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유독 잔혹한 순대와 선지, '바이오하자드2 리메이크'

리뷰 | 정필권 기자 | 댓글: 5개 |

※ 기사에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는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바이오하자드2 리메이크'는 이번 게임스컴에서 전 세계 모든 기자가 가장 긴 시간 줄을 섰던 게임을 꼽았을 때, 1위를 차지하는 게임이 될 겁니다. 엑스박스 부스 안에서 시연이 되었는데, 다른 성인 등급 게임들과 시연 장소를 같이 사용하면서 딱 두 대의 시연 대만이 마련되었거든요.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개방되는 21일은 물론이고, 일반 참관객 입장이 시작되는 22일까지 엄청난 대기열을 자랑했습니다. 한 번 시연하기 위해서는 최소 2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했을 정도였죠. 오죽했으면 '그냥 남이 하는 걸 보기만 할 테니까, 입장시켜달라'는 외침도 나왔을까요.

긴 대기열과는 반대로 시연 플레이는 매우 짧은 분량으로 진행됐습니다. E3 2018의 첫 트레일러를 장식한 바로 그 부분입니다. 레온을 조작해서 난장판이 된 라쿤시티 경찰서 안을 탐색하는 과정입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약 10분에서 15분 사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경찰서에 진입해서 NPC인 마빈을 만나는 과정까지가 시연의 내용이었습니다.



▲ 출근 첫날, 지각했는데 직장이 망해버렸다.jpg

원작 '바이오하자드2' 출시로부터 20년. 좀비 호러를 개척했다는 평가는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다시 증명했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캡콤의 RE 엔진에 힘입어, 더욱 무섭고 고어한 연출을 보여주면서 말입니다.

'바이오하자드7'에서 사용했던 RE 엔진은 더 사실적인 비주얼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에서 개발되었습니다. 캡콤 직원들은 포토리얼리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노력했고, 바이오하자드7을 통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공포감, 사실감을 게임으로 구축했습니다. 시리즈를 다시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요.

RE 엔진으로 재탄생한 라쿤시티 경찰서는 아주 무섭게 그려집니다. 전기가 대부분 끊겨있고, 경비 보안이 울리는 상황. 그리고 몇몇 복도는 바리케이트로 막혀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어디서 좀비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스테이지 전체가 공포감으로 가득하고 이를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서 탐색해 나가야만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그간 게임 개발에 들어가는 비주얼 측면에서 얼마나 발전이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게임은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었고, 중간중간 컷신에 이르러서는 거의 현실에 가까운 표현을 보여줍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좀비'라는 소재의 그로테스크함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피해자의 몸에서 떨어지는 내장과 선혈(이후 순대와 선지로 표현하겠습니다)은 폐허가 된 라쿤시티와 경찰서의 분위기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죠.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시체들 또한 사실적으로 그려지기에, '아, 내가 지금 굉장히 위험한 곳에 있구나'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합니다.

심지어 이 순대와 선지 표현은 검열이 없는 상태로 시연됐습니다. 앞서, 포토리얼리즘을 언급하기는 했는데, 덕분에 이 고어한 표현들이 더더욱 사실적인 비주얼로 다가옵니다. 그나마 고어한 표현에는 내성이 좀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심지어 시연을 지켜보던 직원이 해당 장면이 나올 즈음에는 고개를 돌릴 정도로 여과없는 표현이 이어집니다.



▲ 흐으아아... 이런 걸 왜 그냥 시연에 넣은거야아...

시점을 숄더 뷰로 바꾼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원작이 어드벤처의 성격이 강했던 것에 비해서, 숄더뷰로 바뀐 리메이크는 액션 측면이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시점이 어느 정도 제한된다는 점 때문에 어디서 급습할지 모르는 좀비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캐릭터의 뒤를 파악할 수 없는데다, 주위가 어두워, 시점이 급격히 좁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깜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어두운 길에서 갑자기 좀비를 만난다거나, 어둠 속에서 손전등의 빛으로 좀비가 들어온다거나 하는 경우가 나오기도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등장이기에, 시연을 진행하는 중간마다 부스 내에서 비명 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고요.

전투는 액션 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이 커진 느낌입니다. 피격 위치에 따라서 좀비의 신체 부위가 떨어져 나가고, 근접 공격을 허용했을 때 클로즈업되는 연출들이 추가됐습니다. 더불어, 레온이 공격을 당했을 때 비틀거리거나, 선혈이 옷에 묻어나는 등 세밀한 묘사도 일품입니다.



▲ 이익... 가까이 오지마 제발!

액션 측면은 강화되었지만, 그렇다고 퍼즐과 어드벤처 요소를 아예 없앤 것은 아닙니다. 때때로 은유로 이루어진 단서를 획득하고, 퍼즐을 풀어나가는 과정도 건재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단서를 얻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에는 많은 추론과 상상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벤토리도 바이오하자드7의 시스템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시연에서는 주로 체력회복 아이템을 쓰는데 그쳤지만, 이후에는 습득한 아이템을 퍼즐 풀이에 사용하는 등 게임을 진행하며 다양한 활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미 E3 트레일러만으로도 팬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하자드2 리메이크'. 실제 시연에서는 더욱 고어하고 검열이 없는 비주얼을 선보였습니다. 동시에 지금 시대에 맞춘 리메이크임을 증명하기도 했고요. 자신들이 말한 것을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한다는 점에서 최근 캡콤의 행보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별다른 시연이나 정보공개 없이 팬들의 기대감을 이용하던 모습에서, 꾸준히 정보와 시연을 알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구체적인 출시일과 개발 상황을 알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바이오하자드2 리메이크는 팬들의 기대감과 자신들의 개발력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20년만에 돌아온 리메이크. 좀비 호러의 원점 '바이오하자드2'는 오는 2019년 1월 25일, 한국어화를 마친 상태로 국내 출시될 예정입니다.


8월 21일 개최되는 게임스컴(GAMESCOM) 최신 소식은 독일 현지에 나가 있는 정필권, 김강욱, 석준규 기자가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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