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당신의 양심, 어디까지 팔 수 있습니까? - '레플리카'

리뷰 | 박채림 기자 | 댓글: 22개 |


⊙개발사: 소미게임즈 ⊙장르: 인터랙티브 소셜 게임 ⊙플랫폼: PC ⊙발매일: 2016년 7월 11일


어두운 철창 안에서 눈을 뜬 당신의 손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낯선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습니다. 비밀번호를 누르라는 창이 뜨자 아무 번호나 눌러보지만, 허사로 돌아가고 맙니다. 곧 정부기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당신은 손에 쥔 휴대폰이 옆방에 있는 테러리스트 용의자의 스마트폰임을 알게 됩니다.


그 후 자신을 국가안보부라 소개한 번호 '4885'는 손에 쥔 17세 소년의 스마트폰을 샅샅이 사찰해 테러리즘의 증거를 찾아낼 것을 통화 너머로 강요합니다. 아무래도 위험에 빠진 것이 분명한 부모님과 가족을 들먹이면서 말입니다.

명확한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고, 휴대폰의 어느 버튼을 누르든 모든 책임은 당신의 몫입니다. 강요에 불응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없는 증거를 만들어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잘못된 판단을 했다간 죄를 뒤집어씌우게 될 수도 있죠.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번에도 역시 어딘가에 갇혔지만, 뭔가 다릅니다





가상의 감시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국산 인디게임 레플리카는 참신한 스토리와 게임성, 그리고 남의 휴대폰을 훔쳐보는 듯한 독특한 추리방식으로 화제가 된 추리 어드벤쳐 게임입니다. 모든 조작은 스마트폰의 액정 안에서만 진행되며, 플레이어가 취하는 모든 행동은 국가기관의 감시 밑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런 감시 속에서 플레이어는 스마트폰 곳곳으로부터 암호를 유추하고 테러리즘의 증거를 찾아 결말을 맺어야 합니다.




모든 지시는 통화의 대화로부터 이루어집니다.




수차례 전화가 걸려오는데, 선택은 플레이어의 자유입니다. 대신 책임도 져야 하죠!





추리 게임은 역시 엔딩 모으는 재미!



▲ 레플리카의 엔딩들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레플리카의 엔딩은 총 12개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결말을 맺게 됩니다. 증거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제출해야 되는 상황 탓에 결말은 플레이어의 양심에 따라 결정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잘못된 선택을 했다간 플레이어 본인이 혐의를 뒤집어씌우는 결말을 맞게 될 수도 있죠. 공략을 보거나 관련 배경지식을 검색해보지 않으면 혼자 생각해내기 힘들 정도로 난이도가 있는 엔딩들도 존재하는 데다가, 각각의 엔딩이 모두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만큼 게임을 진행하며 깨닫게 되는 옆방의 소년과 나의 정체, 그리고 엔딩에 등장하는 멘트는 플레이어의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결말 하나를 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레플리카의 모든 스토리는 한 번의 엔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1회차에서는 없었던 어플이 2회차에 등장하거나, 전혀 다른 결말을 볼 수 있는 등 다회차 플레이를 새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또 플레이어의 대사가 미묘하게 바뀐다는 점, 그리고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등장하는 이스터 에그와 같이 플레이를 여러 번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마련되어 있어, 한 번만 플레이하기는 아까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습니다.




▲ 엔딩을 보고 나면, 다행히도 임시 세이브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진행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엔딩도 있지만요.


레플리카 플레이를 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단출한 구성과는 다르게 게임 속 여러 세심한 부분들을 느끼게 됩니다. 스마트폰의 친숙한 어플들이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인상을 주고, 의미 없는 정보를 찾기 힘들 정도로 휴대폰 안의 여러 요소가 어색하지 않게 잘 맞물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게임 초반의 튜토리얼 요소가 쉽고 간단하게 되어있어 초반 플레이에 어려움을 찾지 못했던 점도 좋았습니다. 처음부터 막히면 몰입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장르의 특성상 모든 엔딩과 도전과제를 클리어하게 되면 손을 다시 대기 어렵지만, 33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참신한 스토리와 세심한 퀄리티, 그리고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말씀드릴 순 없지만 엔딩의 멘트가 주는 무게를 생각해봤을 때 정말 해볼 만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실제 SNS를 기반으로 한 친숙한 어플들을 신나게 털 수 있습니다.



▲ 꼭 알아내고 싶어지네요.


또 레플리카의 제작자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더없이 완벽한 한글화를 지원합니다. 걸려오는 전화가 4885 번호를 쓰는 것부터 시작해 한국인이라면 눈치챌 수 있는 여러 친숙한 요소들이 게임 안에 숨겨져 있어 더 몰입해 즐길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네요.

중간 세이브나 이미 봤던 대사를 스킵하는 기능이 없는 부분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임시 세이브는 가능하지만 특정 엔딩의 경우에는 세이브 없이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플레이해야 했습니다. 게임 자체가 그리 길지 않아 꼭 필요하다고는 느껴지지 않지만 반복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 액정만을 통해 암호를 추리하고 여러 결말을 만들어가는 참신한 구성과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임팩트가 강한 엔딩들과 독특한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의 휴대폰을 멋대로 훔쳐보는(!) 게임 방식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신다면 꼭 플레이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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