는 공격 사거리가 짧은 대신 기동성이 뛰어난 근접 마법사 클래스입니다. 'LOL'의 르블랑같은 캐릭터랄까요. 다단 히트 기술들과 빠른 기동력으로 스타일리쉬한 운용이 가능하고, 카드 기술의 이펙트도 화려하면서 개성이 가득해 작년 트레일러 영상부터 유저들의 눈을 사로잡은 직업입니다.

아르카나는 광범위 스킬이 대부분입니다. 또, 적을 공중에 띄울 경우 피해량이 증가하는 기술이 많아, 몰이 사냥에 최적화됐죠. 각성기로 적을 묶어두는 홀딩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어, 파티의 안정성까지 책임지는 다재다능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PvP에서는 손을 심하게 탑니다. 처음에는 정석 원거리 마법 클래스인 '서머너'와 대결했는데요. 적에게 붙어야 공격을 하는데... 다가가기도 전에 퍼퍽퍽 하고 공격이 들어옵니다. 전 이동 기술로 적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동시에 공격 기회까지 잡아야 했죠. 게다가 스킬 범위가 넓다고는 하나, 대부분 연계 플레이 아니면 큰 효율을 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숙련도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클래스인데, 2차 CBT 기간 중에는 아르카나의 능력을 100% 끌어낼 수 없었습니다. 네, 맞아요. 곰같은 제 손 탓입니다.

아르카나는 특수기까지 플레이어의 숙련도를 요구합니다. 공격 퍼붓고 모이는 자원으로 특수 카드를 랜덤하게 뽑아 사용하는데... 이게 어디 말처럼 쉽나요. 흙손인 것도 서러운데 각 카드 능력도 미리 외운 뒤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두뇌까지 요구하다니, 이거 너무 잔혹합니다. 문제는 자신에게 패널티가 부여되는 카드도 있기에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익숙해질수록 강력해지는 클래스인데다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갖췄기에 많은 모험가가 아르카나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무엇보다도, 촤라락 하는 이펙트와 효과음에서 나오는 손맛이 아주 제대로라서 초심자의 선택도 쭉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요.







▲ 스킬 하나하나 개성이 넘치는 '아르카나'



■ '항해' 시스템은... 음... 솔직히 좀 실망했어요.

항해는 '로스트아크'의 2차 CBT에 콘텐츠 중 가장 기대치가 높았습니다. MMORPG에서 항해 시스템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하지도 않았잖아요. 더구나 '로스트아크'는 쿼터뷰 시점이기에 기존 MMORPG의 항해 시스템과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로스트아크'의 항해는 기존 필드 전투 시점과 마찬가지로 쿼터뷰를 채용했습니다. 일반적인 범선 형태부터 시작해 동양 풍, 유령선 테마의 선박 등 총 8종의 배가 준비되었죠. 플레이어는 NPC 선원들을 고용한 뒤 바다로 나아가야 하는데요. 각 선원들은 '작살총 쏘기', '크랭크 올리기' 같은 유용한 항해 스킬을 보유하고 있어, 되도록 다양하게 탑승시키는 게 좋습니다.

배를 타는 근본적인 목적은 스토리 진행을 위해 타 대륙으로 넘어가기 위함입니다. 여기 포함된 콘텐츠들은 그 과정을 심심하지 않게 채워주는 역할이죠. 덕분에 할 일은 많습니다. 크랭크로 바다 속 보물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바다 생물을 공격해 자원을 채취할 수도 있습니다. 또, 둥둥 떠다니는 보급품을 건져올린다거나, 난파선을 조사해 새로운 선원을 영입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오, 제법 풍족한 콘텐츠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2차 CBT 기준으로는 '글쎄'입니다. 할 일의 가짓수는 많은데, 깊이가 너무 얕아요. 난파선 선원 구조를 제외한 다른 할 일은 말 그대로 '포인트 앤 클릭'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종류만 많을 뿐, 과정은 똑같아요. 자원 수집을 위한 미니게임 그 이상의 재미를 전달하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항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도 잘 전달이 안 되고요. 쿼터뷰 시점이라 어딜 모험한다는 느낌도 없고, 튜토리얼이나 던전에서 느꼈던 강렬한 연출도 없어 굉장히 심심합니다.

