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라는 미래는 정말로 이루어질까? '홀로렌즈'

리뷰 | 이명규 기자 | 댓글: 49개 |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Microsoft HoloLens).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2015년 6월, 기자는 E3 취재를 위해 직접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날아가 있던 상태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프랜차이즈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야심찬 컨퍼런스를 준비했고, 다양한 게임이 선보여졌습니다. 그런데 그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기어즈 오브 워 4' 도 아니고, '리코어' 도 아닌, 바로 홀로렌즈로 직접 시연한 '마인크래프트' 였습니다. 제 눈 앞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가상현실과 현실의 융합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서, 몇 번이나 의심했던 기억이 납니다.

충격 그 자체였던 E3 2015에서의 시연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홀로렌즈가 처음 세상에 그 정체를 드러냈을 때, 우리가 전달 받은 비전은 오직 2분 남짓한 영상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었죠. 그 트레일러 속에서, 우리가 그동안 명확히 구분지어 생각하던 현실과 가상현실은 완전히 하나가 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미래상의 달콤함에도 불구하고, 과연 저게 실현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한 분들은 많을 겁니다. 그동안 이런식으로 아름답고 혁명적인 미래를 약속한 신박해보이는 가전제품들은 무수히 많았고, 그리고 그들 중 대다수는 뚜껑을 열어보니 온통 허세 뿐이었으니까요. 과연 홀로렌즈가 약속하는 그런 미래는 진짜인지, 근시간 내에 실현이 가능한 것인지 우리는 의심 할 수 밖에 없었죠.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직접 홀로렌즈를 써보기 전 까지는요.




그리고 지지난주, 저는 홀로렌즈를 며칠 동안 느긋히 직접 사용해 볼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 오감으로 느낀 홀로렌즈는 뻥쟁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터무니 없는 허세를 부리는 것도 아니었죠. 의외로 홀로렌즈는 진실된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가 들려준 꿈빛 미래를 제가 한 번 전해드리겠습니다.

▶관련기사 : [포토]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증강현실, '홀로렌즈(HoloLens)' 개봉기




하드웨어의 명가 MS 다운 완성도




대략적으로 영상이 조사되는 범위는 이정도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우선 우리가 보아온 트레일러 속의 영상들보다는 화면이 작은 편입니다. 비교하자면 우리가 평상시 모니터를 두고 보는 거리, 약 80cm~1m 정도 거리에서 21~24인치 모니터를 보고 있는 정도의 크기입니다. 때문에 화각은 사실 그리 넓지 않아요. 특히 16:9 정도 비율로 주사되기 때문에 좌우 화각보다 상하 화각이 매우 좁게 느껴집니다. 또, 이 화면을 완벽히 다 보기 위해선 적응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착용의 경우, 개인적으로 상당히 큰 뿔테안경을 쓰는데도 그 위에 착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따로 분리되어 있는 고글 속 공간이 있고, 그 안에서 홀로그램 방식으로 영상을 투사하는 방식이어서 주변의 광량이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일관되게 명확한 상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무게 배분이 머리 전체를 둘러서 잘 되어 있고, 이중 밴드 방식을 채용해서 겉보기와 달리 굉장히 편안하고 확실한 착용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게 바로 홀로렌즈의 클릭

조작은 홀로렌즈 앞에 손을 내밀어 전용의 클릭 움직임나 스와이프 등의 동작을 취하는 것으로 제스처 컨트롤이 가능하며, 전용의 클릭 컨트롤러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포인트&클릭 방식이고, 시야 정면에 표시되는 포인터를 고개를 돌려 조준하고, 손가락이나 컨트롤러로 클릭 하는 방식입니다.

배터리의 경우, 후면의 마이크로 USB 단자를 통해 내장 배터리를 충전해 사용하고, 완충 기준으로 홀로렌즈의 모든 기능을 활용하는 앱들을 연속적으로 사용했을 때 약 3시간 정도를 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케이블을 꽂은 채로 사용하기에는 고개를 돌릴 일도 많고 직접 움직여 다녀야 하기 때문에 부적합한 부분이 많아, 배터리 시간의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사용해본 VR 기기들은 아직까지 어딘가 어설픈 부분들이 조금씩 있었습니다. 헤드 트래킹에 지연 시간이 남아있다거나, 시야각 조절이 완벽하지 않다거나, 안경은 당연히 쓸 수 없었고요. 무게 배분도 앞 부분에 치중되어 있어서 부담이 컸습니다. 체험 시간의 길이 차가 커서 그런지 몰라도, 어쨌건 지금까지 다른 VR기기의 체험은 신기하지만 완벽히 만족할만한 시간들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홀로렌즈는 굉장히 완성도가 높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습니다. 헤드 트래킹에도 지연이 전혀 없고, 무게 배분도 물론 앞 부분이 가장 크고 무겁지만 전반적으로 머리를 둘러서 무게가 잘 분배되어 있는 탓에 머리를 돌릴 때나 오래 쓰고 있을 때 부담이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걸리적거리는 선도 없을 뿐더러, 착용감도 마치 달걀에 고무줄 둘러놓은듯 억지로 쓰고 있는 것 같은 다른 VR 제품들과는 달리 딱 들어맞는 홈에 맞춰 끼운 느낌이랄까요?




