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하스스톤의 또 다른 대항마 될까? 사이게임즈 신작, '섀도우버스'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148개 |



"엉? 이건 뭐야, 일본판 돌겜인가?"

지난해 6월 말이었을 겁니다. 사이게임즈(Cygames)에서 신작이 나왔다길래 받아보고 무의식으로 나온 소리였죠. 일러스트는 '바하무트'에서 보던 거라 굉장히 익숙했는데, 제가 일본어를 그리 잘 아는 편이 아니라 룰 이해가 처음엔 잘 안됐습니다. 나중에 글로벌 버전과 스팀판으로 영문 버전이 나오고 나서야 제대로 해볼 수 있었습니다.

해보니까 어땠느냐고요? 재미도 있고, 잘 만들었습니다. 요즘도 출퇴근길에 꼬박꼬박 몇 판씩 할 정도로 자주 플레이하는 편입니다. 섀도우버스는 일반적인 MTG형식의 대전 카드게임이라고 보면 됩니다. 나름 룰도 독특하게 잘 짜놓은 편이고요.

아마 하스스톤과 비교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로 생각하는데, 세부적인 룰이 좀 달라서 그런지 훨씬 대전 느낌과 판단이 확실히 다릅니다. 그리고 나름의 재미와 개성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라고요. 일단 한 판 게임하는 걸 보시죠. 템포(콤보) 엘프덱입니다. (리플레이 기능으로 촬영해 진행이 굉장히 빠릅니다.)

패가 너~무 잘나와 킬각이 정말 빨리나왔습니다!


템포가 빠른 실시간 대전 - "디펜스(HP)가 20?!"

기본적으로 섀도우버스는 대전에서 40장의 카드를 사용합니다. 같은 카드는 최대 세 장을 넣을 수 있는데, 이건 전설 카드도 포함됩니다. 카드는 팔로워(추종자), 아뮬렛과 스펠(주문)의 3종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팔로워는 그냥 하수인이라고 보시면 되고, 스펠은 말 그대로 주문입니다.

'아뮬렛'이 좀 독특한 케이스인데, HP가 없으며 공격을 하거나 공격받지 않지만 스펠등으로 제거할 수 있는 일종의 대지 카드입니다. 아뮬렛은 필드에 소환된 상태부터 효과를 발휘하기도 하고, 스스로 파괴되어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 그리고 필드에는 팔로워와 아뮬렛을 합쳐서 총 다섯 장만 내려놓을 수 있고, 핸드에는 최대 9장까지 카드를 들고 있을 수 있죠.

플레이어블 캐릭터(리더)는 엘프, 로얄, 위치, 드래곤, 뱀파이어, 네크로, 비숍까지 총 7종입니다. 각 캐릭터마다 독특한 효과들이 있어서 이에 따라서 전략이 굉장히 다양해져요. 한 캐릭터로도 컨트롤과 미드레인지, 어그로 등 다양한 성향의 덱 구성이 가능하며 실제로도 그렇게 활용되는 편입니다. 물론 주력으로 선호되는 덱은 어느 정도 정해져있습니다.



리더 캐릭터는 총 7종입니다. 각자 특유의 덱 운용법이 있어요.

그런데 이 게임, 플레이어의 디펜스(HP)가 20밖에 안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플레이어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주문의 수나 '질주' 특징을 가진 팔로워들이 적은 편이에요. 초반에 1,2씩 들어오는 대미지 누적의 압박도 굉장히 심합니다. 그래서 필드에 공격력이 4 이상의 팔로워가 필드에 등장하면 압박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만큼 필드 싸움도 치열한 편이고, 게임 템포도 굉장히 빨라서 매 판 플레이 시간이 좀 짧습니다.

