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저 1,000시간 넘게 했는데... '디아블로3' 스위치판 사도 돼요?

리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77개 |






자, 결론부터 말할게요. 여러분이 스위치를 갖고 있다면, 그리고 디아블로 시리즈의 팬이라면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세요. 이미 산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사도 후회 안 합니다. 지금 북미 닌텐도 샵 기준 59.99달러로 자비 한 톨 없는 가격이지만, 2012년에 처음 출시된 이 게임의 가치는 7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디아블로3'는 특별한 게임이에요.

핵앤슬래쉬 액션 RPG의 팬으로서... '디아블로3'가 출시된 2012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밤 정말 많이 샜어요. 여러분도 아시잖아요. 초창기 '디아블로3'는 이 갈릴 만큼 어려웠다는 걸. 그래도 불지옥 한 번 깨보겠다고 아득바득 땀 뻘뻘 흘려가며 했습니다. '디아블로3' 2.0 패치 이후엔 어땠냐고요? 전 그 패치 업데이트 날이 '디아블로3'의 진정한 출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이게 진짜 디아블로지! 다 죽이고, 막 먹고, 쑥쑥 크고, 부캐 또 키우고.

올해 블리즈컨 보신 디아블로 팬 분들이라면 많이 공감하실 거예요. 저희들이 원했던 게임, 안 나왔습니다. 대중성 면에서 모바일만한 게 없지만, 그 게임... '디아블로1'부터 즐겨온 올드스쿨 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작품은 분명 아니었어요. 덕분에 '디아블로3: 이터널 콜렉션'이 반사적 이익을 얻었다는 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겁니다. '디아블로4', 아직 공개도 안 됐어요. 공개된다 하더라도 출시까진 또 한참 걸릴 거고요.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저도 '디아블로3' 1,000시간 넘게 한 게이머 중 한 명입니다. 그리 길게 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 장단점 짚어낼 만큼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입장에서 이번 이터널 콜렉션을 사도 되는 이유만 적어봤습니다.





■ 콘솔 전용 인터페이스, '휴대용'에 날개를 달다

'디아블로3: 이터널 콜렉션'은 콘솔 게임입니다. TV 연결해 거치형으로 즐기든, 들고다니면서 즐기든 전용 컨트롤러를 쓴다는 뜻입니다. 즉, 콘솔에 최적화된 UI가 필수예요. 이거 없이는 IP의 무게감과 별개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다행히 '디아블로3: 이터널 콜렉션'은 이 부분에서 합격입니다. 메타크리틱 점수로 증명했고, 저 역시 외신들의 평가에 동의합니다. 큰 모험을 한 건 아니에요. 지난 2013년 PS3, XBOX360으로 출시된 '디아블로3'의 콘솔판 UI를 거의 그대로 따왔습니다. 좌측 아날로그 스틱으로 캐릭터를 이동하고, 우측 X,Y,A,B 버튼 및 범퍼 버튼으로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이죠. 여기까진 콘솔로 출시된 핵앤슬래쉬 액션 RPG와 크게 다르지도 않고, 범용성 면에서도 이미 검증이 끝났습니다.





한데, 디아블로 콘솔 시리즈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PC판에 없는 요소를 몇 개 넣었는데, 대표적인 게 좌측 '▲' 버튼의 퀵뷰 시스템, 우측 조이스틱의 '구르기' 시스템이에요. 모두 2013년 출시된 콘솔판에 처음 등장한 요소이며, 패드 조작에서 오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구르기 시스템은 안 그래도 빠른 '디아블로3'의 액션에 박력을 더해주는 요소입니다. 컨트롤러는 키보드, 마우스만큼 빠릿하게 조작하기 어렵잖아요. 보스의 장판 딜이나 원거리 공격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지요. 우측 아날로그 스틱으로 사용하는 '구르기'는 이런 손해를 최소화하게 만들어줄뿐 만 아니라, '디아블로3: 이터널 콜렉션'이 콘솔판만의 액션성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장판 사이를 데굴데굴 굴러가며 스킬을 먹이는 순간, PC판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짜릿함이 느껴졌죠. 물론, PC판 수준의 정밀한 컨트롤은 불가능하지만, 새로운 재미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퀵뷰는 모험 중 얻은 아이템 및 스킬을 좀 더 빠르게 교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아이템의 경우, 지금 착용하고 있는 파츠와 능력치를 비교해주는데요. 덕분에 단순 공격력, 방어력, 회복력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키보드, 마우스보다 교체가 간편합니다.

