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메타버스 키퍼', 느린 로그라이크 슈팅이 주는 재미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4개 |

로그라이크 슈팅 장르는 어찌 보면 소모될 대로 소모된 장르랄 수 있다. '아이작의 번제', '엔터 더 건전'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장르이기 때문일까. 이후 수많은 인디 게임들이 로그라이크 슈팅으로 나오곤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썩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어딘지 향취를 자극하는 도트 그래픽부터 화면을 가득 메우는 탄막의 향연까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요소들로 무장한 건 사실이었으나 장르를 개척한 이들 게임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키퍼'는 달랐다. 답습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색을 녹여냈다. 원거리 무기 일색이던 기존 게임들과 달리 다양한 근접 무기를 넣었고 전투 시스템 역시 화면을 가득 메우는 탄막 대신 플레이어가 한 단계씩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과연 '메타버스 키퍼'는 '아이작의 번제', '엔터 더 건전' 이후 얼어붙은 로그라이트 슈팅 장르의 다시 한번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고자 얼마 전 데모를 공개한 '메타버스 키퍼'를 직접 플레이해 봤다.


가벼움 대신 선택한 무거움

'메타버스 키퍼'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무거움이다. 기존의 로그라이크 슈팅 게임들은 대부분 가벼움을 지향해왔다. 게임 플레이 역시 경쾌하고 재빠르게 움직이며 화면을 메우는 탄막들의 틈을 파고들어 적들을 공격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적들이 탄막을 펼치는 것처럼 플레이어 역시 사정없이 탄을 쏟아내는 방식이었고 그렇기에 게임 방식은 가벼움을 중요시했다. 화면을 메우는 탄막을 피하기 위해선 우선 재빨라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키퍼'는 으레 쓰여온 가벼움 대신 무거움을 택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이 무거움이 답답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얼핏 단점으로 여겨지는 부분이지만 그 덕분에 얻은 것도 있다. 바로 전투의 템포와 공략 등 전술적인 부분이다.

플레이어가 느린 만큼, 적들 역시 빠르지 않다. 그리고 화면을 메우는 탄막을 펼치지도 않는다. 이렇게만 보면 얼핏 쉬울 것 같이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다. 느리기에 모든 공격이 아슬아슬하다. 덕분에 약간의 운이 필요해 보이는 기존의 로그라이크 슈팅 게임과 비교해 더욱 플레이어 개인의 실력이 요구된다. 경쾌함을 버리고 무거움을 택한 덕분에 얻은 '메타버스 키퍼'만의 특징인 셈이다.


물론, 이러한 '메타버스 키퍼'의 무거움은 장점으로만 작용하진 않는다. 취향에 따라서는 분명 이 무거움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회피 역시 쿨타임이 길어 적의 공격이 뻔히 보이는데 맞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덕분에 전투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이 무거움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무거움이 마냥 답답한 건 아니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적의 공격을 보고 피하고 공격한다는 삼박자가 절묘히 맞아떨어져 슈팅 게임임에도 액션 게임 못지않은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누가 원거리 무기만 넣으라고 정했던가?

애초에 경쾌함 대신 무거움을 선택했기 때문일까. '메타버스 키퍼' 두 번째 특징으로 다양한 근접 무기를 들 수 있는데 로그라이크 슈팅에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다양한 근접 무기가 존재한다. 여기에 무기마다 주어진 다양한 스킬과 특성 덕분에 무기를 쓰는 재미 역시 놓치지 않았다.

가령 얼음 속성 검은 일정 확률로 적을 얼릴 수 있으며, 망치는 스킬로 주변 적들을 한 번에 처리하기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단순히 하나의 무기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무기를 쓰도록 권하고 있다.


특히 이런 다양한 무기들은 멀티플레이를 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무기의 공격력뿐 아니라 다양한 속성, 특성이 더해져 무기 조합에 따라 최고의 효율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스전에서는 독 무기로 지속적으로 대미지를 입힐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적을 얼리거나 혹은 보스전을 방해하는 잡몹들을 한 번에 처리할 수도 있다. 다양한 무기들이 존재하기에 만들어질 수 있는 전략들이다.

한편, 다양한 무기들 역시 '메타버스 키퍼'의 무거움 덕분에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다른 로그라이크 슈팅 게임들처럼 정신없이 움직여야 하고 화면을 가득 메우는 탄막들이 펼쳐졌다면 '메타버스 키퍼' 역시 근접 무기를 넣을 수 없었을 거다. 아니, 넣더라도 누구 하나 쓰지 않았을지 모른다. 근접 무기로는 제대로 피하면서 공격을 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키퍼'는 무거움을 선택함으로써 다양한 무기가 쓰일 수 있도록 했다. 작은 변화가 로그라이크 슈팅의 문법을 바꾸는 변화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 무기 외에도 일종의 보조 장비인 칩(Chip)을 통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가벼움 대신 선택한 묵직한 재미




지금까지의 로그라이크 슈팅 게임과는 다른 시도가 돋보이는 '메타버스 키퍼'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하다 보면 '메타버스 키퍼'가 선택한 묵직한 재미가 우러나온다. 익숙함을 포기한 대신 새로움으로 승부를 본 셈이다.

한편, 아직 개발 중이어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점 역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지금도 완성도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다.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은 거의 다 완성된 느낌으로 남은 건 이제 그걸 다듬고 완성해가는 일만 남았다.

여러모로 지금까지의 로그라이크 슈팅 게임들과는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재미를 준 '메타버스 키퍼'다. 소모될 대로 소모된 장르라고 여겨지던 로그라이크 슈팅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기를 기원하며, 이 게임이 정식으로 출시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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