특히, MMORPG의 항해는 '친구들과 함께 배를 타고 왁자지껄 떠들며 바다를 모험한다'는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로스트아크'의 항해는 친구와 한 배를 함께 타는 기능이 없고, 설령 같이 탄다고 하더라도 배 위에 있는 캐릭터의 모습을 볼 수 없기에 느낌이 안 살 겁니다. 그냥 각자 자기 배 끌고 바다로 같이 나가는 게 현실적인데,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원피스'같은 그런 항해는 아니죠.

이제 막 공개된 시스템인 만큼, 어떤 콘텐츠가 추가되느냐에 따라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는 있겠죠. 일단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를 보면, 다양한 형태의 섬을 꾸준히 추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보상의 유무에 따라 일일퀘스트 혹은 일회성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무엇보다도, 그건 섬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함선 자체는 여전히 이동수단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그냥 다음 스테이지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아닌, 독자적인 콘텐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 게임 내 메인퀘스트를 다 끝내면, 3차 CBT와 관련된 퀘스트가 나오는데, 이거까지 다 하면 숨겨진 쪽지를 하나 볼 수 있거든요. 여기 적힌 내용 중에 섬 2천 개 추가라는 문구가 있는데, 실제로 이렇게 적용된다면 콘텐츠의 볼륨 면에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 이때만 해도 엄청 기대했는데...



▲ 난파선 이벤트는 흥미로웠지만,



▲ 제가 '항해'에서 기대한 모습과는 좀 차이가 있었습니다.



▲ 게임 내 숨겨진 쪽지 정보 중 '섬 2천 개 추가'가 눈에 띕니다.



■ '대장전'이 진국이에요. 하는 것도 재밌는데, 보는 건 더 재밌습니다.

2차 CBT에서 체험해본 대전 시스템은 총 3개였습니다. 섬멸전, 대장전, 그리고 우거진 갈대의 섬인데, 각자 자신만의 매력을 갖고 있었죠. 특히, '대장전'은 마치 '킹 오브 파이터즈' 같은 시스템을 채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쉽게 말해 선봉, 중견, 대장으로 구성된 각 팀이 싸우는 건데요. 선봉이 쓰러지면 그 다음 플레이어가 바톤을 이어받아 상대방과 싸우게 됩니다. 만약, 전 타자가 상대방의 체력을 어느 정도 깎아놨다면, 큰 피해 없이 빠르게 제압 가능하죠.

콜로세움을 연상케 하는 경기장은 면적이 좁은 편이고, 시간 제한도 있습니다. 특히, 시간이 제법 짧은 편이라 최대한 적극적으로 싸우는 편이 좋습니다. 시간차로 지는거나 죽어서 지는거나 똑같거든요. '일단 참는다, 한 방만 걸려라' 라는 생각으로 싸웠다간 자칫 패배 딱지 받고 영원히 참아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남은 체력이 80% 이상인데 시간 때문에 지면 얼마나 억울해요. 20초 이상 남았다면 그냥 달려드는 게 낫습니다. 그게 다음 타자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고요.

'로스트아크'의 PvP는 컨트롤 요구치가 상당히 높습니다. '너는 때려라, 나도 때릴테니' 이런 플레이가 불가능한 게, 각 클래스마다 버프, 디버프를 비롯한 각종 CC기를 지니고 있다보니 한 대 먼저 제대로 때리는 유저가 훨씬 유리하거든요. 앞서 말했듯 경기장이 좁은 편이라서 끊임없이 서로 거리를 재야 하고, 상대방의 스킬 쿨타임까지 계산해 공격해야 합니다. 각 스킬마다 장단점도 뚜렷해서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이지선다, 삼지선다를 강요하는데... 마치 철권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쫄깃한 긴장감이 살아있죠.