두 시스템 모두 한참 전 출시된 거치형 콘솔판 '디아블로3'에서 있는 걸 그대로 가져왔음에도 굳이 장점이라 언급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콘솔판만의 장점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휴대형 콘솔'에서도 유효할 뿐 만 아니라, 스위치의 휴대성을 극대화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원작과 거의 동일한 퀄리티의 작품을 휴대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무조건 장점이며, 단점은 없습니다. 아, '디아블로3: 이터널 콜렉션'은 휴대용 콘솔의 특성에 맞춘 포인트가 하나 더 들어가 있는데, 지금부터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 와이파이 없네? 그럼 혼자 하지 뭐!

휴대성은 '디아블로3: 이터널 콜렉션'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단점은 전혀 없는, 장점 중의 장점이죠. 이런 휴대성의 장점이 오롯이 보장되려면, 온 오프라인이 유동적이라는 휴대형 콘솔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내야 합니다.

'디아블로3: 이터널 콜렉션'은 오프라인에서도 즐길 수 있습니다. 혼자 즐기다가 와이파이 터지는 곳 가면, 다른 유저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는 거죠. '디아블로3'의 만렙 이후 콘텐츠는 대부분 짬짬히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는데, 이게 휴대성의 특성과 찰떡궁합입니다.

그리고 이건... 대놓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디아블로3' 하면서 갑자기 졸음이 밀려왔던 경험은 다들 있으실거예요. 이 특징조차 휴대용 콘솔에선 장점이에요. 제가 PC로 '디아블로3' 하면서, 아 침대에 누워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 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스위치로 하면 이게 진짜 가능한거예요. 게임하다가 졸리면, 그냥 그 상태로 스르륵 잠드셔도 됩니다. 여긴 침대니까요.


■ TV + 소파 콤보는 언제나 정답, 프로콘은 선택이 아닌 필수!

휴대용 모드의 장점에 대해서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는데요. 거치형 모드의 장점도 그 못지 않습니다. TV 연결해서 10시간 정도 해봤는데, 역시나 재밌었어요.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고 앉아 큰 화면으로 하니, 생각보다 졸립지도 않고요. 스위치 액정이나 모니터보다 화면이 크다보니 집중도 더 잘 됩니다.

스위치로 게임을 좀 하드코어하게 즐기는 분들은 대부분 프로 콘트롤러를 갖고 계실 겁니다. 이 프로 콘트롤러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립감 하나만큼은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콘솔 컨트롤러 중 최상위권에 위치한다고 봅니다.(XBOX 360 컨트롤러보다도 좋았어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조이콘이 조작이 불편한 건 아니지만, 솔직히 아주 뛰어난 그립감이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 2%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데다 '구르기' 스킬을 더 정교하게 쓸 수 있으니, 대균열 고단을 노리는 플레이어라면, TV 앞에서 플레이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추가 컨트롤러 안 사고, TV 앞에서 친구와 함께 플레이 가능한 부분도 장점입니다. 물론, 버튼 숫자가 줄어들기에 혼자 할때만큼 정밀한 조작은 안 돼요. 1P 화면을 기준으로 플레이하는 만큼, 2P의 플레이 자유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고요. 별도의 추가비용 없이 친구와 함께 왁자지껄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면 좋을 듯 합니다.

다만 TV에 연결했을 때 다소 떨어지는 해상도는 감안하셔야 합니다. 수치 자체는 거치형일 때가 더 높긴 한데, TV 화면이 워낙 크다보니 PC 모니터만큼 쨍한 화면은 안 나옵니다. 60프레임 고정을 위해 타협한 부분이기는 하나, PC판 '디아블로3'에 익숙한 유저라면 조금 신경쓰이실 수 있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 블리즈컨 2018 '디아블로3: 이터널 콜렉션' 2인 시연 영상



내년 1월까지만 참자... '한국어화 업데이트'

PC판 '디아블로3'를 꽤 오래 했으니 콘솔이라고 뭐 다르겠어? 라고 생각했다는 점, 먼저 고백해야 할 것 같아요. 솔직히 바로 적응할 줄 알았습니다. UI 좀 바뀌었다고 한들, 아이템 모양만 봐도 구분이 가능한 입장에서 크게 문제될 건 없어보였죠. 그런데 오산이었습니다.

