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0대 기자의 심금을 울렸다! 모바일 힐링 MMO '언제나 여름방학'

리뷰 | 이인규 기자 | 댓글: 23개 |




⊙개발사: CTU GAMES ⊙장르: MMORPG
⊙플랫폼: 안드로이드, iOS ⊙출시: 2016년 9월 6일


누구나 머릿속으로 한 번쯤 그려본 소재랄까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 혹은 최악의 순간으로 돌아가 그때 그 당시의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거나 그 상황을 만회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언제나 여름방학'은 'CTU GAMES'에서 개발한 MMORPG입니다. 반복되는 야근과 상사의 꾸지람에 지쳐버린 평범한 회사원이 최면술을 통해 행복했던 12살의 여름방학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입니다. 1986년 평화로웠던 그 날의 향수를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죠.

처음 게임을 시작하고 로딩 화면을 접했을 때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오래전에 본 거라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에서 짱구 아빠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중 하나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당시에도 느낌이 참 좋다는 기억이 있었는데, 막상 로딩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잊혀있던 기억들이 살아났습니다.



▲ 저만 비슷한가요?
※출처: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9기 어른 제국의 역습


■ 전투와 성장을 버린 언제나 여름방학만의 MMORPG

화면을 드래그하거나 가상 패드를 사용하는 다른 MMORPG와 달리, '언제나 여름 방학'은 조작 방법이 굉장히 단순합니다.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죠. 그만큼 정밀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상황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MMORPG의 주 콘텐츠인 전투와 성장 대신 퀘스트를 선택하여 누구나 쉽게 언제나 여름 방학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확실히 기존 MMORPG의 플레이를 기대하고 게임을 다운 받았다면 퀘스트 만으로 진행되는 게임 방식에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전투 요소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거든요.

언제나 여름 방학에서는 전투 대신 채집을 통해 퀘스트를 완료해 나갑니다. 그리고 '타임일기' 안에 있는 퀘스트를 소화해내면 다음 날로 넘어가게 되죠. 기사에서 여러 가지 물품을 획득하는 것을 편의상 채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서리'에 가깝습니다. 퀘스트를 받지 않아도 마음껏 획득할 수 있거든요.

'타임일기'는 캐릭터 성장의 요소 대신 선택한 시스템입니다. 날짜가 지나갈수록 움직일 수 있는 지역과 채집할 수 있는 작물이 늘어납니다. 참여할 수 있는 퀘스트도 많아지고요.



▲ 한 번 채집하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채취할 수 있습니다.



▲ 타임일기를 완성하면 보상과 함께 다음 날로 넘어갑니다.



▲ 다음 날로 넘어갈 때는 그림 일기처럼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 사진에 있는 소녀는 언제 만나게되는 걸까요?



■ 유저와의 마찰을 줄인 방학 숙제 같은 퀘스트

퀘스트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방학 숙제로 내주던 탐구생활과 비슷합니다. 자연을 체험하고 무언가를 채집하면서 주인공의 하루를 함께하게 되죠. 지역에 흩어져 있는 채집물은 한 번 채집한 후 얼마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유저마다 개별적으로 시간이 흘러가기 때문에 하나의 채집물을 두고 경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평화롭다고 할까요?

이 부분은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언제나 여름방학처럼 채집과 퀘스트가 반복되는 플레이에서 매 퀘스트마다 한정된 채집물을 두고 다른 유저들과 경쟁해야 했다면 지금의 편안한 분위기는 느끼기 어려웠을 겁니다. 게임에서 전하려는 감성을 느낄 새도 없이 다른 유저들과 경쟁하느라 바빴겠죠. 그만큼 스트레스와 피로감도 커졌을 테고요.

'언제나 여름 방학'은 이런 직접적인 경쟁 요소 대신 지역이 넓어질수록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퀘스트를 다양화했습니다. 대신 80년대 한적한 시골의 느낌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그에 맞는 장소를 선택하고 채집물을 배치해 놓았죠. 그리고 캐릭터 머리 위에 타임일기를 클리어한 횟수를 표시함으로써 간접적인 경쟁을 이끌어 냈습니다. 비록 횟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캐릭터의 채집 속도나 이동 속도가 빨라지지는 않지만요.



▲ 모든 퀘스트는 하단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퀘스트에는 마을 사람의 장소와 퀘스트 아이템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 일정량의 퀘스트를 달성하면 보상을 주는 '탐구 생활'입니다.



▲ 유저들이 많아도 퀘스트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게임 전체에서 풍기는 80년대 '아재 감성'

'언제나 여름방학'이 유저들에게 전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80년대 추억이다 보니 모든 사람이 공감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지금 10대 20대 유저들에게는 더욱 그렇겠죠. 저도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지 못한 것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80년대를 지냈던 사람에게는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옛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각 지역에는 80년대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가지와 들고 있는 소품은 물론 건물의 배치, 그 안의 가구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당시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령 철수의 굴렁쇠라던가 빈집 안에 있는 격자 안 텔레비전, 집 옆에 있는 여물통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그리고 마을에 있는 오락실에 가보면 어디서 많이 본 오락기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면 80년대와 90년대에 유행했던 테트리스와 갤러그란 걸 알 수 있죠. 갤러그는 실제로 플레이도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조작감까지 80년대의 그때로 돌려놓았는지 매끄럽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슈팅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요.

이 외에도 당시를 설명해주는 여러 가지 장치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걸까요? 무심하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당시의 감성들을 발견하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다음 지역에 준비되어 있을 무언가에 기대감도 생겼고요.



▲ 굴렁쇠는 국민학교 1학년 때 체험 학습으로 해봤습니다.
(제 세대는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던 시절이죠.)



▲ 이 텔레비전은 언제 나온걸까요?



▲ 자세히 보면 테트리스와 갤러그란 걸 알 수 있습니다.



■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나오는 그런 힐링 게임

처음 플레이했을 때는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지역은 늘어만 가는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도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유저들이 플레이 리뷰를 통해 불편한 점을 개발자에게 전한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개발자가 유저들의 플레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죠.

그 외에도 작물을 채집할 때 농장 주인이 뛰어온다거나 소독차가 갑자기 등장하는 등의 이벤트성 콘텐츠가 추가된다면 조금 더 다양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평이하게 진행되고 반복적이다 보니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언제나 여름방학은 참 잘 만든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을 사람의 말투나 각종 채집물, 가구 등이 배경 일러스트와 잘 어우러져 어느 곳에서나 80년대 감성을 이끌어내고 있었습니다. 특출나게 무엇 하나가 그 감성을 이끌어 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준비된 모든 것이 유저가 자연스럽게 그때의 감성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돕고 있었죠.

플레이 방법이 기존 MMORPG와 차이가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연령층이 다르다 보니 유저마다 느끼는 재미가 다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게임이 될 수 있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게임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잠깐이나마 80년대를 생각하며 쉬어갈 수 있는 그런 힐링 게임이라는 것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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