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웅장하면서도 SF느낌을 줄 수 있게" 하이퍼 유니버스의 작곡가 Kevin

인터뷰 | 정필권 기자 | 댓글: 24개 |
보통 사람들은 분위기를 잡고자 할 때, 상황에 맞는 음악을 재생한다. 상황에 맞게 은은히 퍼지는 음악은 듣는 이들의 마음과 맞물려, 좋은 인상과 분위기를 끌어내곤 한다. 이러한 모습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우리가 즐겨 플레이하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측면에서 '하이퍼 유니버스'의 OST는 꽤 좋은 인상을 남겼다. 타이틀 화면을 장식하는 셀린느의 아리따운 모습 외에도 타이틀 테마와 애니메이션의 배경 음악을 통하여 두근거림을 전달할 수 있었을 정도니까 말이다.

하이퍼 유니버스에 대한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음악의 작곡가 Kevin. 그는 게임의 첫 만남을 장식하는 음악 외에도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OST에도 참여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가졌다. 서교동의 스튜디오에서 바쁘게 작업 중인 작곡가를 만나, '하이퍼 유니버스'의 음악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이니티움 사운드랩의 Kevin (이승재) 작곡가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니티움 사운드랩에서 Kevi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이승재라고 합니다. 경력은 S.F.A 때 곽동일 감독님하고 같이 일한 것이 시작입니다. 팀원으로 시작해서 작곡가로 커리어를 쌓았고요. '그라나도 에스파다'나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게임 음악 쪽에 발을 디뎠습니다. 이외에도 다큐나 드라마, 사운드 라이브러리, 작곡을 계속해서 해왔습니다. S.F.A에서 10여 년간 일하다 이니티움 사운드랩 (Initium Sound Lab)이라는 사운드 팀을 꾸리게 됐습니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지만, 저와 함께 한두 명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단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팀 체재로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곡을 쓰거나 하면 파트를 맡은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서로 보완하며 협업을 진행 중입니다.


Q. 하이퍼 유니버스 BGM 작업에 참여한 소감은 어떤가요?

아마도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결과물에 100% 만족은 못 할겁니다. 다만,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결과물이 기대 이상으로 잘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것에 의미가 있었고요. 게임의 컨샙과 배경 같은 부분이 조금 새로웠습니다. 세계관도 그렇고 디자인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쪽으로 작업 방향을 설정하고 임했습니다.


Q. 어떤 느낌으로 작업을 하셨나요?

우선은 하이퍼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반영하려 노력했습니다. 최근 국내 게임들을 많이는 못 해봤지만, 사전 회의 때 영상이나 일러스트 등을 보고 난 뒤에는 멋있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 세계관과 캐릭터를 보며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게임에 SF적인 요소가 들어가다 보니... 일반적으로 게임 음악이라 했을 때 떠올리는 사운드 보다는, 영화에 가까운 느낌을 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캐릭터들을 사운드로 표현하기 위해서 오케스트라를 사용한 다음, 여기에 SF적인 느낌을 가미하여 담으려 했습니다.


Q. 이번 작업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결과물이 있다면?

타이틀 테마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부분들이 결과물에 이르러서는 조금 더 잘 표현이 된 것 같고요. 만들기 전에는 타이틀 음악으로 사용될 줄은 몰랐고요. 작업 전 회의를 할 때 게임 대기화면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3D 트레일러 영상용으로 만들었던 테마와 알렌의 테마가 기억에 남습니다.



Q. 다양한 장르의 게임 음악을 제작했는데, 장르마다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따로 있는 것인지?

일반적인 사운드트랙은 장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기승전결 구조로 이어지는데 게임은 조금 다릅니다. 그 부분에서 감을 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게임 음악은 어디까지나 게임 자체를 부각하고,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식으로 작동하죠. 반복적인 것을 지루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도록, 단조롭지 않게 구성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만 반복적인 구조를 재미있게 느끼게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습니다.