자신이 선봉으로 나섰는데, 몇대 치지도 못하고 누워버렸다고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든든한 중견, 그리고 대장이 버티고 있으니까요.

콜로세움이 연상되는 경기장과 더불어 '대장전'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건 다름아닌 '관전 시스템'입니다. 저도 선봉으로 나섰다가 눈물나는 경기력으로 바로 눕고, 관전모드로 다음 경기를 보게 됐는데요. 전 몰랐어요. 관중석이 이렇게 쾌적한지.

전체 상황으로 설정할 경우, 대결 구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일단 경기장이 좁은 편인데다, 관전 UI도 잘 되어있어 보기가 편해요. 경기 중인 두 플레이어의 스킬 쿨타임을 볼 수 있기에 익숙한 유저라면 경기 중인 유저의 치열한 심리싸움도 즐길 수 있죠. 특히, 생존 기술이 빠진 순간 적의 기술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볼 때 가장 흥미진진했습니다.

제가 직접 싸우면서도 느꼈고, 관전하면서 확신한 게 있는데요. 힐러 클래스인 '바드'가 2차 CBT 기준으로 PvP에서 상당히 강합니다. 풍부한 CC기, 광역에 대미지까지 강력한 스킬들이 많아요, 또, 유도형 평타를 날리는 소환기까지 있는데, 이 모든 요소가 좁디 좁은 대장전 경기장에서 최적화되었습니다. 정면 승부를 계속 피하면서 시간 제한으로 이기는 경우도 많았죠. 이렇듯 상성을 무시하는 강력함 덕에 바드는 정식 서비스 시 전반적인 밸런스 개편이 될 가능성이 커 보였습니다.









▲ 심리전과 거리재기는 필수! 긴장감 넘치는 '대장전'



■ 신규 던전인 '크라테르의 심장'은 연출 때문에라도 한 번쯤 가봐야 합니다.

SF 느낌이 진하게 나는 던전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로봇 만드는 공장에 가깝고요. 직접 탑승 가능한 거대 2족 보행 로봇도 있고, 그외 적들도 대부분 기계들입니다. '로스트아크'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필드가 중세 판타지 혹은 동양풍이다 보니, 일단 게임을 더 다채롭게 만드는 역할로 부족함이 없죠.

또, 크라테르의 심장은 '로스트아크'의 뛰어난 연출을 감상하는 데 가장 좋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냥 평면적인 던전이 아니고, 엘리베이터 같은 이동 구간이 곳곳에 배치된, 입체적인 공간입니다. 탈 때마다 웅장하면서도 디테일한 배경을 감상할 수 있지요.

제가 체험했을 땐 총 3명의 파티원과 함께했는데, 모든 파티원이 거대 로봇에 탑승했을 때는 장르가 바뀐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메카물 같았어요. 움직이는 모습도 제법 잘 구현했고, 무엇보다도 로봇 디자인이 매우 정교해서 강렬한 탑승 욕구를 불러옵니다. 압도적인 성능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전투 디자인도 다양합니다. 일단 선형적인 던전 진행이 기본이지만, 4면에서 몰려오는 적을 방어하는 구간도 있고, 자동이동 구간에서 끊임없이 달려드는 적을 격퇴하는 스테이지도 있습니다. 일종의 호버 보드 같은 것도 있는데, 이걸 타고 전기장을 돌파할 땐 마치 '피하기' 류 미니 게임을 하는 느낌도 받았어요.

전체적으로 매우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던전입니다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일단, 템포가 빠른 핵앤슬래쉬 RPG에서 약 40분의 플레이타임은 다소 길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투는 듬성듬성 벌어지고 이동만 너무 긴 구간도 있었어요. 멋진 연출도 반복 플레이 시에는 큰 감흥을 느끼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습니다.

어쨌든, 개발자의 정성이 녹아 있었다는 건 확실합니다. 최소한 첫 번째 클리어에서는 확실한 재미를 보장하므로, '로스트아크' 2차 CBT에 당첨된 플레이어라면 꼭 한 번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 박력 넘치는 연출이 가득한 '크라테르의 심장'



■ '우거진 갈대의 섬'에선 무조건 후방 조심!