일단 콘솔 전용 UI를 채용하며 새롭게 추가된 요소가 있는데, 이걸 영어로 해석하려니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자주 사용한 스킬이 아닌 경우, 일단 써보고 난 뒤 효과를 눈으로 보고 기억을 더듬어가는 순서가 필요했죠. 아이템 설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리 오래 즐겼다고 한들, 한국어가 아닌 '디아블로3'는 영어에 약한 제 기준에서 약간의 진입 장벽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PC판을 오랫동안 즐긴 유저라면, 추종자의 깨알같은 대사에 재미를 느낀 유저들이 많을 거예요. 무슨 내용인지 다 알고 있다고는 하나, 막상 영어로 들으려니 괜히 아쉬웠습니다. 성우들의 연기를 비롯해 '디아블로3'의 한국어화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났기에 유독 아쉽게 다가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디아블로3: 이터널 콜렉션'의 한국어화 업데이트가 내년 1월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거치형 콘솔로 출시할 땐 들은 척도 안 했는데, 이번 '디아블로3: 이터널 콜렉션' 출시 시기엔 한국 팬들의 니즈를 그나마 채워준 셈입니다. 참고로 한국어판 출시가 아닌, 언어팩 업데이트 방식이기에 지금 영문판을 사더라도 크게 문제될 부분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스마트폰, 휴대용 콘솔 포함해서 이만한 퀄리티의 핵앤슬래시 액션 RPG는 없다

거의 찬양에 가깝게 평가했지만, '디아블로3: 이터널 콜렉션'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기 사양이 떨어지는 만큼, 어느 정도 타협한 부분이 눈에 보였어요. 철벽에 요새 아래로 우르르 몰려오던 몬스터도 사라졌고, 화려한 이펙트가 화면을 가득 매우는 순간에는 해상도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최적화를 위해 타협한 부분이겠지만, 원본 그대로의 '디아블로3'를 기대했던 유저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디아블로3' 특유의 속도감을 저해하는 단점은 없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겠죠.

기억해야 할 것은 휴대용 콘솔에 이만큼 뛰어난 핵앤슬래쉬 액션 RPG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타이탄 퀘스트', '빅터 브란'이 먼저 출시되었으나, '디아블로3'와 비교하기엔 어려운 게임이며, 또다른 매력을 강조하며 좋은 평가를 얻은 '토치라이트2'나 '패스 오브 엑자일'은 스위치로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즉, 스위치에서 이 정도 완성도를 가진 핵앤슬래쉬 액션 RPG는 '디아블로3'가 유일합니다.





최근 국내 PC MMORPG 시장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로스트아크' 이야기를 잠깐 해볼게요. 전 '로스트아크'가 국내 PC 온라인 게임 시장이 다시 블루오션이 되었음을 알림과 동시에 핵앤슬래쉬 액션 RPG가 아직 경쟁력있는 장르임을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디아블로' 시리즈에게도 호재입니다. 어쨌든, 핵앤슬래쉬 액션 RPG의 역사는 곧 '디아블로'의 역사니까요.

이럴 때 블리즈컨에서 '디아블로4' 소식이 나왔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반전은 없었습니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던 유저들이 '디아블로3: 이터널 콜렉션'으로 만족할 가능성도 높아 보이진 않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최근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풍기는 울적한 기운과는 별개로 그 자체만으로도 참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 꽤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작품임에 분명하죠. 디아블로 시리즈 특유의 개성있는 아이템 체계에 익숙한 유저라면, 단순히 공격력 방어력 수치만 바뀌는 핵앤슬래쉬 액션 RPG에 만족할 가능성도 희박하기에 선택지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자,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요약해볼게요. '디아블로3: 이터널 콜렉션' 나왔으니, 이거만 믿고 스위치 구매하세요! 라고 추천할 정도의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이 스위치를 갖고 있고 '디아블로3'가 아직 덜 질린 게이머라면, 이번 기회에 '디아블로3'만의 속도감 넘치는 액션을 여기저기 들고 다니며 즐기고픈 유저라면,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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