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EM 경기 우승자 '이노베이션' 이신형, 그가 말하는 스타2의 길

인터뷰 | 이시훈 기자 | 댓글: 11개 |
2008년, 이신형은 16살의 어린 나이에 프로게이머로 데뷔했다. 이신형이 기량을 끌어 올리며 최정상급 프로게이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때쯤 스타1 리그가 문을 닫고 스타2로 새로운 리그가 시작됐다. 당시 누구도 이신형이 스타2에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이디를 '보거스'에서 '이노베이션'으로 바꾼 이신형은 새롭게 태어난 사람처럼 스타2에서 훨훨 날기 시작했다.

이신형은 압도적인 실력을 뽐내며 언제나 스타2 팬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신형은 첫 개인 리그 결승전에서 김민철에게 역스윕을 당하며 준우승이라는 쓴잔을 마셔야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WCS 시즌 파이널에서 김유진을 4:0으로 꺾고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후 프로리그와 개인 리그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팀의 우승과 개인 리그 2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신형에게 2016년은 아쉬움이 남는 한해였다. 언제나 최고의 테란으로 평가받으며 블리즈컨 단골손님이었던 이신형은 올해 처음으로 블리즈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신형은 절치부심해서 더 강한 모습으로 부활했다. 대격변 패치에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을 보여준 이신형은 8년 만에 한국에 찾아온 IEM 경기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비록 스타2 프로리그가 폐지되면서 선수들이 활동할 무대는 줄었지만, 팬들이 이신형에게 걸고 있는 기대는 여전히 높다. 최고의 스타2 선수로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이신형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Q. 이신형 선수 안녕하세요. 팬 여러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타크래프트2 테란 게이머 '이노베이션' 이신형입니다. 오랜만에 팬분들과 인터뷰로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Q. 이번 IEM 경기 우승으로 완벽하게 부활한 것 같은데, 요즘 분위기는 어떤가요?

확실히 기량이 많이 올라온 것 같아요. 요즘 메타가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 메타가 조금 단조로워져서 플레이하기 쉽더라고요. 게임이 후반보다 초중반에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아요. 후반보다 초중반에 끝나는 게임을 좋아해서 지금 양상이 마음에 들어요.


Q. 그동안 이신형이 없는 블리즈컨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2016 블리즈컨 진출에 실패해서 많이 아쉬웠을 것 같아요.

그동안 블리즈컨을 매번 갔기 때문에 많이 아쉬웠죠. 우승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내년에는 내가 저 자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Q. 2016년 개인 리그 부진의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개인 리그 연습을 게을리했던 것이 부진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해요. 개인 리그가 많이 없었는데, 대회를 몇 번 놓치니까 포인트 쌓을 기회가 없더라고요.





Q. 변현우 선수가 치고 올라오면서 테란 서열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아쉽게 1인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는데...

변현우 선수가 개인 리그에 올라왔을 때, 그 정도로 잘할 줄 몰랐어요. 그런데 어느새 정점을 찍고 올해 최고의 선수가 됐더라고요. 부럽기도 하고 배울 점이 많은 선수인 것 같아요. 저도 가끔 변현우 선수의 스트림을 챙겨보는데, 집중력과 노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Q. 변현우 선수는 이신형 선수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한데요. 실제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떤가요?

따로 연락하거나 친한 사이는 아니에요. 이벤트 경기 때문에 블리즈컨에 갔을 때 변현우 선수와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때 서로 동갑이라서 제가 먼저 말을 놓자고 했는데, 변현우 선수가 "그러면 팬의 마음가짐이 사라질 것 같아서 안 되겠다"고 했어요.


Q. 팀이 없어지면서 많은 것이 변했을 것 같아요. SKT에서 활동했던 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이제 월급이 들어오지 않으니까 심리적 압박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도 자유로운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어서 마음은 편해요. 스스로 얼마나 컨트롤 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성적이 나오는 부분이라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Q. 예전 팀 동료들과 연락은 하고 지내나요?

SKT T1의 팀 단톡방이 있어서 그곳에서 가끔 얘기하고 지내요. 마지막 팀원들이다 보니 느낌이 더 남다른 것 같아요. 윤수 형, 도우 형을 만나면 아직도 팀원을 만나는 기분이에요.


Q. 스타2 대회 규모가 줄어들어서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프로리그가 사라져서 아쉽지만 개인 리그가 남아있고, 많은 게이머들이 은퇴하지 않고 남아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안타까운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팬들이 그렇게 생각할수록 게이머들의 자존감도 떨어져요. 그냥 프로리그 하나가 없어졌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Q. 최근 개인방송을 하면서 팬분들과 만나고 있는데요. 개인 방송을 하면서 생긴 고충이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게임을 하면서 말하는 습관이 안 들다 보니 게임에 집중하면서 말하기 힘들더라고요. 처음 방송할 때는 팬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는데 성격이 내성적이고 말수도 적다 보니 쉽지 않았어요. 최근에는 말보다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어요. BJ라기보다는 프로게이머니까요. 제 게임을 보고 싶거나 궁금한 분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방송하고 있어요.


