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전투와 퍼즐속에 녹아있는 '인간'과 '로봇'의 교감, '리코어(Recore)'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6개 |



'인간'과 '로봇'의 교감. 나름 미디어에서도 많이 다뤄지고 그동안 게임도 꽤 많았기에 익숙한 주제지만, 여전히 신비롭고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주제에 정말 관심이 높다는 걸 이번 E3를 통해 새삼 깨달았다.

왜냐고? 이번 E3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여겨보고 기대를 했던 두 작품이 모두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호라이즌 제로 던'이고, 다른 하나는 '리코어'다. 두 작품은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양 진영에 각각 '독점' 타이틀로 나왔고, 다루고자 하는 '로봇'과 '인간'의 관계가 정 반대라는 점이 좀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묘하게 엮으면 대결 구도로 엮을 수 있을지도?

아무튼, '리코어'는 지난해 E3를 통해 처음 접했었다. 최근 들어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아무튼 한 시대를 대표하는 개발자인 '이나후네 케이지'가 이끄는 'Comcept'와 '메트로이드 프라임3' 개발팀인 '아마추어 스튜디오'의 합작. 당시 보여준 영상은 아주 흥미롭긴 했지만, 다른 대작 타이틀에 가려져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E3에서는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었던 '리코어'. 처음 Xbox 브리핑에서 영상이 공개됐을 때는 '의아함'이 먼저 들었다. 분명히 영상의 연출은 끝내줬다.그런데 주인공인 '줄 애덤스(JOULE ADAMS)'의 움직임이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이펙트도 살짝 뭉개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이거, 출시일까지 나왔는데 정말 괜찮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으니까.

시연장을 찾는 심정도 걱정 반과 기대 반인 심정이었다. 오히려 시연장에서 리코어의 시연 대기줄이 긴 것을 봤을 때는 되려 안도감이 들었다. 아, 이거 나만큼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제법 많았구나…하고. 첫날의 경우는 시연 대기가 두 시간이 넘어갔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리코어'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영상

이번 E3에서 시연할 수 있던 '리코어'는 대략 10~15분 정도의 플레이가 가능했고,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과 진행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였다. 같이 플레이했던 기자는 적응이 빨라서인지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빠르게 시연 버전을 클리어할 정도로 난이도 자체는 높지 않았다.

'리코어'의 전투는 TPS 형식으로 이뤄진다. 에임을 맞추고 일반 공격 혹은 차지 공격으로 처치하면 된다. 하지만 공격도 '게이지'가 있어서 게이지가 있어야만 공격할 수 있고, 게이지는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히 차오른다.

줄의 사격에도 속성이 있는데, 속성은 언제든 버튼으로 교체할 수 있다. 등장하는 적의 색과 같은 색의 공격을 하게 되면 추가 대미지가 들어가며, 추가로 콤보를 늘려갈수록 높은 대미지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시시각각 타게팅한 적에 따라서 공격의 속성을 바꿔주는게 좋다.

적들 역시 색에 따라서 공격에 추가적인 효과가 붙는다. 예를 들어 붉은색의 적은 강력한 화염 공격을 한다든가, 푸른 색의 적의 공격을 받으면 전기 충격을 받아 잠시 경직에 걸리든가 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제법 바쁘게 손을 움직여야한다.







영상에서 등장했던 세 로봇, '코어봇(Corebot)' 역시 각자 다른 특성과 이름을 지니고 있고, 맵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호작용도 다르다. 세 로봇 역시 각자 부가 효과와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히 로봇을 소환해 전투를 진행하면 된다.

그리고 코어봇은 잊어버리지 말고 꾸준히 조작을 해줘야 한다. '세스(거미 형태의 코어봇)'와 같은 싸움꾼 성향이 강한(?) 녀석은 부르지 않으면 간혹 죽어 있던 적도 있었다고...물론 재가동시켜주면 되긴 하지만. 조작 버튼은 간단하다. "이리와!" "공격해!"의 X,Y 두 버튼만 눌러주면 된다. 코어봇을 교체하면 '줄'이 힘차게 코어봇의 이름을 불러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목소리가 정말 듣기 좋았다.