치열한 필드 싸움에 한몫을 하는 독특한 시스템이 바로 '진화'입니다. 플레이어 캐릭터는 공격을 할 수 없는데, 대신 자신의 진화포인트를 소모해서 팔로워를 '진화'시킬 수 있어요. 진화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하수인의 공격력과 디펜스가 증가하며, 팔로워에 따라서 부가 효과를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번 턴에 낸 팔로워가 질주나 돌진 속성이 없어 소환 멀미에 정신을 못 차려도, 진화를 하게되면 다른 상대 팔로워들을 공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진화 타이밍에 전개되는 필드 싸움이 대단히 치열합니다. 주로 4~7턴 사이. 전체 공격 주문의 공격력도 꽤 낮으며 약한 편이고 그리 많지 않아서 필드 장악이 아주 중요하니까요.



덱 구성화면. 여기서도 직접 카드 제작이 가능하고 덱도 짤 수 있습니다.



카드가 진화해서 강-력해집니다!


밸런스는? - "후공이 좀 유리, 덱은 유행 변화가 빨라서..."

이 게임은 후공이 유리하다는 평이 많은데, 가장 큰 이유가 앞서 말한 진화에 있기도 합니다. 선공은 5턴부터 총 두 번의 진화를 할 수 있고, 후공은 4턴에 진화를 할 수 있으며 세 번까지 가능하죠. 진화는 필드 판세를 한 번에 역전시킬 정도로 강력한 효과인데, 진화 포인트를 회복시켜주는 카드는 아주 한정적이라서 한 번의 진화가 아쉬울 때가 아주 많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적은 핸드빨이죠.

아무튼, 후공이 진화포인트를 하나 아끼면서 필드를 장악하게 되는 경우, 판세를 단숨에 뒤집을만한 회심의 주문이나 팔로워가 없다면 선공의 게임 진행은 상당히 힘들어집니다. 템포가 워낙 빠르기에한 턴만 필드 주도권을 내줘도 명치가 터지는 경우도 잦습니다.

섀도우버스는 템포가 빨라서 특유의 어그로 덱과 템포 덱이 주로 유행하는 편인데, 이건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템포-어그로-컨트롤'의 순환은 계속 되니까요. 이번에 새로 나온 확장팩인 '바하무트 강림'에서 새로운 카드들이 추가되면서 대전의 흐름이 많이 바뀌었고, 현재 높은 티어급으로 평가받고 있는 덱 중 가장 인기 있는 덱은 전통의 강자 어그로 뱀파이어, 최근 다시 연구된 어그로(알버트) 로얄, 그리고 이번 확팩으로 조명받고 있는 템포 위치입니다.

지난 주만 해도 템포 위치가 대단한 인기를 끌었는데, 이 템포덱을 잡으려고 어그로 덱 유저들이 잔뜩 늘어났어요. 반대로 어그로덱이 늘어난 만큼 다시 컨트롤 덱과 이를 카운터치기 위한 덱들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게임 메인 화면. UI는 깔끔하게 구성해놨습니다.

캐릭터별로 짤 수 있는 덱의 특징이 있고 성향이 달라서, 언제 어느 덱이 유행할지 모릅니다. 지난 시즌만 해도 템포/저승 엘프와 질주 비숍, 초월 위치와 어그로 뱀파이어, 미드레인지 로얄 등의 덱이 유행했고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 속에서 치열한 리그가 펼쳐졌거든요. 아쉽게도 드래곤과 네크로는 상대적 약세였고요. 대신 네크로와 드래곤은 2Pick 아레나에서 굉장히 좋으며 이번 시즌에서 램프 드래곤, 네프티스를 주축으로 한 라스트워드(죽음의 메아리와 비슷합니다. 한국어판은 '유언') 네크로와 미드레인지 네크로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컨트롤 덱을 정말 좋아하고 하스스톤에서도 도적 외길 인생이었어서 그런지, 초월 위치를 자주 돌리는 편입니다. 이번 확장팩에서 초기에는 템포덱이 정말 많아서 힘들었는데, 이번 주부터는 뭔가 좀 숨통이 트인 기분이 드는군요. 확장팩 초기라 유행 덱 변화가 안그래도 좀 다양하고 빠른 편이었는데, 지금은 그보다도 훨씬 빨라서 어떤 덱도 부담없이 꺼내들 수 있는 게 참 편해서 좋습니다.



