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파 크라이5, "호프 카운티에 어서 오세요!"

리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9개 |




초원, 정글, 고산지, 그리고 원시 세계까지. 참 길고 긴 여행 끝에 미국 시골에 이르렀다. '파 크라이5'. 솔직히 처음엔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파 크라이' 시리즈의 이야기는 항상 분쟁과 함께했다. 부족과 부족, 세력과 세력, 범죄집단과 토착민에 이르기까지, 법 따위는 개나 준 무법지대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중심에 주인공이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딱 봐도 제정신은 아닌 사람들로 가득차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문명화된 현대의 미국이 배경이다. 패드를 잡고 화면을 주시했다. 넓게 깔린 옥수수밭과 곡물 창고가 눈에 들어온다. 옆에서 시연을 도와주는 현장 스텝이 은근한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어서 가서 다 때려부수고 죽여야지 뭘 고민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다. 그래. 내가 왜 싸우고 적들이 누군지는 나중에 알아볼 문제다. 일단 여기서 할 수 있는 것만 알아보아야 겠다.


멀티 플레이 캠페인을 위한 초석, '파트너' 시스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파트너'의 존재다. 시연 버전에서는 '가을의 끝(Fall's End)라는 인구 38명의 자그마한 마을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게 되는데, 게임 시작 전에 먼저 동료를 한 명 고르게 해준다. 고를 수 있는 동료는 모두 셋. 공중 폭격을 할 수 있는 농약 살포용 항공기 조종사와 저격총을 든 아가씨, 그리고 무슨 역할인지 잘 모르겠지만 골라야 할 것 같은 '부머'라는 이름의 개가 한 마리 있다.

당연히 개를 골랐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파 크라이 5'에서는 주인공에게 따로 부여된 인격이 없다. 4편의 에이제이 갈레나 프라이멀의 타카르처럼 따로 배경 설정을 가진 주인공 없이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게 파트너 시스템과 뭐가 연관이 있냐 싶지만, 한 가지 시스템이 더 들어가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바로 캠페인 멀티플레이다.



▲ 친구와 함께하는 시골 여행

파 크라이 5에서는 모든 캠페인 내용을 협동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물론 4에서도 일부 미션의 경우 협동 플레이가 가능했지만, 이 때는 주인공인 에이제이 갈레의 인격을 보호하기 위해 '허크'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대응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본인이 직접 만든 캐릭터로 다른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내 파트너는 바둑이니까.


보다 긴박하고, 잘 짜여진 전투 밸런스

사실 시연 버전은 굉장히 짧고, 게임의 진면모를 알기엔 많이 부족한 편이다. 때문에 시연의 중점을 '전투'의 디테일에 두고 게임을 살펴보았다. 먼저 짧게 결론을 말하자면, 파 크라이5의 전투는 꽤 재미있는 편이다.

먼저, 공간적인 배경이 전투의 재미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전작들의 경우 대부분 밀림이나 숲에서 전투를 치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유격전과 숨바꼭질이 짬뽕된 느낌의 전투가 이어졌다. 간혹 건물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봐야 판석이나 철조망으로 대충 끼적댄 가건물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건물이라기보단 구조물에 가까웠다.



▲ 정글탐험과 산악 하이킹에 비하면 여긴 대도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건물로 이뤄진 마을이 들어서면서, 이제 전투의 양상에 '시가전'이 추가되었다. 건물 사이로 리볼버 한자루를 들고 뛰어오는 적들에게 총을 갈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게임에 몰입하게 될 정도다. 막상 앞서 말한 특이 포인트인 '파트너'는 전투의 재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엔 조금 모자란데, AI가 멍청하다거나 너무 약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너무 세다.

물론 어떤 파트너를 고르냐에 따라 차이는 조금 있을 거다. 난 개인적으로 기존의 파 크라이 시리즈를 즐길 때도 총격전보다는 근접 테이크다운을 즐기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야구 배트를 들고 전투에 나섰다. 그리고 원활한 배트질을 위해 뒤쪽의 적에게 개를 보내 주의를 끌려고 했는데, 앞에 있는 적을 처치하고 보니 이미 개 주변의 적들이 전멸해 있었다.



▲ 명견 실버 이후 가장 강력한 개

하지만 파트너 사용은 취향에 따라 억제할 수 있는 부분이고, 일종의 필살기처럼 사용할 수도 있으니 큰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그걸 감안한다 쳐도 전투의 감각 자체가 너무 좋았다. 전작의 총격전이 산과 들을 누비며 한 발씩 주고받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정신없이 총알을 주고 받는 화끈함이 더해졌달까? 기존의 파 크라이 시리즈보다는 조금 더 가벼우면서도, 게임이 본질을 잘 살린 느낌이었다.


충분한 잠재력, 이제 해야 할 것은 '관찰'

지금까지 드러난 부분만을 볼 때, '파 크라이5'의 잠재력은 매우 뛰어나다. 보통 오픈월드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어느새인가 게임의 본질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 넓은 공간 안에 게임을 살려줄 여러 요소들을 가미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거다.



▲ 호밀밭의 파수꾼들...

하지만 '파 크라이5'는 이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인 '전투'가 살아있다. 이 말인즉, 다른 부분들이 조금은 엉성하거나 어설프다 해도 게임의 재미가 크게 훼손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뜻이다. 5분 간 데모를 체험하고, 이 게임을 사기로 마음을 굳혔다. 물론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훨씬 많고, 이 드러나지 않은 부분들 중에 정말 형편없는 면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파 크라이5'는 기본이 갖춰진 게임이다. 그리고 기본이 갖춰진 게임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늘 보장한다.

이제는 기다리는 이만 남았다. 맵마커로 가득 찰 호프 카운티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날이 올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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