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운 끝에 남은 건 짙은 아쉬움뿐. '헤일로 워즈2'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9개 |



2009년 출시한 '헤일로 워즈'는 당시 여러모로 충격을 줬던 작품이다. 우선 FPS 장르로 명성이 자자했던 헤일로 시리즈의 외전작이 RTS 장르라는 부분이 충격적이었고, RTS 장르의 불모지랄 수 있는 콘솔에서 당당히 성공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단 부분에서 또 충격을 안겨줬다.

그랬기에 후속작에 대한 기대도 당연히 클 수밖에 없었다. 콘솔 RTS 장르를 개척한 '헤일로 워즈'의 후속작인 '헤일로 워즈2'가 이번에는 과연 어떤 혁신을 보여줄까. 그리고 이런 기대감을 품고 마침내 '헤일로 워즈2'를 플레이해 볼 수 있었다. 우선 첫인상은 만족스러웠다. 더욱 발전한 그래픽과 연출, 스토리 등 역시 헤일로 시리즈라고 할 만했다. 하지만 이 만족감은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분명 발전했다. 하지만 예상한 만큼은 아니다. 신선한 충격을 몰고 왔던 전작에 비한다면, '헤일로2'가 보여줬던 확장에 비한다면 '헤일로 워즈2'는 전작을 계승, 다듬은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리뷰를 쓰는 지금, '헤일로 워즈2'를 개발한 343 인더스트리에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헤일로 워즈2', 이게 최선이었습니까?"


시리즈의 자랑, 탄탄한 스토리 "어? 근데 벌써 끝이라고?"





'헤일로 워즈2'를 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건 역시 스토리였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헤일로는 방대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구축했다. 그리고 그건 '헤일로 워즈' 역시 다르지 않았다. 몰입감을 높여주는 연출과 시네마틱 영상, 매력적인 캐릭터에 뛰어난 스토리텔링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 게임이 단순한 외전작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런 기대감을 '헤일로 워즈2'는 다소나마 충족시켰다. 그렇다. 완벽히 충족시킨 게 아니다. 물론, 스토리텔링이 어설펐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분명히 말해, '헤일로 워즈2'의 스토리는 괜찮은 편이다. 전작에서 보여준 연출과 스토리텔링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발전했다. 새로운 적대 세력으로 등장하는 베니시드(추방자)와 싸워야 하는 이유도 플레이어가 주인공이니까 해야 하는 게 아닌, 그럴듯한 당위성을 제공한다. 거기에 더해 중간중간 나오는 시네마틱 영상은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줬다.

이쯤 되면 의문을 품을 사람도 있을 거다. 칭찬뿐인데 도대체 뭐가 부족한 거냐고.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캠페인 플레이타임이 짧다는 부분이다. 처음에 패드로 할지 키보드 마우스로 할지 고민하면서 시간을 허비한 걸 포함해도 엔딩까지 6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또한, 몇몇 캠페인의 경우 30분 동안 버텨야 하는 미션으로,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한 꼼수로 받아들여졌다.



▲ 6시간의 플레이 끝에 엔딩을 본 기자의 표정

차라리 부족한 플레이타임을 보충하려 했다면 UNSC의 상대 세력인 베니시드의 캠페인을 만드는 게 더 타당하지 않았을까. 전작에서도 코버넌트를 위한 별도의 캠페인이 없었으니 '헤일로 워즈2'에도 없다고 하기엔 짧은 플레이타임은 큰 아쉬움을 자아낸다. 일례로 '헤일로2'에서는 적으로 나오던 코버넌트의 아비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시리즈의 스케일을 한층 키웠다는 평을 받았던 만큼, 베니시드의 캠페인을 기대한 게 나만의 허황된 바람은 아니었을 거다.



▲ 에이트리옥스와 베니시드도 설명이 없었다면 그냥 코버넌트 세력 중 하나로만 알 지경...

더욱이 엔딩을 본 순간 이런 실망감은 극대화됐다. 엔딩이 말도 안 돼서 그런 게 아니다. 스토리상 엔딩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하지만 문제는 엔딩이 대놓고 후속작을 암시한다는 부분이다. 시리즈 게임인 이상 후속작을 기대하는 건 당연하고, 개발사도 이런 플레이어들의 심리를 알고 있다. 그래서 최근 게임들은 시리즈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서 개발사가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있다. 하나의 게임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져야 한다는 부분이다. 6시간의 짧은 플레이 끝에 나온 게 대놓고 후속작을 암시하는 엔딩이라면 누가 실망하지 않겠는가. 후속작을 원하긴 했지만 억지로 분량을 자른 식으로 나오는 후속작을 원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익숙한 시스템 그러나 혁신은 없었다




▲ 익숙함은 중요하다. 중요한데...