Q. 새로운 팀을 구할 생각은 없나요?

일단 실력이 최고조에 올랐을 때 팀에 들어가고 싶어요. 아직은 뚜렷한 성적을 못 낸 것 같아요. 좋은 팀에서 제의한 다면 들어가고 싶어요.






Q. 현재 스타2의 밸런스는 어떤 것 같나요?

원래 테란이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성적이 잘 나오고 연습 때 승률도 좋다 보니 테란이 좋은 건지 내가 잘하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어요. 지금 다른 테란 선수들의 입장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테란이 충분히 할만한 것 같아요.


Q. 이번 IEM에서 박령우를 상대로 5연속 메카닉을 보여줬습니다. 저그 전 메카닉 빌드가 주류가 될까요?

메카닉 파훼법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령우가 정확한 대처법을 못 찾은 것 같아요. 메카닉 파훼법이 나오면 다시 저그가 좋아질 것 같아요. 값이 싸진 군단 숙주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플레이로 저그가 메카닉을 상대할 수 있어서 메카닉은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바이오닉이 주가 되면 저그 전은 많이 어려울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프로토스 전은 어떤가요?

프로토스 대 테란의 구도는 서로가 할만한 상황인 것 같아요. 폭풍함의 인구수 너프는 꼭 필요했다고 생각하고, 사도 분신 시야 감소는 테란 입장에서 사도의 시야가 안보여서 크게 체감되지 않아요. 여전히 사도는 세다고 생각해요. 이번 결승전도 대회에서 붙었기 때문에 제가 대엽이 형을 이겼던 것 같아요. 대회에서는 심리전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Q. 변현우, 조성주와 같은 다른 강력한 테란과 자신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변현우 선수는 피지컬과 물량이 뛰어나요. 성주는 피지컬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잘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 두 사람보다 피지컬은 뛰어나지 않지만, 최적화나 안정적인 운영은 더 잘하는 것 같아요.


Q. 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도 피지컬 차이가 존재하나요?

컨트롤은 선수라면 웬만큼 다 잘해요.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의 차이는 최적화와 판단력 같아요. 저는 최적화는 자신 있지만,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판단력이 안 좋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제 판단력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Q. 새로운 WCS 계획안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대회를 준비할 생각인가요?

저도 기사를 통해 본 것이 끝이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지금은 가능한 한 모든 경기에 참가할 생각이에요. 아직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회 수가 적지 않은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알아보니까 온라인 대회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최근에 레이펭 컵에서 2회 연속 우승하기도 했어요. 온라인 대회도 시간이 허락하면 모두 참가하고 싶어요. 그런데 선수들이 온라인 대회에 몰리다 보니 온라인 대회지만 경쟁이 치열해요. 대진표만 보면 이게 온라인 대회인지 GSL인지 구분이 안 가더라고요.


Q. 이신형 선수의 팬들 사이에서 '이게 엑소야, 이신형이야'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이신형 선수의 외모를 칭찬하고 있습니다. 외모 관리를 따로 하신 적 있나요?

딱히 관리 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옷이나 시계에 관심이 잠깐 있었는데 지금은 관심이 별로 없어요. 요즘은 너무 신경을 안 써서 오히려 외모에 신경을 좀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잘생겼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못생겼다는 사람도 많아요. 좋은 뜻으로 말씀해주시니까 감사하고 기분이 좋죠.


Q.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말씀해 주세요.

현재 GSL이 한국의 대표적인 대회기 때문에 GSL을 우승하는 것이 최고의 명예라고 생각해요. 난이도로 따지면 GSL이 블리즈컨보다 더 우승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지금의 목표는 세 번 있는 GSL에서 최소 한 번 우승하고 블리즈컨 시드를 확보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번에 IEM 월드챔피언십 진출로 카토비체에 가게 됐는데, 카토비체에서도 꼭 우승하고 싶어요. 물론 최종 목표는 블리즈컨 우승이에요. 컨디션 조절을 잘하면서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에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언제나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 팬들에게 감사해요. 혼자 살다 보니 밥을 차려 먹기 힘든데, 왕과나 갤러리에서 도시락 업체를 통해서 매일 한 끼씩 도시락을 전달해주고 있어요. 덕분에 마음 편하게 밥을 잘 먹고 있어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개인 방송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 남기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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