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단순한 홍보용 게임이 아니다! '레고 넥소나이츠' 리뷰

리뷰 | 김강욱 기자 | 댓글: 20개 |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 게임을 ‘절대로’ 설치해서는 안 되는 사람인지 확인해보고 넘어가야 한다. 첫 번째로, 만약 당신이 5세 이상 17세 이하의 자녀를 두고 있다면 당장 뒤로가기를 누르고 이 게임을 기억 속에서 지워라. 혹 편안한 휴식시간에 자꾸 놀아달라 보채는 아이를 달래기 위한 적당한 게임을 찾고 있다면, 더더욱 이 게임을 두뇌에서 삭제해야 한다.

두 번째로, 당신이 평소에 레고에 관심이 있는 학생 혹은 직장인이라면 당장 이 게임을 기억 속에서 지워라. 혹 방 한 켠에 작게나마 레고 완성품이 진열돼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기억을 표백하고 레고 어벤저스나 레고 고담씨티 같은 다른 게임으로 만족하라. 만약 이 경고를 무시하고 이 게임을 설치한다면, 한 달 용돈이나 월급이 그대로 삭제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나는 이 게임을 반드시 해야겠다, 혹은 이 게임이 어떤 것인지 꼭 알고 싶다 하는 사람에게 정식으로 소개한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닌 게임, 바로 ‘레고 넥소나이츠: 멀록 2.0’(이하 넥소나이츠)이다.





⊙개발사: LEGO System A/S ⊙장르: 액션 ⊙플랫폼: 안드로이드, iOS ⊙출시: 2015년 12월



‘넥소나이츠’는 유명 블록 완구 회사인 ‘레고’의 자체 시리즈 중 하나이다. 미국에서는 넥소나이츠 애니메이션이 흥행을 거두었고, 국내에서도 투니버스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중세와 미래가 적절히 혼합된 디자인과 레고의 매력을 살린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이끌어가는, 다소 유치하지만 탄탄하게 구성된 스토리 덕분에 어린아이 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까지 출시된 공식 레고 상품은 약 30종이다.

넥소나이츠의 조작법은 터치 방식으로 움직이고 싶은 곳이나 공격하고 싶은 적을 터치하면 이동과 공격이 이뤄진다. 기본적인 진행은 스테이지를 정해 공략하는 일반적인 모바일 액션RPG 방식이다. 한 스테이지는 다시 몇 개의 에어리어로 나뉘고, 하나의 캐릭터를 더 데려가 교체하며 플레이할 수 있다. 스킬은 하단의 게이지가 모두 차면 사용할 수 있고. 말하자면, 게임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작품이다.



▲ 처음 보는 게임에서 익숙한 향기가 난다.


이쯤에서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공개하고자 한다. 이 게임은, 무료이다. 단순히 Free-to-Play에 인앱 결제를 꾸역꾸역 얹은 무늬만 무료 게임이 아니다. 넥소나이츠에는 게임 내부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예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냐고? 게임 내부에서는 상품을 구매할 수 없지만, 게임 외부에서는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넥소나이츠는 ‘방패 스캔’이라는 독특한 스킬 습득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실제로 판매되는 넥소나이츠 시리즈 레고 안에 포함된 방패를 QR코드처럼 인식하면 인게임에서 해당 방패의 스킬을 얻는 방식이다. 말하자면, 새로운 스킬을 얻기 위해서는 ‘진짜’ 레고를 구매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판매되는 넥소나이츠 레고 제품에는 하나 당 3개에서 6개까지의 방패가 포함되어있다. 제품에 포함된 방패들은 무작위 뽑기가 아니라 제품별로 겹치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 말하자면 같은 레고 제품을 사지 않는 한 같은 방패를 얻을 일은 없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운에 기댈 필요 없이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저항감도 덜 하다. “게임을 접어도 결국 레고는 남는다.” “레고 자체의 퀄리티가 좋아서 게임은 덤이다.” 라는 마음으로 작은 것부터 하나둘씩 사다보면 어느새 방 한 켠을 가득 채운 레고들을 볼 수 있다.(경험담이다)