저도 사용하는 덱이 이정도...주로 위치랑 엘프를 씁니다.

꾸릴 수 있는 덱이 많고 유행하는 덱이 많다는 점은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장점도 단점도 됩니다. 언제든지 내 덱을 카운터 칠 덱들이 유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자 대응해야 할 상황이 많다는 의미도 되지만, 그만큼 다양한 덱을 만나게 돼서 매 판 전략이 달라지는 건 또 다른 재미니까요.

템포가 빠른 만큼, 고 코스트 카드 중에서는 한 번에 게임을 터트릴 수 있을만한 카드들이 많아서 이에 대해서 의견들이 좀 많습니다. 애초에 템포, 어그로 덱들은 4~5마나에서 킬 각이 굉장히 자주 나오고, 고코스트를 써보지도 못하고 게임에서 지는 경우도 잦은 편입니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한 턴에 10 이상의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콤보가 존재하고, 이게 게임 후반부로 갈 수록 생각보다 쉽게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진득하게 한 판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좀 안 맞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확팩에서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소위 '벽덱'의 경우는 전체적으로 약간 불리한 부분이 있어요.

초월 위치덱 플레이. 굉장히 재밌는 덱이에요.



과금은 나름 착하다? - "보상도 많고, 리셋마라톤도 된다"


카드 게임인 만큼 카드를 획득하는 게 중요하죠. 일단 CCG다보니까…카드는 '뽑기'로 획득하게 됩니다. 뽑기의 가격은 1팩당 100크리스탈(하루 1회 한 정 50크리스탈)이 들어가며, 스팀 기준 5천 크리스탈이 80달러. 한 팩에는 총 8장의 카드가 들어 있으며 전설 획득 확률도 공식 홈페이지에 다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을 수 있는 '골드'로도 카드 팩을 살 수 있습니다.




보통 12~13팩을 까보면 웬만해서는 전설 하나 정도는 나오는 경우가 많더군요. 물론 상대적인 확률이라서 개인의 차가 있을 순 있습니다. 카드 팩의 가격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그냥 적당한 느낌입니다.

카드는 굳이 뽑지 않더라도 '레드 에테르'(Vials)를 이용해 생성할 수 있습니다. 레드 에테르는 카드를 분해하거나 퀘스트, 메인 스토리를 클리어하면 얻을 수 있죠. 대신 번쩍번쩍하고 움직이는 효과가 있는 프리즘 카드는 뽑기나 구매로만 나와서 제작할 수 없습니다.

이벤트나 일일 퀘스트로 얻을 수 있는 카드팩, 혹은 골드 획득이 상당히 너그러운 편이라서 무과금으로도 할 만합니다. 그리고 시작할 때 기본적으로 주는 카드 외에도 튜토리얼 후 추가로 제공하는 카드 팩의 수가 상당히 많아서 이를 통해 '리셋마라톤'이 가능하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시작부터 좋은 전설 카드나 키 카드를 충분히 확보하고 시작할 수 있거든요.

전설 카드가 필수인 덱들은 어느 정도 정해져있어서 그냥 시작하셔도 크게 부담은 안되실거라고 봅니다. 예를들어 전통의 강호이자 현재도 1티어급의 덱으로 자리잡은 '어그로 뱀파이어'의 경우는 키 전설 카드가 없을 정도로 가볍고 강력한 덱입니다. 그 외에 '깃발 로얄'같은 덱도 충분히 쓸만한 편이고요.