예전 사이드와인더 시절부터 내려오던 '하드웨어의 명가 마이크로소프트' 라는 말이 여기서도 통용됩니다. 하드웨어의 완성도 자체는 이미 리테일 버전에 가깝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나온 다른 실험적 AR, VR 기기와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었죠.




상상한 것이 정말로 가능한 현실과 가상현실의 융합


확실히 인정할 것은, 아직 홀로렌즈라는 물건 자체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은 아니란 겁니다.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홀로렌즈를 끼고 돌아다니고 있으면, '팀포트리스2' 트레일러에 나오는 '파이로'가 된 기분을 한껏 만끽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세상과 내가 보는 세상이 달라요!

약간(?)의 폭력성과 미화를 빼면 정말 이런 기분

개인적으로는 분명 굉장히 새로운 경험일 수 밖에 없기에, 착용을 원하는 동료들에게는 다 한 번 씩 씌워주고 사용법을 가르쳐주긴 했지만, 홀로렌즈 자체의 개념과 운용법을 터득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개인별로 좀 달랐습니다.

우선 홀로렌즈가 다른 AR, VR 기기와 가장 다른 부분은 이용자가 이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공간' 자체를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홀로렌즈의 사용에는 우선 인터넷 중계기를 통한 WiFi 연결과 이 인터넷 중계기를 중심으로 주변의 공간을 스캔하는 것이 전제됩니다. 애초에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작동시킬 때, 주변 공간을 제대로 스캔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오프라인 모드로 전환되며, 몇몇 기능이 제한됩니다. 때문에 공간을 인식하는 방법이 카메라 기반이어선지 몰라도, 아예 광원이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는 오프라인 모드로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홀로렌즈는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을 스캔하며 학습하고, 공간의 변화를 인지합니다. 그리고 공간 내에서 사용자의 움직임을 아주 정확하게, 약간의 오차나 지연도 없이 바로바로 체크해 냅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사용할 때는 이게 정말 대단하게 다가옵니다. 홀로렌즈가 보여주는 화면과 실제 내가 보고 있는 공간 사이에 그 어떤 이질감도 없다는 것이거든요.

홀로렌즈의 기본 개념은 이렇게 스캔한 공간을 일종의 확장된 스크린으로서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본 개념을 익히고 나면 그때부터 홀로렌즈의 사용이 쉬워집니다. 처음 제가 다른 동료들에게 홀로렌즈에 대해 가르칠 때 "저쪽 벽에는 게임을 붙여놨고, 이쪽 바닥에는 지구본을 놨고, 이쪽 벽에는 인터넷 창이..."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걸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하지만 조금 사용해보고 나서는 대부분 이 개념을 이해했습니다. 홀로렌즈는, 우리가 사용하는 직사각형의 2차원적 평면 디스플레이를 3차원 공간으로 확대한 것에 가깝습니다. 차원이 늘어나는 개념인데, 당연히 이해가 어렵죠!

우리는 시간이라는 차원을 제외하면 3차원의 공간을 보며 살아가고 있고, 때문에 이 홀로렌즈라는 3차원적 디스플레이는 정말 훌륭하게 2차원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뛰어넘어 현실과 동일한 감각을 전달해 줍니다. 사실 앞서 말씀드렸듯, 홀로렌즈 자체가 제공하는 화면의 크기는 정말로 작습니다. 그래서 홀로렌즈가 미리 3차원 공간에 그려놓은 세상을 이 작은 화면으로 훑어보고 있으면, 마치 잠망경으로 세상을 훑어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게임의 완성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VR은 아직까지 태생적인 제약을 가지고 있다

어찌되었든, 덕분에 홀로렌즈는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AR, VR 기기보다 훌륭한 공간감을 제공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공간 내에서 이동이 자유롭다는 것인데요. VR 기기들은 사실 지금까지 사용중 이동하는데에 제약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실제 플레이어가 서있는 공간과 VR 내에서 보여지는 공간이 엄청나게 다르기 마련이고, 거리감이나 이동에 따른 피드백을 자연스럽게 제공하기 무척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체로 VR 기기들은 이동을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순간이동으로 해버리거나, 아예 자체적인 이동이 필요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는 현실감을 저해하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죠.

하지만 홀로렌즈는 내가 내 발을 이용해 움직이는 만큼, 홀로렌즈가 보여주는 세상의 시점과 내용도 즉각적으로 변화합니다. 그리고 매우 정확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공간 스캔 및 학습, 그리고 빠른 피드백 덕분인데, 이게 정말로, 정말로 현실감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홀로투어' 앱을 이용해서 고대 로마의 유적을 3차원으로, 직접 걸어서 탐험하는건... 말그대로 대단하며, 다른 그 어떤 VR, AR 기기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경험입니다.