리코어의 전투는 재미없는 편은 아니다. 내가 제대로 쏘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적이 맞았다는 느낌도 확실하다. 그리고 이펙트는 상당히 절제된 느낌이 있지만 필요한 상황에서는 확실하게 연출이 되는 느낌. 공격이 조금 단순하기는 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나름 속성도 꾸준히 바꿔주고 무빙도 바쁘게 해야 하는 구간이 많아서 긴박감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전투가 나쁘지는 않은데 '좋다'고도 할 순 없다. 즉, 전투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다고 하긴 어렵다는 거다. 그래도 '코어봇'과의 연계는 상당히 재미있는 편. 앞으로 등장하고 공개될 코어봇들과의 연계와 전투 액션이 많아지면 다소 심심한 느낌이 들 수 있는 전투의 퀄리티를 충분히 보강할 수 있을 것 같다.







리코어의 백미는 단연코 '퍼즐'이라고 할 수 있다. 로봇마다 다른 상호작용을 통해 맵을 탐사하고, 점프와 부스터를 이용해 일반적으로는 갈 수 없는 거리를 이동하면서 계속해서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투도 이뤄지고, 때로는 전투를 해야만 진행에 필요한 열쇠를 얻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어드벤처 게임의 퍼즐 방식과 해법이지만 전혀 지루하지는 않다. '로봇'과의 상호작용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코어봇들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상호작용이면 의아하다는 제스쳐를 취하거나, 내가 아니라는 듯한 동작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로는 폴짝폴짝 뛰거나 부들부들 떠는 등, 적절한 행동을 취하며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반려동물', '친구'같은 느낌. 그리고 로봇을 이용한 맵 상호작용과 연출은 지나치지도 않았고 모자라지도 않았다고 느꼈다.

그래서인지 정말 재미있었던 퍼즐에 비해 전투가 다소 밋밋하다고 느껴진 것 같다. 물론 퍼즐도 단순히 방식과 흐름을 보면 이전에 나왔던 액션 어드벤쳐 게임과 다를 바 없지만, '리코어'는 로봇과의 교감으로 이런 전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전투 말고도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닌데, 금방 게임의 매력에 빠져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끝까지 유난히도 신경 쓰였던 건 '줄'의 2단 점프 모션의 어색함과 대쉬 거리.

대쉬는 그래도 꾸준히 사용하면서 거리 가늠이 가능해지기는 한데, 2단 점프나 점프 후 사물을 잡고 올라가는 등의 액션은 여전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꼭 좀 다듬어줬으면 하는 부분이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단점이지만, 꼭 이런 자잘한 부분이 몰입을 방해해서 때로는 게임의 큰 그림을 망치곤 하니까.




이번 시연 버전에서 '리코어'는 충분히 '컨셉'을 잘 살렸고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전투와 맵 퍼즐 모두 적절하게 '코어봇'들의 도움과 연계가 필요했다. 그리고 코어봇들의 재미있는 감정표현은 덤. 정말로 '교감'이라는 주제를 나타내려는 의도가 시연 버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인류가 극소수만 살아남은 '파 에덴'에서 주인공인 '줄 애덤스'와 세 코어봇들이 펼치는 이야기. '혼자서는 인간성을 지킬 수 없다'는 부제를 제작진이 얼마나 잘 풀어낼지는 이제 9월 13일이 되면 확인해볼 수 있다.

사실, 이번 지난 E3나 이번 E3도 뭔가 다른 대작들에게 가려져서 충분히 조명을 받지는 못하는 설움을 겪고 있지만, '리코어'는 분명히 조명을 받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E3에서도 뭔가 잘 깎으면 빛을 발할 수 있는 원석을 찾은 것 같아 기쁘다. 부디 '리코어'도 '좋은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게 멋진 모습으로 나와주기를 빈다. 아차, 잊을 뻔했는데, 음악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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