이 외의 과금 요소는 기존 캐릭터가 아닌 새로운 리더 캐릭터와 카드 슬리브 등 꾸미는 용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바하무트의 비상 확장팩이 들어오면서 추가로 생긴 과금요소가 하나 있는데, '프리빌트 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전 확장팩인 '다크니스 이볼브'와 스탠다드 카드들이 구성되어 있는 카드 팩인데, 전설 카드 2종과 골드 3~4종 등으로 구성된 덱이라 가성비가 매우 좋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덱의 메인으로 자리 잡은 전설 카드는 성능은 같지만 새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효과가 있는 플래티넘 카드로 주어집니다. 뭐, 특전 카드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번에 추가된 '프리빌트 덱'. 전설이 두 장이 확정이 가성비가 아주 좋습니다.



실제로 뽑기 확률도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되어있습니다. 전설은 1.5%.



매일매일 21시간마다 갱신되는 미션을 수행해도 골드가 많이 들어옵니다.


지금도 재미있지만, 조금만 더 다듬어주면...

섀도우버스는 현재 스팀과 iOS, 안드로이드로 글로벌 서비스 중입니다. 스팀 버전에서는 리플레이 기능도 잘 동작해서 대전을 다시 한 번 복기할 수 있고, 카드의 연출도 보는 맛이 있게 잘 짜놨습니다. 전설카드 특유의 연출도 있고 7 이상의 강력한 대미지의 연출도 볼만해요. 카드 일러스트는 한국에서도 서비스됐던 '바하무트'를 그대로 가져와서 아주 좋고, 더빙 상태도 나쁘지 않습니다. 영문판 더빙은 좋지 않다고들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전 영문판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봅니다. 국내 시장에 들어와 한국어를 지원한다면 한국어 더빙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죠?



구성한 덱을 공유할 수 있는 덱 코드 생성 기능은 굉장히 좋은 기능입니다!

밸런스야 신규 카드 팩이 등장하면서 꾸준히 잡아나가고 유행이 흐르면서 잡힐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황금 밸런스일 순 없겠지만, 적어도 이 게임은 아무리 상성 덱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 '발악'은 해보고 죽을 수 있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걱정되는 건, 스마트폰에서의 동작입니다.

스마트폰에서 대전중에 강제종료 현상이 가끔 일어나서 어이없이 배틀을 날려버린 경우도 제법 있었습니다. 개발팀에서 문제를 체크하고 수정 중이라고 하는데, 이거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보통 출근길에 좀 잘팅긴다 싶으면 퇴근길에 안 하는 편입니다. 아, 참고로 저는 아이폰6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배터리 소모속도가 엄청 높은 편이라 웬만하면 모바일에서는 애니메이션 연출과 전장 연출을 끄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마스터(전설) 등급을 달기가 어렵지 않다고들 합니다. 시즌이 지나도 등급이 하락하지 않는 데다가 등락폭이 연패만 하지 않으면 오르는 쪽이 더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누구나 시간을 꾸준히 들이면 마스터 등급에 갈 수 있다고들 하죠. 마스터 등급에서는 시즌이 끝나면 점수만 초기화되고 등급은 유지됩니다. 그래서 마스터 달성하는 보람이 없다고 시스템을 개편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 지난 시즌부터 랭크게임을 간간히 한 아직 풋내기라서 마스터는 못갔습니다만…

AI 대전의 수준도 꽤 높은 편이라 혼자서 먼저 덱을 연습해보기도 적절하며, 2장씩 카드를 골라 총 30장으로 승부하는 '2pick 아레나'도 보상이 괜찮은 편이라 부담 없이 즐기기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러스트나 게임 방식에 호불호가 좀 갈릴 수 있겠지만, 빠른 템포의 대전 카드게임을 좋아하신다면 강력히 추천해 드릴 수 있는 작품입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선전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네요.



5승만 하면 굉장히 짭잘한 보상이 있는 2Pick 아레나.



커스터마이징으로 리더도 바꿀 수 있어요. 밤피(Vania)는 어그로 끌기 좋아서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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