'로보레이드'를 플레이 중인 동료 기자

이런 새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홀로렌즈용 어플리케이션은 '홀로투어'와 '로보레이드', '홀로그램' 등이었습니다. 모두가 기대하실테고 저도 기대했던 마인크래프트는 아쉽게도 아직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홀로투어'는 360도 카메라를 이용, 유명 관광지의 3차원 공간 영상을 홀로렌즈로 볼 수 있게 해서 말그대로 실시간으로 관광지에 직접 서있는 것 같은 경험을 주는 앱입니다. 또한 실제 영상 뿐만 아니라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합성된 3D 이미지도 포함되어 세상에서 가장 자세하고 재미있는 역사 교육을 받는 기분이죠.

'로보레이드' 소개영상

'로보레이드'는 가장 인상적인 게임이었는데, 먼저 공간을 스캔해 4개의 벽을 정하고, 그 벽에서 뚫고 나오는 로봇 적들을 헤드셋으로 조준, 사격해서 파괴하는 게임입니다. 룰은 무척 간단해보이지만, 적이 쏘는 포탄을 직접 몸을 움직여서(!) 회피하고, 나는 신속하게 조준하여 반격하는, 몸으로 즐기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홀로그램'은 다양한 오브젝트를 홀로렌즈가 인식한 공간 내에 배치하는 앱인데, 글자들을 소환해서 방을 꾸미거나, 태양, 지구 등 다양한 천체를 불러내 방 안에 우주를 만드는 식으로 장식하는게 재미있었죠.



이런 화면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진다

이렇듯, 홀로렌즈는 '이전에 다른 것으로는 겪어볼 수 없었던 경험'을 이용자에게 굉장히 많이 선사해줬습니다. 이것은 비단 이 기기가 아예 새로운 개념의 물건인 탓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다른 비슷한 기기들에 비해서 굉장히 고퀄리티의,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 이루어질 거에요, 첨단의 미래





확실히 해둡시다. 홀로렌즈는 지금까지 나온 그 어느 AR, VR 기기보다 확실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고, 사용 용도도 특화되어 있습니다. 홀로렌즈는 구글글래스나 기어VR 처럼 거리, 대중교통 등 모든 곳에서 사용하기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제품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정해진 업무공간이나 개인공간에서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개인에게 매우 특별한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입니다.

각종 첨단산업과의 접목은 홀로렌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 중 하나다
'Autodesk Fusion 360'와의 협력 영상

만약 모든 이들이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거리를 오가며 상호작용하는 미래사회를 그렸다면, 그게 마이크로소프트가 의도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망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이 점이 오히려 이 기기의 매우 강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너무 거창한 목표를 들이대거나, 불분명하지만 포괄적인 목적 하에서 만들어져 이도저도 아니게 된 기계들이 많이 있어왔으니까요.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들 스스로 홀로렌즈를 업무 영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회사가 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업무에서 통용되는 기술은 아니지만, 제품 디자인, 건축, 여럿이서 진행하는 다중 프로젝트, 공중 의료, 기술 전수 등 '보통이라면 불가능하지만, 홀로렌즈가 있다면 가능한' 영역의 일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처음 홀로렌즈를 알게 된 그 트레일러 영상에 나오는 장면들이 모두 가능하다는 겁니다.

미국의 유명 의료대학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와의 협력 영상

물론 지금 당장 개발자 버전의 홀로렌즈로는 많은 부분이 부족합니다. 화면은 기대보다 작아 화각이 좁고, 배터리 시간은 만족스럽지 못하며, 비록 착용감이 뛰어나긴 하지만 여전히 작은 크기라고 할 수는 없지요. 조작체계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하여 홀로렌즈를 착용해 본 동료 기자들에게 "당장은 아니더라도, 영상에서 봤던 그런 것들이 가능할 것 같은가요?" 라고 물었을 때 모두의 대답은 "YES" 였습니다. 그만큼 모두가 홀로렌즈에서 실현 가능한 미래를 보았다는 것이죠.

처음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던져졌을 때처럼, 혹은 그보다 거슬러 올라가 컴퓨터, TV, 카메라 같은 물건들이 우리에게 처음 선을 보였을 때처럼, 홀로렌즈는 거대한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물건입니다. 이쯤되면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 사람 왜이리 찬양만 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십 수년 뒤, 이르면 몇 년 뒤 쯤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그러게 내가 뭐랬어? 그렇게 될거라고 했지?" 라고 말할 수 있는 뭔가를 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홀로렌즈 개발자 버전 실제 체험 영상 (출처 : The Verge)

3,000 달러의 가격, 개발자 버전이라는 물량 상, 스펙 상의 한계 등 지금은 우리가 섣불리 접근할 수 없는 물건이지만, 언젠가 완성된 보급형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일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우리의 삶을 더 향상시켜주길 기대하면서, 더 많은 외계인의 명복을 빌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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