▲ 어떤 방패가 들어있는지 상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식으로 모든 제품을 구매해 177개에 달하는 방패를 모두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레고 측에서도 그 점을 알았는지 자신이 보유한 방패를 친구에게 QR코드 형태로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 놨다. 넥소나이츠가 주로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해 제작된 것을 봤을 때 친구들과 방패를 교환하며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는 레고 입장에서도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한차례 사용한 IP이기 때문에 세계관 등을 정립하기가 쉬웠을 것이고,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 이용자가 많아진다면 그만큼 레고 제품의 구매율이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타 레고 모바일게임들의 가격이 약 5~6달러 정도라는 것과 시판되는 레고 제품의 가격을 고려해본다면, F2P이기에 접근성이 높은 넥소나이츠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이 타 작품에 비해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이러한 수익 모델은 다른 브랜드가 아닌 레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IP의 힘이다. 온라인 홈페이지의 레고 아카데미와도 연동해 모바일과 PC를 이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레고라는 거대 브랜드를 뒤에 업고 있기에 게임의 완전 무료화라는 화끈한 결정을 할 수 있었고,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인앱 결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밸런스적인 문제를 과감하게 배제할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 보유한 방패를 친구에게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 방패를 모아 보상을 얻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넥소나이츠의 완성도는 상상 이상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유료로 판매되는 레고 고담씨티나 어벤저스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이다.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었던 레고 닌자고나 타 레고 시리즈들이 완성도가 굉장히 낮아 혹평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넥소나이츠는 유료로 판매해도 될 정도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넥소나이츠에서 아쉬운 점은 단 하나, 조작법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다른 게임들에서 대부분 지원하는 가상패드 방식이 아니라 오로지 터치로만 이동과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에 익숙해지면 큰 문제가 없지만 이미 가상패드에 익숙한 유저라면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또한, 화면을 누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눌러야만 공격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다소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조작법이 불편한 것은 홍보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 이 게임이 어린이를 위해, 그리고 패드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전제로 제작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어른에 비해 손의 크기가 작은 어린이가 플레이하기에는 가상패드 보다는 터치 방식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패드에서 게임을 구동하는 것을 감안하면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 보다는 조작이나 시야가 나을 것이다.



▲ 스토리나 그래픽 측면에서는 충분히 합격점!


조작법을 제외하면 다른 부분은 굉장히 만듦새가 좋다. 그래픽은 출시 당시 나왔던 작품들과 비교해도 다소 부족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레고 특유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고 원작 애니메이션과도 조화를 이룬다. 만약 여기서 그래픽이 더 좋았다면 원작의 팬들이 봤을 때 이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단순히 좋은 그래픽이 아니라 게임의 소재나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구성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스토리 역시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악당을 물리치고 왕국을 구한다는 컨셉은 다소 유치하지만 원작의 독특한 캐릭터들이 진부한 내용을 재미있게 바꿔준다. 이에 더해 원작에 참여했던 성우들이 게임에도 그대로 참여해 몰입도를 높여줘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어린이용 게임이라고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 난이도는 생각보다 높은 편이다. 각 몬스터마다 정해진 패턴이 있고 주의해야 할 공격이 하나씩 있어 그런 내용을 모르고 들어가면 공략이 어려워진다. 초반에는 신경 쓸 것이 적지만 스테이지가 올라갈수록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가 다양해져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



▲ 포트렉스의 표현은 조금 아쉽긴 하다.




▲ 레고 특유의 캐릭터를 잘 살린 모습


육성 부분은 어느 정도 반복 플레이가 필요하다. 육성 요소는 총 네 가지로, 첫 번째는 캐릭터의 레벨, 두 번째는 캐릭터의 장비, 세 번째는 스킬, 네 번째는 차량이다. 캐릭터의 레벨은 단순히 스테이지를 공략하면 올릴 수 있지만 장비와 차량은 별도의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넥소나이츠에서는 이러한 반복 플레이를 지루하게 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매 스테이지마다 다섯 개의 도전과제가 준비되어있다. 체력 회복이 안 되거나 시간 안에 공략 성공, 혹은 동료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다양한 조건이 있어 같은 스테이지를 다른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재화나 설계도 등 육성에 필요한 재료들을 잔뜩 모을 수 있어 무의미한 반복 플레이는 최대한 지양하고자 했다.



▲ 캐릭터 성장은 비교적 간단하다.




▲ 직접 해보면 은근히 어렵다.




▲ 조각을 모아 각종 버프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


넥소나이츠는 레고가 자사의 브랜드를 위해 이빨을 갈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타 무료 레고 게임에 비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물론 유료로 판매하는 다른 레고 모바일게임이나 스팀 등에서 판매되는 패키지 게임에 비하면 콘텐츠적인 측면에서 부족함이 보이지만, 비슷한 장르의 타 모바일게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이다.

그동안 레고의 무료 게임이 시리즈를 홍보하기 위한 역할에 그쳤다면, 넥소나이츠에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새로운 구매층을 찾아내고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역할을 부여했다 볼 수 있다. 게임이라는 온라인 콘텐츠와 완구라는 오프라인 콘텐츠의 성공적인 만남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 다음 목표는 포트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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