배신이 난무하는 필드 PK의 요람, '우거진 갈대의 섬'은 큰 보상만큼이나 긴장감 넘치는 전투로 가득 찬 곳입니다. 넘치는 호기심에 무작정 혼자 진입했는데, 안전지대로부터 첫 발을 떼는 순간부터 등 뒤로 서늘함이 느껴졌죠.

'우거진 갈대의 섬'에는 이름만큼이나 수많은 갈대밭이 있습니다. 'LOL'의 부쉬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곳에 들어서면 갈대 밖 플레이어는 자신을 볼 수 없습니다. 덕분에 언제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므로 항상 경우의 수를 대비해야 합니다.

저도 특정 장소에서 랜덤하게 출현하는 보물상자를 발견하고 여는 순간! 수풀에서 갑자기 적이 튀어 나왔어요. 보물상자를 뺏길 수 없으니 전투 태세를 갖추고 정면으로 맞붙었습니다. 스킬을 종합선물세트로 얻어맞은 상대방은 곧바로 도망쳤지만, 보물상자로 눈을 돌린 사이, 다른 유저가 싸움을 걸어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이곳에서 보물상자를 열고자 하는 유저는 보이지 않았어요. 그냥 전투에 굶주린 유저들로 가득했죠.

어쩔 수 없이 적들의 시선을 피해 좀 외진 곳에 있는 보물상자를 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여긴 아무도 없어서 편하게 열 수 있었죠. 보물상자에 손을 대는 순간, 갈대의 섬에 모인 모든 유저들에게 'XX가 보물상자를 열고 있습니다'라고 공지가 뜨기는 하는데... 다행히 저한테 오는 유저는 없었습니다. 아마, 다른 유저들과 열심히 싸우고 있었겠지요.

보물상자를 개방하면, 번쩍 하는 이펙트와 함께 다양한 아이템이 쏟아집니다. 전설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물론, 가끔은 완성된 전설 아이템까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보상이 워낙 좋은 만큼, 실력있는 유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 또, 필드 PK가 허용된 곳이니만큼, 뭔가 색다른 전투를 즐기고픈 유저들도 많이 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 이렇게 숨어있다가...



▲ "지금이야!!"



■ 자, 그래서 한 마디로... 1차 CBT 때와 비교하면?

제가 1차 CBT 체험기에 이렇게 적었어요. '기본기'만 보여줬다고. 그래서 2차 CBT에서 그 이상을 보여주지 않으면 무조건 뜬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2차 CBT를 플레이해보고 느꼈던 건, 그 기본기가 매우 잘 다듬어졌다는 겁니다. 전체적인 볼륨을 늘리는 건 정석 코스를 택했고, 대부분 긍정적인 방향입니다. 좋았던 건 여전히 좋았고, 특히 PvP는 게임의 장기 흥행에 있어 필수적인 요건인데, 이게 참 잘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2차 CBT의 중심 콘텐츠라 예상했던 '항해' 시스템이 미적지근한 수준이라 마음에 걸렸고, 각 클래스 간 밸런스도 제대로 맞추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습니다. 특히, '항해' 시스템은 MMORPG의 대표적인 특징인 '자유도'를 넓히는 역할을 해주리라 예상했기에 더욱 아쉬웠어요.

개발 일지를 보면, 생활형 콘텐츠를 비롯해 더 다양한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마비노기' 스타일의 MMORPG가 아닌 이상, 이건 태생적으로 서브 콘텐츠 이상이 될 순 없습니다. 메인 콘텐츠의 질과 양을 늘리는 데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물론, '항해' 콘텐츠 파트에서 언급했던 쪽지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더할 나위 없고요.

게임 외적인 기본기는 좋습니다. '로스트아크'는 처음 세상에 공개된 2014년부터 기대작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가는 MMORPG가 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유저들이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뛰어난 최적화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래픽이나 연출에서 꾸준한 발전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뛰어난 최적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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