게임 플레이의 경우도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애매하달까. 전작의 콘솔 RTS 장르에 최적화된 조작법 및 시스템은 잘 가져왔지만, 딱 그 정도. 그 이상의 발전을 느끼긴 어려웠다. 아울러 '헤일로 워즈2'는 XBOX ONE 독점작이 아니란 점도 상기해야 한다. 1편은 XBOX 360 독점작이었기에 콘솔에 최적화된 조작법으로 호평을 얻었지만, '헤일로 워즈2'는 플레이 애니웨어 타이틀로 윈도우10에서도 즐길 수 있다. 즉, 단순히 콘솔에 최적화된 조작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RTS 장르가 가지는 묘미가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콘솔에 맞춰 간소화했기에 세밀한 조작이 힘들다. 이는 캠페인도 멀티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병력을 분산시키고 치고 빠지는 식의 전략적인 플레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은 병력을 모아 그대로 적을 쓸어버리는, 이른바 어택땅 같은 단순한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헤일로 워즈2'가 전략적인 요소가 없는 단순한 게임인 건 아니다. 부대에 어떤 유닛을 얼마나 배치하느냐에 따라 상성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세밀한 조작이 불가능한 부분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뒤따른다.



▲ 멋진 장면이지만 이것도 그냥 어택땅한 것뿐이다

물론, 이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헤일로 워즈2'가 콘솔 RTS였다면 문제가 없었을 거다. 전작에선 이런 간소화된 요소가 강점이 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PC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이상 콘솔과 PC, 양 플랫폼에 균형을 맞춘 새로운 시스템을 보여줘야 했다. 무조건 기존 PC를 기반으로 한 RTS 게임 같은 시스템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콘솔과 PC 양 플랫폼으로 나온 이상 적어도 콘솔에 특화된 시스템에서 한 꺼풀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즉, 앞으로 헤일로 워즈 시리즈가 보여줘야 할 목표는 명확하다. 기본이 되는 시스템은 탄탄하니 이제는 좀 더 깊이 있는 시스템을 들고 와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PC 기반 RTS처럼 되라는 말은 아니다. 애초에 이 시리즈가 콘솔에서 시작한 만큼, 콘솔을 기반으로 하되 더욱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다양한 모드의 멀티플레이 "재밌냐고요? 글쎄요..."




▲ 카드덱으로 유닛을 생성하는 전격전 모드. 어딘지 '클래시 로얄'이 떠올랐다

사실상 메인 콘텐츠랄 수 있는 멀티플레이는 4개로 나누어져 있다. 일반적인 대전 방식의 데스매치, 건설을 배제하고 전투에만 집중한 전격전, 무제한 자원으로 전략적인 플레이에 특화된 거점 모드, 그리고 끝으로 전격전과 데스매치를 섞은 듯한 느낌의 점령전.

이처럼 다양한 모드를 통해 멀티플레이의 재미를 극대화하려는 '헤일로 워즈2'지만 본편의 아쉬움을 채워주기엔 부족해 보인다. 우선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머리를 들이민다. 멀티플레이에서 밸런스의 중요성은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하다. 하지만 '헤일로 워즈2'는 이 밸런스가 아직 미흡하다. 게임의 스노우볼이 한 번 굴러가면 뒤집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스노우볼이 굴러가는 순간, 이기는 쪽은 점점 강해지고 지는 쪽은 점점 약해진다.

이런 스노우볼 현상은 앞서 얘기한 세밀한 조작이 불가능한 시스템 때문으로, 정찰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투가 총력전에 가까워 한 번의 실수가 게임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 승리의 여신이 나에게 미소 지었다. 이쯤 되면 자원도 넘쳐서 눈감고도 이길 수 있는 수준

한편, 이런 문제 외에도 서버 환경에 대해서는 지금도 계속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매칭이 오래 걸리는 건 예사고, 서버에 문제가 있는지 터무니없는 렉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서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튕기는 경우로, 상대를 밀어붙이고 있는데 갑자기 프레임 드랍과 함께 튕기면 입에서 육두문자가 절로 나온다.



▲ 전격전에서 튕기기 전에 찍은 마지막 장면


만족보단 아쉬움이 커... 나아진 후속작을 기대해 본다


냉정히 볼 때 '헤일로 워즈2'는 8년 만에 나온 후속작치곤 만족스러운 부분보다 아쉬운 부분이 더 많다. 어쩌면 계속 비교한 '헤일로2'의 파격적인 행보가 성공적이었기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헤일로2'를 떼어놓고 보더라도 아쉬운 건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전작에서 비주얼이 향상된 것 외엔 큰 차이점이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헤일로 워즈2'가 재미없는, 실패한 게임이란 얘기는 아니다. 스토리 자체는 만족스럽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과 연출, 시네마틱 영상 등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정도다. 다만, 딱 거기까지. 흥이 올라 최고조에 오르려는 순간 끝나버린 게 문제였다.

8년 만의 돌아온 후속작의 아쉬운 성적으로 인해 '헤일로 워즈3'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대놓고 후속작을 암시했으니, 이제는 뺄 수도 없는 형편. 이제 343 인더스트리는 그들이 헤일로 시리즈로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때가 됐다. 뛰어난 스토리와 시스템, 이 둘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걸. 그리고 '헤일로 워즈2'에 부족한 것 역시 이 둘이었다는 걸 말이다.



▲ 에이트리옥스와 커터 함장, 이 둘의 리매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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