Q. 작업하면서 어려웠거나 고려한 부분들에는 어느 것들이 있나요?

곡 분량이 적지 않고 표현도 많이 해야 하고... 거기에 기존과는 다른 스타일로 작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것 외에는 음악의 콘셉을 하이브리드 하게 만들어야 했다는 것 정도? 실제로 밴드와 녹음도 했고 말이죠. 생각보다 현대적인 것과 클래식한 스타일을 연결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예전 작업했던 곡들과는 세계관 같은 부분이 달라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전에 작업한 곡들은 세계관이 판타지나 이런 쪽이었거든요. 하이퍼 유니버스에서는 캐릭터마다 다양한 공간과 배경들이 나오기 때문에 완급조절을 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가볍게 곡을 만드는 것도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캐릭터보다 무거운 음악을 만들었던 것도 있고. 이러한 부분들을 덜어내고 정리하면서 진행하는 게 조금 힘들었죠.

▲ 새로운 모험의 시작을 표현한 알렌의 테마


Q. 이번에 작업한 분량과 걸린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작업한 기간 자체는 TOP3에 드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신경 쓴 결과물이기도 하고요. 세계관을 반영하기 위해서 다듬고 또 다듬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만큼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도 했고요. 특정 부분이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만들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디테일하게 사운드를 만드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이번엔 총 11개를 작업했는데, 실제로는 샘플을 포함해서 17곡 정도를 만들었습니다.

곡마다 다르지만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데에 3주 정도 걸린 것 같네요. 스타일이 비슷한 곡이었다면 빨리빨리 진행되지만, 평균적으로 2~3주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작업한 결과물이 프로젝트와 어울리는지 재조정을 하는 과정도 포함해서요.


Q. 재조정이라는 건.. 결국 곡을 몇 번 엎었다는 의미인가?

사실, 이런 과정은 자연스럽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웃음) 저 자신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결과물이 나오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결과물에 대해 피드백을 받다 보면 '이런 것도 나오는구나!' 싶은 부분도 있어요.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다른 분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서로 다르거든요. 피드백을 최대한 받은 다음, 각자의 의견을 한데 모아 결과물로 내는 것이 저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 피드백을 모아 결과물로 내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이승재 작곡가.


Q. 작곡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SF나 판타지에서 생각할 수 있는 영화들을 봤습니다. '스타워즈'나 '마블' 그리고 '킹덤 오브 헤븐'이라는 영화까지요. 오케스트라에 합창 같은 부분에서는 중세적인 배경에서 참조하려고 했었고, 외적인 요소들은 친숙한 사운드를 담으려 했어요.

제가 원래 이런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현대적인 리듬에 사운드 스케이프 -자연적인 소리 들을 이용해 음악을 만드는 것. 소리의 풍경화-를 결합하는 게 최근 추세기도 하고요.


Q. 이번에 작업한 곡들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 랭킹 대전을 생각하고 작곡한 'Makakoho'

이 곡 같은 경우에는 사실 다른 10곡보다 컨셉이 독립적이에요. 가볍다기보다는 느낌보다는 비장한 느낌을 주죠. 애잔한 느낌도 약간 있고요. 현악기의 선율을 기본으로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사운드를 섞었습니다. 게임 내에서 바로 만나보실 수는 없고, 이후 추가될 랭킹 대전 콘텐츠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습니다.


Q. 다음에도 지금과 같은 작곡 의뢰가 들어오면 진행할 의향이 있나요?

저야 감사하죠.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 영상을 이용한 시각적인 요소와 음악이 결합하는 포스트 뮤직 같은 것을 좋아합니다. 작업이 쉽지는 않았지만, 유저들의 반응이 좋고, 프로젝트 자체에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기에 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들이 있어서 곡의 완성도도 높았다고 생각하거든요.


Q. 하이퍼 유니버스 음악 작업 후 이 부분만큼은 유저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점은?

이번에 작업한 세 곡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하이퍼 유니버스에 접속하면 바로 들을 수 있는 오프닝 성격의 음악이기 때문에 반응이 좋았으면 합니다. 일단, 시네마틱 영상에 사용된 곡은 유저분들이 좋아해 주셨다고 하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시네마틱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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